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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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는 어떻게 '착한 행동'을 만들까
논술 시험장에서 이타심·협력·공동체·이기심 같은 단어를 마주칠 때, 학생들은 보통 윤리학이나 정치철학의 언어로 답하려 합니다. 그런데 최근 인문논술은 이런 주제를 다룰 때 진화생물학과 게임이론의 관점을 함께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그 중심에 놓인 텍스트입니다.이 책이 인문논술에서 중요한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이타주의를 설명하는 새로운 분석 틀을 제공합니다. 도덕철학이 ‘왜 우리는 타인을 도와야 하는가’를 규범적으로 묻는다면, 도킨스는 ‘왜 이타적 행동이 자연계에 존재하는가’를 인과적으로 묻습니다. 둘째, 모형적 사고의 모범을 보여줍니다. ‘죄수의 딜레마’처럼 단순한 게임 모형으로 인간 사회 전반을 비춰내는 방식은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셋째, 애덤 스미스·카를 마르크스·장 자크 루소 같은 사상가와 비교 논제로 자주 출제됩니다. 스미스의 ‘이기심에 의한 공익’과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의한 협력’을 함께 묻는 식이지요.이 책을 처음 접하는 학생은 흔히 ‘이기적 유전자라는 말은 결국 인간이 본성적으로 이기적이라는 주장 아닌가’라고 오해합니다. 이러한 오해를 교정해봅시다.첫 번째 포인트는 이기적이라는 용어가 도덕적 비난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도킨스는 서두부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진화해왔는가’를 설명하려 한다고 분명히 합니다. ‘이기적’은 가치판단이 아니라 분석 도구입니다. 인간은 학습과 문화를 통해 유전자의 지시를 거스를 수 있는 동물이며,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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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다면서 왜 학교 규칙에 얽매여야 하죠?" 루소의 사이다 답변은.. [2027학년도 논술길잡이]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다. 그러나 인간은 모든 곳에서 쇠사슬에 매여 있다.” <사회계약론>은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1762년 장 자크 루소가 펴낸 <사회계약론>은 분량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문제의식은 프랑스혁명을 거쳐 현대 민주주의 제도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우리 헌법 제1조에 나오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문장의 사상적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루소에게 닿습니다.인문논술에서 이 텍스트는 무척 중요합니다. 근대 정치사상의 핵심 축을 형성하는 저작이기 때문입니다. 인문논술에서 다루는 자유, 평등,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성 같은 대주제는 거의 예외 없이 루소의 논의를 거치게 됩니다. 한편 ‘자유롭게 태어난 인간이 왜 지금 쇠사슬에 묶여 있는가’라는 루소의 질문은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지만, 각종 제도와 규칙의 구속 아래에 살아갑니다. 그 구속이 정당한지, 어떤 조건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묻는 작업은 여전히 현재형입니다.사회계약론의 포인트첫 번째 포인트는 루소가 자연 상태가 아니라 ‘정당한 정치 공동체’를 옹호한다는 점입니다. 그는 자연 상태의 인간을 본래 자유로운 존재로 묘사했지만, 그 자연적 자유로 돌아가자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자연 상태로부터 사회화 상태로의 이행은 인간에게 극히 현저한 변화를 가져다준다”며 이 이행을 축복할 일로 그립니다. 사회화 상태에서 비로소 인간은 본능 대신 정의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루소가 비판하는 것은 사회 그 자체가 아니라,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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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심이 풍요를 낳는 역설, 분업과 교환 때문
대학 인문논술 시험에서 경제학 고전이 출제된다고 하면 많은 수험생이 의아해합니다. “인문학이면 문학이나 철학 텍스트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실제 주요 대학의 논술 기출에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놀라울 만큼 자주 등장합니다. 이유가 뭘까요?인문논술이 묻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거든요. 하나의 텍스트를 읽고 그 안에 담긴 논리 구조를 파악하며 다른 관점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는 능력을 봅니다. <국부론>은 이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인간은 왜 협력하는가’라는 철학적 물음에서 출발하고, ‘사회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라는 경제학적 물음으로 이어지며, ‘개인의 이기심과 사회의 공익은 양립할 수 있는가’라는 윤리학적 물음까지 품고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이 철학과 경제학, 윤리학을 관통하고 있으니, 출제자 입장에서 이만한 텍스트가 없죠.특히 <국부론>은 마르크스, 베버, 케인스 등 이후 사상가들과의 비교 논제로 자주 출제됩니다. 이기심이라는 키워드 하나로도 홉스, 루소, 칸트의 도덕철학과 연결되고, 분업 개념은 뒤르켐의 사회분업론, 마르크스의 소외론과 대비됩니다. <국부론> 한 권을 제대로 이해하면 근대 이후 사회사상의 핵심 논쟁 지형이 한눈에 들어오는 거죠. <국부론>의 원제는 <국부의 성질과 원인에 관한 연구(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입니다. 1776년에 출간됐으며, 저자는 스코틀랜드의 도덕철학 교수이던 애덤 스미스예요. 스미스가 경제학자가 아닌 도덕철학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 그가 국부론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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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이냐 착취냐' 국가와 제도의 본질
