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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 선악과 이야기는 오히려 인간의 독립선언인 셈이죠…오이디푸스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 지려고 스스로 장님 됐어요

    나는 자유로운가? ‘자유(自由)’는 타인의 임의적인 의지와는 상관없는, 독립적인 어떤 것이다. 자유는 타인을 통해 내 생각과 말, 행위가 영향을 받고 결정되는 ‘속박(束縛)’과 대조된다. 노예는 타인의 의지대로 행동한다. 그러나 자유인은 사회가 규정한 법을 어기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자신이 선택한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영국 정치철학자 이사야 벌린(1906~1997)은 ‘자유의 두 개념’이란 글에서 자유를 두 종류로 구별한다. ‘부정적 자유’는 외부의 압박이나 간섭이 없는 행동이다. ‘긍정적 자유’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는 자유를 이른다.자유의지자유와 밀접하게 관계된 단어가 자유의지다. 그(녀)는 어떤 일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인간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미리 숙고하고, 그 행위가 가져올 결과를 상상한다. 자유의지는 절제의 힘으로 균형을 잡는다. 예를 들어 내가 오늘 아침 개와 산책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산책이 가져다 주는 개의 건강과 기쁨이 내게도 의미가 있기 때문에 나는 개와 산책한다. 자유는 한 개인의 깊은 생각과 그 생각을 실행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실제 행동으로 옮겼을 때 동반되는 다양한 결과를 감수할 때 생성된다.《창세기》에 등장하는 소위 ‘선악과’ 이야기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관한 숙고다. 최초의 상징적 인간들인 아담과 이브가 ‘선과 악으로 상징되는 지식(知識)의 나무’에 달린 열매를 따 먹는다. 이 행위는 신에 의해 만들어진 피조물인 인간이 스스로의 자유의지에 기초해 한 행위다.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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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인구가 10% 늘면 그 나라 1인당 생산성은 30% 향상"…도시가 반환경·반인간적이란 비판은 편견일 뿐이라고 반박

    “오랫동안 반(反)도시화 운동에 앞장섰던 마하트마 간디는 ‘진정한 인도는 몇몇 도시들이 아니라 70만 개의 마을 속에 세워져야 한다. 국가의 성장은 도시가 아니라 마을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틀린 말이다. 인도의 성장은 도시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지 도시화와 번영 사이에는 완벽할 정도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평균적으로 볼 때 어떤 국가건 도시 인구의 비중이 10% 늘어날 때마다 그 나라의 1인당 생산성은 30% 향상된다.”에드워드 글레이저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52)는 도시경제학 분야의 손꼽히는 권위자다. 그는 2011년에 쓴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에서 다양한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도시의 의미와 가치를 분석했다.핵심은 책의 부제(How our greatest invention makes us richer, smarter, greener, healthier, and happier)처럼 ‘도시는 인류를 더 부유하고, 더 똑똑하게, 그리고 더 친환경적이고, 더 건강하며,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든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것이다. 도시가 갖는 의미에 대한 저자의 뛰어난 식견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글레이저 교수는 절반 넘는 세계 인구가 살고 있는 도시를 반환경적·반인간적이라고 비판하는 이가 많지만, 명백하게 잘못된 편견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도시화 현상이야말로 인류 번영과 행복의 열쇠”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가장 건강하고 친환경적이며 문화적·경제적으로 살기 좋은 곳이 도시라는 것이다.글레이저 교수는 도시를 혁신과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본다. 도시는 사람들을 한곳에 모으고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협력적 생산 활동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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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은 치명적이고 운명적인 결함 지녔죠…그러나 스스로는 그결함을 알지 못해 길 못찾고 방황하죠"

