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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기대이론·게임이론으로 본 수능과 사교육 논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사교육 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당장 올해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불안합니다. 다른 학생들도 내년 이후 대학입시 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걱정이 앞섭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선 상황을 차분하게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윤 대통령의 발언과 그 이후 교육부의 여러 조치에서 핵심은 ‘수능의 정상화’입니다. 공교육 교과과정에 없는 문제를 수능에 출제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죠. 많은 사람이 이런 지적에 공감합니다. 맞는 말이니까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학교 교육과정에 없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는 당연하다”고 찬성했습니다. 다만,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이다 보니 단계적인 수정을 통해 현장 혼란을 최소화했어야 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또 이번 조치로 사교육 시장이 되레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살펴봐야 합니다. 수능과 사교육은 독자 여러분이 직접 당사자인 문제입니다. 당장 마주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슈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기회를 가져봅시다. 성적 향상과 명문대 진학의 ‘기대’와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지 하는 ‘불안’으로 사교육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설명하는 기대이론과 게임이론도 이해해봅시다. 킬러문항 없어도 '변별력' 갖춘 수능…일관성 있는 입시 제도를 기대합니다대학입학 전형은 각 대학이 자기 대학에서 가르칠 학생을 선발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학생 선발권은 원칙적으로 대학에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학들은 학

  • 경제 기타

    당장 4년후 지출액이 수입액보다 커져요

    “2027년부터 국민연금의 연금 지급액이 보험료 수입을 추월할 것이라는 국책연구원 전망이 나왔다. 4년 뒤부터 ‘보험료 수지’가 적자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5년 전 정부 재정추계 때 예상한 2030년보다 3년 빨라졌다. 보험료 수지가 적자로 전환하면 국민연금은 국민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처분하거나 투자 자금을 줄일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신문 2023년 6월 3일자 기사- 불과 4년 뒤인 2027년이면 국민연금 수급자들에게 줘야 하는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넘어설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기사입니다. 많은 독자가 ‘국민연금 적자 전환은 2041년, 고갈은 2055년이라던데 2027년에는 무슨 적자가 나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국민에게 생소한 국민연금의 ‘보험료 수지’ 적자 전환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보험료 수지란국민연금의 재정수지는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와 수급자들이 받는 급여액 간 차이인 ‘보험료 수지’와 보험료 수지에 적립금을 운용해 얻은 기금운용수입을 포함한 ‘총수지’로 나뉩니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면 만 65세 이후부터 가입 기간 중 월평균 소득의 최대 40%를 연금으로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현 제도가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2040년 1755조원으로 정점을 찍고, 이듬해 적자로 전환해 2055년 고갈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총수지는 기금이 고갈되기 전까지 국민연금이 평균 4.5%의 수익률을 올릴 것이란 가정하에 도출한 수익액과 보험료 수지를 더한 수치입니다. 통상 국민연금이 적자로 돌아선다는 2041년에는 총수지가 마이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고 외치는 사내의 고독과 절망

    교보문고에서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종합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이 48위에 올랐다. 문학출판사들의 세계문학전집에 수록된 고전 가운데 50위 안에 든 소설은 42위 밀란 쿤데라의 과 다자이 오사무의 두 권뿐이다. 1948년 일본에서 발표된 은 2004년 국내에 소개되면서 꾸준한 관심을 끌었다. 그러던 중 2021년 특별 마케팅이나 인플루언서 추천 같은 외부 요인이 없는 가운데 7만 부 이상 판매돼 출판계를 놀라게 했다. 은 136페이지로 그리 길지 않은 소설이다. 왜 사람들이 지금 이 소설을 읽을까라는 의구심에서 책장을 넘길 때 ‘독려해봐야 소용이 닿지 않는 연약한 인간의 한심하고 안타까운 삶에 동조하긴 싫지만 묘하게 빠져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살면 안 된다는 걸 너무도 자각하고 있지만, 이미 어느 정도 발을 들여놓은 상태인 사람들이 소설 속 요조가 돼 어느 순간 함께 번민하는 듯했다. 다자이 오사무가 죽은 그해에 마치 유서처럼 썼다는 은 자전적 요소가 다수 포함돼 있다. 이 소설이 ‘퇴폐의 미, 파멸의 미’를 기조로 한 다자이 문학의 결정체로 불리는 만큼 요조의 탄식은 자칫 배부른 탕자의 푸념처럼 들리기도 한다. 소설 속 요조의 생래적 본성과 부적응이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 젊은이들의 허무함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도 있다.지옥 가운데서 사는 느낌어려운 가운데서도 반듯하고 힘있게 살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약간의 경멸을 안고 독서를 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내내 요조가 삶의 올가미에서 헤어 나오길 기도하며 읽게 만든다. . 시골의 부잣집 막내로 태어난 요조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환경에서 자라지

