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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교환·가치저장·가치척도 기능 가져야 화폐
그동안 소개한 다양한 경제학 원론은 주로 실물경제를 중심으로 한 이론이었다. 실물경제는 실생활에서 직접 사용하는 상품과 관련되어 발생하는 다양한 경제 현상을 말한다. 상품의 거래와 관련된 현상은 미시경제학 분야에서 소개했고, 상품의 생산 규모와 관련된 현상은 거시경제학에서 살펴봤다. 상품과 관련된 경제 분야를 실물경제라고 분류하는 경우 이와 대비되는 경제 분야는 ‘화폐경제’라고 부른다. 화폐경제는 쉽게 생각하면 돈과 관련된 경제 현상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누구나 돈이 무엇인지 알고,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음에도 돈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제 현상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워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주부터는 몇 주에 걸쳐 화폐경제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화폐경제는 실물경제와 별도로 작동하는 경제 현상이라기보다 동전의 앞뒤와 같이 함께 발생하는 현상이다. 즉 화폐경제 현상도 실물경제 현상처럼 경제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그럼에도 경제학에서는 화폐에 대한 설명을 거시경제 부문에서 다루고 있다. 이는 화폐가 경제성장이나 불황과 호황에 영향을 미쳐 한 나라의 생산량과 물가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화폐가 생산량과 물가에 미치는 효과나 정도에 대해서는 고전학파와 케인스학파가 서로 설명을 달리하지만 그 효과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학파나 장기와 단기의 관점으로 화폐경제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볼 것이다. 먼저 화폐의 거시경제적 효과를 살펴보기에 앞서 화폐의 일반적 역할에 대해 알아보자.우리에게는 화폐보다 돈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다. 하지만 돈이나 화폐, 통화 모두 같은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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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 찬반토론
도심 에어비앤비 규제 더 풀어야 하나
한국 도심에서 에어비앤비(공유숙박시설) 이용은 외국인만 가능하다. 국내에서 공유숙박시설 운영 조건은 세 가지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외국인 도시 민박업, 농어촌 민박업, 한옥 체험업으로 구체화된 조건에 따라야 사업 허가가 나온다. 물론 이 규정이 잘 지켜지지는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규제 개선 차원에서 외국인으로 제한하고 있는 이용자 자격을 내국인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차제에 공유숙박에 대한 규제를 모두 풀어야 ‘관광 한국’ 정책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많다. 반면 도시 민박업을 다 풀면 호텔 등 기존 숙박업체는 손님을 빼앗겨 망할 판이라는 반대도 만만찮다. 다가구 주택에서 외부인이 수시로 드나드는 민박 사업을 하면 주거 환경이 나빠지고 안전문제가 생긴다는 우려도 있다. 관광 활성화 차원의 공유숙박 규제완화, 어떻게 볼까.[찬성] 영업일·내국인 제한 풀어야 관광 활성화…젊은 층이 주로 이용, 주택과는 다른 시장도시 민박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는 관광 한국, 관광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풀어야 할 대표적 킬러 규제다. 현실과 동떨어진 데다 국제 기류와도 완전히 따로 노는 제한이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이 깨끗하고 가격도 합리적인 다양한 숙박 시설을 갖추는 것, 다음은 질 좋은 음식과 개성 있는 식당을 두루 구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도시 민박업을 허용하면서 외국인은 되고 한국인은 안 된다는 규제가 오랫동안 유지돼왔다. 뒤늦게 이 규제가 풀리게 됐지만 늦었다. 사실 이용자의 예약 이름만 외국인으로 기장하면 가능했다는 점에서 실익도 없는 껍데기 규제이기도 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었다.문제는 도시 내 공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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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시사경제
"갑질 멈춰"…美·中 빅테크 정조준한 유럽
유럽연합(EU) 27개국 전역에서 빅테크 규제를 강화한 디지털시장법(DMA)이 지난 7일(현지 시간) 전면 시행됐다. DMA는 빅테크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막는 동시에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운 법이다.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정해 특별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알파벳(구글 모회사)과 바이트댄스(틱톡 운영업체)를 비롯해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섯 곳이 지정됐다. 당초 EU는 삼성전자도 게이트키퍼에 포함하려다가 최종적으로 제외했다. ‘핵폭탄급’ 과징금, 긴장하는 빅테크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은 외부 앱, 대체 앱스토어 등을 허용해야 한다. 