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내가 만난 운명의 Book (40) 이영훈의 '대한민국 역사' (하)
이영훈 교수는 서문에서 통합의 관점에서 책을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 나라가 세워지고 발전해온 역사를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았다. 역사가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그런 분열의 역사가 아니라 통합의 역사를 새롭게 쓸 필요가 있다.” 즉 ‘국민이 자랑스럽게 공유할 역사’ ‘통합의 역사’를 목표로 했던 것이다.성장과 민주주의 정착
이영훈 교수는 대한민국의 분열을 넘는 통합의 역사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역사를 위한 올바른 관점’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 다섯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이 공유하는 역사가 필요하다. 둘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셋째, 민족주의는 우리의 소중한 공동체 정서이지만 휩쓸려서는 안 된다. 넷째, 자유의 이념은 역사발전의 근본동력이다. 다섯째, 해방 후 경제성장과 민주주의가 정착된 1987년까지는 ‘나라 만들기’의 과정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이영훈 교수는 역사의 거짓을 밝히는 것을 넘어 새로운 역사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즉, ‘대한민국 만들기’라는 주제가 함축하는 바와 같이 과거와의 단절 없이 앞뒤가 이어진 통합의 역사관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압축적 경제성장의 기원과 근본 원인을 찾아보면서 경제 근대화의 성공이 시장경제에 의해 가능해졌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또한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정부의 수립이 역사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대한민국 성공이라는 하나의 역사로 통합되어 흐르고 있음을 설명한다. 박정희의 경제 근대화 성공은 이승만의 건국과 나라 지키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영훈 교수는 “박정희의 근대화 혁명은 이승만의 커다란 건국유업에 두 발을 딛고 있었다”고 해석한다. 그리고 4·19와 5·16이 겉으로는 대립적인 것 같지만 결국 하나로 연결된다고 본다. 4·19가 추구한 민주주의는 5·16에 의한 경제성장과 중산층의 확대로 1987년 결실을 맺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4·19와 5·16은 연속적인 사건이다. 진정 탁월한 역사 해석이다.
‘대한민국 역사’는 대한민국 긍정의 역사를 보여준다는 이유 때문에 재미있게 읽힌다. 역사서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가?”를 제기하고 탐구한 역사서가 된 것 같다. 어떻게 대한민국의 건국은 이뤄졌으며 그리고 어떻게 헌법은 만들어졌고 이승만은 대통령이 되었는가? 박정희의 경제성장은 어떠한 방식이었기에 성공했는가? 자유민주주의는 어떻게 시장경제와 함께하는가?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영훈 교수가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했던 행적과 일치한다. 그야말로 학문과 행동의 일치다.
민법 통해 일제 착취
이영훈 교수가 ‘대한민국 이야기’에 이어 ‘대한민국 역사’에서 보여준 역사에 대한 문제의식과 관심범위의 확대는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조선후기 경제사를 연구하면 농업생산성 하락을 통한 양반체제의 몰락, 이어 조선이 망하고 일본에 의해 진행된 근대화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 과정을 가감 없이 논문으로 밝히지만 이러한 학문적 주장을 일부 비판론자들은 ‘친일’과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비난하면서 친일과 식민지 근대화론을 일치시켰다.
이렇게 반근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이고 좌익적 세계관을 가진 학자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그러면 ‘친중(親中)’과 ‘친북(親北)’은 객관적이며 옳은 것인가? 식민지 근대화가 사실이 아니라면 우리의 근대화가 자생적인 것이었다는 실체적 근거는 무엇인가? 자생적인 근대화의 씨앗이 일제의 침략으로 그렇게 쉽게 없어질 성질의 것이었는가? 그들은 이 질문에 성실히 답해야 한다.
이영훈 교수는 한국 사회에 진실로 자리 잡은 수많은 역사의 거짓을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 이야기’에서는 정신대와 종군위안부의 차이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위안부는 군인들처럼 강제 징입된 것은 아니지만 배후에 일본군과 조선총독부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임을 설명한 바 있다.
몇몇 역사학자가 주장하는 ‘자본주의 맹아론’의 허구를 밝히고 있다. 일제의 침략을 무력만이 아닌, 법과 제도 등 근대문명의 이식과 무역을 통한 개방이라는 측면에서 해석한다. 경제사학자로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통해 일제 식민지 시대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제의 진정한 수탈 메커니즘을 밝히고 있다. 즉 일제 식민지 시대는 민법의 기초원리가 세워지고 소유권 절대의 원칙을 통해 사유재산 제도가 확립되었고, 근대 서구 문물이 이식되고, 제도로 정착된 시대였다. 일제는 수탈이 아니라 투자를 통해 한반도의 자원과 공업시설을 일본인의 소유로 만들어 갔다. 이때는 민족 차별과 억압이 횡행한 불행했던 시기였다.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 다뤄
‘대한민국 역사’는 해방 이후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모두 다룬 완결판 역사서이다. 기존 부정적인 역사 이해 때문에 자세히 기술하지 않거나 간과해버린 부분들을 기술해 내려간 다음, 부정을 극복하고 긍정에 이르게 한다. 그리고 사건을 다룸에 있어 지나친 좌편향적 역사 서술과 역사 교육을 비판하고 역사의 주인공을 ‘민족’이 아닌 ‘자유’와 ‘개인’이라는 문명의 요소로 재해석하고 있다. 자유를 갈망하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를 설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이영훈 교수가 자신이 자유주의자임을 선언한 이유도 우리는 알게 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역사’는 대한민국의 수립과 발전을 다룬 균형 잡힌 (거의 유일한) 역사서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모두에게 교과서에 해당하는 서적이다. 좌편향에 물들지 않은 우파의 역사서이다. 감정적이지 않고 실증적이며 그래서 객관적인 흔치 않은 교과서이다. 대충 알던 대한민국 역사를 자세히 알 수 있고, 논쟁적인 역사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초한 시각에서, 즉 자유주의자의 시각에서 설명해 주는 책이다. 한마디로 ‘좌파적’ 역사만 배워온 중·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과 그 이후 경제성장, 민주주의의 확립 등 나라 만들기 역사를 알려주는 역사서이다. 마지막 제7장에서는 북한의 현대 역사를 김일성 독재정권의 확립부터 김정일 시대, 수령체제의 위기와 선군정치까지 핵심 사건들로 설명한다. 북한 역사를 대한민국 역사의 일부분으로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영훈 교수는 북한의 역사 역시 통일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의 일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대한민국 역사’에서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숙독해야 할 명저
자기 나라의 역사를 모르고 사랑할 수는 없다. 그저 우리나라니까 사랑한다는 맹목적인 생각은 쉽게 깨지고 오래 가지 않는다. 그래서 거의 모든 국가가 어린 시절부터의 역사 교육에 관심을 두고 신경을 쓰는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라를 만들고 지키고 성공적으로 키워온 선조들처럼 대한민국은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할 가치 있는 나라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북콘서트에 참석한 수많은 학생의 열정적이고 진지한 반응에서 보듯이 이영훈 교수는 자유주의 역사학자로서 자신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로 우리는 다음 세대에 자랑스럽게 물려줄 역사를 가지게 되었다. ‘대한민국 역사’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반드시 몇 차례는 숙독(熟讀)해야 할 명저(名著)다.
김인영 <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