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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양 기타

    정의라는 개념은 개인과 국가에 때로는 다르게 적용 독재자 크레온과 안티고네는 두 종류의 정의 보여주죠

    《안티고네》는 전통적으로 개인의 양심에 관한 드라마로 해석돼왔다. 테베의 독재자 크레온이 상징하는 무작위적이며 비도덕적인 법에 대항하는 양심적이고 용기 있는 여인 안티고네의 투쟁에 관한 이야기로 말이다. 안티고네는 인간의 양심대로 행동하며 국가라는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권력 앞에서 투쟁한다.이런 해석은 르네상스 이후 서양에 등장한 국가 이데올로기에서 출발했다. 국가는 안전을 위해 자신의 자유를 기꺼이 포기하는 개인들의 집합체다. 그러므로 개인과 국가 간 ‘사회계약’이 이익집단의 이익을 위해 중요했다. 안티고네를 주인공으로, 크레온을 악당으로 여기는 해석은 지난 300년간 서양에 지속돼온 문학적이며 철학적인 전통이다. 개인과 국가 소포클레스는 정말 이런 단순한 이원론적인 주제를 아테네 시민들에게 전달하려 했을까? 기원전 441년 디오니시아 축제에서 이 비극을 감상하던 시민들은 크레온이 상징하는 국가를 악의 축으로 생각했을까?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극 중 대결이 아테네인들을 흑백진영으로 나눴을까? 안티고네의 행위는 자신의 양심보다는 단순히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고대 관습을 지키려고 노력한 것은 아닌가. 이 두 인물 사이에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안티고네》에 등장하는 합창단은 인간보다 놀라운 존재는 없다고 노래한다. 인간은 땅, 바다, 심지어 자신의 운명까지 지배한다. 당시 아테네인들에게 인간은 도시 안에 거주하고, 도시의 법을 따르는 존재다. 인간은 도시 공동체의 일원이며, 도시는 가장 이상적인 법이 실현된 장소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을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모든 도시국가는 일종의 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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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이 되레 불통과 극단주의 부추겨 음모론 확산시킨다"…보고 싶은 것만 보고,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성' 비판

    “동질적 집단은 극단으로 흐르기 쉽다. 광신집단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집단을 외부와 격리시키는 것이다. 구성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외부 정보를 불신하게 된다. 토론을 거듭할수록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성(確證偏向性)이 강화되기 때문이다.”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Going to Extremes)》에서 집단사고의 위험을 경고했다. 끼리끼리 모여 의견을 나누면 여러 의견을 절충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기보다 오히려 더 극단적인 입장을 갖는 경향이 있어서다. “실험 결과 인종적 편견이 있는 백인들은 토론을 거친 뒤 인종적 편견이 심해졌다. 구성원의 교양 수준은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연방판사들조차도 비슷한 성향끼리 재판부를 구성할 때 더 편향적인 판결을 내렸다.”폐쇄성이 키우는 괴담과 증오법학자이자 인간행동 연구 분야 석학인 선스타인은 《루머(On Rumours)》 등을 통해 집단사고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의사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분석했다. 국내에서 그는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넛지(Nudge)》를 함께 쓴 공동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선스타인은 소통 창구인 인터넷이 되레 불통과 극단주의를 부추겨 음모론과 증오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자기 입장과 가장 잘 들어맞는 토론방을 검색하고 선택한다. 자기 생각과 맞지 않는 토론방은 떠난다. 비슷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끼리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고는 극단으로 치닫는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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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명한 사람은 세상이 그어 놓은 이분법에 매몰되지 않죠…고대 그리스인은 '현명'을 인간과 문명의 핵심으로 여겨

    그(녀)는 그 순간에 별 하나하나를 칼 세이건의 과학책에서 설명했던, 혹은 반 고흐의 그림에서 봤던 별과 비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의 표현은 밤하늘의 별들을 묘사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명 현명한 사람은 게슴츠레 눈을 뜨고 보려는 마음을 가다듬고, 두 눈을 부릅뜬다. ‘賢明’이란 한자는 심오하다. ‘현(賢)’자는 눈을 크게 뜨는 모양을 형상화한 한자로 ‘신(臣)’과 오른손을 의미하는 ‘우(又)’로 구성돼 있다. 현명한 사람은 그가 마주친 사물이나 사람을 오른손으로 자꾸 눈을 비벼 크게 떠서 있는 그대로 보려는 것을 자신만의 가치로 여기는 사람이다. ‘賢’자 아래에 돈과 가치를 의미하는 조개 패(貝)가 들어간 이유다. 현명한 사람은 세상이 정해 놓은 편리한 이념인 이분법(二分法)에 매몰되지 않는다. 그는 두 눈으로 확인한 것만 믿는다. 그는 나와 너, 선악, 명암, 남녀, 노소, 명암과 같은 구분을 초월한다. 그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그것 자체로 보기에 즉흥적이고 매력적이다. 흔히 ‘밝을 명’으로 알려진 한자 ‘明’은 사실 형용모순(形容矛盾)이다. 우리가 보기에 해와 달이 동시에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양이 나타나면 달은 자취를 감출 뿐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다. 밤이 되면 오히려 태양이 지구 뒤로 사라지고 낮에 보이지 않았던 달과 별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낮이나 밤이나 하늘에는 항상 해와 달이 공존한다. 현명한 사람은 매순간 과거에 가졌던 자신의 생각, 말, 행동을 포기하고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해 해를 남들이 말한 대로의 해로만 보지 않고, 달을 달로만 보지 않는 사람이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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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학적 결정론으로 만들어진 '신세계' 불행 그려…과학의 진보와 전체주의 밀착이 빚어내는 비극 풍자