    유인원이었던 인간이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획득한 시기는 약 350만 년 전이다. 오늘날 동아프리카에 거주하던 일부 유인원이 네 발로 걷는 짐승에서 시작해 두 발로 걷는, 소위 ‘이족보행’하는 유인원으로 진화했다.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즉 ‘직립원인’이다. 호모 에렉투스는 네 발로 걷고 뛰는 짐승들과 비교해 힘이나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진술(陳述)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오이디푸스를 살인자라고 폭로하자, 오이디푸스는 그 사실을 완강히 거부한다. 상대방의 진술을 인정하지 않기로 작정한 사람에게, 그 진술은 진위를 떠나 항상 거짓이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아버지를 살해할 것이라는 신탁을 받고, 코린토스를 떠나 테베에 정착해 왕이 됐기 때문에 자신이 라이오스(아버지)의 살해자가 될 수 없다고 단정했다.이오카스테와 오이디푸스는 대화한다. 대화는 상대방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는 연습이다. 이오카스테는 라이오스가 받은 신탁의 내용을 알려준다. “그이(라이오스)와 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의 손에 그이가 죽게 되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남편 라이오스는 마차를 타고 가다가 세 길이 만나는 곳에서 어느 날 도둑들의 손에 의해 살해당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태어난 지 사흘도 지나지 않아 라이오스가 아이의 두 발을 함께 묶은 뒤 하인을 시켜 인적이 없는 산에 내다 버렸습니다.”오이디푸스는 이오카스테의 진술을 들은 후, 자신이 도무지 인정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진실일 수 있다는 개연성에 그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테베로 오기 전, 어떤 장소에서 낯선 자를 살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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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 가장 큰 위험은 평등이 자유를 잠식하는 것이다"…'다수의 전능'이 전제정치와 포퓰리즘 부추길 가능성 경고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자유보다는 평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개인을 약하게, 국가를 극단적으로 강하게 만들 것이다. 평등의 원리가 인간으로 하여금 과거와 같은 예속상태로 나아가게 할지, 평등이 공급하는 새로운 이익(독립, 지혜,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얻는 쪽으로 나아가게 할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노력에 달렸다.”“민주 정치의 문제는 다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수에게 저항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수의 이름으로 법률을 만들고 감독하는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다. 다수의 전능은 전제정(專制政)도 가능하게 한다.”자유 평등 박애를 내세우며 구(舊)체제를 무너뜨린 1789년 대혁명 이후 프랑스에서는 정치적 과잉 현상이 나타났다. 선동과 폭력이 난무했고, 진정한 민주 정치는 실현되지 않았다. 당시 판사로 일하던 알렉시 드 토크빌(1805~1859)은 1831년 미국 교도소 등 행형(行刑)제도를 참관하기 위해 북미지역을 7개월간 돌아봤다. 정치철학자이기도 했던 그에게 당시 미국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사체를 만들고 다양한 공동체 활동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토크빌에게 비친 미국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모델이었다.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제도 등을 자세히 기록해 유럽 민주주의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 책이 《미국의 민주주의》다.자유와 평등의 충돌그는 미국에서 공화정을 기반으로 한 대의민주주의가 유지되는 이유를 법치를 보장하는 사법제도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와 국민주권주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회적 평등을 추구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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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이 타락하면 정의와 불의에 대한 판단 기준 흐려져"…'깨진 유리창' 사례로 '보이지 않는 효과' 중요성 강조

    “법이 있기 때문에 재산이 있는 게 아니라, 재산이 있기 때문에 인간이 법을 만들게 됐다.” “법은 조직화한 정의(正義)다. 법이 타락하면 정의와 불의에 대한 판단 기준이 흐려지고, 정치의 역할이 지나치게 커진다.” “국내시장에서건 해외시장에서건 경쟁이 평등과 진보를 이루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프레데릭 바스티아(1801~1850)가 사망 직전 펴낸 《법》은 정부와 정치권의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억제해 경제 자유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국가와 법은 시민들이 각자 스스로를 지킬 권한을 대행해주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경쟁이 경제 발전의 근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그가 이런 논리를 편 것은 그 시대 상황 때문이다. 당시 유럽은 격렬한 이념투쟁이 진행되던 때였다. 프랑스 혁명(1789년)에서 비롯된 자유, 평등, 박애의 가치가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1848년 공산당 선언이 나오는 등 사회주의가 기세를 발휘하고 있었다. 《법》은 사회주의적 분배 정의를 요구하던 대중에 대한 일종의 답변서다. 사회주의가 얼마나 오류가 많고 허구인지를 담아내려 했다. 바스티아의 이런 생각들은 《국가는 거대한 허구다》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보이지 않는 것 봐야 진짜 경제학자”《법》의 제1장 주제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다. 기회비용 개념을 풀어서 설명했다. 진짜 경제학자는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까지 봐야 한다고 바스티아는 강조했다. ‘깨진 유리창’ 사례를 들었다. “한 아이가 유리창을 깼다고 하자. 새 유리창을 갈아 끼워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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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운명의 꼭두각시인가 아니면 개척자인가…"그리스 비극 작품은 '운명'의 근원을 추적하죠"

