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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양 기타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은 내가 혼자 있었기 때문…디오게네스는 전체주의에서 홀로 개인이 되었다

    “혹시 우리 과 학생 아니신가?”“아저씨는 누구세요?”졸업하던 해, 강의실 앞에서 마주친 교수님과 오갔던 대화다. 나는 미안해하지 않았고 그는 불쾌해 하지 않았다. 그 세월이 그랬다. 대학시절, 나는 그 시간의 절반을 총학생회실에서 보냈다. 2학년 때는 차장으로, 3학년 때는 부장으로. 1980년대 총학생회의 기획부장이라고 하면 당연히 운동권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하기 쉬운데 죄송하지만 아니다. 언더(지하 이념 서클)에서 오픈(공개 학생 기구)을 띄우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건 메이저 캠(시위를 자체 가동할 수 있는 운동력이 있는 학교)의 경우이고 마이너 캠(다른 학교 시위에 묻어간다)에서는 언더의 체력이 달려 그게 안 된다. 마이너 캠에서는 이른바 ‘권’과 리버럴이 합의해 총학생회를 장악하고 자리를 배분한다. 나는 리버럴쪽이었다.선배 하나가 내 정체를 꿰뚫어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 자식은 얼핏 보면 좌익이지만 실은 뼛속까지 부르주아야.” 당시 선배는 자유주의라는 말을 몰랐다. 그래서 떠올린 말이 당시 척결해야 할 악의 대명사처럼 쓰이던 부르주아라는 단어였을 것이다. 예리한 놈. 졸업식 때 입고 갈 양복 사 입을 돈도 없었는데 부르주아는 무슨 얼어죽을. 이데올로기에 흥미를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현실 변혁 같은 데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머릿수로 뭘 해보려는 집단주의도 싫었고 가식적인 민중 친화적 풍토도 싫었다. 물론 드러내고 반발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학교에서는 루카치를 읽었지만 집에서는 카프카를 읽었다. 카프카의 이런 구절이 좋았다.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은 내가 혼자 있었기 때문이다.”‘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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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들의 문제를 흥미롭고 사실적으로 담다

    몇 달 전 교과서에 어떤 문학작품이 실렸는지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작품 목록을 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대부분 성인을 대상으로 쓴 작품인 데다, 지나치게 어둡거나 편향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실린 책들은 시험에 출제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청소년 시절 어둡고 무겁고 어려운 문학작품을 의무적으로 읽다 보면 성인이 되어 책을 읽을 마음이 생길 리 만무하다. 그런 생각에 걱정이 점점 깊어갔다.나는 청소년 시절 울산문화원을 드나들며 여러 책을 읽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많은 책을 읽었지만 10대 때 본 세계명작과 청소년소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감성이 예민하고 기억력이 좋을 때여서 그럴 것이다.스테디셀러…재미있는 줄거리입시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에게 10대들의 문제를 다룬 재미있고 발랄한 소설을 소개하고자 한다. 2008년 국내에 소개된 청소년소설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은 지금도 꾸준히 판매되는 스테디셀러이다. 저자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청소년아동 문학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대학에서 문학과 아동심리학을 전공하여 섬세한 작품을 많이 쓴 여성작가이다. 현재 신문·잡지 등에 청소년 및 어린이 소설을 연재하고 있으며, 학교 글짓기 프로그램 초빙강사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은 10대 인터넷 문화의 폐해를 소재로 한 청소년 소설이다. 사이버 폭력, 왕따, 질투와 시기 등 현재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다루어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주인공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이 소설은 트루먼중학교 교내 신문부 부장인 제이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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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보조금은 낡은 산업을 보호하기 일쑤…자본·노동이 원활하게 이동해야 산업 진화

    헤즐릿은 일자리를 늘리는 정부정책은 해야 할 일의 양이 고정되어 있다는 잘못된 가정에 근거하고 있으며, 그 정책 지지자들은 특정한 사람이나 그룹들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고용만을 생각할 뿐 모든 사람에게 미치는 전체적인 효과나 부수적인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헤즐릿은 특정 산업 살리기에 대해 부정적이다. 특정 산업을 구하자는 정책으로는 과잉상태에 대한 진입을 제한하자는 것과,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자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산업이 실제로 과잉상태라면 그 산업에 진입규제는 필요가 없다. 투자자들은 소멸해가는 산업에 자본을 투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과잉상태가 아니라면 이는 자본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것이다.보조금은 납세자 소득이다이제 정부 보조금 지원정책을 보자. 정부 보조금은 단순한 부의 이전으로 특정 산업과 관련 있는 자들은 이익을 얻는 반면 납세자들은 손해를 본다. 그러나 납세자들은 세금을 낸 만큼 실질 소득이 줄어들게 되며, 특정 산업이 확장된 만큼 다른 산업은 위축된다. 결국 더 효율적인 산업에 사용되어야 할 자본이 덜 효율적으로 사용되는 산업으로 전용될 뿐이다.그러나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오래된 산업들이 위축되거나 사멸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특정 산업을 살린다며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자원이 덜 효율적인 산업에 이용되게 하며, 보다 더 효율적인 산업으로의 자원 이동을 방해하여 새로운 산업의 육성을 어렵게 한다. 따라서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기존 산업의 위축이나 사멸을 허용하여 새로운 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자본과 노동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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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금·고용·임금·규제의 실제 모습은 무엇일까…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경제학의 기본서

