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기타
-
교양 기타
오이디푸스는 비극적 영웅이면서 신적인 존재, 운명을 이겨내며 희망 잃지 않는 게 진정한 영웅
누가 영웅인가. 남들과 비교해 월등한 능력을 지닌, 반은 신이며 반은 인간인 ‘반신반인(半神半人)’이 영웅인가? 아니면,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재난과 불행을 맞이해 영웅적인 극복을 보여준 사람인가? 인류 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시 서사시’의 주인공 길가메시는 전형적인 반신반인의 영웅이다. 그는 인류 최초의 도시인 우룩(오늘날 이라크 남부 알-와르카)의 전설적인 왕이었다. 그는 암소여신 닌순과 우룩의 사제였던 루갈반다 사이에서 태어났다. 탁월한 힘과 지혜를 소유한 길가메시에겐 친구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우룩 시민들을 괴롭히는 일로 소일했다. 우룩 시민들은 신들에게 탄원해 길가메시가 함께 지낼 친구를 만들어 달라고 간청한다.두 종류 영웅그 친구의 이름이 ‘엔키두’다. 엔키두는 사막에서 태어난, 반은 인간이고 반은 짐승인 ‘반인반수(半人半獸)’다.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우룩 한복판에서 운명적으로 만나 한 판 씨름을 하며 힘을 겨룬다. 이들은 이 싸움을 통해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신들은 길가메시의 오만함을 가르치기 위해 그의 단짝이자 반쪽이 된 엔키두를 병들어 죽게 한다.길가메시는 엔키두의 죽음으로 권력과 명성의 무상함을 깨닫는다. 그 이후 실제로죽음을 극복해 준다는 불로초를 찾아 나선다. 죽은 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지하 세계로 내려가 우트나피슈팀을 만난다. 우트나피슈팀은 대홍수에서 살아남아 지하세계에서 영생을 사는 자다. 길가메시는 우트나피슈팀이 알려준 불로초를 찾아 떠난다. 페르시아만 심연으로 잠수해 내려가 마침내 불로초를 손
-
교양 기타
"기술의 진보는 빈곤과 질병을 줄이고 행복을 높인다"…빈부격차 심화·지구 온난화 등 비관론 조목조목 비판
“20세기 들어 과거 부자들만 누렸던 특권을 인류 모두가 누릴 수 있게 됐다. 인류 번영에 대한 비관론은 근거 없다.” “인류 번영은 교환(거래)과 전문화 덕분이다. 앞으로 계속될 기술 진보와 번영은 빈곤과 질병을 줄이고 환경을 개선하며 행복을 높일 것이다.”“인류가 스스로에게 저지를지도 모르는 가장 위험한 일은 혁신의 불을 끄는 짓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명하고 채택하지 않는 짓은 그 자체로 위험하고 부도덕할 수 있다.”언론인 출신의 과학저술가인 매트 리들리가 펴낸 이성적 낙관주의자(The Rational Optimist)는 인류 번영에 대한 비관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왜 세상이 점점 더 살기 좋아질 수밖에 없는지를 소개하고 있다.저자는 역사와 철학, 경제학과 생물학을 넘나들며 부(富)가 어떻게 생성되고 확산되는지, 인류의 삶이 왜 그토록 지속적으로 나아졌는지를 조망했다. 동서양은 물론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사례를 바탕으로 인류 번영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나란히 일독을 권한 책으로도 유명하다.인류사에서 비관론 적중한 적 없어이성적 낙관주의자는 빈부격차 심화와 기후변화, 늘어나는 테러 등을 이유로 세계 곳곳에서 확산되는 비관주의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이런 엉터리 주장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1960년대 이후만 보더라도 비관론자들의 주장 가운데 어느 하나 제대로 들어맞는 게 없다고 꼬집었다. 허황된 주장의 대표 사례로는 1960년대 인구 폭발과 세계적 기근, 1970년대 자원 고갈, 1980년대 산성비, 1990년대 세계적 유행병 창궐 주장 등이 꼽
-
교양 기타
“품격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기품이자 위엄…명분은 일의 가치를 지탱해주는 보이지 않는 힘이죠”
나다운 나의 모습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질문보다 더욱 당혹스럽고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나는 훌륭한 죽음을 위해 오늘이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미국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2015년 펴낸 《인간의 품격(원제:The Road to Character)》에서 개인이 지닌 두 가지 단면을 소개한다. 한 단면은 우리 대부분이 목매는 소위 ‘이력서에 나열하는 내용들’이다. 그 사람이 세상에서 성취한 소위 성공이라고 여겨지는 항목들의 나열이다. 이것과는 다른 단면이 있다. 그 사람의 장례식에서 다른 사람들이 죽은 그를 위해 말하는 내용들이다. 내가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 내 주위 사람들이 나를 두고하는 말들이다.두 종류의 인간브룩스는 한 랍비의 혜안을 빌려온다. 유대경전 첫 번째 책인 ‘창세기’에 등장하는 중요한 은유를 사용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세상엔 두 종류의 ‘아담’이 있다. ‘제1 아담’은 남들이 만들어 놓은 성공을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세속적인 인간이다. 이 아담은 항상 남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우위를 차지하는 데 혈안이 된 짐승이다. ‘제2 아담’은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이다. 그는 침묵하지만 자신의 기준에서 옳고 그름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는 남들에게 선행을 베풀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최선을 다한다. 남에게는 정직하고, 자신에게는 자랑스러운 사람이다. 브룩스는 우리에게 제 1아담과 제2 아담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라고 충고한다.품격(品格)이란 사람이 마땅히 갖춰야 할 기품이나 위엄이다. 그런 품격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고
