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토마스 파이벨 <프렌드북 유출사건>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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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직장에서 쫓겨나 우울증을 겪는 엄마와 사는 열여섯 살 조쉬, 친구 알렉스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해 비참하고 기분이 나쁘다. 게다가 알렉스가 리키와 얼굴을 맞대고 찍은 사진이 반 친구 모두가 보는 프렌드북에 올라왔다. 조쉬는 자신이 좋아하는 리키가 여전히 알렉스의 연애 상대인지 궁금하다. 하지만 알렉스가 프렌드북 친구를 끊어버려 볼 수가 없다.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실수와 오해가 친구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조쉬가 알렉스의 프렌드북에 접속해 여러 차례 시도한 끝에 비밀번호를 알아낸다. 알렉스가 아직 안 본 ‘빨간 하트가 붙어있는 메시지’를 클릭한 조쉬의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모범생 안나가 알렉스에게 자신의 몸 사진을 찍어 보냈던 것. 순간 조쉬는 알렉스를 골탕 먹일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알렉스의 이름으로 안나 사진을 프렌드북에 올려 모두가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프렌드북 유출사건>을 쓴 독일작가 토마스 파이벨은 ‘아동·청소년과 컴퓨터’를 주제로 칼럼을 쓰고 강연하는 저널리스트로도 유명하다. 청소년들의 소셜네트워크 중독을 다룬 청소년 소설 <‘좋아요’를 눌러줘!>로 2014 라이프치히 독자상을 수상했고, 전자매체의 올바른 사용에 헌신한 공로로 독일 도서관&정보협회로부터 카를 프로이스커 메달을 받았다.

SNS 전반에 해박한 작가가 쓴 만큼 <프렌드북 유출사건>은 바로 우리 옆에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다. 또한 스토리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어디로 귀결될지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SNS 범죄에 중형 선고요즘 SNS를 통한 범죄가 연일 일어나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SNS상의 범죄는 형량이 높지 않았으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전파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면서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범죄자들에게 수십 년의 중형이 선고된다. SNS는 어떤 경우에도 추적이 가능한 데다 최초 유포자뿐만 아니라 2차 3차 유포자들도 처벌받는다. 자나깨나 불조심과 함께 SNS 조심을 하며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프렌드북에 야한 사진이 올라오는 일이 종종 있어 처음에는 큰 문제가 없는 듯했으나 안나가 자살 시도를 하면서 선생님들과 학부형들까지 다 알게 된다. 최고 인기 스타였던 알렉스는 하루 아침에 왕따가 되고 리키까지도 등을 돌리고 만다.

알렉스는 조쉬가 범인이라는 걸 까맣게 모르고 도움을 요청한다. 일진 샤이엔이 자기 몰래 사진을 올린 것 같으니 단서를 찾아달라는 것과 리키의 마음을 돌릴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이다. 일은 점점 복잡하게 꼬여가지만 리키와는 점차 가까워지자 조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리키와 함께 병문안을 갔을 때 초점 없는 눈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안나의 창백한 모습에 조쉬는 심한 가책을 느낀다. 조쉬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하며 경찰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털어놓는다. 어이없게도 알렉스가 스스로 범인임을 시인해 사건이 종결됐다는 말만 돌아온다. 알렉스에게 찾아가 그간의 일을 다 말하는 과정에서 조쉬는 자신이 먼저 프렌드북을 차단했고, 그로 인해 알렉스의 생일파티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토론하기 좋은 책실수와 오해로 인해 엄청난 사건을 벌인 조쉬는 알렉스에게 자신의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다 털어놓겠다고 한다. 알렉스는 “이제 와서 뭐하러? 네 마음만 더 홀가분해지라고?”라며 경멸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더니 왜 그랬는지 물어본다. 조쉬는 “그냥 심심하고 기분이 좋지 않아서”라고 답한다.

안나의 사진은 사실 리키의 사진이고, 리키가 안나인 척 올렸다는 것도 밝혀진다. 그럼에도 안나가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면서 자살 기도까지 하게 된 것이다. 심심하고 기분이 좋지 않아서,
이근미 작가
이근미 작가
장난으로, 대수롭지 않게,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순간의 실수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도 나락으로 빠뜨린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프렌드북 유출사건>은 토론하기 좋은 책이다. SNS 올바로 사용하기, 실수와 범죄의 차이점 등등 논의할 내용이 많다. 조쉬와 리키는 대체 무슨 생각에서 어이없는 일을 벌였으며, 피해자인 알렉스와 안나의 마음은 어떨지, 그들에게 감정을 이입하여 많은 생각을 해보라. 그밖에 일진 그룹의 행태와 결손가정의 자녀 문제까지 생각할 주제가 가득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