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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 … "악은 평범한데서도 나온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 독일에서 출생, 성장. 한때 하이데거의 연인으로, 또 야스퍼스의 제자로 지내며 철학을 공부했다. 유대인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던 1933년 독일을 떠나 프랑스로, 1941년에는 미국으로 망명했다. 1951년에 『전체주의의 기원』을 통해 정치사상가로서 명성을 얻게 되고, 이후 『인간의 조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혁명론』 등 여러 저작을 남겼다. 이중 유대인 학살의 핵심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 보고서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은 이른바 ‘악의 평범성’ 개념으로 인해 숱한 논쟁을 낳는다. 사후에 출간된 주요 저작으로는 『정신의 삶』이 있다.◆ 칼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 1906~1962)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핵심 책임자다. 그의 지휘로 유럽 전역에서 잡혀와 강제수용소에서 희생된 유대인 수는 약 600만명. 아이히만은 독일 패전 후 1960년 5월까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에서 가족과 함께 숨어 살다가 이스라엘 비밀경찰에게 체포돼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고, 1962년 5월 31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 반대하고 저항했던 독일인들도 적지 않았다.많은 지식인들이 해외로 망명했지만,어떤 사람들은 국내에서 나치의 명령을 거부하고 죽음을 택하기도 했다.전쟁이 끝날 무렵 친위대로 징집됐다가 이를 거부해 사형을 당한 청년들의 편지도 남아있다.이들은 처형당하기 전날 가족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다."우리 두 사람은 그런 끔직한 일로 우리의 양심에 부끄러운 짓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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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존 롤스 '정의론' (하)

    '부당한 불평등'은 NO '정당한 불평등'은 YES 롤스의 '정의의 원칙'을 요약하면 '부당한 불평등은 안되지만 정당한 불평등을 수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부당한 불평등이란 소수의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를 말한다. 아무리 소수에게라도 부당한 불평등이 허용된다면,그 사회는 정의롭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정당한 불평등이 실제 가능한 걸까? 롤스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불평등 자체가 부정의는 아니기 때문이다. 소수의 불평등자가 그 불평등을 정당하다고 여긴다면 그 사회는 정의롭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4.정의의 제2원칙;차등의 원칙 ◆원문읽기사회적·경제적 불평등, 예를 들면 재산과 권력의 불평등을 허용하되 그것이 모든 사람,특히 그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그 불평등을 보상할 만한 이득을 가져오는 경우에는 정당한 것이 된다. 소수자(강자)가 더 큰 이익을 취한다 해도 그로 인해 불운한 사람(약자)의 처지가 더 향상된다면 부정의한 것은 아니다. 부정의는 그보다 더 큰 부정의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참을 수 있는 것이다.▶해설=상식적으로는 이 원칙이 이해되기 어렵다. 강자가 약자보다 더 큰 이득을 취함에도 불구하고 약자에게 그것이 더 이득이 된다는 게 가능한가? 강자가 더 큰 이득을 취할수록 약자가 더 작은 이득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평등주의자들은 불평등이란 강자가 약자의 것을 빼앗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본다. 하지만 롤스는 불평등하지만 사회적 약자가 큰 이득을 가질 수 있는 경우를 예로 들어 평등주의를 반박한다.능력이 탁월한 사람의 대표적인 예로 배용준을 떠올려보자. 배용준은 일반인과는 비교가 안되는 액수를 매년 벌어들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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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존 롤스 '정의론' (상)

    존 롤스의 『정의론』은 서울대 고려대를 비롯해 많은 대학에서 제시문으로 내고 있는 고전이다.정의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철학의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기도 하다.황경식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롤스 이전과 이후로 정의론에 대한 학문의 역사가 구분된다"고 할 정도로 그를 높게 평가했다.롤스의 『정의론』은 모두 읽어내기에는 분량이 너무 많다.700쪽이 넘는데다 철학 전공자가 아니면 읽기에도 지루하다.또 논술 문제를 풀기 위해 두꺼운 고전을 모두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그러나 『정의론』이 무엇이며 어떤 문제를 다뤘는지에 대해선 반드시 알아둬야 한다.생글생글 고전읽기를 통해 존 롤스 『정의론』에 대해 맛보기라도 해보자. 1.책의 구성『정의론』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학문적 탐구 과정이다.무엇을 정의롭다고 하는가에 대한 논리적 정당성을 추구하는 사고 과정이기도 하다.이 책은 1부 원리론,2부 제도론,3부 목적론으로 구성돼 있다.우리가 정의를 논하는 데 어떤 논리적 전제가 필요한지를 논한 것이 1부이다.2부는 정의의 원칙을 현실세계에 적용할 때 어떤 기준들이 필요한지를 다양한 측면에서 검증하고 있다.예를 들어 다수결 원칙이란 무엇인지,분배적 정의는 무엇인지,양심의 자유란 무엇인지 등 우리가 정치·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정치적 주제들을 논하고 있다.벌써 머리가 복잡해지는 학생이라면 다음의 질문들을 보자.[경우 1] 4명의 친구에게 떡 3개가 주어졌다.떡을 어떻게 나누어 먹으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까?[경우 2] 4명의 친구가 고스톱을 쳤는데 그 중 1명은 따고 3명은 잃었다.그런데 돈을 잃은 친구는 도박이 나쁜 것이라며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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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김시습 '금오신화' … '연애 고수' 사랑이야기

