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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놀이공원 매직패스, 소비자 위한 '가격 차별'
롯데월드에 입장하려면 6만4000원짜리 종합이용권을 사야 한다. 말이 종합이용권이지 뭐라도 타려면 한 시간 대기는 기본이다. 기다리는 수고를 덜려면 매직 패스를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5만4000원을 내면 다섯 가지를, 7만5000원을 내면 일곱 가지를 5~6분만 기다렸다 탈 수 있다. 이런 ‘패스트 트랙’은 종종 논란을 낳는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한 방송에서 “(매직 패스는) 새치기할 권리를 돈 주고 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매직 패스와 비슷한 ‘가격 차별’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새치기처럼 나쁜 것도 아니다. 고깃집 손님들이 말하지 않는 것고깃집을 예로 들어 보자. 서울 마포구에 있는 T식당의 돼지갈비는 1인분에 1만8000원이다. 식당이 손해 보지 않으려면 1인분에 최소 1만5000원은 받아야 한다고 가정하자.손님 중에는 돼지갈비가 2만원이어도 먹을 사람이 있을 것이다. 돼지갈비를 아주 좋아하거나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이다. 돼지갈비에 기꺼이 내고자 하는 금액, 즉 지불 용의가 높은 소비자다. 반대로 돼지갈비가 1만6000원이면 사 먹을 텐데 1만8000원은 너무 비싸다며 안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불 용의가 낮은 소비자다.식당 주인 입장에선 손님 개개인의 지불 용의에 따라 가격을 달리 매길 수 있다면 이상적이다. 2만원을 내고도 먹겠다는 사람에겐 2만원에 팔고, 1만6000원이면 먹겠다는 사람에겐 1만6000원에 판다면 매출과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처럼 동일한 상품에 대해 구입자에 따라 각각 다른 가격을 받는 것을 가격 차별이라고 한다.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모든 소비자의 지불 용의를 완벽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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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세상
주요대 6곳 무전공 학과 2276명 등록 포기
주요 6개 대학의 2025학년도 무전공 학과 정시 합격자 중 2276명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지난달 21일 종로학원이 2025학년도 주요 6개 대학(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이화여대·동국대)의 무전공 선발 전형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이는 6개 대학의 무전공 선발 인원(1396명)의 163.0%에 이르는 규모다. 지난해(182명)보다는 12.5배 늘었다.이 중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3개 대학의 정시 무전공 선발에서는 합격자 851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전년(43명) 대비 20배 증가한 수치다.전형별로 보면 6개 대학 무전공 학과 미등록자 중 대부분(1885명)이 인문, 자연 계열 구분 없이 선발하는 유형1에 집중됐다. 계열 내에서 선발하는 유형2는 391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특히 올해 신설된 고려대 무전공 선발 전형 중 유형1에서는 36명 모집에 733명이 등록을 포기했다.종로학원은 “최상위권 대학 중에는 입시 사상 최대 규모의 등록 포기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려대를 포함해 올해 신설된 무전공학과의 정시 미등록 인원은 1956명이었으며, 이는 모집 정원(537명)의 364.2%다. 무전공 선발은 전공 구분 없이 대학에 들어간 뒤 2학년에 올라갈 때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정부는 미래 기술 변화에 맞춰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무전공 선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약학계열 등 다른 학과에 중복으로 합격하면서 무전공 학과를 대량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종로학원은 “2026학년도 대입 수험생들은 의대 모집정원 변수에 무전공 선발 변수까지 더해져 더욱 입시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며 “지원할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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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인구 반영해 지급액 조절…연금제도 유지에 필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 중 하나인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관련해 ‘국회 승인 후 발동’ 조건을 달면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정부와 여당에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정부·여당이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자동조정장치에 민주당은 “‘연금 삭감 장치’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반대해왔지만 이 대표가 조건부 수용 입장으로 한발 물러선 것이다. - 2025년 2월22일자 한국경제신문 -전체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이끄는 이재명 대표가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전향적 