  • 경제 기타

    완전경쟁시장이 항상 효율적이진 않아요

    지난주까지 상품시장과 생산요소시장의 작동원리에 대한 설명을 모두 마쳤다. 앞으로 강의할 부분은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지속되면서 추가로 등장한 경제 현상을 대상으로 연구한 경제학이다. 이번 시간에 배울 ‘시장실패’도 자본주의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 경제현상이 아니라 비교적 근래 들어 등장한 경제 현상이다. 시장실패의 등장자원의 희소성으로 인해 경제 문제가 발생했으며, 산업혁명을 통한 기술 발전이 자원의 희소성을 더욱 크게 부각하면서 시장을 등장시켰다는 점은 이미 설명했다. 시장은 희소한 자원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역할은 했지만, 분배의 공평성까지는 충족하지 못해 소득 불균형과 빈곤을 야기하는 한계점을 지닌다는 것까지 강의했다. 그런데 시장의 가장 큰 장점인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경우에 따라 충족되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이를 시장실패라고 부른다. 시장실패의 영향현시점에서 시장이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은 앞서 언급한 ‘소득 격차의 확대’와 ‘시장실패’라고 할 수 있다. 큰 소득 격차의 발생은 시장이 태생적으로 지닌 문제점이 점점 더 확대된 것이라면, 시장실패는 시장의 가장 큰 장점으로 알고 있던 부분이 근래 들어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는 시장에 시장실패라는 문제까지 더해지면 시장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와 가치가 사라진다. 하지만 시장실패는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어 아직은 시장이 발휘하는 장점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즉, 시장이 처음 등장했을 땐 없었던 시장실

  • 역사 기타

    부자들 "세금 더 내겠다" 경쟁이 나라지켜

    한국인의 ‘민주주의 사랑’은 극진하다. 지고의 선(善)으로 추앙하는 것은 물론 민주주의가 없으면 당장 세상이 어떻게 되기라도 할 것처럼 흥분한다. 애초에 후쿠자와 유키치가 서양말을 일본어로 옮길 때 민주주의(democracy)의 초벌 번역은 ‘하극상’이었다. 나중에 어감을 좋게 해보겠다며 원어에도 없는 ‘주의’를 붙이는 바람에 민주주의라는 희한한 조어가 탄생했다. 수단에 불과한 민주제(制)가 졸지에 가치이자 목적이 된 것이다. 다른 나라도 그렇게 생각할까. 그 유명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에는 데모크라시라는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해석은 둘이다. 너무나 당연해서 언급을 안 했거나 혹은 그 단어가 가진 위험성이 너무 커서 피했거나. 작고한 이어령 선생은 링컨이 ‘민주’라는 말이 ‘지배언어’가 되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잘 다루면 인민의 권리에 이바지하지만 자칫 통제에 실패하면 나라를 골로 가게 만드는 게 이 민주주의, 데모크라시라는 설명이겠다. 한국인의 민주주의 사랑은 다소 집요하다. 그리스 아테네 여행을 다녀와서는 민주주의의 숨결을 느꼈다고 후기를 올린다. 초능력이다. 시차를 초월해서 있지도 않은 것을 느꼈다니 놀랍다. 엄밀하게 말해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위장한 귀족정’이었고, 여성과 노예를 배제한 인구 15%만을 위한 민주주의였으며, 시기심으로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쳐내는 우중(愚衆) 민주제의 표본이었다. 도편 추방이 대표적인 예다. 조개껍데기나 도자기 파편에 이름을 적어 3000표 이상을 적힌 사람을 쫓아냈는데(시민권자 5만 명, 평균 투표자 수 6000명) 현직에 있는 공직자만 대상이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좀

