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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주의 이념 확산에는 '얼치기 지식인'의 책임이 크다"…선의(善意)로 가장해 유럽 휩쓸던 사회주의 허구성 경고

    “사회주의가 내세우는 이상은 실현 불가능한 것이다. 역사적 경험들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사회주의 정책으로 인해 사회가 파괴되고 난 다음에야 이런 경험들을 체득하는 경우가 많다.”프랑스의 군중심리학 대가인 귀스타브 르 봉(1841~1931)은 1896년 출간한 《사회주의의 심리학》에서 당시 유럽을 휩쓸던 사회주의의 허구성과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사회주의가 ‘핍박 없는 모두가 잘사는 평등사회’를 주창하지만, 사회발전 원동력인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억압하기 때문에 결국 핍박과 빈곤을 낳을 뿐”이라고 역설했다.“국가 간섭주의 확산 경계해야”르 봉은 유혈혁명을 부르짖는 사회주의 광기(狂氣)를 경계했다. “오늘날(1890년대) 상황은 혁명을 통해 사회 모순을 단번에 해결하려 했던 프랑스 대혁명 때를 떠올리게 한다. 사회주의의 득세는 피와 혼란, 독재로 귀결됐던 선례(先例)를 답습할 가능성을 높인다.”그는 사회주의 이념이 확대 재생산되는 데는 ‘얼치기 지식인’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가장 위험한 사회주의 사도(使徒)는 책에 담긴 지식 외에는 아무런 지식이 없는 학자들이다. 정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면서 ‘선의(善意)’를 가장한 구호로 민중을 선동한다. 문학가인 모레스 바레가 지적했듯이 현실과 유리된 이론가들은 사회 번영을 해친다.”사회주의는 여러 가지 모순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성이나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신앙’으로 자리잡았다는 판단에서였다. “사회주의 이론이 내포한 모순들이 사회주의의 승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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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몽과 오만은 자신만의 색안경으로 세상을 이해…그리스 비극공연은 ‘3인칭 눈’으로 사물 보는 연습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눈앞에 등장한 대상은 내가 보고 분석해 이해하는 객관적인 대상과는 별로 상관없다. 내가 그 대상을 오래전부터 보고 관찰해왔다면, 나는 이미 그 대상에 관한 이미지를 구축했고, 그 이미지에 그 대상을 언제나 대입시킨다. 나는 어떤 대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이미 저장돼 있는 이미지를 다시 확인할 뿐이다. 만일 내가 마주친 대상이 이전에 본 적이 없거나, 나의 지적인 활동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나는 그것을 이상한 것, 혹은 신기한 것으로 치부하고 이해하기를 포기한다.색안경 나는 내 두 눈을 통해 내가 이해하고 있는 세계 안으로 매일 만나는 대상을 강제로 끌어당긴다. 그 대상이 지니고 있는 내적인 통일성과 진정성을 인식하기 위해선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나는 세상을 왜곡된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인식하고 고백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인 어제까지의 시선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남들은 모두 내가 색안경을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나의 배경과 환경이 나의 습관과 익숙함이 돼 나 자신은 색안경을 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기원전 5세기에 등장한 그리스 비극 공연의 가장 큰 목적은 디오니소스 축제에 앉아 비극 공연을 보고 있는 아테네인들에게 세상을 자신의 눈, 즉 1인칭의 눈으로 쳐다보지 말고 옆에 앉아 있는 남편의 눈, 아내의 눈, 자식의 눈으로 볼 뿐만 아니라 가장 비극적인 인간, 원수의 눈, 적군의 눈, 즉 3인칭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고 촉구한다. 영화, 연극, 방송, 신문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는 제3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이다. 나의 눈에서 색안경을 벗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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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족·인종·영토·언어·종교는 민족 결정조건 아니다"…민족 이루는 요소로 더불어 살려는 '의지 공동체' 강조

    “민족은 인종에서 유래하는 것도, 언어로 구분되는 것도, 종교로 결속되는 것도, 국경선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민족이란 언제든지 새로 생겨날 수 있으며, 언젠가는 종말을 고하게 되는 개념일 뿐이다.”근대국가가 성립하면서 본격 등장한 ‘민족’이란 개념은 인류에게 수많은 갈등을 부추겼다. 민족이란 이름 아래 다른 민족을 대량 학살하는 비극도 적지 않았다. 민족을 구성하는 요인은 무엇이고, 순수한 단일 민족이라는 것이 가능한 건가. 프랑스 철학자이자 언어학자인 에르네스트 르낭(1823~1892)이 이런 고민을 담아 펴낸 책이 《민족이란 무엇인가》다.르낭이 민족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 계기는 1870년 발생한 프랑스-프로이센 간 전쟁이었다. 전쟁에서 이긴 프로이센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독일제국’을 선포했다. 이와 함께 독일 민족주의가 전면에 부상했다. 독일은 게르만족이라는 혈통과 독일어라는 언어를 국가 구성요건의 핵심으로 삼았다. 르낭은 민족성의 원칙을 이렇게 인종과 언어에 두는 독일식 민족주의 원리가 틀렸음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종족이나 인종, 지리, 언어, 종교 등은 민족을 결정하는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르낭은 “민족이 종족에서 유래한다는 믿음은 무의미하다”며 “유럽만 봐도 이 믿음의 오류는 명백하다”고 했다. 유럽은 로마제국 지배를 받던 당시 하나로 묶여 있었고, 이 국경선 안에서 수많은 민족이 몇백 년간 뒤섞였다. 로마제국이 해체된 이후에도 많은 전쟁과 이동을 통해 민족이 혼합됐다. 따라서 프랑스인은 켈트족이기도 하고, 이베리아족이기도 하며, 게르만족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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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예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자가 받는 '훈장'…트로이 영웅 아킬레우스는 목숨 바친 대가로 '명성' 얻어

