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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의 힘은 유연한 자기조절능력에 있다"…소유권은 창조와 혁신의 원동력이란 점도 강조

    “시장은 불완전하지만 최상의 시스템으로, 악한 자들이 끼치는 해악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시장과 정부는 서로 불편한 관계다. 시장은 중앙집중화한 그 어떤 대안보다 경제를 더 잘 조절한다. 정부는 시장을 왜곡하다 못해 심지어 파괴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장경제가 그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존 맥밀런(1951~2007)이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할 때 쓴 《시장의 탄생(Reinventing the Bazaar)》(2003)은 시장을 통한 경제 운용이 왜 효율적인지를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실패 사례도 추적해 무엇이, 왜 잘못됐는지를 분석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케네스 애로 교수는 이 책에 대해 “시장이 왜 성공 또는 실패하거나 남용되는지 그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고 했다.소유권은 혁신의 원동력“1990년대 초 베트남의 거의 모든 트럭이 멈춰 섰다. 옛 소련에서 수입했거나 소련 기술로 제조된 트럭들이었다. 소련이 무너지면서 필요한 부품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라 전체에 운송 대란이 일어났고, 다급해진 베트남 정부는 운전기사들에게 트럭 소유권을 부여했다. 그러자 트럭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기적이 일어났다.”《시장의 탄생》 중 ‘소유권은 기적도 만들어낸다’는 장(章)에 나오는 내용이다. 맥밀런은 베트남 사례를 통해 시장이 움직이는 데 소유권이 왜 중요한지를 파헤쳤다. 원래 국가 소유였던 트럭이 자기 재산이 되자 운전사들은 폐품 속에서 필요한 부품을 찾아냈고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트럭을 고친 덕분에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다. 또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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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테네 민주주의 뿌리는 다름을 수용하는 자비와 경청…이방인을 보호하고 수용할 때 도시가 새롭게 태어나죠

    오이디푸스는 도시라는 공동체가 지탱하기 위한 원칙을 위반(違反)했다. 도시는 가족의 집합이며, 가족은 부모 자녀라는 독립적인 위치와 기능의 집합체다. 가족의 해체는 곧 도시문명의 해체로 이어진다. 가족의 기반을 흔드는 가장 근본적인 해악은 가족 구성원의 경계를 침범하는 폭력(暴力)이다. 그는 이성적인 인간으로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인간이었다. 오이디푸스는 그를 덮친 운명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조금씩 ‘볼 수 있는’ 지혜로운 인간이 됐다.운명의 암호자비로운 여신들이 인간의 기준으로 상반된 가치를 지닌 존재인 것처럼 오이디푸스의 삶도 저주인 동시에 축복이 될 수 있다. 아테네로 가는 길목에 있는 콜로노스에서 다시 저주를 받아 추방될 위기에 처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운명을 반전시킨다. 그는 자신이 침입한 낯선 장소가 “자신의 운명의 암호”라고 확신한다. 그는 자신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엄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 있게 분노의 여신들에게 요구한다. “그분들이 탄원자를 자비롭게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나는 이제 여기 이 자리를 절대로 뜨지 않겠습니다.” 그는 자신의 불행한 삶에 얽혀 있는 실타래와 같은 암호를 새로운 문명의 구축을 위해 풀기 시작한다.‘탄원(歎願)’이란 한 사회의 통념이나 관습으로는 수용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숙고할 뿐만 아니라 그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하는 행위다. 오이디푸스는 자신과 같이 금기시된 인간을 아테네라는 도시문명의 언저리인 콜로노스 안으로 수용하라고 요구한다. 그는 장님이며 허약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콜로노스 공동체를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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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적 혁명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다"…'패러다임 변화'로 각종 현상을 분석하는 토대 제공

    “과학혁명이란 하나의 패러다임(paradigm)이 양립 불가능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해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대체되는 과학적 발전이다. (중략) 과학의 역사는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건물 하나를 짓는 과정이 아니라 어느날 굴삭기로 건물을 밀어버리고 그 옆에 새 건물을 짓는 것과 비슷하다.”《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는 미국의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1922~1996)이 1962년 출간한 책이다. 과학 서적으론 이례적으로 20여 개 언어로 번역돼 100만 부 넘게 팔렸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100권의 도서’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쿤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했지만 과학사에 관심을 뒀다. 그는 책에서 “과학발전은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패러다임 전환에 의해 혁명적으로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쿤이 창안한 용어인 ‘패러다임’은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규정하고 있는 인식의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를 의미한다.쿤이 제시한 새로운 과학관이전에는 과학혁명이 지식의 축적에 따라 점진적으로 이뤄진다는 게 보편적 인식이었다. “과학은 체계화된 관찰을 통해 사실을 수집하고, 수집된 사실로부터 이론을 도출해낸다. 이런 일련의 지식 축적이 과학 발전”이라는 게 ‘전통적 과학관’이다. 갈릴레이와 뉴턴 등에 의해 일반화됐다. 과학이 귀납적 추리에서 얻어진다는 점에서 ‘귀납주의 과학관’이라고도 불린다.쿤에 따르면 한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정상과학’이 있다. 정상과학이 더 이상 현상을 설명할 수 없게 되면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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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테네인은 '패륜아' 오이디푸스를 관용으로 용서하죠…관용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어요

