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내가 만난 운명의 Book (40) 이영훈의 '대한민국 역사' (하)
이영훈 교수는 서문에서 통합의 관점에서 책을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 나라가 세워지고 발전해온 역사를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았다. 역사가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그런 분열의 역사가 아니라 통합의 역사를 새롭게 쓸 필요가 있다.” 즉 ‘국민이 자랑스럽게 공유할 역사’ ‘통합의 역사’를 목표로 했던 것이다.성장과 민주주의 정착
![[Books In Life]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이해해야…자유의 이념은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510/AA.10687588.1.jpg)
‘대한민국 역사’에서 이영훈 교수는 역사의 거짓을 밝히는 것을 넘어 새로운 역사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즉, ‘대한민국 만들기’라는 주제가 함축하는 바와 같이 과거와의 단절 없이 앞뒤가 이어진 통합의 역사관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압축적 경제성장의 기원과 근본 원인을 찾아보면서 경제 근대화의 성공이 시장경제에 의해 가능해졌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는 대한민국 긍정의 역사를 보여준다는 이유 때문에 재미있게 읽힌다. 역사서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가?”를 제기하고 탐구한 역사서가 된 것 같다. 어떻게 대한민국의 건국은 이뤄졌으며 그리고 어떻게 헌법은 만들어졌고 이승만은 대통령이 되었는가? 박정희의 경제성장은 어떠한 방식이었기에 성공했는가? 자유민주주의는 어떻게 시장경제와 함께하는가?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영훈 교수가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했던 행적과 일치한다. 그야말로 학문과 행동의 일치다.
민법 통해 일제 착취
![[Books In Life]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이해해야…자유의 이념은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510/AA.10720471.1.jpg)
이렇게 반근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이고 좌익적 세계관을 가진 학자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그러면 ‘친중(親中)’과 ‘친북(親北)’은 객관적이며 옳은 것인가? 식민지 근대화가 사실이 아니라면 우리의 근대화가 자생적인 것이었다는 실체적 근거는 무엇인가? 자생적인 근대화의 씨앗이 일제의 침략으로 그렇게 쉽게 없어질 성질의 것이었는가? 그들은 이 질문에 성실히 답해야 한다.
이영훈 교수는 한국 사회에 진실로 자리 잡은 수많은 역사의 거짓을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 이야기’에서는 정신대와 종군위안부의 차이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위안부는 군인들처럼 강제 징입된 것은 아니지만 배후에 일본군과 조선총독부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임을 설명한 바 있다.
몇몇 역사학자가 주장하는 ‘자본주의 맹아론’의 허구를 밝히고 있다. 일제의 침략을 무력만이 아닌, 법과 제도 등 근대문명의 이식과 무역을 통한 개방이라는 측면에서 해석한다. 경제사학자로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통해 일제 식민지 시대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제의 진정한 수탈 메커니즘을 밝히고 있다. 즉 일제 식민지 시대는 민법의 기초원리가 세워지고 소유권 절대의 원칙을 통해 사유재산 제도가 확립되었고, 근대 서구 문물이 이식되고, 제도로 정착된 시대였다. 일제는 수탈이 아니라 투자를 통해 한반도의 자원과 공업시설을 일본인의 소유로 만들어 갔다. 이때는 민족 차별과 억압이 횡행한 불행했던 시기였다.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 다뤄

한마디로 ‘대한민국 역사’는 대한민국의 수립과 발전을 다룬 균형 잡힌 (거의 유일한) 역사서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모두에게 교과서에 해당하는 서적이다. 좌편향에 물들지 않은 우파의 역사서이다. 감정적이지 않고 실증적이며 그래서 객관적인 흔치 않은 교과서이다. 대충 알던 대한민국 역사를 자세히 알 수 있고, 논쟁적인 역사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초한 시각에서, 즉 자유주의자의 시각에서 설명해 주는 책이다. 한마디로 ‘좌파적’ 역사만 배워온 중·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과 그 이후 경제성장, 민주주의의 확립 등 나라 만들기 역사를 알려주는 역사서이다. 마지막 제7장에서는 북한의 현대 역사를 김일성 독재정권의 확립부터 김정일 시대, 수령체제의 위기와 선군정치까지 핵심 사건들로 설명한다. 북한 역사를 대한민국 역사의 일부분으로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영훈 교수는 북한의 역사 역시 통일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의 일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대한민국 역사’에서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숙독해야 할 명저
자기 나라의 역사를 모르고 사랑할 수는 없다. 그저 우리나라니까 사랑한다는 맹목적인 생각은 쉽게 깨지고 오래 가지 않는다. 그래서 거의 모든 국가가 어린 시절부터의 역사 교육에 관심을 두고 신경을 쓰는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라를 만들고 지키고 성공적으로 키워온 선조들처럼 대한민국은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할 가치 있는 나라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북콘서트에 참석한 수많은 학생의 열정적이고 진지한 반응에서 보듯이 이영훈 교수는 자유주의 역사학자로서 자신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로 우리는 다음 세대에 자랑스럽게 물려줄 역사를 가지게 되었다. ‘대한민국 역사’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반드시 몇 차례는 숙독(熟讀)해야 할 명저(名著)다.
김인영 <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