    조선 시대에 살았던 처녀, 총각은 제대로 연애 한 번 못 하고 집안에서 맺어 준 사람과 혼인하여 살았을 거라 믿고 있다면 '금오신화'를 읽어 보자.김시습이 쓴 '금오신화'에 나오는 남녀는 연애의 고수들이다.자기와 통하는 인연이 나타나면 서로 머뭇거리고 주저함 없이 열렬히 사랑한다.그들의 사랑을 따라가면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데는 어떤 장애도 있지 않음을 알게 된다.'금오신화'에는 사랑하는 여자와 남자가 서로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지 못해 속 태우는 남녀가 없다.사랑하는 두 남녀 중 누가 일방적으로 사랑을 끌어가지도 않는다.자신의 사랑하는 마음을 멋진 시에 담아 상대에게 표현할 줄 아는 격조와 풍류가 그들에게는 있다.지금까지 전해 오고 있는 '금오신화'의 이야기 다섯 편 중 '이 서생이 담 안의 아가씨를 엿보다'를 읽어 보자. 1.연애의 시작은 이렇게 하는 거야◆원문 읽기이 서생은 일찍부터 책을 끼고 학교에 갈 때는 언제나 최 처녀의 집 앞을 지나 다녔는데, (중략) 어느 날 이 서생이 그 나무 밑에서 쉬다가 문득 담 안을 엿보았더니 (중략) 한 아름다운 여인이 수를 놓고 있다가 손을 잠시 멈추어 아래턱을 괴더니 시를 읊는다.저기 가는 저 총각은 누구 집 도련님고푸른 깃 넓은 띠가 버들 새로 비쳐오네.이몸이 화신(化身)하여 대청 안에 제비되면주렴을 사뿐 걷어 담장 위를 넘어가리.이 서생은 여인이 읊은 시를 듣고는 자기의 재주를 급히 시험하고자 안달이 났다.(중략) 학교에서 돌아올 때에 흰 종이 한 폭에다 시 3수를 써서 기와 쪽에 매달아 담 안으로 던져 보냈다.예쁜 인연 되려는지 궂은 인연되려는지부질없는 이내 하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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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임마누엘 칸트 '도덕 형이상학 원론'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년)1724년 동프러시아의 쾨니히스베르크에서 가난한 집안의 9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가난하게 살았지만 뒤늦게 50대에서야 모교인 쾨니히스베르크대학 교수가 되어 80세에 죽을 때까지 철학사에 남을 대저작들을 남겼다.칸트는 데카르트에서 시작한 합리론과 베이컨에서 시작된 경험론을 종합,철학적 사유의 새로운 한 시대를 열었다.그의 인식론 윤리학 미학에 걸친 종합적·체계적인 작업은 뒤에 생겨난 철학사조들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대표적인 저서로 비판 3부작인 『순수이성비판』,『실천이성비판』,『판단력비판』이 있다. 데카르트 '합리론' + 베이컨 '경험론' 철학적 사유 새로운 한 시대 열어 1.칸트의 이상주의 vs 공리주의재화(財貨,goods)는 욕망의 대상이다.춥고 배고픈 사람에게 따뜻한 집과 음식보다 선(善)한 것이 있겠는가? 우리의 언어생활에서도 자선(慈善,charity)은 물질적 원조를 의미한다.또 'good'은 '유효함'으로 번역하는 때는 대상의 '실질적 결과나 영향이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반면에 사람들은 때로 의지의 선함을 문제 삼기도 한다.평소에 잊어버리고 살다가 연말만 되면 고아원·양로원에 라면상자를 들여놓고 기념사진을 찍어가는 사람들을 보며,뜻이 옳지 못하면 물질적 도움도 선행(善行)이라고 부르기를 꺼린다.『윤리와 사상』 교과서에서는 전자의 관점을 공리주의로,후자의 관점은 이상주의적 윤리관으로 부르는데 이 둘의 구분선을 따라가다 보면 서양 합리주의의 모든 국면을 만난다.행위의 결과보다는 동기를 중시한 칸트는 어떤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명령이 아니라,그 자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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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 인간 곁에 다가온 '자연의 재앙'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1962)은 과학 지식과 은유적인 수사,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전한 일화를 통해 자연의 재앙이 사람들 곁에 다가와 있음을 알린 환경학과 생태학의 고전이다.카슨은 원래 시인을 꿈꾸었던 문학도였다.펜실베이니아주 스프링데일이라는 목가적인 고장에서 태어난 그녀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던 중 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되어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학 석사과정을 마치게 된다.카슨은 1930년대에 미국 전역을 휩쓴 경제공황과 여성과학자에 대한 과학계의 편견으로 박사과정을 중단한 뒤 대가족의 생계를 꾸리기 위해 해양과학에 관한 대중적인 글을 쓰기 시작했다.그러다가 새소리가 사라진 자신의 정원에 관한 한 여성의 편지를 받고,마침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합성화학 살충제의 폐해를 파헤치게 되었다. 오랜 조사과정을 거쳐 4년 만에 완성된 [침묵의 봄]은 발간 즉시 높은 대중적인 호응을 얻음으로써 무차별적인 살충제 사용에 관한 반성과 화학산업계의 거센 반발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과학적인 자료조사와 서정적인 문체로 DDT를 비롯한 화학살충제의 생태계 파괴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의 고전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침묵의 봄]은 자연계가 파괴된 세상을 인상 깊게 묘사한 '내일을 위한 우화'로 첫머리를 장식한다.그녀는 인류가 택한 길이 결국은 자기들이 사는 땅을 오염시키고,나무들을 시들게 하고,지저귀던 새들마저 떠나게 함으로써 마침내 '침묵의 봄'을 불러올 것임을 예언하였다.나비가 없으니 꽃도 피지 않고,새들이 없으니 봄도 오지 않는 그런 죽음의 적막만이 가득한 인류의 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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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장자(莊子)③ … 논술시험 '단골 출제'