    사람들은 경제학을 매우 골치 아프고 어려운 학문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에서 배우는 경제학은 수학 공식을 푸는 것이 주류다. 행렬에서부터 미적분, 라그랑지 함수에서 동태적 최적화, 확률 통계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 수학을 공부하는 것인지 경제학을 공부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다. 물론 경제학 이론을 수학 공식을 이용해 간략하게 표현할 수는 있겠으나 수학 공식이 경제학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경제의 기본을 가르친다그러나 사실 경제학은 복잡한 수학을 꼭 알아야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경제의 기본 원리만 이해하면 된다. 헨리 헤즐릿의 ‘경제학 1교시(Economics in One Lesson)’는 수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심지어 경제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경제학적 진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경제학 1교시’는 프레드릭 바스티아(Basitat)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what is seen and what is not seen)’이라는 에세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눈에 보이는 것만 고려하는 근시안적 사고가 시장에 어떤 해악을 미치는지 쉽게 설명하고 있다.깨진 창을 예로 들어보자. 유리창이 깨질 경우 주인은 새로운 유리창을 주문해 교체하기 때문에 유리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유리창이 깨지지 않았을 경우, 주인은 돈을 그가 필요한 다른 곳에 지출할 수 있다. 만약 새로운 양복을 주문했다면, 그는 돈을 낭비하지 않고 필요한 것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의 주문으로 인해 누군가는 양복을 만들어야 하며, 그곳에서 부가가치가 만들어져 고용이 창출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눈에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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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표의 역설? 과반수 투표 결정은 옳은가…합의하기 어려울 때는 시장에 맡겨라

    이 책은 정보와 관련해 일반 유권자에 비해 이익 집단들의 영향력이 큰 이유도 가르쳐준다. 일반 유권자들은 자기의 단일 표가 결과에 차이를 가져오지 않아서 투표하나마나 별반 차이가 없으므로 합리적으로 기권하고, 또 문제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므로 합리적으로 무지하다. 반면 이익 집단은 문제에 큰 이해관계가 있어서 투표 참가율도 높고 문제를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일반 유권자에 비해 이익 집단의 영향력이 커진다.이 책을 읽으면 정부가 크고 규제 권력이 클 때 개인도 가난해지고 국가도 가난해짐을 알게 된다. 정부가 민간에 특권을 부여할 수 있는 입장에 있을 때 이익 집단들은 생산적인 활동으로 돈을 벌려 하기보다 정치 과정을 통해 특권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 회사 사장이 지방 공장에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에 가 있게 된다. 이런 지대 추구 활동으로 생산적인 활동에 투입됐어야 할 자원이 비생산적인 곳에 쓰여 자원이 낭비된다. 그 결과 개인과 국가가 가난해진다.이 책은 우리가 과반수 투표로 내리는 많은 결정이 엉터리 결정일 수 있음을 가르쳐 준다. 많은 사회적 선택은 투표의 역설을 보인다. 투표의 역설이 없으려면 단봉 선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도 단일 차원의 쟁점에 관한 이야기고, 만약 다차원이 되면 설사 단봉 선호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거의 항상 투표의 역설이 발생한다. 그리고 많은 쟁점은 다차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많은 엉터리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다차원적 쟁점에서의 투표의 순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과반수만 좋은 것은 아니다그러면 답은 무엇인가? 국민이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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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과 환경문제 다룬 4권의 책을 읽자