단순히 교과서나 문제집 말고,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적이 언제인가요? 논술은 단기간의 기술 훈련으로 실력이 느는 과목이 아니에요. 독서를 통해 쌓인 사고의 깊이와 넓이가 곧 논술 실력입니다. 특히 인문논술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국가’입니다.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권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좋은 정치 제도란 어떤 것인가-이런 질문들은 논술 지문에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정치 소식,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논쟁,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들은 모두 ‘국가와 제도’라는 하나의 큰 주제로 이어져 있습니다.오늘 함께 읽어볼 책은 경제학자 다론 아제모을루와 정치학자 제임스 로빈슨이 공동 집필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입니다.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해 역사적 사례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하는 책으로, 두 저자는 이 연구로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제도란 무엇이고, 왜 제도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걸까요? 그리고 ‘좋은 제도’는 어떻게 탄생하고, 어떻게 유지되며, 또 어떻게 무너지는 걸까요? 책의 가장 중심적인 개념은 포용적 제도(inclusive institutions)와 착취적 제도(extractive institutions)의 구분입니다. 이는 어떤 사회가 번영을 지속할 수 있느냐, 서서히 쇠락할 수밖에 없느냐를 가르는 분기점입니다.포용적 제도란 경제적으로는 사유재산권이 보장되고 공정한 경쟁과 혁신이 장려되는 시스템을, 정치적으로는 권력이 분산되고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며 시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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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선한 행동이 될 수 없는 이유 [2027학년도 논술길잡이]
대학 입시에서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되는 책 중 하나가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입니다. 이 책이 인문논술의 필독서로 꼽히는 이유는 명확해요. 논술시험이 요구하는 핵심 능력, 즉 ‘근거 있는 판단력’, ‘논리적 사고력’, ‘다양한 관점의 이해’를 가장 효과적으로 훈련시켜주기 때문입니다.이 책은 단순히 정의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하지 않아요. 그 대신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칸트의 의무론, 공동체주의 등 서로 충돌하는 여러 정의 이론을 소개하며 각각이 어떤 상황에서 설득력을 갖고, 또 어디서 한계를 드러내는지 보여줍니다. 이런 비교와 분석의 과정이야말로 논술에서 필요한 ‘비판적 사고’의 본질이에요.특히 샌델 교수는 추상적 이론을 실제 사례와 연결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줍니다. 전차 딜레마, 가격 폭리, 대리 모병제 같은 구체적인 문제를 통해 우리는 ‘이게 정말 정의로운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되죠.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와 근거를 찾는 법을 배웁니다.오늘은 이 책의 5장에서 다루는 칸트의 의무론을 중심으로, 아마도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논쟁적인 사례 하나를 함께 살펴보려고 해요. 친구를 죽이려는 살인자가 당신의 집 문을 두드립니다. “네 친구가 여기 숨어 있느냐?”고 묻습니다. 당신은 거짓말을 해야 할까요, 진실을 말해야 할까요? 대부분의 사람은 당연히 거짓말을 해야 한다고 답할 거예요. 친구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옳은 일 아닌가요? 하지만 18세기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놀랍게도 이렇게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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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의 승부처, 문장력보다 시간관리다 [2027학년도 논술길잡이]