    소포클레스의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는 그가 사망한 해인 기원전 406년 완성됐다. 기원전 401년 아테네 비극 경연인 디오니시아 축제에서 초연됐다. 이 작품은 《오이디푸스 왕》《안티고네》와 함께 소포클레스의 ‘3대 테베비극’으로 불린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왕으로 치리(治理)하던 테베에서 떠난다. 그는 옷핀으로 자신의 눈을 찔러 장님이 됐다. 수많은 사람을 이끌던 왕이 이젠 발 한 걸음도 누구의 도움 없이는 옮길 수 없다.오이디푸스는 딸 안티고네의 손에 이끌려 아테네 근처에 있는 마을 콜로노스에 도착한다. 소포클레스는 오이디푸스를 왜 이곳으로 이주시켰을까.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아테네 관객들에게 무엇을 전달하려고 했을까.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는 비극적인 운명에 굴하지 않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찬양이다. 소포클레스가 이 작품을 쓴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선 먼저 《오이디푸스 왕》과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 비극 작품이 쓰이고 상연된 기원전 5세기 말, 아테네의 철학을 파악해야 한다. 이 두 비극 작품의 주인공은 분명 오이디푸스다. 그러나 오이디푸스의 개성(個性)은 두 작품에서 다르다. 《오이디푸스 왕》은 영웅이 오만으로 명성과 권력을 잃는 비극적인 과정을 다뤘다. 반면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는 더 이상 불행할 수 없는 한 인간이 어떻게 신적인 인간으로 부활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스인들에게 인간만큼 흠모할 만한 기적은 없다. 사실 그리스 비극 작품들은 불운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자신의 개성을 지키려는 인간의 숭고함을 감동적으로 전한다.용서소포클레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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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 선악과 이야기는 오히려 인간의 독립선언인 셈이죠…오이디푸스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 지려고 스스로 장님 됐어요

    나는 자유로운가? ‘자유(自由)’는 타인의 임의적인 의지와는 상관없는, 독립적인 어떤 것이다. 자유는 타인을 통해 내 생각과 말, 행위가 영향을 받고 결정되는 ‘속박(束縛)’과 대조된다. 노예는 타인의 의지대로 행동한다. 그러나 자유인은 사회가 규정한 법을 어기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자신이 선택한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영국 정치철학자 이사야 벌린(1906~1997)은 ‘자유의 두 개념’이란 글에서 자유를 두 종류로 구별한다. ‘부정적 자유’는 외부의 압박이나 간섭이 없는 행동이다. ‘긍정적 자유’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는 자유를 이른다.자유의지자유와 밀접하게 관계된 단어가 자유의지다. 그(녀)는 어떤 일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인간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미리 숙고하고, 그 행위가 가져올 결과를 상상한다. 자유의지는 절제의 힘으로 균형을 잡는다. 예를 들어 내가 오늘 아침 개와 산책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산책이 가져다 주는 개의 건강과 기쁨이 내게도 의미가 있기 때문에 나는 개와 산책한다. 자유는 한 개인의 깊은 생각과 그 생각을 실행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실제 행동으로 옮겼을 때 동반되는 다양한 결과를 감수할 때 생성된다.《창세기》에 등장하는 소위 ‘선악과’ 이야기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관한 숙고다. 최초의 상징적 인간들인 아담과 이브가 ‘선과 악으로 상징되는 지식(知識)의 나무’에 달린 열매를 따 먹는다. 이 행위는 신에 의해 만들어진 피조물인 인간이 스스로의 자유의지에 기초해 한 행위다.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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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인구가 10% 늘면 그 나라 1인당 생산성은 30% 향상"…도시가 반환경·반인간적이란 비판은 편견일 뿐이라고 반박

