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교양 기타

    (14) 대학(大學)

    1700여 글자 수밖에 안 되는 '고전 중의 고전'이 있다.무엇이냐고? 『대학』이다.기독교인에게 하느님 말씀이 있고 불자에게는 부처님 말씀이 있는 것처럼 유학자에게는 공자의 가르침이 있다.유학의 핵심적인 경전은 사서(四書)로 알려져 있는 『대학』,『논어』,『맹자』,『중용』이다.흘러간 옛날 책이라고? 천만에.중국의 현대사상가인 리쩌허우는 자신과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중국인들의 문화심리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정신유산인 문화전통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가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리쩌허우는 중국의 고대 사상을 박물관에나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바라보는 입장에 반대하고 있다.중국인들만을 위한 것일까? 1. 천년의 기다림 만일 어떤 책이 독립적인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와 주목받기까지 1000년에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면,참으로 신기한 일이다.그런 책이 바로 『대학』이다.『대학』은 본래 오경(五經: 시경,서경,주역,예기,춘추)의 하나인 『예기』 전 49편 중 제42편에 해당하는 글이었다.그렇다면 『예기』 안에서 특별히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고 묵묵히 여럿 중 하나로 있었던 '대학'을 누가 흔들어 깨워 세상을 향해 걸어 나오도록 한 것일까?여기에는 당나라 한유로부터 시작하여 송나라 대학자인 주희(주자)의 정신적 스승인 정호,정이 형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학자가 관련되어 있다.특히 서양인들에게는 새로운 유학이라고 알려져 있는 성리학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주희에 이르러서,『대학』은 유가의 도(道)가 실려 있는 중요한 문헌으로 형성되었다.주희는 『대학』의 내용을 세 가지 강령(명명덕 明明德,신민 新民,지어지선 止於至善)과 그 강령에 대한 실

  • 교양 기타

    (13) 제러드 다이아몬드 '총ㆍ균ㆍ쇠' (하)

    농업 발달 → 인구 증가 → 질병 증가의 결과는… 2. 복잡하고 큰 사회의 힘. 총ㆍ균ㆍ쇠 ◆원문읽기유라시아인들에게는 기타 대륙 사람들에 비해 가축화할 만한 대형 야생 초식성 포유류가 훨씬 더 많았다.포유류 번식이 지리적,생태적,역사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유리하게 전개되었다.첫째,유라시아는 그 넓은 면적과 생태학적 다양성에 걸맞게 처음부터 후보종 수가 많았다.둘째,오스트레일리아와 남북아메리카는 홍적세 말기에 닥쳐온 엄청난 파도 속에서 대부분의 후보종을 잃고 말았지만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는 그렇지 않았다.포유류를 가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축화할 만한 포유류 종이 많아야 하고,또한 그 동물들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야 하며,그 가축들을 사육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즉,일정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단 정착 거주방식이 일찍부터 조성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해석=위 인용문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 의미를 연결해보자."일정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단 정착 거주 방식이 이미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대목에서 농경생활을 읽어낼 수 있으면 훌륭하다.농경이 정착생활을 낳고,다시 가축사육을 가져왔다는 게 저자의 논리다.가축은 포유류이기 때문에,작물보다 기후에 덜 민감하다.그러나 사육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사육의 효율성은 동물마다 다르다.예컨대 어떤 동물은 먹는 양에 비해 살이 적게 찌고,어떤 동물은 특정 작물만 먹기 때문에 번식지역이 좁다.이왕이면 젖을 공급받을 수 있는 동물이 보다 효율적이다.가축 후보종의 수가 많아야 보다 사육에 적절한 동물을 선택하기 쉽다.따라서 가축 후보종의 수가 너무

  • 교양 기타

    (12) 제러드 다이아몬드 '총 · 균 · 쇠'

    『총·균·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제3의 침팬지』 등 진화론적 관점에서 다룬 인류학 저서를 통해 인류의 기원과 발전,그리고 미래에 대한 차분하고 날카로운 관점을 제시해왔다.특히 『총·균·쇠』에서는 해박한 인문·사회·지리·생물학적 지식을 이용해 인류의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문명 격차의 원인과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그러나 저자가 스스로 밝히는 이런 집필 목적 외에도 행간에서 읽히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시적 통찰의 양과 질이 만만치 않다.인간의 자유로운 창의력이 역사 발전의 힘인지,아니면 환경이 가능하게 하고 또 강요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또 서양 문명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자신의 민족에 대해 종족적 열등감이나 반발적으로 국수주의적 태도를 가진 사람도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그런가 하면 교과서에 나오는 아놀드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의 역사'로서의 인간 발전 법칙도 핵심적인 논리로 등장한다.그런 까닭에 이 책은 비교적 최신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세대의 인류에게 던지는 메시지'로서 고전의 의미에 부합하는 명저로 평가받는다. 1.의문의 시작 ◆원문 읽기얄리는 그날 나에게 했던 것처럼 이미 많은 백인들에게 질문을 퍼부었고,나 역시 수많은 뉴기니인들에게 질문한 경험이 있었다. 우리는 둘 다 뉴기니인들이 적어도 유럽인들에게 지지 않을 만큼 똑똑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튼 그 순간 얄리는 아마도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다시금 그 번뜩이는 눈빛으로 나를 찌를 듯이 바라보면서 이렇게 물었다."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물품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 왔는