    장자는 황당한 이야기꾼이다.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일단 재미있고,상상력을 자극하며,무엇보다도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묻어 있다.또한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장자의 이야기는 대학별 논술시험에서 제시문으로 단골 출제되고 있다.생글생글에서도 이미 다루었던 인물이기는 하지만,앞서 다루지 않았던 여러 이야기 중에서 도(道)와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보려고 한다.아래의 글들은 지혜나 인식론과 관련한 제시문으로 출제될 가능성이 있는 내용들이다.◆원문읽기동곽자가 장자에게 물었다."도는 어디에 있는가?""없는 곳이 없다.""구체적으로 이름을 지적하여 말해 보시오.""쇠파리에 있다.""도가 어찌 그리 지저분한데 있는가?""가라지나 피 같은 잡초에 있다.""어째서 더 하찮은 것에 있는가?""옹기 조각에 있다.""왜 점점 더 심해지는가?""똥 오줌에 있다.""…"장자가 말하였다."당신의 질문은 본질을 물은 것이 아니다.구체적인 사물을 벗어나 도를 이야기하려 해서는 안 된다.지극한 도는 이와 같고,위대한 말도 이와 같다." <장자 '지북유(知北遊)'>▶해설=사람들은 현실이 힘들면 다른 세계를 꿈꾸게 된다.괴로운 현실 속에서 특히 인생의 진실,지혜를 발견하기는 어렵다.하지만 도(道)는 우리와 유리되어 있지 않다고 장자는 이야기한다.도를 먼 곳에서 찾지 말고 우리의 일상 속에서,지극히 소박한 사물 속에서 찾으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장자는 도가 아주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공자와 맹자의 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상하고 순결한 대상으로서 도를 이야기하지 말라는 장자의 이야기에서 도는 매우 구체적이면서도,직관적인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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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에드워드 윌슨 '인간본성에 대하여(On Human Nature)'

    ◈ 에드워드 윌슨 (Edward O. Wilson)1929년 미국 출생.개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1956년부터 하버드대학 교수로 재임.20여권의 명저를 저술한 과학 저술가로서 『인간 본성에 대하여』와 『개미』로 두 번의 퓰리처상을 수상하였다.'사회생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며,생물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친 20세기 대표 지성으로 꼽힌다.주요 저서로 학문 간 대통합을 시도한 『통섭』을 비롯 『사회생물학ㆍ새로운 종합』,『인간 본성에 대하여』,『개미』,『생명의 다양성』,『자연주의자』 등이 있다. 여학생 A에게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해보자."남학생 B는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 애였어.어떤 교수님 강의가 재미있다고 소문이 나서 수강 신청을 했는데,교수님이 모친상을 당하시는 바람에 첫 시간은 발표 팀만 짜고 휴강했거든? 그런데 그 B 남학생과 한 팀이 된 거야.그리고 그 다음 날 지하철에서 우연히 그 남자애를 만났는데 왠지 더 싫더라고.근데 얘가 내 옆자리에 앉더니 대뜸 뭐래는 줄 알아?근친상간에 관심있냐는 거야 글쎄!"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여학생 A의 뇌리에 어떤 생각들이 스쳐지나갈까? 남학생의 진의를 따질 새도 없이 우선 남학생을 더 불편하게 느꼈다면,그건 왜일까?근친상간 금기야말로 우리의 영혼에 가장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윤리규범이다.그래서 우리는 흔히 근친상간에 '관심 있어 보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게 '짐승'의 이미지를 덧씌운다.그 금기야말로 인간과 짐승을 구분해주는 가장 중요한 윤리규범이라고 마음 깊숙이 믿고 있는 것이다.여기서 질문 하나를 던져보자.근친상간 금기 등 인간의 윤리적 측면은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