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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이코노미
"첨단기술도 인간과 협업해야 생산성 극대화"
197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뉴욕 타임스’에 짧은 글을 남겼다. 제목은 매우 대담했다. ‘프리드먼 독트린’. 프리드먼은 기고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은 오로지 이윤을 높여 주주에게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에만 신경을 써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올리는 것”이라고 표현했다.1980년대는 경제의 많은 부분이 달라지는 시기였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기업의 수익이 근로자들에게 합리적으로 배분됐다. 당시에도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자동화와 노동 대체가 존재했지만 이를 상쇄할 만한 투자가 뒷받침되면서 노동의 한계생산성은 감소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제조업 소득 가운데 노동에 돌아가는 몫 역시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는 70% 수준으로 일정했다. 하지만 1980년대에는 기업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수익을 높여야 한다고 독려했고, 이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로 자리 잡았다.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 가운데 하나는 글로벌 경쟁이었다.특히 일본 자동차와의 경쟁은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이 시기 미국 경영자들은 노동을 더 이상 자원으로 보지 않고 비용으로 여겼다. 자연스럽게 외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용은 절감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졌다. 자동화로 근로자를 대체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미국은 1980년대까지 제조 현장에서 로봇 도입에 뒤처진 국가였다. 인구가 풍부한 덕에 로봇의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1990년대에는 미국 제조업에서도 로봇이 빠르게 확산하기 시작한다.독일에서는 동일한 소프트웨어와 로봇 기술을 가지고도 미국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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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시사경제
2차전지 핵심 원자재…'하얀 석유'로 불리죠
아무리 좋은 스마트폰이라도 배터리가 나가면 무용지물이다. 거의 모든 기기가 전자화되는 디지털 세상에서 배터리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반도체에 이어 2차전지가 차세대 유망 산업이라는 얘기를 경제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이유다. 사실 2차전지의 사전적 의미는 간단하다. 일반 건전지처럼 방전되면 수명이 끝나는 배터리는 1차전지이고, 충전해서 다시 쓸 수 있는 배터리는 2차전지다. 수십 년 전부터 쓰여온 2차전지가 ‘폭풍 성장’을 맞으게 된 계기는 전기차의 보급이다.배터리 양극재에 활용…전기 충전 돕는 역할세계 각국은 내연기관차를 점진적으로 퇴출시키고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보급을 촉진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한국은 중국, 일본과 함께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국내 간판 배터리 업체다.전기차 바람을 타고 ‘귀하신 몸’이 된 원자재 중 하나가 리튬(lithium)이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40% 안팎을 차지하는 핵심 구성 요소인 양극재에 채워져 전기를 생성하고 충전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 배터리에는 리튬이 30g 들어가는 반면 전기차 배터리엔 30~60㎏이 필요하다. 쉽게 산화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예전부터 스테인리스강 생산에 많이 쓰였는데, 최근 2차전지용 수요가 폭증하는 추세다. 또한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배터리 용량이 커서 고성능 차량에 탑재된다.문제는 우리나라 땅에서는 리튬이 나오지 않아 수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다. 리튬은 세계 매장량의 60%가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 일대에 치중돼 있다. 그중 상당량이 중국에서 가공돼 다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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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대리인이 자기 이익을 추구할 때 문제가 생기죠
금융상품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하는 ‘불완전판매’는 잊을 만하면 뉴스에 나오는 소재입니다.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이 단기 실적을 위해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죠. 이런 문제를 설명하는 경제 이론이 있습니다. 바로 ‘주인-대리인 문제’입니다. 수능에서는 비문학 지문이나 토론형 문제 등으로 다양하게 출시될 수 있는 소재입니다.주인-대리인 문제란주인-대리인 문제는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요. 계약을 통해 자신의 권한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사람을 주인이라 하고, 그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사람을 대리인이라고 해요. 은행을 예로 들면, 은행이 주인이고 영업창구에 앉아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이 은행의 대리인인 셈이죠. 대부분의 고용 관계에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문제는 이 관계에서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행사할 때 발생합니다. 금융상품 판매자가 자신의 단기 실적이란 이익을 위해서 회사가 정한 규칙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불완전판매’를 하는 것도 그중 하나의 사례죠.주인-대리인 문제가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는 근본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비롯됩니다. 대리인은 자신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계약대로 일하는지, 아니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죠. 하지만 주인은 대리인의 속내를 알 수 없습니다. 대리인이 문제를 일으키면 이에 따른 손해 비용이 발생할 수 있죠. 이 비용은 회사와 주주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전형적인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에 해당하기도 합니다.실제 사례는주인-대리인 문제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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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총수요와 총공급 함수 통해 도출하죠
이번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국가 경제의 작동과 관련된 거시경제에 대해 설명할 것이다. 거시경제 이론의 핵심은 한 나라의 균형총생산이 결정되는 과정이다. 한 나라의 균형총생산이 결정되어야 그 나라의 경제가 잘 성장하는지, 경기변동이 어느 정도 발생하는지에 대해 평가를 한다. 그에 따라 성장률을 높이거나 경기변동을 줄이는 경제정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균형총생산에는 단기균형총생산과 장기균형총생산이 있다. 단기와 장기의 균형총생산이 결정되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일치할 수도 있고 일치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각각의 균형이 갖는 의미와 도출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할 것이다.단기균형총생산은 현재 생산하는 규모고전학파의 경우 단기에 균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기는 하지만, 케인스학파가 존재하는 이상 단기균형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미시경제에서 균형은 교란이 발생하지 않으면 현재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배우는 단기균형은 교란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속되는 것은 아니고, 임금이 경직적인 단기라는 기간에만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 상황이다.단기균형총생산은 국가가 현재 실제로 생산하는 규모다. 물론 단기균형을 벗어나서 총생산이 균형 이상일 수도 있고, 반대로 총생산이 균형 이하의 수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개별 상품 시장처럼 균형을 벗어난 상황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단기균형으로 수렴하게 된다. 현재의 국내총생산을 의미하는 단기 국내총생산이 자연산출량보다 작은 기간이 오래 지속되면 경기침체라고 하고, 반대로 자연산출량보다 많은 기간이 오래 지속되면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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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세상
