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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기압 단위로 쓰는 '밀리바'는 옛말···'헥토파스칼'은 아직도 낯설어

    국제단위계(SI)상의 용어도 우리말을 구성하는 수많은 말 중 하나다. 하지만 언중(言衆)이 이해하기에 유난히 취약한 분야로 남아 있다. ‘헥토파스칼’처럼 낯선 말들이 꽤 있다. 언론을 통해 제법 알려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어렵다. “기상청은 내년 1월 1일부터 이제까지 기상통보에 사용하던 기압단위 밀리바(mb)를 헥토파스칼(hpa)로 변경한다고 20일 밝혔다.” 태풍 기압 뜻할 때 쓰지만 여전히 어려워1992년 11월 언론들은 우리나라가 기압 단위를 밀리바에서 헥토파스칼로 바꾼다는 소식을 전했다. 헥토파스칼이 그나마 대중에 알려진 것도 이즈음부터다. 헥토파스칼은 SI의 기압 단위로, 기호는 ‘hPa’다. 하지만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를 제대로 쓰는 경우는 드물다. 소문자 ‘hpa’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hPa’은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물리학자인 블레즈 파스칼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명언을 남긴 바로 그 파스칼이다. 압력의 전달 법칙인 ‘파스칼의 원리’를 발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71년 국제도량형총회에서 그의 업적을 기려 압력의 단위로 ‘파스칼(Pa)’을 사용하기로 했다. 전통적으로 써온 ‘밀리바’가 공식 무대에서 사라진 배경이다. 미터법상 인명에서 유래한 단위는 첫 글자를 대문자로 쓰는 게 원칙이라 기호는 Pa로 정해졌다.파스칼은 크기가 너무 작아 일상에서 이용하기에 불편했다. 이에 따라 세계기상기구는 1983년 그 100배에 해당하는 ‘헥토파스칼(hPa)’을 쓰기로 결정했다. ‘헥토’는 ‘100배’를 뜻하는 접두어다.하지만 우리 기상청에서는 그후로` 기상통보를 할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1킬로'는 무게일까? 길이일까? 배수 뜻하는 접두어…부피·전력에도 사용

    지난달 말 삼성전자가 미국 제2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투자비만 170억 달러(약 20조 원)로, 삼성전자의 해외 단일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업계에서는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이 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밀리·센티·킬로는 배수 나타내는 접두어‘㎚’는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로, 미터법상의 단위기호 가운데 하나다. 일상에서는 쓸 일이 드물어 언론에서 보도할 때는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해 통상 괄호 안에 설명을 덧붙인다. 우리말에서 ‘나노미터’는 1990년대 들어 언론을 통해 활발하게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말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한국 반도체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삼성전자는 1992년 64메가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그해 시장점유율 세계 1위에 올랐다. 덩달아 ‘나노미터’란 용어도 90년대를 거치면서 신문 지면을 달궜다.나노미터의 나노(n)는 ‘10억분의 1’을 나타내는 접두어로, 소문자 n을 기호로 쓴다. 단위기호와 마찬가지로 접두어도 대문자·소문자를 엄격히 구별해 써야 한다. n을 자칫 대문자 N으로 쓰면, 이는 자석이나 나침반 따위에서 북쪽을 나타내는 기호가 된다. 또는 ‘질소’의 원소기호이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일상에서는 ㎞(킬로미터)를 대문자 KM 또는 Km으로 잘못 쓰는 사례가 많다. K는 ‘켈빈’이라는 전력 단위고, M은 ‘메가(100만 배)’를 뜻하는 접두어라 이상한 표기가 되고 만다.전력을 표시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가령 ‘100㎽’를 무심코 ‘100㎿’라고 적었다면 어떻게 될까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요소수·휘발유 미터법 단위는 '리터', L또는 l이 바른 표현…ℓ은 쓰지 말아야

