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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Q는 이념·주관없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인간 상징…얻어터지면서도 '정신승리' 우기는 중국인들 풍자

    “폭군치하의 신민이 대개 폭군보다 더 난폭한 것처럼, 다수의 폭력이 얼마나 무서운 가를 보여준다.”(루쉰의 소설 장면 설명)“약자에 강하고 강자엔 상대도 못하는 중국인들을 묘사하지만 그게 중국인에만 해당되는 얘기일까.”(프랑스 작가 로맹 롤랑)“아Q는 건달에게 두들겨 맞고는 잠시 서서 생각한다. ‘아들놈한테 두들겨 맞은 걸로 치지 뭐. 요즘 세상은 돼먹지가 않았어’. 그리고는 자기만의 ‘정신승리법’을 동원해 이내 패배를 승리로 전환시킨 뒤 마치 남을 때린 것처럼 흡족해하며 승리의 발걸음을 옮겼다.”중국 현대문학의 개척자로 불리는 루쉰(1881~1936)이 《아Q정전(阿Q正傳)》에서 주인공 아Q를 묘사한 대목이다. 《아Q정전》은 1921년 문예운동 잡지 ‘신청년’에 발표된 중편소설이다. 중국 신해혁명(1911년) 전후 작은 가상의 농촌이 배경이다.아Q는 이름과 본적뿐 아니라 이전 행적도 분명치 않은 무지렁이다. 아Q의 아(阿)는 성이나 이름 앞에 붙여 친근함을 나타내고, Q는 변발한 머리 모양을 상징한다.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 변화를 직시하지 못하고, 어설픈 자기만족에 젖어 있던 청나라 정부와 무지몽매한 중국인에 대한 비판이 아Q라는 명칭에 담겨 있다. 작가 루쉰도 “중국인들의 우매한 근성을 지적하고, 국민성을 각성시키기 위해 《아Q정전》을 썼다”고 술회했다. 이 소설은 아Q의 20대 후반부터 도둑 누명을 쓰고 처형되는 30대 초반까지 삶과 죽음을 다뤘다.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단어가 ‘정신승리법’이다.열강 침탈에도 大國의식에 빠져아Q는 마을 허드렛일을 하며 폐허가 되다시피 한 집에서 혼자 산다. 문맹에다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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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명한 개인도 군중의 일원이 되는 순간 바보가 된다"…군중이 부화뇌동하는 원인을 사회·심리학 근거해 분석

    “군중시대는 독특하고 섬세하며 은인자중하는 모든 개인을 질식시켜 버릴 것이다. 이토록 진보한 시대에도 개인은 어디에 살든 비속해질 수밖에 없고, 그런 자신의 비속함을 망각하기 위해서라도 거창한 위안거리들을 찾아 헤맬 것이며, 지배정당의 깃발을 몸에 휘감고 다닐 것이 분명하다. 그는 ‘100% 군중인간’이 되고 말 것이다.”에버릿 딘 마틴(1880~1941)은 군중의 속성과 행동양식을 연구하는 데 매진한 미국 언론인 겸 교육자다. 그가 1920년 펴낸 《군중행동》은 군중이 왜 분위기에 휩쓸리고 부화뇌동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사회학과 심리학에 근거해 조목조목 파고들었다. 그는 “개인은 현명하고 합리적이지만, 군중의 일원이 되는 순간 바보가 된다”며 “군중은 개인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라고 규정했다. 마틴에 따르면 군중 속에서 개인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진리를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개인은 군중에 자신을 일체화시킴으로써 다른 인격체로 행동한다. 군중 일원으로 행동함에 따라 책임소재는 불분명해지고 책임성이 결여되면서 감정적으로 흐르기 쉽다.일부에선 《군중행동》이 보수적인 관점에서 정치 선동에 휘둘리는 군중의 모습을 다소 과장되게 묘사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군중의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인 사고 및 행동 양상 등을 탁월하게 분석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마틴은 군중의 개념과 관련해 프랑스 역사학자인 귀스타브 르봉의 심리학적 해석을 따른다. 군중 속에서 개인성은 사멸하고 개개인의 특성과 전혀 관계없는 집단심리가 형성되는데, 이것이 르봉이 내세운 ‘군중의 심리적 단일화 법칙’이다.마틴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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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수요관리정책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만 유발한다"…케인스의 '보이는 손' 한계 지적하고 정부 개입 최소화 강조