    자원과 환경문제를 올바로 알려면 4권의 책을 읽어보면 좋다. 첫 번째 책은 ‘회의적 환경주의자’다. 저자는 그린피스라는 환경단체에서 일하다 자기가 알고 있던 환경문제가 과장된 점을 깨달은 비요른 롬보르다. 그는 인류가 두려워하는 인구재앙과 그것에 따른 환경파괴, 자원고갈은 ‘거짓’이라고 논박한다.두 번째 책은 ‘근본자원 상·하’다. 줄리언 사이먼이 집필한 이 책은 인간이 근본자원이며, 인간은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해 한계를 돌파했고, 이 덕분에 인류는 현재 어느 때보다 잘 살며, 평균수명이 늘었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 책에서 인구증가와 자원고갈로 인류가 망할 것이라고 본 세계적인 석학들의 잘못을 논박한다.매트 리들리의 ‘이성적 낙관주의자’도 필독서에 속한다. 책 제목의 ‘이성적’이라는 말은 수많은 증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인류 삶을 긍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굳은 신념이 담겨 있다. 저자는 모든 증거로 볼 때 낙관적으로 앞으로의 현실을 전망해도 좋다고 강조한다.‘도시의 승리’도 읽어볼 만한 내용이 많다. 저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도시는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었나’라는 물음에 대답을 준다. 우리는 대개 도시는 각박하고 이기적이고 경쟁적이며 반(反)환경적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도시가 친환경적이며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장두원 한국경제신문 인턴기자(연세대 국어국문 2년) seigich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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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정당의 정강정책은 왜 비슷한가…정부는 왜 커지고 비효율적인가

    필자는 영국 경제문제연구소(IEA·The Institute of Economic Affairs) 간행물을 정기 구독하고 있다. 그러다 2012년 어느 날 집으로 배달된 책, ‘Public Choice:A Primer’를 보고 “이것을 번역해 국내 독자들에게 제공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내 IEA에 편지를 썼고, 고맙게도 관대한 조건으로 번역권을 얻었으며, 2013년 3월 한국어로 출판했다.2013년 한국어로 출간에이먼 버틀러(Eamonn Butler)가 쓴 이 책, ‘공공선택론 입문’은 공공선택론에 처음 입문하는 독자에게는 공공선택론에 대해 간결하게 소개하는 데, 공공선택론을 깊이 연구한 독자에게는 공공선택론의 전체적인 내용을 요약,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 이전에도 공공선택론 개설서가 많이 발간됐지만, 이 책만큼 짧은 지면에 효율적으로 공공선택론 전반을 잘 해설한 책은 흔하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의 매력은 최근까지 이루어진 공공선택론 연구의 거의 모든 분야를 압축해서 잘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개념과 이론들이 언급되고 있고, 공공선택론의 역사도 제시되고 있다. 책 뒷부분에 공공선택론 연표를 붙여 공공선택론의 전반적인 역사를 편리하게 개관하고 참고할 수 있게 해 놓은 점도 다른 책에서 좀체 볼 수 없는 독자에 대한 배려다.필자가 번역한 다른 두 권의 책을 보완해서 읽으면 독자가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나는 고든 털럭이 공공선택론에 대해 쉽게 풀어 쓴 책으로 역시 IEA에서 간행된 ‘득표 동기론(The Vote Motive)’이고, 다른 하나는 제임스 뷰캐넌과 고든 털럭이 미시간대 출판부에서 낸 공공선택론의 고전 ‘국민 합의의 분석(The Calculus of Consent)’이다.거짓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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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이해해야…자유의 이념은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다

    이영훈 교수는 서문에서 통합의 관점에서 책을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 나라가 세워지고 발전해온 역사를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았다. 역사가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그런 분열의 역사가 아니라 통합의 역사를 새롭게 쓸 필요가 있다.” 즉 ‘국민이 자랑스럽게 공유할 역사’ ‘통합의 역사’를 목표로 했던 것이다.성장과 민주주의 정착이영훈 교수는 대한민국의 분열을 넘는 통합의 역사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역사를 위한 올바른 관점’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 다섯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이 공유하는 역사가 필요하다. 둘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셋째, 민족주의는 우리의 소중한 공동체 정서이지만 휩쓸려서는 안 된다. 넷째, 자유의 이념은 역사발전의 근본동력이다. 다섯째, 해방 후 경제성장과 민주주의가 정착된 1987년까지는 ‘나라 만들기’의 과정이다.‘대한민국 역사’에서 이영훈 교수는 역사의 거짓을 밝히는 것을 넘어 새로운 역사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즉, ‘대한민국 만들기’라는 주제가 함축하는 바와 같이 과거와의 단절 없이 앞뒤가 이어진 통합의 역사관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압축적 경제성장의 기원과 근본 원인을 찾아보면서 경제 근대화의 성공이 시장경제에 의해 가능해졌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또한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정부의 수립이 역사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대한민국 성공이라는 하나의 역사로 통합되어 흐르고 있음을 설명한다. 박정희의 경제 근대화 성공은 이승만의 건국과 나라 지키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영훈 교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