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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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구 '유자소전'
‘유자소전’은 전기문 형태의 소설이다. 유자의 본명은 유재필이며 화자의 벗이다. 그리고 화자는 작가 이문구의 대리인이다. 이문구는 가상의 인물이 아닌 실존했던 벗의 일대기를 소설로 기록하였으되 유재필을 공자, 맹자와 마찬가지로 유자라 칭하여 존경의 염을 표현하고 있다. 유재필은 어떤 인물이기에 이런 존경을 받는가?유자는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대범하고 넉살 좋은 그는 나이가 한참 위인 중학생들과도 친구처럼 지냈고 선생님 앞에서도 기죽는 법이 없었다. 왕성한 활동력 때문에 차분하게 앉아 있지 못했던 그는 뼈가 여물기도 전에 학업보다 직업을 생각하였다. 영사 기사가 되고 싶어 무급으로 조수 노릇을 하기도 했는데 이때 배운 확성기 배선 기술로 국회의원 선거 기간에 어느 후보의 확성기를 고쳐주었고 이 일을 계기로 선거운동원이 된다. 또래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이른 나이에 어른의 세계에 입문한 것이다.그 후보가 얼마 뒤 장관이 되고 유자는 비서관이 된다. 그러나 빛을 본 것도 잠시 정권이 바뀌자 장관이 몰락했고 오갈 데 없어진 유자는 입대한다. 이 호기심 많은 청년은 논산 훈련소로 가는 완행열차에서 사주 책을 주워 읽고는 사주풀이를 한다. 원래의 왕성한 입담에 정치인 비서 시절 갈고닦은 말솜씨까지 더해졌으니 족집게 도사가 따로 없다. 신병 훈련이 아니라 동양철학자 노릇으로 바쁜 군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가히 풍운아다. 이 풍운아는 뛰어난 운전 솜씨 덕분에 10대 재벌에 드는 그룹 총수의 운전수가 되어 남부럽지 않은 대우를 받게 된다.그러나 총수의 최측근이라는 자리에 연연하며 살기에 그의 그릇은 너무 컸다. 거침없는 생각과 당당한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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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수 《착한 사람 문성현》
흔치 않은 장애자 소설남평 문씨 집안의 장손 문성현은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태어난다. 어머니 이경순은 시어머니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무한한 사랑으로 성현을 키운다. 8살이 되었을 때 성현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장애를 극복하려 노력한다. 울기를 멈추고 사지가 꼬이는 것을 통제하고 혼자 앉는 법을 터득하고 글자를 익힌다. 이는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이후 성현은 자살을 기도하거나 요양 시설에 들어가는 등 우여곡절을 겪지만 결국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평화로 충만한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어머니 사후 자신을 돌보는 파출부 예산댁의 횡포로 고통을 당하기도 하지만 이를 모두 용서하고 3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이 작품은 장애의 문제를 직접 다룬, 우리 문학사에 흔치 않은 장애자 소설이다. 탄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성현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장애를 천형처럼 안고 사는 한 인간을 그 핍진한 삶의 구체와 더불어 만나게 된다. 성현은 어린 나이에 머리가 터지고 무릎이 까이면서 혼자 몸을 가누는 연습을 하는데 이는 인간의 품격과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몸부림이었기에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 윤영수는 병자, 장애인, 미친 사람, 건달 등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썼는데 독자들이 이 작품을 읽고 장애인의 삶에 대한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은 필시 작가의 공일 것이다.이 소설의 제목은 ‘착한 사람 문성현’이다. 착한 것은 무엇일까? 문성현은 평생 고통 속에 살면서도 부모를 염려하고 아우를 배려하고 조카를 사랑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늘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도 타인을 원망하고 미워한 적이 있다. 