  • 교양 기타

    (11) 카프카 '변신(Die Verwandlung)'

    1.벌레로 변하다! 악몽과 같은 현대인의 삶가족의 생계를 위해 부지런히 일하던 한 남자가 있다.그는 출장가기로 한 날 아침에 일어나 자신이 벌레로 변한 것을 본다.아무도 그가 왜 벌레로 변했는지 알 수 없지만,누구도 그 이유를 캐거나 그를 원래대로 돌아오도록 만들려 노력하지 않는다.벌레로 변한 주인공도 그의 가족도 현실을 외면하고 숨기기에만 급급할 뿐이다.오랫동안 가족과 직장을 위해서 일만 하던 남자는 처음으로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법을 배운다.인간의 언어를 상실한 주인공은 오직 행동으로 말할 수밖에 없지만,그의 행동을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벌레로 변하기 전에도 그는 무자비한 사회 안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었고,생활의 무게에 눌린 개인으로서 현실은 악몽과 같았을 것이다.이제 그것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그는 가족에게 수치와 괴로움을 주지 않기 위해 벌레로서의 삶에 적응하려 노력한다.얼마간은 적응하는 듯 보인다.그러나 비록 벌레의 껍질을 쓰고 있지만 인간으로 지내던 시절의 기억을 고스란히 갖고 있고,가족과 소통하지 못함을 괴로워하기 시작한다.결국 주인공은 여동생의 바이올린 연주에 감동해 가족에게 다가갔다가 파국을 맞는다.변신 전 가장 가까웠던 여동생은 오히려 앞장서 그의 죽음을 재촉한다.그는 세계와의 소통에 실패하고 가족의 몰이해 속에서 결국 무의미한 죽음을 맞는다.2.벌레로 살다가 죽다카프카의 '변신'에서 특이한 점은 주인공이 처음부터 이미 변신한 벌레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내내 벌레의 몸으로 살다가 끝내 벌레의 존재로 숨을 거둔다는 것이다.변신 전의 원래 모습은 회상을 통해 그의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이다.어떻게

  • 교양 기타

    (10) 장 자크 루소 '인간 불평등 기원론'

    ◎장 자크 루소(Rousseau, Jean-Jacques)1712년 부모 없이 자라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고 시계 견습공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37세에 디종 아카데미의 현상 공모에 당선된 '학문과 예술론'을 출판하며 이름을 날렸고,뒤이어 '인간 불평등 기원론''정치경제론''사회계약론' 등으로 당시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저술가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프랑스 혁명을 주도한 로베스피에르가 당시의 전통과 기득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한 루소를 정신적 스승으로 존경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 1."인간 사이의 불평등의 기원은 무엇이며, 불평등은 자연법에 의해 허용되는가?"이 질문은 논술시험의 논제가 아니다.18세기 디종 아카데미가 제시한 질문이다.여러분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루소는 이에 대해 '인간 불평등 기원론'이라는 논문을 통해서 나름대로 답변을 했다.어릴 적부터 가난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루소는 디종 아카데미가 질문을 던지기 이전에 '인간이 왜 불평등한가'에 대한 나름의 고민을 했을 것이다.가난 때문에 어려서부터 일을 해야만 했고,굶주려야 했던 루소가 자신의 가난과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민감한 감수성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그런데 루소는 특이하게도 이러한 불평등의 원인을 문명 그 자체로 보고 있다.부자나,귀족 등 특정 계급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 자연 상태에서 벗어난 인간의 문명 자체를 비판한다는 점에서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에게서 비난을 받았다.당시의 전통과 기득권을 부정하는 것이기에 매우 진보적인 주장이었지만 '과거' 자연 상태로의 복귀를 꾀한다는 의미에서 '보수적 사상'이기도 했다.