흔히 인문논술을 준비한다고 하면 화려한 문장력이나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수많은 입시 현장에서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제한된 시간 내에 요구된 분량을 얼마나 밀도 있게 채워내는가’ 하는 물리적인 싸움입니다. 많은 학생이 “글은 잘 썼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마지막 문제를 다 못 채웠어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곤 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논술 시험에서 시간 관리 실패는 곧 실력의 미비함을 의미합니다. 대학마다 요구하는 ‘시간 대비 분량’의 난이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100분의 마법…누군가에겐 여유, 누군가에겐 사투먼저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은 성균관대와 이화여대입니다. 이들 대학의 데이터는 가히 압도적입니다. 100분이라는 시간 동안 학생들은 3000자 이상의 글을 써 내려가야 합니다. 원고지 세 장 분량을 꽉 채우는 이 과정은 단순한 글쓰기를 넘어선 ‘집필 노동’에 가깝습니다. 특히 성균관대는 분량이 자유라고 공지하지만, 실제 합격권에 드는 학생은 연세대의 120분 기준보다 훨씬 많은 글을 쏟아냅니다. 이곳을 지망하는 학생이라면 제시문을 읽고 분석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거의 기계적으로 답안을 인출해낼 수 있는 ‘속도감’이 합격의 전제 조건입니다.반면 연세대학교나 홍익대학교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시간은 120분으로 비교적 넉넉해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다면적 사고를 요구하는 논리 구조와 수리 논술이라는 복병이 숨어 있습니다. 단순히 글자 수를 채우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무엇을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설계 단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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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논술 합격의 '히든 카드', 수리논술 주목 [2027학년도 논술길잡이]
인문계열 수험생들에게 ‘수학’은 늘 애증의 대상입니다. 수학의 등급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 최저자격 달성에 큰 도움을 얻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버릴 수는 없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과목이기 때문입니다.하지만 논술 글쓰기 영역으로 들어오면 역전된 고민을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국어에 비해 오히려 수학을 잘하고, 글쓰기보다는 수식을 쓰는 것이 더 친밀할 수 있는 학생들입니다. 그런 경우 인문 수리논술은 합격의 당락을 결정짓는 ‘가장 확실한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수리논술이 학생 본인의 부족한 글쓰기 부분을 보강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요. 오늘 이 시간에는 주요 대학별 수리논술 출제 경향을 분석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합격의 문에 다가설 수 있을지 정리해드립니다.1. 대학별 출제 경향: “우리 대학은 이런 수학 능력을 원한다”대학마다 수리논술을 활용하는 방식과 난이도는 천차만별입니다.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1) 수학 실력이 곧 합격인 ‘고난도 유형’(한양대·건국대) 한양대(경영경제)와 건국대(경영경제)는 수리논술의 비중이 무려 50%에 달하며 난이도 역시 ‘최상’으로 꼽힙니다. 단순한 계산을 넘어 수학적 추론과 서술형 답안 작성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건국대는 경제수학 산술 능력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므로 수학적 기초가 탄탄한 학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예시) 한양대 25수시 기출문제(경영경제 계열)[문제 2]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50점)1. 다음과 같이 세 함수가 주어져 있다.3. 다음 조건을 만족시키는 모든 수열 에 대하여 의 최대값 M과 최소값 m을 구하시오.2) 인문학적 사고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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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 능력 등 자기 강점에 맞는 대학 선택해야"
논술의 수능최저자격은 진학 대학의 가능성을 올리는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2026학년도 표준점수에 의한 실채점 배치표는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이 예상됩니다.따라서 탐구과목에 변환표준점수를 적용했을 때 아래와 같은 예상표를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즉 논술시험은 수능의 여섯 번째 과목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자칫 떨어지기 쉬운 정시전형에서 중요한 방어 요소가 됩니다.또한 최저자격의 충족은 경쟁률을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예컨대 중앙대는 학생부전형의 평균 경쟁률이 10 대 1~20 대 1이며, 논술 경쟁률은 55 대 1~65 대 1입니다. 그러나 최저자격 충족 비율에 따라 결과적으로 학생부전형과 논술전형의 실질 경쟁률이 비슷한 수준에 있었습니다. 아래는 2025학년도 기준 최저자격 충족률에 관한 중앙대와 경희대의 발표 자료 중 일부입니다.교과는 직접적 영향을 주지는 않더라도 동점자 처리에 반영되는 간접적 요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체적으로 상위 대학은 논술고사의 전형 요소에 교과 반영을 실질적으로 하지 않는 양상입니다.교과가 반영되더라도 6~7등급까지도 논술 점수로 충분히 역전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다만 점수의 인플레가 있고 난도가 어려워 일정 구간에 논술 점수가 몰리는 상위 대학의 경우 동점자 처리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교과에 대해서도 방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아래는 2027학년도 주요 대학 지원 자격과 전형 요소에 대한 정리 자료입니다.한편 논술은 서로 다른 유형을 갖고 있습니다. 각 대학의 특성과 자기 강점을 바탕으로 더 적합한 논술유형을 준비해나가는 것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글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