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필리퍼 피어스《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열세 번째 종이 울리면 마법이 시작된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5/AA.26251434.1.jpg)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열세 번째 종이 울리면 마법이 시작된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5/AA.26251313.1.jpg)
시간과 맞지 않게 제멋대로 종을 치는 1층 로비의 괘종시계 소리도 짜증난다. 한밤중 시계 종소리를 하나 둘 세던 톰은 13번 울리는 걸 듣고 놀라서 일어난다. 살금살금 1층으로 내려와 시계를 살펴보지만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집주인 바솔로뮤 부인이 아끼는 물건이니 건드리지 말라던 이모의 말을 떠올리며 뒷문을 연 톰의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쓰레기통밖에 없다던 뒤뜰이 아름다운 정원으로 변신한 것이다. 아름다운 정원에서 만난 해티매일 밤 이모부와 이모가 잠들면 몰래 집을 빠져나와 정원을 거닐다 여러 사람과 마주치지만 그들은 톰을 볼 수 없다. 해티라는 여자아이와 정원사 아벨 아저씨만이 톰을 보고 말을 건넨다. 부모님을 여의고 큰어머니와 사촌들의 구박 아래 사는 해티는 좀 까칠한 편이다. 톰과 해티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정원의 비밀 장소들을 찾아다니고, 점점 더 멀리까지 탐험을 한다. 방을 비운 사이 이모가 깼을까봐 걱정하며 돌아오면 시간은 겨우 몇 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의 스토리를 먼저 꺼냈지만 독서를 하기 전에 작가와 작품에 대한 배경을 살펴보면 소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영국 근대 판타지문학의 대표작인 이 소설은 ‘시간 판타지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특색이 강한 작품이다. 1920년에 태어난 필리퍼 피어스가 1958년에 발표했으니 이미 정복된 홍역이라는 병이 등장한 것이다. 지금 생글생글 친구들이 나중에 작가가 되어 ‘코로나’를 소재로 소설을 쓰면 몇십 년 후 독자들이 ‘코로나가 뭐 대단한 병이라고 자가 격리까지 하나’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필리퍼 피어스는 어린 시절 폐결핵을 앓아 집과 병원에서만 보내야 했다. 그 경험 때문인지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폐결핵을 이겨낸 필리퍼 피어스는 절대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환상이나 현실을 통해 치유되고 성장하는 등장인물들을 그렸다.
기존 판타지는 시간과 공간 중에서 공간이 더 중요하게 그려지는 특징이 있다. 주인공이 알 수 없는 과거나 미래로 날아가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현실로 돌아오는 형식이다.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는 13시라는 독특한 시점에 ‘해티의 과거’와 ‘톰의 현재’가 만나는 환상적 시간을 그리고 있다. 방학이라는 짧은 시간 속의 톰이 만난 해티가 점점 자라 어른이 되는 모습까지 나타난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환상의 시간에서 펼치는 상상의 나래톰과 해티는 서로 유령이라고 의심하며 입씨름을 하기도 한다. 톰은 정원에서 만난 사람들의 의상과 해티의 발언을 근거로 책을 보며 연구하여 그들이 19세기 빅토리아여왕 시대 사람이라고 추리한다. 해티와 함께 하는 환상적 시간을 연장하고 싶은 톰에게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온다. 떠나기 전날, 마지막으로 해티를 만나려 했지만 아름다운 환상은 사라지고 좁고 지저분한 현실의 작은 마당이 톰을 맞는다. 실망을 안고 발길을 돌린 톰이 층계를 내려오는 누군가를 보고 “해티!”라고 크게 불렀고, 놀랍게도 진짜 해티를 만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