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 중 하나인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관련해 ‘국회 승인 후 발동’ 조건을 달면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정부와 여당에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정부·여당이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자동조정장치에 민주당은 “‘연금 삭감 장치’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반대해왔지만 이 대표가 조건부 수용 입장으로 한발 물러선 것이다. - 2025년 2월22일자 한국경제신문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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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이끄는 이재명 대표가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전향적 입장을 표명하면서 그간 답보 상태이던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뉴스가 전해지자 여당인 국민의힘은 환영의 뜻을 내비친 반면 민주당이 핵심 지지층인 양대 노총과 참여연대 등 시민 단체들은 “연금 개악”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그간 연금개혁 논의는 ‘내는 돈’을 의미하는 보험료율과 ‘받는 돈’을 좌우하는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많은 전문가가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그 하나만으로 중요도가 모수개혁에 맞먹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오늘은 자동조정장치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알아보겠습니다.

자동조정장치는 연금이 오랜 기간 지속 가능하도록 재정을 안정화하는 장치입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점점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고 받을 사람만 늘어난다면 그 연금은 오래갈 수 없겠지요. 따라서 가입자 수와 수명 변화 등에 따라 기존 수급자의 연금액을 조정하는 것이 자동조정장치의 핵심 기능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수급자의 구매력 보존을 위해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연금을 인상합니다. 예를 들면 올해 물가상승률이 5%라면 월 100만원이던 연금이 내년에는 105만원으로 늘어나는 것이지요.

정부는 연금액 결정에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률’과 ‘기대여명(특정 나이의 사람이 몇 살까지 더 살 수 있는지 가능한 햇수) 증감률’을 반영하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가령 가입자 감소율이 1%, 기대수명 증가율이 1%라면 물가상승률(5%)에서 두 수치의 합(2%)을 뺀 3%만 연금이 늘어 월 103만원을 받는 셈이지요.

그간 민주당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38%에 달하는 상황에서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은퇴자들의 노후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반대해왔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대여명 증가율은 해마다 0.36%, 가입자 감소율은 최소 0.55%에서 최대 2.23%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복지부는 두 수치의 합이 물가상승률보다 높더라도, 최소한 연금액이 전년보다 감소하는 일은 없도록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위의 예시에 대입해보면 연금이 100만원보다 줄어들 일은 없습니다. 다만 물가 상승분을 연금액이 보전해주지 못하기에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합니다.

얼핏 손해 보는 느낌이 드는데요, 하지만 많은 연금 전문가가 국민연금이 최소 70년 뒤 미래세대들도 안심하고 받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제도가 되기 위해선 자동조정장치는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국민연금 개혁안에 따르면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3%로, 40%인 소득대체율을 42%로 올리면 기금 고갈 시점은 2056년에서 2072년으로 16년 연장됩니다. 여기에 2036년부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기금 고갈 시점은 2088년으로 무려 32년이 늦춰집니다. 보험료를 44%나 인상해야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자동조정장치 하나로 낼 수 있는 것입니다.

누적 적자로 보면 효과는 더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개혁 없이 현재 상태를 유지할 경우 2093년까지 국민연금의 누적 수지 적자액은 2경1669조원에 달합니다. 모수개혁만 이뤄질 경우 적자는 1경3728조원으로 7941조원이 줄어듭니다. 여기에 2036년 자동조정장치까지 도입할 경우 적자 규모는 2776조원으로 1경8893조원이 감축됩니다.

누적 적자는 곧 미래세대에 지워질 짐이지요. 연간 1~2%씩 기성세대가 연금을 덜 받는 대신 미래세대가 안심하고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자동조정장치의 취지입니다.

연금제도의 역사가 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중 24국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습니다. 스웨덴은 1998년부터 연금 부채가 보험료 수입과 기금을 넘어서면 연금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시대를 맞은 일본은 2004년 한국과 유사하게 3년 평균 가입자 감소율과 기대수명 증가율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NIE포인트
황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황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1. 자동조정장치의 목적과 기능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2.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한 찬반론을 정리해보자.

3. 해외 선진국들은 어떤 제도를 도입했는지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