아버지가 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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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흥길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1970년대 판자촌 이야기1970년대 서울의 판자촌에서 경기도 광주군(현재 성남시 수정구와 중원구)으로 강제 이주당한 철거민들이 있었다. 이 철거민들은 주택 단지가 조성되지 않은 허허벌판에 가수용되어 인간다운 삶을 전혀 누릴 수 없었는데 당국은 이들에게 보름 만에 집을 지어 신고하게 하고 또 보름 만에 땅값을 일시불로 지급하게 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였고 시간 여유를 두지 않고 가옥 취득세까지 징수하여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안겨주었다. 결국 내 집 마련이 좌절된 입주민들은 생존권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이는 도시 빈민의 저항으로 번졌다.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는 이 역사적 사건, 이름하여 광주 대단지 사건을 배경으로 씌었다. 서술자인 ‘나’는 학교 교사이다. 어렵사리 성남의 고급 주택가에 집을 마련한 ‘나’는 재정상의 어려움을 다소나마 메워 볼 요량으로 방 한 칸을 세 놓는다. 아이 둘과 임신한 아내를 데리고 그 방에 세든 사람이 주인공 권기용 씨다. 그는 광주 대단지 소요에 적극 가담하여 징역을 살고 나온 이력이 있다. 출판사를 다니던 그는 직장을 잃었고 이후에도 사회 생활을 순조롭게 하지 못하였으며 현재는 공사판에서 막일을 한다. 권 씨가 가장 행복해 보이는 순간은 구두를 닦을 때이다. 구두를 닦는 그의 솜씨와 정열은 구두닦이 장인의 그것 같다. 도금을 올린 금속제인 양 빛나는 구두를 바라보는 권 씨의 얼굴에는 평소 찾아보기 힘든 미소가 활짝 피어난다. 구두를 닦는 행위는 권 씨에게 거친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출사 의식이자 화이트칼라 직장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의식이다. 말하자면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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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국 《동행》
작은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일어릴 때 공포영화가 무서웠다. 뱀파이어와 좀비와 악령과 심령술사가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초자연의 세계. 나이를 먹으면서 진정한 삶의 공포는 평범한 인간의 평범한 일상에 드리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대체로 삶은 행복하고 인간은 아름답다는 믿음과 신화가 배반당하는 순간에 찾아온다. 얄팍한 편법이 우직한 정공법을 이기는 것을 목도하는 순간, 응원하던 사랑이 외풍에 무너지는 것을 바라보는 순간, 존경했던 사람이 더 이상 그 사람이 아님을 알게 된 순간, 혈육의 정조차 절대가 아님을 신문 사회면에서 확인하는 순간. 이런 순간들을 겪고 나면 더 이상 해맑은 얼굴로 깔깔대며 살기는 힘들어진다. 청소년들이여, 어른들의 얼굴이 찌들어 버린 것은 이런 연유다.우리의 역사에는 한 차원 더 깊은 공포가 있다. 작은 시골 마을의 공동체. 어제까지 한 우물의 물을 마시고 잔칫상의 고깃점을 나눠 먹던 이웃이 오늘 갑자기 서로를 죽인다. 피는 피를 부르고 원수가 된 자들이 복수의 참극을 벌인다. 여기까지도 충분히 비극이니 이쯤에서 끝났으면 좋겠는데 삶은 계속되어 선조 때부터 지켜온 공동체는 지속되고 구성원들은 비장한 이별도 야멸찬 절연도 없이 여전히 부대끼며 살아간다. 살육의 기억을 잊었을 리 만무하건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심지어 내 아버지를 죽인 원수가 내가 없는 동안 내 아버지의 무덤을 관리한다. 징그러운 삶의 관성. 이것이 지옥이 아니면 무엇일까. 그런데 이런 지옥이 전국 방방곡곡에 숨어 있는 것이 우리 현대사이고 그 비극의 정점에 6·25전쟁이 있다. 전상국의 ‘동행’은 전쟁이 빚어낸 이러한 비극을 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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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복덕방》