    “오랫동안 반(反)도시화 운동에 앞장섰던 마하트마 간디는 ‘진정한 인도는 몇몇 도시들이 아니라 70만 개의 마을 속에 세워져야 한다. 국가의 성장은 도시가 아니라 마을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틀린 말이다. 인도의 성장은 도시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지 도시화와 번영 사이에는 완벽할 정도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평균적으로 볼 때 어떤 국가건 도시 인구의 비중이 10% 늘어날 때마다 그 나라의 1인당 생산성은 30% 향상된다.”에드워드 글레이저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52)는 도시경제학 분야의 손꼽히는 권위자다. 그는 2011년에 쓴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에서 다양한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도시의 의미와 가치를 분석했다.핵심은 책의 부제(How our greatest invention makes us richer, smarter, greener, healthier, and happier)처럼 ‘도시는 인류를 더 부유하고, 더 똑똑하게, 그리고 더 친환경적이고, 더 건강하며,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든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것이다. 도시가 갖는 의미에 대한 저자의 뛰어난 식견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글레이저 교수는 절반 넘는 세계 인구가 살고 있는 도시를 반환경적·반인간적이라고 비판하는 이가 많지만, 명백하게 잘못된 편견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도시화 현상이야말로 인류 번영과 행복의 열쇠”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가장 건강하고 친환경적이며 문화적·경제적으로 살기 좋은 곳이 도시라는 것이다.글레이저 교수는 도시를 혁신과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본다. 도시는 사람들을 한곳에 모으고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협력적 생산 활동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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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은 치명적이고 운명적인 결함 지녔죠…그러나 스스로는 그결함을 알지 못해 길 못찾고 방황하죠"

    유인원이었던 인간이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획득한 시기는 약 350만 년 전이다. 오늘날 동아프리카에 거주하던 일부 유인원이 네 발로 걷는 짐승에서 시작해 두 발로 걷는, 소위 ‘이족보행’하는 유인원으로 진화했다.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즉 ‘직립원인’이다. 호모 에렉투스는 네 발로 걷고 뛰는 짐승들과 비교해 힘이나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진술(陳述)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오이디푸스를 살인자라고 폭로하자, 오이디푸스는 그 사실을 완강히 거부한다. 상대방의 진술을 인정하지 않기로 작정한 사람에게, 그 진술은 진위를 떠나 항상 거짓이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아버지를 살해할 것이라는 신탁을 받고, 코린토스를 떠나 테베에 정착해 왕이 됐기 때문에 자신이 라이오스(아버지)의 살해자가 될 수 없다고 단정했다.이오카스테와 오이디푸스는 대화한다. 대화는 상대방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는 연습이다. 이오카스테는 라이오스가 받은 신탁의 내용을 알려준다. “그이(라이오스)와 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의 손에 그이가 죽게 되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남편 라이오스는 마차를 타고 가다가 세 길이 만나는 곳에서 어느 날 도둑들의 손에 의해 살해당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태어난 지 사흘도 지나지 않아 라이오스가 아이의 두 발을 함께 묶은 뒤 하인을 시켜 인적이 없는 산에 내다 버렸습니다.”오이디푸스는 이오카스테의 진술을 들은 후, 자신이 도무지 인정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진실일 수 있다는 개연성에 그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테베로 오기 전, 어떤 장소에서 낯선 자를 살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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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 가장 큰 위험은 평등이 자유를 잠식하는 것이다"…'다수의 전능'이 전제정치와 포퓰리즘 부추길 가능성 경고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자유보다는 평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개인을 약하게, 국가를 극단적으로 강하게 만들 것이다. 평등의 원리가 인간으로 하여금 과거와 같은 예속상태로 나아가게 할지, 평등이 공급하는 새로운 이익(독립, 지혜,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얻는 쪽으로 나아가게 할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노력에 달렸다.”“민주 정치의 문제는 다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수에게 저항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수의 이름으로 법률을 만들고 감독하는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다. 다수의 전능은 전제정(專制政)도 가능하게 한다.”자유 평등 박애를 내세우며 구(舊)체제를 무너뜨린 1789년 대혁명 이후 프랑스에서는 정치적 과잉 현상이 나타났다. 선동과 폭력이 난무했고, 진정한 민주 정치는 실현되지 않았다. 당시 판사로 일하던 알렉시 드 토크빌(1805~1859)은 1831년 미국 교도소 등 행형(行刑)제도를 참관하기 위해 북미지역을 7개월간 돌아봤다. 정치철학자이기도 했던 그에게 당시 미국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사체를 만들고 다양한 공동체 활동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토크빌에게 비친 미국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모델이었다.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제도 등을 자세히 기록해 유럽 민주주의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 책이 《미국의 민주주의》다.자유와 평등의 충돌그는 미국에서 공화정을 기반으로 한 대의민주주의가 유지되는 이유를 법치를 보장하는 사법제도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와 국민주권주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회적 평등을 추구한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