    “신세계에선 누구도 불행하지 않다. 굶주림과 실업, 가난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질병도, 전쟁도 없고 누구도 고독하거나 절망을 느끼지 않으며 불안해하지도 않는다. 아아, 얼마나 신기한가. 이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멋진 신세계여!”올더스 헉슬리(1894~1963)의 《멋진 신세계》는 조지 오웰의 《1984》, 예브게니 자먀찐의 《우리들》과 함께 세계 3대 ‘디스토피아(사회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극대화돼 나타나는 어두운 미래)’ 소설로 꼽힌다. 1932년에 출판된 《멋진 신세계》는 역설적 표현이다. 과학의 진보가 전체주의, 인간의 오만함과 밀착할 때 어떤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1차 세계대전 뒤 파시즘 등장을 지켜본 유럽인의 절망감과 불안감이 담겨 있다. 이 소설은 국가 권력이 시민들의 정신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극도로 발전한 과학기술 문명을 통제하는 계급사회를 그렸다. ‘자동차 왕’으로 불리는 헨리 포드가 태어난 해인 1863년을 인류의 새 기원으로 삼았다. 작품 속 배경은 포드 기원 632년(서기 2496년)의 영국이다.인간을 대량 생산하고 감정도 조절헉슬리가 ‘포드 기원’을 채택한 것은 포드의 ‘컨베이어 시스템’이 서구 경제를 가장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봤기 때문이다. 신세계에선 모든 것이 ‘포드주의’에 따라 자동 생산된다. 무스타파 몬드 총통이 전 세계를 정복해 단일 독재국가로 만들었다. ‘공유, 안정’이 이곳의 표어다. 인간을 대량 생산할 뿐만 아니라 그 품질을 조절해 사회구성원을 독재자의 의도대로 만들어낸다. 구성원들은 이를 문명사회, 신세계로 받아들인다.신세계에서 인간은 ‘보카노프스키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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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단력 잃고 집단정신에 휩쓸리는 군중은 믿을 수 없어"…비이성적이고 충동적 행동하는 군중 심리 예리하게 통찰

    “군중을 구성하는 개인이 누구든, 그들의 생활양식·직업·성격 혹은 지적 수준이 비슷하든 아니든, 그들은 군중의 일원이라는 사실만으로 일종의 집단정신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각자가 고립된 개인으로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세계의 모든 정복자들, 종교나 제국의 모든 창설자들, 유명 정치가들, 그리고 좀 더 평범한 영역에 있는 소규모 공동체의 지도자들은 군중에 대해 본능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군중심리를 잘 알고 있기에 쉽게 지도자가 된다.”프랑스 사회심리학자이자 사상가인 귀스타브 르봉(1841~1931)은 일찌감치 군중의 힘에 주목했고 이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1895년 출간된 《군중심리학》은 혁명과 쿠데타, 왕정 복고와 전쟁의 혼란이 이어졌던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군중 연구를 통해 군중은 어떤 존재인지, 그런 군중의 행동을 지배하는 원리는 무엇이고, 그들을 이끄는 리더십은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있다.군중의 난폭성은 원시인의 본성저자는 《군중심리학》 서론에서 “과거에는 소수의 엘리트층이 사회를 이끌었다면, 다가오는 20세기는 군중의 힘이 커지는 ‘군중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군중의 등장을 불가피한 역사 흐름으로 보면서도 군중이 지닌 부정적 특성을 우려했다. 그가 군중 연구에 집착한 이유도 군중을 제대로 알아야 올바로 이끌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일부에서는 《군중심리학》이 보수적이고 엘리트적인 관점에서 정치 지도자 등의 선동에 휘둘리는 어리석은 군중의 모습을 과도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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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존재…자신의 가치를 위해 몰입할 때 비로소 ‘인간’이 되죠