  • 키워드 시사경제

    외국인 눈으로 본 한국 증시, 아직 자격 미달?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또 불발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지난달 22일 ‘2023년 연례시장 분류 결과’에서 우리나라를 선진국 대상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포함하지 않았다.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려면 관찰대상국에 1년 이상 올라 있어야 한다. 이로써 한국 증시의 선진국지수 편입 도전은 다음 기회인 내년 6월로 넘어갔다. 한국이 내년 6월 관찰대상국에 지정된다면 1년 뒤인 2025년 6월 선진국지수 편입이 정식 발표되고, 2026년 6월 실제 편입이 이뤄진다. 해외 큰손들의 투자 결정에 영향 미쳐대한민국은 선진국일까, 개발도상국일까.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에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달러를 넘었으니 경제적 위상이 여러모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 오래다. 하지만 국제 자본시장에서는 온전히 선진국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 증시의 숙원인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번번이 불발되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MSCI 지수란 미국 모건스탠리의 자회사 MSCI가 1969년 만든 세계 주가지수다. 국가마다 S&P500, FTSE100, 닛케이225 등 대표 주가지수가 있지만 구성 방법이 제각각이다. 여러 국가에 분산 투자하는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MSCI가 글로벌 차원의 지수를 설계한 것이다. MSCI는 주식시장의 발전 단계에 따라 국가별로 그룹을 분류해 선진국지수, 신흥국지수, 프런티어지수를 산출한다. 한국은 중국, 인도, 대만, 브라질 등 27개국과 함께 신흥국지수에 들어가 있다. 한국이 신흥국지수에서 선진국지수로 이동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외국인 투자금이 국내 증시로 흘러들어와 주가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MSCI 지수를 참조해 투

  • 교양 기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목계(木鷄)의 비밀 [고두현의 아침 시편]

    춘주(春晝) 한용운 따슨 빛 등에 지고 유마경 읽노라니 가볍게 나는 꽃이 글자를 가린다. 구태여 꽃 밑 글자를 읽어 무삼하리요. * 한용운(韓龍雲·1879~1944) 시인, 승려, 독립운동가. 마음을 다스리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만해 한용운은 꽃과 글자로 그 비밀을 이야기합니다. 따뜻한 봄날의 여운을 만끽하며 책을 읽는 중에 꽃잎이 날아와 글자를 가리지만 굳이 꽃잎을 치우지 않는 마음! 그 여백과 직관의 순간에 유마경의 깨달음이 완성되지요. 이 시가 말하는 것처럼 진리는 간명합니다. 여백의 사고와 직관의 힘은 그것을 부릴 줄 아는 사람에게 더 큰 선물을 가져다줍니다. 창의적인 사고도 여백의 지혜에서 나오지요. 부드러운 카리스마 또한 그렇습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응접실에 목계(木鷄·나무로 깎아 만든 닭) 그림을 걸어 놓고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목계는 의 ‘달생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유명하지요. 투계(鬪鷄·닭싸움)를 좋아하는 왕이 어느 날 기성자라는 조련사에게 최고의 싸움닭을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열흘 후 왕이 물었지요. “닭이 이제 싸울 수 있겠는가?” 기성자가 아뢰었습니다. “아직 안 됩니다. 강하긴 하지만 교만합니다. 허세를 부리면서 제힘만 믿습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 물었습니다. “안 됩니다. 교만함은 줄었지만 너무 조급해서 진중함이 없습니다. 다른 닭을 보거나 울음소리만 들어도 당장 덤벼들 것처럼 합니다.” 열흘이 지나 재차 물었습니다. “아직도 안 됩니다. 눈초리가 너무 공격적이어서 최고의 투계는 아닙니다.” 또 열흘이 지나 40일째 되는 날 왕이 묻자 기성자는 “이제 된 것 같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다른 닭이 소리를 질

  • 디지털 이코노미

    규제는 정부, 혁신은 민간 몫?…이분법은 안돼

    언제인가부터 공공부문은 느리고 관료적인 반면 민간은 역동적이며 혁신적인 주체로 이분화됐다. 거짓말도 반복되면 진실처럼 믿게 된다고 했던가. 반복적으로 이런 이미지에 노출된 사람들은 이를 상식이자 진실로 받아들이게 됐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자 이분법은 더욱 강화됐다. 하지만 실상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국가를 기업의 적 또는 비효율로 보는 시각을 가진 사람은 국가는 경제 전면에서 물러나 경제 성장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만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는 교육, 연구 같은 보조적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나머지는 혁신적인 민간기업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분법은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생긴 과다한 부채가 원인임을 알지만, 많은 사람은 공공부채가 원인이라고 믿는다. 물론 정부지출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재정적자라는 주장에는 논리적 공백이 존재한다. 감당하기 어려운 공공부채가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건 사실이다. 경제학자 카르멘 라인하트와 케네스 로고프는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90%를 넘을 경우 경제 성장을 저하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높은 국가부채에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는 국가도 존재한다. 코로나19 이전 시기의 캐나다,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국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정부가 시장에서 유의미한 존재가 되기 어렵게 한다. 일례로 미국의 에너지부는 연구개발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한다. 인구당 에너지 연구에 투입되는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