    전국의 디젤차량 운행을 ‘멈춤’ 직전까지 몰고 갔던 요소수 공급난이 고비를 넘긴 분위기다. 우리말에서 ‘요소수’가 부각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대략 2010년 전후로 친환경 기술이 강조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국어사전에는 아직 오르지 못했지만 개방형 사전인 ‘우리말샘’(국립국어원)에 등재돼 단어로서의 ‘자격’을 살펴보는 단계다. 단위기호는 국제 공용…필기체 ℓ은 잘못지난 11월 갑자기 불거진 ‘요소수 사태’는 우리말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용법 하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단위기호의 표기 방식’이 그것이다. ‘디젤차 요소수 호주서 2만ℓ 긴급수입.’ ‘정부, 호주서 요소수 2만L 수입…군수송기 투입.’ 비슷한 시기에 휘발유 가격도 고공행진을 했다. ‘휘발유 평균 가격 ℓ당 1800원 돌파.’ ‘리터(L)당 1800원대로 치솟은 휘발유 가격.’요소수와 휘발유에 적용된 L은 리터를 표시하는 기호다. 미터법에 따른 부피 단위를 나타낸다. 리터와 함께 미터, 킬로그램, 제곱미터 등이 일상에서 비교적 자주 쓰는 단위다. 각각 길이, 무게, 넓이를 나타내는 데 쓰인다. 기호로는 m, kg, ㎡다. 문자에 비해 간결하면서도 도드라져 눈에 잘 띈다.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공식 기호라는 게 기표(시니피앙)로서의 장점이다.언론 보도를 유심히 보면 리터는 대부분 L을 쓰는데, 일부에서 ℓ을 쓴 게 눈에 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바른 표기가 아니다. 단위기호도 철자법과 같아서 국제적으로 약속된 기호를 써야 한다. 리터의 경우 대문자 정자체인 L(또는 소문자 l)을 쓰도록 돼 있다.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성년' 스무살 뜻하는 말은 약관? 방년?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졌던 부산의 효원성년제가 11월 3일 열렸다. 부산대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매년 5월 셋째 월요일 ‘성년의날’을 즈음해 열리는 전통 성년식이다. 지난해에는 온라인으로 치러졌으나 올해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로 뒤늦게나마 대면 행사로 열 수 있었다. ‘갓’은 남자가 쓴다는 인식 남아 있어지난 여름 도쿄올림픽에서 양궁의 안산 선수는 3관왕에 오르며 코로나19에 지쳐 있던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언론은 그의 활약을 ‘스무 살 안산, 도쿄에 우뚝’ ‘약관의 안산, 올림픽 신화를 쏘다’ 식으로 전했다.‘성년의날’은 스무 살, 즉 만 19세가 돼 성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성년’ 기준을 만 20세에서 19세로 낮췄다. 만 19세 미만은 ‘미성년자’로 구별된다. 일상적으로나 법률적(소년법)으로나 ‘소년’이라고 할 때는 이들 미성년자를 가리킨다.안산 선수는 2001년생이니 올해 만 20세, 우리 나이(세는나이)로는 스물한 살이다. 언론에서 그를 스무 살이라고 한 것은 물론 만 나이로 칭한 것일 터이다. 문제는 일상에서 나이를 말할 때 보통 세는나이로 하기 때문에 그로부터 오는 인식상의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가령 스무 살부터 성년으로 치는데, 그는 올해가 아니라 작년에 이미 성년이 된 것이다.여자 선수인 그에게 ‘약관’이라 한 것도 어색하다. 약관(弱冠)은 스무 살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예기》 곡례편(曲禮篇)에서, 공자가 스무 살에 관례를 한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20세가 되면 약(弱)이라 하며 비로소 갓을 썼다. 갓을 쓰는 나이가 됐지만 아직은 약하다는 뜻이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이제는 드물지 않은 나이 된 일흔…'고희'보다 '종심'의 가치 새겨볼만