자신들의 서비스를 경쟁사보다 잘 보이게 노출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개인정보를 이용자 동의 없이 자사 다른 플랫폼의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관행 등도 규제 대상이다. EU는 운영체제, 소셜미디어, 검색엔진, 온라인 광고 서비스 등 총 20여 개 서비스에 대해 별도 의무사항을 부여했다. 위반 시 과징금 액수는 천문학적이다. 연간 글로벌 총매출액의 최대 10%가 부과되고, 반복적으로 어기면 이 비율이 20%까지 올라갈 수 있다.DMA가 전면 시행되면서 이들 업체가 유럽에서 제공해온 서비스에도 여러 변화가 생기고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 구글의 검색, 메타의 소셜미디어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애플은 아이폰에서 다른 앱스토어 설치를 허용했다. 그러면서 최대 30%에 달하던 앱스토어 결제 수수료를 낮췄다. 개발자들이 다른 앱스토어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구글 검색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예컨대 이용자가 구글에서 항공권을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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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세상
고려대, 내년 입시부터 무전공 대폭 확대…300명 규모의 '자유전공학부대학' 신설
고려대가 2025학년도 입시부터 자유전공을 확대한다. 지난 12일, 내년도 입시에 ‘자유전공학부대학’을 신설하고 신입생을 선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아직 구체화하는 단계라서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략 300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의 95명 규모 자유전공학부와는 별도다.서울 주요 대학들은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 확대와 융합형 인재 양성을 내건 교육부의 무전공 입학 확대 방침에 따라 무전공 또는 자유전공 입학생 선발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는 기존 자유전공학부를 내년 3월 출범하는 ‘학부대학’으로 옮기고 신입생 정원을 123명에서 40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양대도 2025학년도 입시부터 자유전공학부인 ‘한양인터칼리지’를 신설하고 신입생 25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연세대와 성균관대 등도 자유전공 입학생 선발을 위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교육부는 올해 고3 대입부터 수도권 대학과 주요 국립대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 무전공 선발을 재정적 인센티브 지원 요건으로 내걸기로 했다가 일각에서 반발이 이어지자 일단 2025학년도 대입에선 대학의 무전공 선발 비율을 의무화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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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질주하던 미래차…주춤하는 이유는?
근래에 크게 유행한 단어 중 하나가 ‘모빌리티(mobility, 이동성)’입니다. 공간과 공간을 잇는 교통수단에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함으로써 ‘이동의 미래’를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밖으로는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대와 기술개발 투자로 나타났죠.그런데 질주하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세계 자동차 제조 기업들이 속속 전기차 생산 속도를 늦추고, 자율주행차 기술개발과 투자를 중단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지난달 말에는 애플이 10년간 공들여온 자율주행차 ‘애플카’ 개발의 전면 중단을 선언해 업계와 투자자들은 물론, 관심 있게 지켜본 소비자에게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이 잠시 주춤하는 건지, 이대로 시동이 꺼지고 마는 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생글생글은 지난호 커버스토리에서 AI 기술 발전이 충분한 전력공급 여하에 달렸다고 전했습니다. 급증하는 전기 수요의 또 다른 한 축은 바로 모빌리티 기술입니다. 생글생글이 ‘애플카 개발 전면 중단’이란 뉴스에 주목하며 첨단 기술의 미래를 파고드는 커버스토리를 연속으로 준비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는지, 기술 발전에서 시장의 필요(needs)와 수요 기반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애플카 중단 충격…자율주행 기술은 꿈일까자동차 회사들 '전기차 올인' 전략 급브레이크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 프로젝트의 중단은 사실상 폐기나 다름없습니다. 문제는 운전자 개입 없이 완전히 차량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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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경제 살리려 통화주권 포기…'양날의 검' 달러라이제이션