    인간은 운명의 꼭두각시인가? 아니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자인가. 인간에게 운명이 있다면 그 운명은 신, 자연, 혹은 공동체와 같은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알게 모르게 만든 습관인가. 기원전 6세기 소아시아에서 활동한 철학자 헤라클리토스는 “습관은 인간에게 운명이다”는 말을 남겼다. 모든 것을 환경 탓하는 인간에게 자신의 몸에 알게 모르게 쌓인 습관이 운명을 결정한다. 생각이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말과 행동으로 표현되며, 행동의 반복이 나의 환경이며, 환경이 굳어지면 운명이 되기 때문이다.‘오이디푸스 콤플렉스’《오이디푸스 왕》은 인간들이 흔히 말하는 ‘운명’의 근원이 무엇인가를 추적하는 작품이다. 소포클레스의《오이디푸스 왕》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한계를 보여준다. 이 이야기는 지난 2500년 동안 관객과 독자의 눈과 귀, 그리고 상상력을 확장시켜 왔다.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는 이 비극 작품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인간의 보편적인 성향을 발견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육체적이며 심리적인 성장의 주춧돌은 아버지를 제거하고 어머니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한다.19세기 유럽인들은 산업혁명을 통해 물질의 풍요를 얻은 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정신적인 틀인 인간 심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소포클레스 비극 공연들이 1880~1890년대 파리와 빈에서 대성공을 거둔 이유다. 프로이트는 이 공연을 인상 깊게 감상한 한 관객이었다. 그는 1899년 출간한《꿈의 해석》에서 오이디푸스의 비극적인 행위는 모든 인간의 마음속 깊이 내재된 인간 욕망의 발현이라고 주장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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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법·사법·행정이 균형을 이뤄야 최대의 자유가 가능하다"…권력과 자유가 대립한다는 개념 세워 자유주의 기틀 마련

    “법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자유는 원하는 일을 행할 수 있고,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지 않는 데 있다.” “권력을 가진 모든 자는 그 권력을 남용하려 하고, 권력의 한계에 이르기까지 이를 행사하려 한다.” “법의 방어막 아래, 그리고 정의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악행보다 더 잔혹한 독재는 없다.”몽테스키외가 1748년 출간한 《법의 정신》의 밑바탕에는 자유주의 정신이 깔려 있다. 정치 사상가면서 법학자인 그는 어떤 정치체제에서 진정한 자유가 추구될 수 있는가를 20년에 걸쳐 탐구하면서 이 책을 썼다. 《법의 정신》에서 몽테스키외는 정치권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분립해야 하며, 이처럼 권력들이 서로 균형을 이룰 때 최대의 시민 자유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주변 나라의 입법(立法)에 대한 비교 연구를 통해 정립한 그의 삼권분립 원리는 지금 세계 각국의 헌법 체계에 녹아 있다.몽테스키외는 법을 자연법과 실정법으로 나눈 뒤 실정법을 다시 대상과 목적에 따라 만민법, 공법(정치법), 사법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만민법은 국가 간의 관계를, 공법은 통치자와 피통치자의 관계를, 사법은 시민들 간의 관계를 다루는 법이다. 《법의 정신》에서 몽테스키외가 탐구한 핵심적 주제는 헌정과 시민 간 공법적 자유와 시민 개개인 사이의 사법적 자유에 관한 것이었다.몽테스키외는 또 정치체제를 공화 정체(政體), 군주 정체, 전제 정체 등으로 나눠 각각의 법 체계와 함께 작동원리를 살폈다. 그는 어떤 정치체제에서건 “인간은 누구나 권력을 쥐면 그것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고, 한계에 이를 때까지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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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이디푸스는 아테네인들의 창조·지적 모험의 상징이죠…자기의 운명 알지 못해도 용기와 지혜로 헤쳐나가죠"

    전쟁과 역병에 시달린 아테네인들이 원형 극장에 앉았다. 그들은 이 끝이 보이지 않고 바닥이 없는 구덩이에서 그들을 건져줄 영웅이 무대 위에 나타나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무대에 등장한 영웅은, 실망스럽게도 모든 것을 당장 해결해 주는 ‘임시응변(臨時應變)의 신’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가 아니었다. 소포클레스는 오이디푸스 왕을 새로운 형태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소개한다. 오이디푸스 왕은 신화 속에 등장하는 과거의 인물이 아니다. 소포클레스는 그를 아테네 정신의 상징으로 부각시킨다.용기오이디푸스는 언행일치(言行一致)의 화신이다. 단지 자신에게 다가오는 운명을 알지 못할 뿐이다. 그는 신속하고 강력하게 일을 추진한다. 그는 정치가 페리클레스가 꿈꾸는 아테네 정신이다. 페리클레스가 펠레폰네소스 전쟁 전사자들을 위한 장례연설에서 아테네의 특징을 말한다. “아테네는 자신의 의지를 행동으로 옮기려는 모든 사람들의 부러움입니다.” 오이디푸스는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고 말한 바를 반드시 실천한다. 그는 테베를 엄습한 역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을 동원시켜 진실을 밝혀낸다. 테베는 완전 무장한 보병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정진하며 도시를 마비시킨 오염의 원인을 추적한다.오이디푸스는 용감하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 황금기가 그리스뿐만 아니라 인류문명의 정점인 이유는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부유 때문이 아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절망 가운데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는 지혜와 그 지혜의 빛을 밝히는 용기 때문이다. 오이디푸스는 뻔뻔할 정도로 자신만만하고 긍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