    고대 그리스의 가장 위대한 역사가 중 한 명인 투키디데스(기원전 460~400년)는 《펠레폰네소스 전쟁사》라는 불후의 저서를 남겼다. 아테네는 기원전 5세기 후반 거의 30년 동안 스파르타와 내전을 벌였다. 이 전쟁을 기록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그 범위와 간결함, 정확도에서 역사서술의 전범이라 불릴 만하다.투키디데스의 질문은 이런 것이다. “왜 아테네는 전쟁을 치러야 하는가? 어떻게 정치가 사회나 개인을 고양시키거나 혹은 망가뜨릴 수 있는가? 누가 위대한 리더인가? 아테네가 퇴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아테네가 퇴락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테네를 떠받치고 있던 ‘명예’가 비웃음거리로 전락해 사라져 버렸다.” 아레테 고대 그리스인은 모든 인간에겐 각자에게 알맞은 ‘개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개성은 각자가 발견하고 수련해야 할 신의 선물이다. 그들은 아테네에서 운명적으로 각자 다른 신분으로 태어났다. 그(녀)는 공동체인 ‘도시’ 안에서 자기 나름의 탁월함을 발휘한다. 개인은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을 통해 자신의 탁월함을 드러낸다. 고대 그리스어로 경쟁은 ‘아곤(agon)’이다. 인간은 아곤을 통해서만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탁월함은 고대 그리스어로 ‘아레테(arete)’다. 아레테는 흔히 ‘덕’으로 번역되나, 고대 그리스인들이 염원한 인간의 최선을 총체적으로 담은 단어다. 아레테의 의미는 실로 다양하다. ‘선, 탁월함, 남성다움, 힘, 용기, 덕, 성격, 명성, 영광, 위엄’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적, 경의, 경배의 대상’이란 의미도 있다. 고대 그리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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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급증 따른 빈곤 불가피성 강조하며 미래 비관, 농업생산성 향상 간과…국가 개입주의 한계 지적도

    영국 경제학자인 토머스 맬서스(1766~1834)는 1798년 《인구론》을 펴냈다. 산업혁명으로 농촌 사람들이 계속 도시로 몰려들던 때였다. 급팽창한 도시는 혼란스러웠지만, 당시 유럽을 지배하고 있던 계몽주의 사상은 산업혁명과 과학 발달에 힘입어 사회가 더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었다.맬서스는 사회 주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인구론》을 대표하는 문장인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에서 보듯 미래를 비관적으로 봤다. 토지 자원은 유한한 만큼 식량 증산이 인구 증가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그리고 그는 식량 부족이 초래할 빈곤은 자연적 조건에 의한 것이지 사회제도에 의한 것이 아니며, 인위적으로 구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맬서스는 일반 정서와는 다른 주장을 펼치는 데 대한 부담 때문에 《인구론》 초판을 익명으로 낸 뒤 2판부터 실명으로 출판하며 내용을 수정해 나갔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는 《인구론》의 가치를 “문장도 착상도 단순하지만, 여기에는 체계적인 경제학적 사고의 발단이 있고 인용할 만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식량부족 대비해 인구 급증 막아야”맬서스는 《인구론》 출판에 앞서 미국 정치가이자 과학자인 벤저민 프랭클린으로부터 통계자료를 받아 인구와 식량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의 ‘기하급수적 인구 증가와 산술급수적 식량 증산’ 결론은 그렇게 도출됐다. “25년마다 인구는 1, 2, 4, 8, 16, 32, 64, 128, 256, 512 식으로 증가한다. 식량은 1, 2, 3, 4, 5, 6, 7, 8, 9, 10 식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225년 뒤에는 인구와 식량의 비율이 512 대 10이 될 것이다.”《인구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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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아림이 없는 크레온 왕이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 비극의 주인공은 오만·아둔·복수로 파국을 초래하죠