“페소는 배설물만 한 가치도 없다. 그런 쓰레기는 비료로도 못 쓴다.”지난해 12월 10일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한 말이다. 그는 자국 통화 페소를 배설물과 쓰레기에 비유하며 미국 달러를 아르헨티나 공식 통화로 채택하겠다고 공약했다. 자기 나랏돈을 없애고 남의 나랏돈을 쓰겠다니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나라가 미국 달러를 공식 통화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얻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에 공짜는 없다. 달러라이제이션 역시 효과만큼이나 치러야 할 대가가 따른다.아르헨도 달러, 북한도 달러달러라이제이션은 어느 나라가 자국 통화 대신 미국 달러를 공식 통화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파나마,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국가 중 달러를 법정통화로 채택한 나라가 많다. 달러가 공식 통화는 아니지만 자국 통화의 가치를 미국 달러에 일정 비율로 고정해놓는 나라도 있다. 홍콩이 대표적이다. 현재 60여 개국이 달러를 법정통화로 쓰거나 페그제(특정 국가의 통화에 자국 통화의 환율을 고정하는 제도)를 시행한다.정부 정책과 상관없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달러라이제이션이 일어나기도 한다. 경제주체들이 자국 통화를 믿지 못해 달러를 사용하는 것이다. 북한도 그런 사례다. 한국은행은 작년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탈북자 289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 주민의 23.7%가 달러를 사용해봤을 것으로 추정했다. 위안화를 써본 북한 주민 비율도 15.7%로 추산됐다. 북한에선 달러라이제이션과 위아나이제이션(중국 위안화를 공식 통화로 사용하는 현상)이 함께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아르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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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시사경제
누구나 택시 타듯…비행기가 '대중교통' 된다
고흥만을 등지고 바라본 남도의 푸른 하늘 위로 작은 흰색 비행기 한 대가 날아올랐다. 100m까지 고도를 높이던 비행기는 이내 아파트 20층 높이인 60m 상공에 자리 잡고 순항을 시작했다. 기체에 적힌 등록 부호가 맨눈으로 보일 만큼 그다지 높지 않은 곳에서 나는데도 지상에서 큰 소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전남 고흥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이뤄진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 UAM) 기체 사전 실증 비행 현장이다.현실과 가까워진 ‘하늘 나는 자동차’이날 비행의 주인공은 한국항공주연구원(항우연)이 만든 국내 첫 UAM 기체 ‘오파브(OPPAV)’. 정부는 2025년 UAM 상용화를 목표로 삼고 있는데, 올해는 우선 비도심 지역에서 기술의 안전성 등을 검증하는 단계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말쯤에는 서울 시민들이 하늘을 나는 UAM을 탈 수 있게 된다. 궁극적으로 UAM을 택시요금 정도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만든다는 게 개발자들의 청사진이다. 정기훈 항우연 국장은 “UAM이 ‘부자들의 장난감’이 아닌 ‘대중교통’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UAM은 승객이나 화물을 태우고 다른 교통수단과 연계해 도심 등 지역에서 이동할 수 있는 항공교통 체계를 뜻한다. UAM 기체는 대개 전기를 주동력원으로 300∼600m 고도를 날게 된다. 현재의 UAM 개념은 미국 우버가 2016년에 발표한 ‘하늘을 나는 미래형 차량 호출 서비스’ 구상을 통해 처음 정립됐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라는 점에서 헬리콥터, 소형 제트기 등과는 구분된다.UAM을 현실로 만들려면 기체는 물론 이착륙 시설, 관제 시스템 등이 필수다. 활주로를 짓기 힘든 도심에서 기체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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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공급충격 땐 균형국민소득 줄고 물가는 올라
총수요와 단기 총공급이 물가와 무관하게 줄어들거나 증가하면 완전고용 국민소득인 장기 균형국민소득을 이탈해 단기 균형국민소득이 결정된다고 지난주에 설명했다. 총수요와 단기 총공급 중 하나라도 감소하면 단기 균형국민소득이 장기 균형국민소득보다 감소하는 불황이 나타나고, 반대로 총수요와 단기 총공급 중 하나라도 증가하면 단기 균형국민소득이 장기 균형국민소득보다 증가해 호황이 나타난다. 자원의 남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장기균형을 벗어난 호황도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현실에서 호황은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이번 주에는 불황을 중심으로 단기균형이 발생하는 과정과 대응책에 대해 살펴보자.불황의 발생은 단기 총공급의 감소보다 총수요의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총수요는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로 구성되는데, 이들 중에 투자나 수출은 변동성이 큰 편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으면 기업이 투자를 줄이면서 총수요가 줄어들게 된다. 수출은 전쟁과 같은 국제 정세의 변동이나 전염병 등의 발생으로 줄면서 총수요를 감소시킨다.이처럼 물가와 상관없는 요인에 의해 총수요가 감소하면 총수요곡선을 왼쪽으로 이동시키게 되므로 균형 생산량은 줄고 국민소득도 감소한다. 이에 따라 물가도 함께 하락한다. 총수요 감소로 발생한 불황은 물가도 함께 낮아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물가와 무관하게 생산이 완전고용 수준보다 적다는 것은 국가경제가 비효율적으로 작동되는 안 좋은 상황이다. 실제 현실의 모습을 보면 물가의 하락 정도보다 생산량 감소 정도가 더 크고, 단기로 갈수록 가격이 경직적이기 때문에 생산량 감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