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해'는 추상명사 '보라(purple)'에 접미사 '-하다'가 붙어 탄생했다.
'보라하다'는 어법상으론 성립되지 않는다.
이 말이 존립하는 근거는 '믿고 사랑하다'란 새로운 의미를 담은 신조어라는 데 있다.
'보라하다'는 어법상으론 성립되지 않는다.
이 말이 존립하는 근거는 '믿고 사랑하다'란 새로운 의미를 담은 신조어라는 데 있다.

‘보라해’는 ‘서로 믿고 사랑하자’는 뜻으로 쓰는 신조어다. BTS 멤버 뷔가 2016년 팬사인회 때 즉석에서 만들어 널리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보라해’로 쓰이지만, “옷을 보라하게 입었다” “아미 여러분, 정말 많이 보라합니다” 식으로 활용해서도 쓴다. 동사 ‘보라하다’를 기본형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견하기에도 ‘보라+하다’의 결합으로 이뤄진 말임이 드러난다. 이때의 ‘-하다’는 접미사다. 일부 명사 밑에 붙어 우리말에서 부족한 동사, 형용사를 파생시킨다. 동작명사에 붙으면 그 말을 동사로 만들고, 상태명사에 붙으면 형용사로 바꿔준다. 가령 ‘칭찬하다, 명령하다’ 같은 말은 ‘칭찬, 명령’이란 동작성 명사에 ‘-하다’가 붙어 파생된 동사다. 상태명사 ‘만족, 건강’ 등과 어울려서는 형용사 ‘만족하다, 건강하다’ 등을 만든다. ‘-하다’의 이 같은 기능 덕분에 우리말은 부족한 동사와 형용사를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 우리말 안에서 기여도가 탁월한, 생산성이 매우 높은 접사인 셈이다. ‘언어적 일탈’ 통해 상투성 깨는 신조어들하지만 ‘-하다’는 순수한 추상적 개념의 명사나 실체명사와는 잘 결합하지 않는다. 예컨대 실체명사인 ‘책’이나 ‘전화기’에 ‘-하다’를 붙여 쓰지 않는다. ‘평화’나 ‘자유’ ‘관념’ 같은 추상명사에 붙은 ‘평화하다, 자유하다, 관념하다’란 말도 허용되지 않는다. 동작성이나 상태성이 없기 때문이다.
‘염두하다’는 글쓰기에서 흔히 범하는 오류 중 하나다. 이제 이 말이 왜 잘못됐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염두(念頭)는 추상명사로, ‘마음속’과 같은 말이다. 그러니 ‘염두하다’라고 하면 ‘마음속하다’라는 건데, 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염두에 두다’ ‘염두에 없다’처럼 써야 한다. ‘기업하다’란 말도 곤혹스럽다. ‘기업하는 환경’ ‘기업할 자유’ 같은 표현을 흔히 본다. 기업(企業)은 경제활동의 한 단위로서 조직체를 뜻하는데, 여기에 ‘-하다’를 붙이는 것은 어색하다. 대개 ‘기업을 영위하다’란 의미로 ‘기업하다’를 쓰지만 이는 적절치 않다. 조직체인 ‘기업’과 ‘하다’가 결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사업을 일으키다’란 뜻으로 쓰는 ‘기업(起業)하다’는 가능한 표현이다.
‘보라해’는 추상명사 ‘보라(purple)’에 접미사 ‘-하다’가 붙어 탄생한 신조어다. 어법적으로 보면 ‘파랑하다, 빨강하다’가 말이 되지 않듯이 ‘보라하다’도 당연히 성립하지 않는다. 이 말이 존립하는 근거는 ‘믿고 사랑하다’란 새로운 의미를 담은 신조어라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