    “미국의 대공황은 몇몇 사람이 그 나라의 통화제도에 막대한 권한을 행사할 때 그들의 실수가 얼마나 엄청난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징표다.”“최저임금법에 무슨 효과가 있다면 이는 분명 빈곤을 증대시키는 효과일 것이다. 최저임금제도 도입으로 실업률은 더 올라가게 된다.”1929년 대공황이 발생한 이후 1960년대까지 세계 경제학계는 케인지언(Keynesian·케인스학파)의 시대였다. 불황기에 케인스가 주창한 정부의 재정정책은 자본주의 부흥을 이끈 ‘보이는 손’이었다. 밀턴 프리드먼은 《자본주의와 자유》(1962년)에서 케인지언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경제적 자유’의 중요성을 설파했다.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정부의 확대, 그리고 복지국가와 케인스주의적 발상의 승리가 자유와 번영에 끼칠 위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사람은 극소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예견대로 1970년대 들어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은 역관계(필립스 곡선)라는 기존 관념을 깨뜨린 스태그플레이션이 등장하고, 정부 개입의 부작용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선구적인 명저로 평가받게 됐다.프리드먼은 1921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우크라이나에서 이민 온 가난한 유대인이었다. 그는 1946년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해부터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 1976년 소비분석, 통화이론 등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케인지언으로 유명한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총장은 “케인스가 20세기 전반의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라면 20세기 후반의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는 프리드먼&rd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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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의 입장과 자신 행위에 대한 생각 포기는 최악"…'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으로 '생각의 무능력' 비판

    “나치 독일에서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죽음의 수용소로 보내는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악마가 아니었다. 입신양명을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가 역사적인 범죄자가 된 것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생각하려 들지 않은 ‘생각의 무능력’ 때문이었다.”1960년 5월11일 리하르트 클레멘트라는 이름의 남자가 아르헨티나에서 이스라엘 비밀경찰에게 붙잡혔다. 이스라엘로 압송된 그는 예루살렘 법정에 섰다. 그의 본명은 아돌프 아이히만.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강제이주와 학살 실무 책임을 맡은 독일 나치 친위대 간부였다.독일 출신 유대인으로 나치 학대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는 이 소식을 듣고 예루살렘으로 달려갔다. 평소 “어떻게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하는 끔찍한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될 수 있었는가”라고 의문을 품어왔던 터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재판부터 사형 집행까지 1년여 동안을 취재해 ‘뉴요커’에 연재했고, 이를 묶어 1963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출간했다.“아이히만의 죄는 ‘무(無)사유’”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살육에 번득이는 괴물이 아니라 평범한 보통 가장이라는 데 놀랐다. “아이히만은 셰익스피어에 등장하는 맥베스 같은 악(惡)의 화신을 떠올리게 하는 사악함도 없었고, 유대인 혐오자도 아니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중년 남성이었다. 명령 복종을 의무로 여기고, 의무를 지키는 행위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아이히만의 정신 상태를 감정한 의사 6명도 “아이히만은 끔찍할 정도로 정상적”이라고 결론내렸다. 아이히만이 나치당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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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지도자들은 현실은 무시하고 대중적 인기만 갈망"…'표'를 위해 국가의 존망마저 외면하는 정치꾼 행태 비난

    ‘불필요했던 전쟁(unnecessary war)’.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2차 세계대전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가” 하고 물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내놓은 답이다. 1500만여 명의 사상 최대 사망자를 낸 최악의 전쟁을 막을 기회가 너무 많았다는 회한이 담긴 한마디다.《제2차 세계대전》은 영국 총리로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회고록이자 역사서다. 처칠은 “두 차례 최악의 전쟁을 고위직에서 경험한 사람은 아마 내가 유일할 것”이라며 “실수를 성찰하고, 오류를 교정하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고 밝혔다. “도덕적인 사람들의 나약함이 사악한 사람들의 적의를 어떻게 강화시켰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맹목적 평화주의에 지배됐던 유럽총 6권 5000여 쪽의 방대한 저작을 관통하는 정서는 안타까움이다. 처칠은 ‘공포와 피비린내 나는 포격에 기초한 독재체제(나치즘)의 등장’에도 세계 지도자들은 “불편한 현실과 마주하기를 거부하고, 국익을 무시한 채 대중적 인기만 갈망했다”고 전한다. 세계의 운명이 달린 그 중대한 시기에 영국 총리였던 볼드윈은 유럽 정세에 무지했다고 개탄했다.유럽인들의 경계심은 나치 독일 지도자 히틀러의 능수능란한 수사에 무너졌다. 체코 수데텐 지역을 기습 점령한 히틀러는 “이것이 영토에 관한 내 마지막 요구”라며 할양해줄 것을 요구했다. 대재앙의 전초전이었다. 독일에 전력이 뒤지지 않던 체코는 항전 의지를 다짐했지만, 유럽 강국들은 ‘마지막 요구’라는 말을 믿고 사태를 봉합하는 데 급급했다. “전쟁을 감당할 자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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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나라 배척하려면 조선의 무딘 습속부터 바꿔야 한다"…공리공론<空理空論> 아닌 실사구시<實事求是>로 부(富)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