입장을 표명하면서 그간 답보 상태이던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뉴스가 전해지자 여당인 국민의힘은 환영의 뜻을 내비친 반면 민주당이 핵심 지지층인 양대 노총과 참여연대 등 시민 단체들은 “연금 개악”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그간 연금개혁 논의는 ‘내는 돈’을 의미하는 보험료율과 ‘받는 돈’을 좌우하는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많은 전문가가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그 하나만으로 중요도가 모수개혁에 맞먹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오늘은 자동조정장치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알아보겠습니다.자동조정장치는 연금이 오랜 기간 지속 가능하도록 재정을 안정화하는 장치입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점점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고 받을 사람만 늘어난다면 그 연금은 오래갈 수 없겠지요. 따라서 가입자 수와 수명 변화 등에 따라 기존 수급자의 연금액을 조정하는 것이 자동조정장치의 핵심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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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비교우위 낮아도 '상품차별화'로 수출할 수 있죠
비교우위는 국제무역을 발생시키는 가장 중요한 근간이다. 많은 경제학자가 비교우위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무역의 발생을 설명하려고 시도했지만 대부분 비교우위의 큰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제무역을 일으키는 원인보다는 비교우위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만 설명한 것들이었다. 그런데도 비교우위와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국제무역의 발생과 패턴을 얘기한 경우도 있다. 산업내 무역두 나라가 보유한 자원과 소비패턴이 비슷하다면 비교우위가 있는 상품이 서로 유사할 것이므로 무역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무역은 서로 다른 여건을 가진 나라들 사이에서 비교우위가 크게 나타나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무역은 이와 같은 예상과는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무역보다는 여건이 비슷한 선진국 상호 간의 무역이 세계 무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이 수출하고 수입하는 품목에도 컴퓨터나 옷과 같은 다른 재화가 아니라 자동차와 자동차 같은 동일한 재화를 수출하면서 동시에 수입하는 경우도 많다.어떤 나라가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자동차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면 모든 차종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 차종을 수입하는 이유는 독점적 경쟁시장에서 살펴본 상품차별화(product differentiation)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오늘날 소비자들의 선호가 매우 다양해지면서 자동차뿐만 아니라 소비재로 사용되는 모든 공산품은 상품차별화가 매우 광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차별화된 상품을 한 나라에서 모두 만들게 되면 생산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비교우위를 가지지 않는 나라에서도 일부 차별화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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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생동감 넘치는 수영 대결…책장 넘기기 바쁘다
제2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스피드〉는 바다고등학교 수영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청소년소설이다. 스포츠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로 박진감과 우정이 어우러진 가운데 묵직한 감동을 자아낸다. 태어나서 한 번도 아버지를 본 적 없는 욱, 매사 심드렁한 소년이 아버지처럼 수영하면서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이 소설은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이 만드는 새로운 페이지터너의 탄생!”이라는 홍보 문구에 어긋나지 않는다. 페이지터너(page-turner)는 말 그대로 책장 넘기기가 바쁠 정도로 흥미진진한 책을 뜻한다. 〈스피드〉의 책장을 빠르게 넘기다 보면 함께 훈련하며 발전하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스피드〉로 소설가가 된 권석 작가는 MBC에서 ‘무한도전’과 ‘놀러와’를 만들고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같은 인기 프로그램을 기획한 인물이다.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든 감각이 소설 곳곳에서 진가를 발휘해 지루할 틈이 없다.‘수영’이 친숙한 종목이어서 그다지 새롭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전문적인 내용을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수영이라는 종목에 대해 많은 것을 습득하게 한다.〈스피드〉가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안기는 비결은 우정과 대결, 상처와 극복의 과정을 실감 나면서도 긴박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개성 만점인 바다고등학교 수영부원들도 한 명 한 명 친숙하게 다가온다.아버지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주인공주인공인 고등학교 1학년 박욱은 우울한 환경에 처해 있다. 엄마가 욱을 임신했을 때 아프리카 건설 현장으로 파견 나갔던 아버지가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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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유럽 수송로 장악한 로스차일드, 노벨家 밀어내다