-
교양 기타
사회주의는 '실현불가능한 좋은 이상' 아닌 '거짓 이론'일 뿐…문명은 혁명이 아닌 진화로 발전한다는 '자생적 질서' 주창
“사회주의와 자유주의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것은 가치의 문제가 아니다. 참과 거짓을 가리는 진위(眞僞)의 문제다. 이상은 좋지만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회주의가 나쁜 것이 아니다. 사회주의는 거짓 이론이며, 칼 포퍼(오스트리아 출신의 철학자)의 말을 빌리자면 ‘거짓으로 밝혀진 사이비 과학이론’일 뿐이다.”인간 사회에서 오래된 ‘잘못된 믿음’이 있다. ‘정부만이 이상사회를 설계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능력을 갖췄다’는 믿음이다. 모든 사람이 풍요를 누리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정부가 개인과 사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1899~1992)는 이를 ‘치명적 자만’이라고 불렀다. 1988년 출간된 《치명적 자만(The Fatal Conceit)》은 하이에크가 마지막으로 쓴 책이다. 사회주의 정책 범람에 맞서 자유주의를 지켜온 그는 이 책을 통해 사회주의가 왜 잘못된 것인지를 논증했다. 책의 부제를 아예 ‘사회주의의 오류’로 정했다.“사회주의자들이 보기에 시장질서란 인위적이다. 자본가들이 계급적 이익을 위해 시장을 이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주의자들은 잘못 운영되고 있는 이 시장을 정부가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전지전능한’ 정부가 사회적 불평등 해소 등 고귀한 목적을 위해 나서는 것이 옳다고 확신한다.” 하이에크는 “사회를 원하는 대로 계획하고 조율하는 데 필요한 모든 지식과 정보를 갖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이성은 제한적이며 지식은 분산돼 있어서다.그는 “사회주의가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려운 &lsquo
-
교양 기타
다양한 목소리 듣는 그리스 비극축제는 민주주의 연습…경청의 핵심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
문명은 도시와 문자의 조화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도시는 개인이 혈연과 지연을 넘어서는 타인들과 동거하며 타협하는 장소다. 문자는 상대방 심지어는 자신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공동의 상징체계다. 그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소통의 도구로 사용하기로 한 약속이다. 도시와 문자는 동전의 양면이다. 도시라는 거대한 공간을 하나로 묶는 끈이 문자다. 도시와 문자가 문명을 구성하는 두 가지 조건이라면, 경청은 문명의 유전자(DNA)다. 경청은 드물다. 다른 사람이 말을 마칠 때까지 지루하게 기다려 주는 것은 경청이 아니다. 우리는 대부분 그냥 준비 없이 듣는다. 우리는 귀로 사방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소리를 듣는다. 이렇게 듣는 행위를 영어로 ‘히어링 (hearing)’이라고 한다.경청(傾聽)우리는 타인의 말 중 자신이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구축해온 주파수에 맞는 것만 듣는다. 그 주파수에 맞지 않으면 흘려보낸다. 만일 당신이 오늘 하루 동안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 즉 당신의 남편이나 아내 혹은 부모, 혹은 딸이나 아들이 하는 말을 듣기를 시도해보라. 정말 ‘잘 듣는 행위’가 얼마나 어려운지 금방 깨달을 것이다. 부부 관계, 부모와의 관계, 그리고 자식과의 관계, 더 나아가 자신의 직장 동료 및 상사들과의 관계는 ‘잘 들으려는 시도’만으로 급격히 개선된다.인간관계의 기반은 경청이다. 경청은 말하고 있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려는 마음에서 시작한다. 말이란 말하는 발화자의 오랜 생각과 습관의 표현이기 때문에, 그 말을 듣는 수화자의 생각과는 근본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수화자가 상대방의 말을 기꺼이 듣겠
-
교양 기타
"소유욕은 자기 보존의 본능에 뿌리를 두고 있다"…역사적 사례를 근거로 평등의 실현 불가능 지적