K방산 또 축포…한화, 호주에 장갑차 첫 수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영국, 독일 등 방산 선진국을 제치고 호주 정부로부터 장갑차 수주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12월 4일 폴란드와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에 연이어 ‘수주 잭팟’을 터뜨린 것이다. 방산 수입국이던 한국이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완전한 수출 국가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K-방산’은 방산 분야 꿈의 무대인 미국 시장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한화, 장갑차 ‘레드백’ 호주 공급 계약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국방부와 미래형 궤도 보병전투장갑차량(IFV)인 레드백 129대를 3조1649억 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8일 발표했다. 호주 정부가 군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7월 레드백을 우선협상대상 기종으로 선정한 지 5개월 만에 최종 계약으로 이어졌다. 이번 계약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레드백 129대를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급한다.호주 빅토리아주에 건설 중인 현지 공장에서 장갑차를 제조할 계획이다.호주 국방부의 장갑차 사업 규모가 기존 450대에서 129대로 줄었지만, 미국 주도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중 하나인 호주에서 첫 수주를 따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성능을 요구하는 호주 육군을 뚫어내면서 다른 국가에서도 도입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혼란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방산 기업으로서 또 한 걸음 나아간 것”이라고 말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화오션 등 국내 5대 방산 업체의 수주 잔액은 지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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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다인종국 한국'…인구위기에 도움 줄까
요즘 우리 국민은 한 달에 한 번씩 나라 걱정을 합니다. 통계청이 매달 인구 동향을 발표할 때마다 그렇습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작년 세계 최저 수준인 0.78명까지 떨어진 데 따른 충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 ‘자기 파멸적인 사회’라는 외신 보도도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했죠. 최근 통계청의 9월 인구 동향 발표는 우려를 더욱 키웁니다. 3분기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70명까지 떨어졌고, 인구 감소세가 49개월째 이어졌습니다. 미국 는 이를 두고 “흑사병 때보다 더 빠른 속도의 한국 인구 감소세”라고 했습니다. 치열한 입시 경쟁 등 한국인의 팍팍한 삶이 낮은 출산율의 원인이라고 해외 토픽처럼 소개합니다. 한국인의 이런 자화상에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출산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다들 자기 인생 살기도 벅차다고 하소연합니다. 이런 현실이 개선되지 않으니 17년째 추진해온 저출산 대책이 먹히지 않는 겁니다. 손에 잡히는 인구 대책은 이민 수용 확대가 유일합니다. 마침 내년 외국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5%를 넘어 한국도 ‘다인종·다문화 국가’가 됩니다. 좋은 계기일 수 있습니다. 이민자를 많이 받으려면 이주민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바뀌어야 합니다. 왜 인구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지, 이주민 유입을 늘리기 위한 노력은 어떻게 기울여야 할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청년세대의 박탈감이 저출산 근본 원인 능력발휘 돕고 양성평등에 노력해야죠 한국에서 저출산 문제는 거의 ‘포비아(공포증)’ 수준입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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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화상의 상처 딛고…‘희망의 댄스’ 추는 우크라 소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다친 우크라이나 소년 로만(8)이 지난 2일(현지시간) 르비우의 한 댄스 경연 대회에서 화상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공연을 펼치고 있다. 로만은 지난해 러시아의 공습에서 살아남은 후 1년 동안 피부 이식과 30여 차례의 수술을 견뎌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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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대공황 발생하면서 미시경제학의 한계 드러나
대공황은 산업혁명 이후에 등장한 경제 관련 사건 중 가장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대공황이 나타나기 전까지 세계경제는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시장만 잘 작동되면 인류는 계속 번영할 것이란 생각을 갖게 했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의 관심도 오직 시장에만 있었다. 시장만 잘 작동하면 경제는 자동으로 성장하고, 실업이나 물가 불안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도 발생 원인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대공황의 등장으로 시장경제는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번 주는 대공황을 중심으로 거시경제학이 등장한 상황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시장경제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악순환대공황(Great Depression)은 1929년 미국 주식시장의 예고 없는 붕괴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여파로 금융기관들의 연쇄 부도가 일어나면서 경제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1929년에서 1933년까지 4년 동안 실질 GDP가 29% 감소하고 실업률은 3.2%에서 25% 수준으로 상승했다. 대공황 발생으로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수요 부족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생산도 감소하면서 다시 실업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미국 주식시장이 붕괴한 근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이 많지만, 대공황은 수요 감소가 크게 나타나면서 발생하는 악순환을 시장경제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려준 사건이다.대공황 후 미시경제·거시경제로 구분대공황은 경제 연구를 시장 중심의 미시경제와 국가 중심의 거시경제로 구분하게 만든 사건이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대공황은 시장경제에 비해 거의 연구되지 않던 국가경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