  • 교양 기타

    (9)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1889~1976)1889년 독일 바덴주(州) 메스키르히에서 태어났다.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신학과 철학을 배웠다.1923년 마르부르크대학교 교수,1928년 현상학으로 유명한 후설 교수의 뒤를 이어 프라이부르크대 교수,1933∼1934년 총장을 지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전후에 한때 추방당했다가 후에 다시 복직하였다.그의 사색의 대부분은 슈바르츠발트의 산장(山莊)에서 이루어졌다.※참고 도서:Heidegger,Martin,Sein und Zeit,Tubingen 1993(이기상 옮김,존재와 시간,서울,까치,2000) 반갑습니다.생글생글 독자 여러분.먼저 퀴즈 하나! 여기 한 개의 사과가 있습니다.사과의 본질은 눈앞에 놓여 있는 사과 그 자체일까요,아니면 노란 사과,파란 사과,썩은 사과 등을 모두 포함하는 '사과'라는 추상 개념일까요? 그리스의 플라톤 할아버지는 본질은 개별적인 사과가 아니라 개별적인 사과의 특성을 모두 포함하는 추상성으로서의 사과라고 말씀하셨습니다.우리가 감각하는 것들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으로 가상에 불과할 뿐이고,그 현상의 배후에 참다운 '본질'인 이데아가 있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그런데 독일의 하이데거 교수님은 본질과 현상에 대한 플라톤의 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가 봅니다.교수님은 우리에게 보이는 구체적 현상이 바로 세계이고 '현상의 배후에 숨겨진 그 어떤 것'은 없다고 생각하십니다.♣하이데거와 실존주의하이데거는 20세기 독일 실존주의를 대표한다.실존주의는 하나의 이념이라기보다는 여러 철학자들(하이데거,야스퍼스,키에르케고르,샤르트르 등)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주제들을 일컫는 말이다.실존주의는 형이상학에 대한

  • 교양 기타

    (8)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인간은 유전자의 복제욕구 수행하는 '생존기계' ▶리처드 도킨스(Clinton Richard Dawkins,1941~)행동생물학자(ethologist).옥스퍼드 대학 생물학 교수.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 이론으로 사회생물학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동물들의 행동과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 간의 관계를 밝히고 유전자가 진화에 있어서의 주 선택 단위(unit of selection)라는 생각을 대중화하는 데 기여하였다.2005년 미국의 국제외교 분야 전문지 '포린 폴리시'와 영국의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가 공동 선정한 '이 시대 최고 지성 100인'에 뽑히기도 하였다.대표 저서 '이기적 유전자' 외에 다른 저서로는 '확장된 표현형(The extended Phenotype)' '눈먼 시계공(The blind Watchmaker)' 등이 있다.-------------------------------------------------------------------- 1.인간-이기적인 생존 기계리처드 도킨스는 정통 다윈주의자다.다윈은 종(species)의 진화는 적자생존의 자연선택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원리를 세웠고 다위니즘은 다윈 이전과 이후를 갈라놓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과학과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도킨스는 이 적자 생존과 자연 선택이라는 개념을 유전자 단위로까지 끌어내려 진화를 설명한 학자다.도킨스에 의하면 다윈에 의해 밝혀진 진화 메커니즘은 자연의 선택이며 유전자의 역사이다.그러므로 유전자 차원에서 동·식물에 대한 분석은 물론 인간에 대한 분석도 이루어져야 한다.유전자 입장에서 본다면 모든 동·식물은 유전자의 자기보존 욕구를 수행하는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인간 또한 유전자가 스스로를 보존해 가기 위해 진화시켜 가는 일종의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성공적인

  • 교양 기타

    (7) 칼 포퍼 ② ‥ 이데아 -> 변증법

    포퍼는 '이성(reason)'에 대한 과신을 버리라고 말한다.이때 이성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인간의 합리적 추론 능력 자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인식된 이성',다시 말해 하나의 관념체계를 말한다.추론된 세계관을 하나의 고정불변하는 절대가치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포퍼는 그런 세계관의 하나로 역사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고 생각하는 역사주의를 예로 들었다.포퍼가 서구 지성사에서 만악의 근원으로 꼽고 있는 사상의 원조는 전편에서 보았듯이 플라톤이다.플라톤은 현실의 세계는 진리의 모사일 뿐이며 진실한 세계는 조잡한 현실의 너머에 있는 이데아의 세계라고 말했다.이 '이데아'가 이상국가론이 되고,여기에 역사 개념이 들어가면서 헤겔의 변증법이 되고,변증법의 종착역이 마르크스의 공산사회가 되는데 바로 이것이 닫힌 세계라는 것이 포퍼의 고발이다.역사에 종착역이 있다고 보는 이런 관점은 굳이 포퍼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매우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역사는 무언가 인간이 인식할 수 없는 운명의 힘에 의해,혹은 정해진 노정에 따라 진행되며 인간은 그 역사의 무대에서 무언가 엄중한 사명을 받아 수행하는 존재라는 생각은 너무도 광범위한 것도 현실이다.포퍼는 그 대표적인 것의 하나가 민족주의라고 말하고 있다. ◆원문 읽기헤겔은 프러시아의 전체주의적 민족주의의 편을 들었다. 민족주의는 본래 종족적 본능과 정념과 편견에 호소하며 개인적 책임을 집단적 책임으로 대치함으로써 그 책임이 안겨 주는 긴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우리의 욕망에 호소한다.이것은 근본적으로 평등주의와 인도주의를 지향하는 열린사회와 대립되는 비합리적인 집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