    장 폴 사르트르(1905~1980)가 쓴 소설 《구토》의 주인공 앙투안 로캉탱은 프랑스 귀족을 연구하는 역사학자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이 ‘구토’라고 부른 메스꺼운 감정을 감지한다. 그는 작가답게 이 감정은 자기 존재에 대한 의심에서 생겼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점점 세상과 멀어지고 세상 가운데 자기 존재의 의미를 잃는다.인간은 자신이 선택하고 동의한 것들의 결과다. 우리는 그런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할 수 없다. 인간은 ‘무’의 상태로 태어났으며, 자기 존재의 내용과 모양을 결정한다. 인류의 스승들은 인간 삶의 존재 의미에 대한 정교한 이론과 설명을 내놓았다.존재가 본질에 선행한다21세기 인류의 최대 비극인 1·2차 세계대전을 유럽 한복판에서 목도한 사르트르는 “존재가 본질에 선행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인생이란 무대에 먼저 등장하고, 그 후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한다. 인간은 정의할 수 없는 ‘없음’이다. 존재는 없음이다. 그러나 자신의 선택을 통해 책임을 지는 자신만의 본질을 만들어간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신의 본질을 만들어 가는 행위에 스스로 책임진다. 사르트르는 본질을 아직도 들먹이는 철학자들을 질책하면서 ‘존재’라는 개념을 섬세하게 다듬었다. 인간은 깊은 숙고와 자의식을 통해 자기 나름의 가치를 만들어 의미를 구축하는 ‘자유로운’ 존재다. 이 가치는 개인이 구축하는 것이다.그는 이 명제를 1945년 행한 강의에서 “실존주의는 인간주의”라고 선포했다. 내 삶을 결정하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이 자유는 누구나 자신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자신의 고유성을 담보하는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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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고스’와 ‘미토스’는 진리에 접근하는 두 가지 방식…서구문명은 로고스를 문명 건설의 ‘벽돌’로 여겨

    인류는 오랫동안 우주 작동의 원칙, 자연의 섭리 그리고 인간 본성의 궁극적인 비밀을 탐구해왔다. 많은 문명과 문화는 이것을 ‘진리(眞理)’라고 불렀고 진리에 도달하는 방법을 크게 두 가지로 표현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진리를 밝혀내기 위한 두 가지 탐구 방법을 ‘로고스(logos)’와 ‘미토스(mythos)’로 구분해 설명한다.로고스와 미토스는 본질적이며 대등하다. 하나가 부족한 다른 하나는 진리를 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볼 수 없는 장님이다. 로고스와 미토스는 싸우지 않고 상호보완적이다. 진리라는 아이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서로 신비하게 결합해야 한다.로고스와 미토스순간을 사는 인간에게 삶의 가치를 알려주는 방식은 미토스다. 이성으로 무장한 현대인들은 미토스를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인 ‘신화(神話)’로 번역한다. 그러나 신화는 미토스가 가진 독창적이며 심오한 의미를 담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진정성을 왜곡하는 오역(誤譯)이다. 미토스는 인간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인간다운 삶, 자신에게 의미가 있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감정과 정신 그리고 영혼을 훈련시키는 이야기다. 미토스는 프리드리히 니체와 지그문트 프로이트, 칼 융 그리고 알프레트 아들러가 주장하는 심리학의 초기 형태다. 인류의 우주 창조와 인간 창조, 영웅 이야기들은 모두 미토스다.미토스는 숫자나 개념에 관한 추상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넌지시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미토스는 상징(象徵)이며, 인간이 미토스에 등장한 이야기를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 그 결과를 응시할 때 ‘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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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 성장을 달성한 국가는 신뢰 자본이 풍부한 국가다"…신뢰 부족은 규제를 낳고 비용과 시간 낭비도 초래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신뢰 자본’의 차이다. 신뢰 기반이 없는 나라는 사회적 비용 증가로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 것이다.” “현대의 각종 법과 경제제도는 필수적이지만 번영을 유지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 제도들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려면 윤리 규범과 합쳐져야 하기 때문이다. 제도와 계약은 신뢰가 결합할 때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한다.”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1995년 펴낸 《트러스트(Trust)》에서 국가 번영을 이루기 위한 중요 요소의 하나로 ‘신뢰’를 지목했다. 일본계 미국인 정치경제학자인 저자는 “경제적 현실을 검토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한 국가의 복지와 경쟁력은 하나의 지배적인 문화적 특성, 즉 한 사회가 고유하게 갖고 있는 신뢰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후진 사회일수록 신뢰자본 부족후쿠야마 교수는 1992년 “이데올로기 대결에서 패한 마르크스·헤겔주의적 역사는 끝났다”고 밝힌 《역사의 종언》에 이어 출간한 《트러스트》로 세계적인 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후쿠야마 교수는 “지속 성장을 달성한 국가는 신뢰 자본이 풍부한 국가”라고 했다. 신뢰 수준이 높은 사회일수록 각종 계약·거래와 관련한 불신(不信) 비용이 적어 효율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사회 구성원이 언제나 서로에게 믿음을 갖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면, 다양한 거래에서 나타나는 비용이 줄어들고 예상치 못한 손해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도 감소한다. 반면 신뢰가 부족한 사회에서는 위험회피 비용이 필요하기 마련이다.저자는 한 사회의 신뢰 수준이 ‘사회적 자본(social 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