“사적 재산 소유권이 없으면 자유도 없고, 자유가 없으면 경제성장이 있을 수 없으며 빈곤해질 수밖에 없다.” “평등이라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가치다. 사람마다 기술, 관심, 근면함이 다르기 때문에 소유를 평등하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 평등은 곧 무너진다.”리처드 파이프스 전 하버드대 교수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갔다. 그는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은 왜 잘 살고, 러시아와 그의 고국인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은 왜 못 사는가에 의문을 가졌다. 이런 궁금증이 《소유와 자유》(1999년 출간)를 쓴 동기가 됐다. 그는 소유권 보장이 자유를 증진시킨다는 가설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역사적 사례를 들어가며 사유재산 제도가 자유롭고 풍요로운 사회로 진화하는 데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을 밝혀내려 했다. 그는 “소유욕은 보편적 현상으로 동물은 물론 아이와 어른, 원시인, 문명인 등 구분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다”며 “이는 자기 보존의 본능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적 소유가 인정됐던 아테네인들이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용감하게 싸울 수 있던 것도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영국과 러시아를 비교하며 소유권과 자유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고찰했다. 유럽 중세 말기의 도시 발전은 사적 소유권 확립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상업과 무역을 통해 부(富)를 축적한 도시민은 왕과 귀족, 성직자들로부터 토지의 특권을 획득하고자 했다. 이들은 법 제정에 참여하고 그것을 집행할 권한을 추구했다.영국에선 16세기 튜더왕조 시절 자작농을 우대하기 위해 왕이 소유하던 대규모의 영지와 교
-
교양 기타
정의는 도움을 청하는 자에게 호의를 베푸는 용기…경청과 연민 없는 정의는 자칫 폭력으로 변질되죠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그 다른 무엇을 ‘문화(文化)’라고 부른다. 문화란 향기 나며 유유자적하는 한 그루 나무를 가꾸는 과정이다. 누군가 오래전에 토양에 맞는 품종을 골라 씨앗을 정성스럽게 심고, 김을 매고 거름을 줬다. 그리고 바람, 비, 안개, 공기와 같은 자연의 섭리를 간구하고 자연의 혜택을 입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가지를 치고 병충해에 시달리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기다린다. 그러면 가장 적절한 순간에 세상의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그래서 고귀한 꽃을 피운다.복수동태법(復讐同態法)인간은 이런 문화를 위해 도시라는 인위적인 공간을 창조했다. 달리 제한된 공간을 구획하고 그 안에서 살면서 다른 인간들과 관계를 맺어 상부상조하는 것이 문화를 구축하는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조온 폴리티콘(zoon politikon)’, 즉 ‘도시라는 공간에서 사는 동물’이라고 정의했다. 인간은 도시의 규율을 준수하면서 비로소 인간이 된다. 그 인간은 여전히 동물이지만, 자신의 직계 가족과 친족뿐만 아니라 자신과 상관없는 다른 가문, 이방인, 외국인들과 공존하려는 수고를 통해 인간이 된다. 가족과 친족이라는, 자신에게 익숙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의 관습과 습관이 삶의 유일한 잣대로 여기는 인간들은, 겉모습은 인간이지만, 사실 동물이나 다름없다. 그들에겐 문화가 없다.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기원전 18세기 바빌로니아를 정복한 한 이방인은 그것을 ‘정의’라고 선포했다. 그의 이름은 ‘함무라비’다. 함무라비는 바빌론 도시 한복판에 가로 225㎝, 세로 55㎝의 현무암에 서
-
교양 기타
"자본주의의 바탕은 탐욕과 착취가 아니라 신뢰다"…인류번영 이끈 시장경제 핵심 가치 명쾌하게 설명
“자본주의를 오해하는 근본 배경에는 자유시장에서 이뤄지는 거래가 ‘탐욕’에서 비롯되며 한쪽이 다른 한쪽을 ‘착취한다’는 악의적인 관념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자본주의의 바탕은 탐욕과 착취가 아니라 신뢰다. (중략) 자유시장에서의 거래는 ‘최선의 이익’을 얻기 위한 것으로, 여기서의 이익은 쌍방을 위한 것이다.”“자본주의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기를 바라지만, 실제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가장 유력한 주체는 예나 지금이나 민간 부문이다. (중략) 역사에서 늘 반복되어 왔듯이, 일자리와 자본을 창출하는 기업과 기업인을 핍박하는 것은 경제를 황폐화시키는 지름길이다.”경제잡지 포브스 발행인인 스티브 포브스는 2009년 저널리스트인 엘리자베스 아메스와 함께 쓴 《자본주의는 어떻게 우리를 구할 것인가(How capitalism will save us)》를 통해 사회에 만연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오해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책은 무차별적으로 공격받고 있는 자유시장경제 가치의 핵심을 명쾌한 논리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부자가 모두를 더 부유하게 만든다저자들은 이 책에서 시장경제를 피도 눈물도 없는 차가운 제도로 바라보거나 자본이 노동을 착취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급증한 현실을 개탄했다. 이와 함께 인류 번영을 이끈 자본주의를 탐욕스럽고 부도덕한 체계로 여기는 세계 지식인들의 잘못된 인식이 어디서 출발하는 것인지도 조명했다.저자들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비판하는 지식인이 적지 않은 데는 17~18세기 유럽 중상주의자들의 고루한 관념이 남아 있기 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