    “천하를 통치하는 사람은 백성에게 이롭고 국가를 부강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그 법이 오랑캐에게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본받아야 한다.”“어떤 사람들은 조선에는 산과 계곡이 많아 수레가 적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얼토당토 않은 소리다. 백성들이 이다지도 가난한 까닭은 대체 무엇 때문이겠는가.”“이용(利用)이 있은 뒤에야 후생(厚生)이 될 것이요, 후생이 된 뒤에야 정덕(正德)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생활이 넉넉하지 못하면 어찌 덕을 바르게 할 수 있겠는가. 부강한 나라 건설과 백성의 삶 증진에 보탬이 되는 실용을 정치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연암 박지원(1737~1805)은 조선 후기 실학파의 거두로 꼽힌다. 그는 정조 4년(1780) 청나라 황제 건륭제의 칠순을 축하하기 위한 사절단 일원으로 뽑혀 베이징과 황제의 별궁이 있던 열하를 다녀왔다. 《열하일기(熱河日記)》는 세계적인 제국으로 발전한 청나라를 두 달여간 목격한 뒤 쓴 생생한 기행문이다.그가 이 책을 통해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이용후생, 실사구시(實事求是)였다. 주자학에 매몰된 주류 기득권층이 명분에 집착해 백성의 삶을 돌보는 데는 무능하다고 비판하고, 공리공론(空理空論)이 아니라 진정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견문기라는 큰 틀을 지키면서도 그 안에 일기, 수필, 호질·허생전과 같은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담은 독특한 양식의 책이다.“백성에 도움되면 오랑캐에도 배워야”당시 조선에선 “청을 정벌하자”는 북벌론이 여전했다. 박지원은 이런 주장을 헛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눈에 비친 청은 조선과 달리 서양의 과학과 기술을 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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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적 방법으로 생산성 올리면 분배 문제 절로 해결"…테일러리즘으로 불린 관리법은 현대 경영학의 토대

    자본주의 경제는 ‘비효율과의 전쟁’을 통해 발전해왔다. 초기에 비효율은 삼림 파괴, 수(水)자원 낭비, 탄광 개발 남발 등 주로 자원과 관련한 문제였다. 프레드릭 테일러(Frederick Taylor·1856~1915)는 사람의 노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데 처음으로 주목했다. 효율적인 국가를 건설하려면 산업 현장에서 매일 반복되는 실수, 잘못된 지시, 노사 갈등을 해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믿었다. 노사가 협업해 과학적인 생산 방법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면 분배의 공평성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이런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 《과학적 관리법》(1911년)이다.테일러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공장에 들어가 공장장 자리에까지 오른 현장 전문가였다. 그는 30년간 과학적 관리법 보급을 위해 노력했지만 노동자로부터는 “초시계를 이용해 노동자를 착취한다”고, 기업가로부터는 “우리를 눈먼 돼지로 보느냐”고 비난받았다. 그러나 그는 과학적 관리법이 노사 모두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결국 널리 퍼질 것으로 확신했다. 훗날 과학적 관리법은 ‘테일러리즘(Taylorism)’으로 불리며 현대 경영학의 뿌리가 됐다.1900년대 영국과 미국에선 공장 근로자의 근무태만이 만연했다. 노동조합도 “노동자가 너무 많은 일을 하면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며 ‘적은 노동’을 권했다. 전체 생산량에 따라 임금을 주니 특별히 일을 더 많이 할 이유도 없었다.근무태만 몰아낸 과학적 관리법테일러는 노동자가 시간과 동작으로 분석한 과학적 원리에 따라 일하면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과학적 원리는 5단계를 거쳐 개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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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기와 질투 가득찬 인간,다른 사람 불행에서 기쁨 찾아…사랑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고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

    고대 인도인들은 명상과 수련을 통해 자신들이 도달해 안주해야 할 정신적인 도량(度量)을 다음 네 가지로 구분했다. 불교는 이 네 마음을 계승해 ‘사무량심(四無量心)’, 즉 ‘인간이 상상할 수도, 셀 수도 없는 경지의 네 가지 마음’으로 정리했다. 첫째는 사랑, 둘째는 연민, 셋째는 기쁨, 넷째는 평정심이다. 이 모든 덕목의 기준은 상대방이다.‘사랑’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고, 상대방이 행복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이자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배려다. ‘연민’은 내가 타인의 불행을 보고 단순히 눈물을 흘리는 소극적인 단계를 넘어선다. 자신에게 해가 되더라도 타인이 불행하지 않도록 헌신하는 노력이다. 세 번째 덕목인 ‘기쁨’은 사랑이나 연민보다 힘들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성공에 진심으로 기뻐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나와 경쟁하던 상대방의 성공을 진정으로 축하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련이 필요하다. 마지막 덕목인 ‘평정심’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삶의 일부로 기꺼이 수용하는 마음이다. 선의(善意) 이 네 가지 마음에서 가장 실천하기 힘든 마음가짐과 행동은 ‘기쁨’이다. 기쁨은 산스크리트어로 ‘무디타(mudita)’다. 무디타는 모든 인간의 마음에 숨겨져 있는 보화다. 무디타는 ‘섞다, 하나가 되다’라는 의미를 지닌 산스크리트어 동사 ‘무드(mud)’의 추상명사형으로 나와 너, 나와 그, 심지어는 나와 원수가 하나가 되는 마음이다. 우리 모두는 어머니의 배 속에서 나와 어머니의 보살핌 없이는 하루도 생존하지 못하는 취약한 동물이었다. 나는 기억할 수 없지만, 어머니는 갓난아이인 나의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