    국내 제작진이 만든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의 공급망을 타고 전 세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덩달아 등장인물들도 주목받았다. 그중 ‘칠순’으로 최고령 게임 참가자인 ‘깐부 할아버지’ 오일남(오영수 분)도 주인공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다. 치매 증세가 있는 데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 목숨 건 게임에서 오히려 겁 없이 활약한다. 일흔 살은 예부터 드물어서 ‘고희’라 말해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70(일흔)은 주목해야 할 숫자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왕성한 활동을 하는 이들이 꽤 많다. 일흔 살을 나타내는 말도 칠순을 비롯해 고희, 희수, 희년, 종심 등 여러 가지다. 나이 70의 노인을 가리키는 말에는 수로(垂老) 또는 수백(垂白)도 있다. 특정 나이를 뜻하는 말이 이렇게 여럿 있는 것도 특이하다.당나라 때 시인 두보는 <곡강시(曲江詩)>에서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 즉 사람이 70까지 사는 것은 예로부터 드물다고 했다. 여기서 칠순을 가리키는 말 ‘고희(古稀)’가 유래했다. 희수(稀壽)나 희년(稀年)도 ‘드문 나이’라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희대(稀代)의 사기극’ 같은 표현에 이 ‘희(稀)’ 자가 쓰였다. 모두 ‘드물 희(稀)’ 자를 안고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말이 어울려 쓰인 말 중에 ‘희한하다’는 표기를 주의해야 한다. ‘드물 희(稀), 드물 한(罕)’ 자인데, 둘 다 어려운 한자이므로 굳이 외울 필요는 없다. 다만 자칫 ‘희안하다’로 잘못 쓰기 십상이니 한글 표기를 외워둬야 한다.수로(垂老)는 70에 이른 노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드리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육순과 환갑은 달라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0월 16일 창립 60주년을 맞아 조촐한 행사를 치렀다. 1961년 순수 민간 종합경제단체로 출범했으니 사람으로 치면 올해 환갑을 맞은 셈이다. ‘환갑(還甲)’ 또는 ‘회갑(回甲)’은 육십갑자의 갑(甲)으로 되돌아온다는 뜻으로, 만 60세를 이르는 말이다. 세는나이로는 예순한 살이다. 육십갑자란 ‘갑, 을, 병, 정…’으로 나가는 10간과 ‘자, 축, 인, 묘…’로 꼽는 12지를 순차적으로 배합해 늘어놓은 것을 말한다. 세는나이 육순은 예순 살, 환갑 예순한 살태어난 해에 맞춰 갑자년, 을축년 식으로 꼽다 보면 60가지가 나오고, 61번째에 다시 갑자로 돌아온다고 해서 ‘환갑’이라고 한다. ‘번째’라는 것은 차례나 횟수를 나타내는 말이다. 가령 2021년(신축년) 소띠로 태어난 사람은 2081년에 만 60세가 되면서 다시 신축년을 맞는다. 태어난 해에 한 살을 부여받는 세는나이(한국식 나이)로는 61세, 즉 햇수로는 예순한 번째 해가 된다.우리말에 나이를 나타내는 말이 많은데, 대부분 세는나이로 따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만 나이가 아니라는 얘기다. 가령 나이를 뜻하는 별칭인 불혹(마흔), 지천명(쉰) 등을 굳이 만으로 따지자면 39세, 49세가 된다. 육순, 칠순도 마찬가지다. 세는나이로 60세, 70세를 가리키는데, 만으로는 59세, 69세다. 만 60세가 되면 비로소 환갑인데, 세는나이로는 61세에 해당한다. 진갑은 세는나이 62세다.우리 나이 예순을 ‘육순’이라고 하니까 이를 ‘환갑’과 같은 말인 줄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1961년생이면 올해 만으로 예순, 즉 환갑이다. 