“나는 연필입니다”로 시작하는 에세이가 있다. 평범한 나무 연필을 의인화해서 탄생의 비밀을 털어놓는데, 읽고 나면 책상 위 굴러다니는 연필이 달리 보인다. 연필은 자기가 태어나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지만 극소수를 제외하면 자기가 만드는 게 연필이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행위를 지시하고 통제하는 관리자가 없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느냐며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먼저 캘리포니아주 북부에 세로 나뭇결의 삼나무를 심고, 잘 자란 나무를 베어 통나무 상태로 철도를 이용해 제재소로 운반한 다음 제재소에서 연필 두께의 막대기를 만든다. 한편 동인도제도에서는 흑연을 캐 연필심을 만들고 펑지씨유(油)를 추출하여 지우개를 만든다. 이러한 공정을 통해 한 자루의 연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서정주의 시구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를 패러디하면 “연필 한 자루를 만들기 위해 오래전부터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는 그렇게 연결되었나 보다”쯤 되겠다.‘시장경제’라 불리는 봉사경제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그 누구도 지구 어딘가에서 그 연필을 깎아 글을 쓸 어린아이의 고사리손을 위해 작업을 하지 않았다.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 일을 했다. 자신은 이익을 취하고, 사용자인 다른 사람은 편익을 취하는 이 시스템을 ‘봉사 경제’라고 부른다(봉사 경제의 다른 말이자 가장 잘 알려진 명칭이 시장경제). 애덤 스미스의 유명한 경구가 있다. “우리가 맛난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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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명문가 자녀 교육은 다르군요 [고두현의 아침 시편]
제자에게한 줄기 푸른 산 아름다운 경치조상의 땅 후손이 물려받는구나.후손들아 얻었다고 기뻐만 마라.다시 거둬들일 사람 뒤에 있느니.書扇示門人一派靑山景色幽 前人田地後人收.後人收得休歡喜 還有收人在後頭.* 범중엄(范仲淹, 989~1052) : 북송(北宋) 때의 정치가이자 문인.세상 이치를 터득하게 돕는다범중엄은 뛰어나고 청렴한 재상이었습니다. 실력이나 인품이나 당대 최고였지요. 육경에 통달하고 송나라의 사대부 기풍을 바로 세운 주역인데,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너그러웠습니다. 제자와 자녀에게도 늘 모범을 보였지요.이 시에서 밝힌 것처럼 푸른 산의 절경을 보고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만 경탄하는 게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이라는 것까지 일깨워줍니다. 시의 원제는 ‘서선시문인(書扇示門人, 부채에 적어 제자에게 보이다’입니다.큰 인물일수록 꼼꼼하고 따끔그는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개가한 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지만, 남다른 노력으로 재상 자리에 올랐습니다. 온갖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지만 검소하게 살았습니다. 산의 절경을 보고 조상과 후손을 동시에 생각하는 도량까지 지녔지요.그는 인재 양성과 부국강병의 개혁 조치인 경력신정(慶曆新政)을 추진했습니다. 기득권 세력에 막혀 실패하긴 했지만, 나중에 왕안석에 의해 개혁은 다시 이루어졌습니다. 그가 시에서 땅과 순환의 연결고리를 이야기한 것과 닮았지요.이 시를 읽다가 선인들의 가훈을 엮은 『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를 다시 펼쳤습니다. 거기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호걸이 되는 일은 내가 실로 바라는 바가 아니다. 다만 너희가 이 가훈을 지켜서 날마다 삼가고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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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기타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는…
주니어 생글생글 제150호 커버 스토리 주제는 ‘전쟁’입니다. 개전 3년을 넘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지금 이 시각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무력 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이며, 우리는 전쟁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꿈을 이룬 사람들의 주인공은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입니다. 중증 외상 분야의 권위자인 이 병원장의 삶을 조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