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한 게 있을 때 '설명했다'고 하고 새로 밝힌 게 있을 때 '밝혔다'를 쓴다. '발표했다'는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일 때에 한해 쓴다. 이들을 대신해 두루 쓸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말은 '말했다'이다.
“음식문화 전문가들은 한국의 식문화가 식사 소리를 장려하는 문화는 아니었다고 분석한다. …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면치기 같은 행위는 소리로써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반발심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먹방’이 방송의 주요 콘텐츠로 자리잡은지 꽤 오래됐다. 한 신문에서 전한 이 대목은 요즘 한창 진행 중인 ‘면치기’ 대 ‘면끊기’ 논란의 일부분이다. 우리 관심은 먹방에 있지 않다. 먹방 논란을 전하는 문장 표현에 어색한 데가 있어 그것을 살펴보고자 할 뿐이다. 단어 선택, 다양하게 하되 적확하게 써야서술어로 쓰인 ‘분석하다’를 주목해 보자. ‘분석’이란 무엇일까? 사전에서는 ‘얽혀 있거나 복잡한 것을 풀어서 개별적인 요소나 성질로 나누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굳이 단어 뜻을 따지지 않아도, 모국어 화자라면 직관적으로 느끼는 단어 쓰임새가 있다. 예문에서 두 군데 쓰인 ‘분석’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그 직관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분석한 게 아닌데 ‘분석’했다고 하니 글이 겉돌 수밖에 없다. 차라리 ‘말한다’ ‘보인다’ 정도면 좋았을 듯싶다.
글을 ‘세련되게’ 다듬기 위해선 표현 하나하나가 격식에 맞아야 한다. 수많은 단어 중 단 하나의 단어를 의미에 맞게, 맥락에 맞게 써야 한다. 그에 따라 글의 품격이 좌우된다. 신문의 기사문장은 글쓰기의 ‘교본’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함정’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이를 구분해 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올바른 서술어의 선택은 그중 하나다. 특히 ‘밝히다/발표하다/설명하다’는 헷갈리기 십상이다. 이들을 문맥에 따라 잘 구별해 써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치료제 중 일부는 올해 말 출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쓰레기 처리와 관련해) 주민과 유학생 간 다툼이 자주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인 눈으로 보면 이런 문장에서 오류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정교한 단어 선택’이란 잣대로 보면 거슬리는 데가 있다. ‘설명했다’가 그것이다. ‘설명’은 ‘내용을 상대편이 잘 알 수 있도록 밝혀 말할 때’ 쓰는 말이다. ‘인사 원칙을 설명하다’ ‘컴퓨터 사용법을 설명하다’ 같은 게 전형적 용법이다. 예문처럼 설명한 게 없는데 습관적으로 ‘설명하다’를 쓰면 글이 어색해진다. ‘말했다’를 쓰면 무난하다. ‘밝혔다’는 취재기사…‘발표했다’ 안 돼‘밝히다’와 ‘발표했다’를 구별하는 기법을 알아두면 신문 문장을 읽을 때 유용하다. 각각의 의미와 용법은 잘 알면서 막상 글에서는 섞어 쓰는 실수를 저지른다. “김정은은 OOO 대통령에게 ‘남조선 당국자가 사태발전의 위험성을 깨닫고 하루빨리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고 밝혔다.” ‘밝히다’는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 생각 따위를 드러낼 때’ 쓴다. 예문에서는 새롭게 밝힌 게 없는데 상투적으로 ‘밝혔다’를 쓰는 오류를 범했다. 보편적으로 쓰는 ‘말했다’ 정도가 좋고, ‘주장했다’를 써도 된다. ‘주장하다’의 사전적 풀이는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굳게 내세우다’이지만, 현실 용법은 ‘사실(facts)’의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펼친다는 어감을 주는 말이다. 가치를 담은 말이라 남발하면 안 된다.
어떤 사실이나 결과 등을 드러내 알릴 때 ‘발표하다’를 쓴다. ‘밝히다’와 다른 점은 말 그대로 보도자료 등 발표기사에서 쓴다는 게 핵심이다. 이와 달리 기자가 직접 취재한 기사라면 ‘발표하다’를 써선 안 되고 ‘밝히다’를 써야 한다. ‘밝히다’와 ‘발표하다’를 가르는 기준은 취재기사냐 발표기사냐에 따른다는 게 결정적 차이점이다.
‘설명하다/밝히다/발표하다’는 기사문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서술어 반복을 피하려고, 또는 객관적·중립적 표현을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이들을 섞어 써서는 안 된다. 정리하면, 설명한 게 있을 때 ‘설명했다’고 하고 새로 밝힌 게 있을 때 ‘밝혔다’를 쓴다. ‘발표했다’는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일 때에 한해 쓴다. 이들을 대신해 두루 쓸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말은 ‘말했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