    실수하는 사람은 모른다. 자신이 그 일을 잘못했는지. 그는 자신의 습관대로, 혹은 자신이 이해한 사회의 관습대로 일을 저질렀을 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있다면 깨닫는다. 그가 양식이 있다면, 후에 그 일을 돌이켜보거나 혹은 그 실수가 더 큰 실수로 이어질 때, 실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실수하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려는 안목이 있다면, 그는 행복하다. 매일매일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한 걸음씩 전진하기 때문이다. 만일 자신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거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겐 더 큰 실수가 엄습한다. 그 실수는 돌이킬 수 없어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하마르티아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 비극을 비롯한 문학 및 예술작품의 내용과 기준을 정의한 《시학》에서 비극의 주인공이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성격을 하나의 그리스 단어로 표현했다. 바로 ‘하마르티아(hamartia)’다. 비극의 주인공은 하마르티아를 통해 자신과 자신의 친지를 해친다. 이 감정은 비극을 관람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성격이며, 더 나아가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어 언제든지 그의 생각과 말, 행동을 지배해 멸망의 길로 인도한다.하마르티아는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이 지닌 성격이며 마음가짐이다. 하마르티아는 비(非)도덕적이거나 비윤리적이지는 않다. 그렇다고 반(反)사회적이거나 반가족적도 아니다. 이 단어는 그리스어 동사 ‘하마르타노’의 명사형으로, 그 원래 의미는 ‘(궁수가 활시위를 당겨 날아가는 화살이) 과녁으로부터 빗나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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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으면 도덕이 무엇이 중요한가"…거래와 분업·이익의 중요성 강조한 '조선판 국부론'

    “재물은 우물과 같다. 쓸수록 자꾸 가득 차고, 이용하지 않으면 말라 버린다. 지금 나라 안에는 비단을 입지 않으므로 비단 짜는 사람이 없다. 따라서 여공(女工)이 쇠했으며, 장인이 없어졌다. 이용할 줄 모르니 생산할 줄 모르고, 결국 모두가 가난해져 서로 도울 길이 없다.”조선 실학자 박제가(1750~1815)의 《북학의(北學議)》는 네 차례에 걸쳐 청나라의 풍속과 제도를 살펴본 뒤 쓴 책이다. 조선의 부국강병(富國强兵)을 꿈꾸며 개혁과 개방 청사진을 담았다. 성리학이 나라의 사상적 근간이던 시절 그는 상업과 유통, 대외무역의 중요성 등 경제 논리를 강조했다.제대로 된 경제 구조를 갖추지 못해 가난할 수밖에 없는 조선의 현실을 비판했다. 발상을 바꾸자는 것이었다. 소비를 진작하고 생산을 증진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고 주장했다. 그는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도덕이 무엇이 중요한가”라고 의문을 제기한 뒤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나라를 강성하게 하는 것을 학자가 추구해야 할 목표로 제시했다. 일종의 ‘조선판 국부론(國富論)’이다.서문에서 조선의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했다. 그는 “지금 나라의 큰 병폐는 가난”이라며 “대궐의 큰 뜰에서 의식을 거행할 때 거적때기를 깔고 있다. 궁문을 지키는 수비병마저 새끼줄로 띠를 만들어 매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가난을 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외국과의 통상을 활성화할 것을 제안했다. 당시 조선은 청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와는 쇄국에 가까울 정도로 교역이 미미했다. 청나라와도 해로를 통한 교역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육로도 교역 물품 제한이 많아 ‘봇짐장사’ 수준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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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펜하우어는 의지(意志)를 금보다 귀한 가치로 여겨…자신을 위해 숙고하고 그 숙고를 실천하는 삶 살아야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는 괴물은 무료함이다. 그러나 인류역사에서 무료함은 최근 현상이다. 19세기 후반에 일어난 제2차 산업혁명은 노동의 분화를 통해 인류에게 ‘여가’를 선물했다. 인류는 처음으로 육체적인 노동으로부터 벗어나 자유 시간을 즐기기 시작한다. 인류는 더 이상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적자생존’의 야만적인 삶을 살 필요가 없다.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자유 시간을 가진다. 우리는 환경이나 외부의 혹독한 환경으로부터 ‘탈출하는 자유’에는 익숙하지만, 인간답고 의미가 있는 ‘적극적이며 주도적인 삶을 위한 자유’에는 서투르다. 그런 자유를 고민하고 추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무료함 우리는 대부분 중독을 조장하는 순응에 만족하고 안주한다. 여가와 노동은 동전의 양면이자 필요충분조건들로, 여가를 통해 노동이 항상 새롭게 변신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 둘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높다란 담을 쌓았다. 우리는 자유로운 시간을 대개는 TV를 보거나 손 안의 TV인 스마트폰을 쳐다보면서 소일한다.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타인의 물건이나 타인의 일상을 탐닉한다. 혹은 카페에 앉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연예인 이야기로 몇 시간을 보낸다. 심지어 높은 산 정상에 올라서는 스마트폰을 꺼내 정상 표지석 앞에서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셀카’를 찍는다. 우리에게 어제 한 일들을 오늘 반복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무대에 들어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아무것도 열망하지 못하고 아무도 모르게 그 무대에서 사라진다. 이스라엘 왕 솔로몬이 《전도서》에서 말한 “부질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