만 나이를 쓰는 신문에선 이를 ‘OOO 씨(60)’로 표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첫돌, 세는나이로는 두 살이죠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99)이 지난 10월 관정교육재단 이사장으로 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새삼 세간의 화제가 됐다. 관정교육재단은 그가 사재 1조5000억원을 기부해 세운 아시아 최대 장학재단이다. 그의 노익장이야 이미 잘 알려진 터인데, 재단 측은 “사실상 세계 최고령 CEO(최고경영자)”라며 기네스북 등록 절차를 문의 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일상에선 ‘세는나이’ , 공문서 등에선 ‘만 나이’이 명예회장을 소개할 때 따라붙는 말 중 ‘백수’를 빼놓을 수 없다. 1923년생이니 올해 아흔아홉이다. 백수(白壽)는 ‘百(백)’에서 ‘一(하나)’를 빼면 99가 되고 한자로는 ‘白(흰 백)’ 자가 되는 데서 유래했다. 올해 그의 나이를 99세라고 하는 것은 물론 한국식 나이 셈법에 따른 것이다. 만으로 하면 98세다.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나이 한 살을 먹는다. 어머니 배에서부터 생명체로 자라온 기간을 나이 한 살로 치는 것이다. 그래서 첫돌, 즉 태어난 지 만 1년이 되는 날 두 살이 된다. 그것을 ‘세는나이’라고 한다. 일상에서는 세는나이를 쓰지만, 신문 방송을 비롯해 이력서나 공문서 등 공적 영역에서는 만 나이를 쓴다. 만으로 나이를 나타내는 말은 따로 없다. 그저 ‘만 나이’ 식으로 띄어 쓰면 된다.‘만(滿)’은 시기나 햇수를 꽉 차게 헤아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가령 2020년 11월 8일 태어난 아이는 2021년인 올해 11월 8일이 만 한 살이 된다. 그것을 ‘돌’이라 해도 되고, ‘주년(週年)’이라 해도 된다. 주년은 1년을 단위로 돌아오는 돌을 세는 단위다. ‘돌’이란 태어난 날로부터 한 해가 되는 날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아파트 4인방'은 사람일까 건물일까?

    ‘대장동 사건’으로 전국이 들끓고 있다. ‘4인방’이니 ‘키맨’이니 하는 말들이 연일 신문지면에 오르내린다. 이 사건에 핵심 역할을 한 사람들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키맨(keyman)이야 외국어이니 그렇다 치고, 4인방은 언제부터 우리말에서 쓰이기 시작했을까? 예전부터 쓰던 말은 아니고, 1970년대 말 수입된 말이다. 그 용법을 알기 위해선 중국의 문화대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O인방’은 사람에 써야 … 사물에 쓰면 어색해우리 언론에서 ‘4인방(四人幇)’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6년 말이다. “숙청된 중공의 급진좌파지도자들인 모택동의 처 강청을 비롯한 이른바 ‘4인방’은….”(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한 신문은 마오쩌둥 사망 직후 문혁파 숙청과정에서 발생한 중국의 혼란상을 이렇게 전했다. 당시 ‘4인방’과 함께 ‘4인조(4人組)’도 쓰였다. 4인방이 한국에선 안 쓰던 한자말이라 뜻이 비슷한 4인조를 섞어 썼을 것이다. 같은 날 같은 지면에 “중공은 … 지난 10월 숙청된 문혁급진파 ‘4인조’의 추종자들과 …” 같은 표현이 보인다.본래 ‘4인방’은 문혁 기간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 등 4명의 공산당 지도자를 일컫는 말이다. 나중에 이들을 숙청할 때 중국에서 ‘4인방’이란 용어를 썼는데, 한국에서도 이를 그대로 들여다 썼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말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었다.‘방(幇)’이 무리, 단체, 패거리를 뜻하는 말이다. ‘4인방’이라고 할 때 방은 ‘갱단’이란 의미로 해석하면 맞는다. 그런데 그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