복덕방과 세 노인서울의 한 복덕방에서 세 노인이 소일한다. 복덕방 주인인 서 참의는 구한말 훈련원 참의로 봉직하였으나 군대 해산 후 복덕방을 차린다. 화려한 무관 시절을 돌아보면 서글프기도 하지만 가옥 중개업으로 차차 경제적 형편이 나아지자 낙천적인 그는 그럭저럭 현실에 만족하게 된다. 안 초시는 형편도 성격도 서 참의와 대조적이다. 그는 사업에 거듭 실패하여 생활의 기반을 모두 잃었으며 말끝마다 ‘젠장’ 아니면 ‘흥!’하는 콧웃음을 붙이며 불만족으로 점철된 일상을 산다. 서 참의의 훈련원 시절 친구인 박희완 영감은 온화한 성품으로 재판소에 다니는 조카에 의지하여 대서업을 하겠다며 복덕방에서도 열심히 일어 공부를 한다. 안 초시는 더 늙기 전에 재기하여 다시 세상과 교섭하고자 하는 소망을 품고 있었다. 일확천금을 꿈꾸던 그는 박희완 영감이 알려 준 정보를 믿고 딸을 부추겨 부동산에 투자한다. 신항구 건설 계획을 미리 입수하여 땅을 산 것이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나도 항구는 건설되지 않고 땅값은 전혀 오르지 않는다. 박희완에게 정보를 준 사람이 자신이 산 땅을 처분하기 위해 사기극을 벌인 것이었다. 충격을 감당하지 못한 안 초시는 음독자살하고 만다.이 서사의 이면에는 노년의 나이도 비껴가지 않는 강한 욕망이 도저히 흐르고 있으며 그 욕망의 대상은 바로 돈이다. 작품 시작 부분에서 안 초시는 몽상을 하는데 몽상의 소재는 돈이며 몽상의 내용은 단 천 원을 들여 땅을 사서 일만 구천 원으로 불리는 것이다. 이런 욕망은 결국 부동산 투기로 이어지고 그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런데 그 욕망은 그의 것만은 아니다. 성공한 무용수 안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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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재 《젊은 느티나무》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한 시절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젊은 느티나무」의 첫 문장이다. 어떤 문학 작품은 하나의 문장만으로도 기억되며 생명력을 얻는다. 이는 독자에게 각인된 빼어난 문장에 대한 상찬일 수도 있고 문장이 주제 의식을 앞선다는 혹평일 수도 있다. 이 단편은 어느 쪽일까?‘나’는 숙희라는 이름의 여고생. 시골 외할아버지 집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오래전 아버지를 여읜 엄마는 아직 젊고 아름답다. 어느 날 므슈 리가 외할아버지 과수원으로 찾아오고 엄마는 그와 결혼한다. ‘나’ 역시 서울 S촌 므슈 리의 집에 살게 된다. ‘나’는 그림자 같은 생활을 하던 엄마가 행복해진 것 같아서 흡족하다. 대범한 성격의 호인인 새아버지도 좋고 S촌의 숲속 환경도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벽돌집도 기분에 맞다. 그러나 이곳에는 뜻하지 않은 괴로움이 있다. 괴로움의 진원은 므슈 리의 아들 현규다. 현규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는 수재이며 ‘나’의 학교 테니스 코치보다 운동 실력이 뛰어나며 아폴로의 그것처럼 모양 좋은 머리통을 가졌다. ‘나’는 어느새 현규를 사랑하게 됐고 그것은 그를 오빠라고 부를 수 없게 하는 감정이다. 그를 오빠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 ‘나’의 운명이지만 그것은 부조리의 상징 같은 어휘다. 현규를 사랑한다는 것 자체에는 죄의식이 없지만 그것은 엄마와 므슈 리를 배반하는 것이고 이는 곧 네 사람 전부의 파멸을 의미하는 것이었기에 ‘나’는 파멸이라는 말의 캄캄하고 무서운 음향 앞에서 떤다.이 단편을 처음 안 것은 여중 시절 벗을 통해서다. 벗은 이 소설을 열성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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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길 《제3인간형》
생활고로 멀어진 작가의 삶6·25 전쟁 중 부산으로 피난을 온 석은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교편을 잡는다. 그는 원래 신문사에 근무하며 글을 쓰던 작가였으나 전쟁통의 문단 환경은 몹시 열악하다. 정치적 운동에 흥미가 없는 석은 문화예술계에 불어닥친 정치 선전선동의 광풍에 몸을 던지기 싫었고 무엇보다 처자식을 위해 생계를 해결해야 했다. 안정적인 수입이 있으면 소소한 글을 팔지 않고 창작에 골몰할 수 있을 거라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는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자질구레한 잡무가 끊이지 않았고 스물네 시간 온 신경을 아이들에게 써야 하는 곳이었다. 그러면 차라리 훌륭한 교육자가 되면 어떨까? 그러나 교육자로서 석은 아직 애송이였다. 그리고 긴 세월 삶의 목표였던 작가의 길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이도 저도 아닌 생활에 우울감을 느낄 무렵 문단의 옛 벗 조운이 찾아온다.이 작품은 전쟁을 배경으로 각기 다른 삶의 여정을 걷는 세 인물을 조명하고 있다. 그중 외면적으로 화려한 삶의 전환을 꾀한 사람은 조운이다. 작가 조운은 독특한 철학적 명제를 난해한 문장에 담는 개성 뚜렷한 존재였다. 자의식 가득한 작품 세계를 고집하였고 생활을 위해 매문하지 않았다. 가난에 굴하지 않고 문학적 결벽성을 유지하는 그는 문단의 존경을 받았다. 그러던 그가 문단과 발을 끊은 지 3년 만에 석을 찾아온 것이다. 무성한 소문대로 그는 사업가로 대성해 있었다. 피난 온 부산에서 운수업에 손을 대어 큰 부를 축적하였다. 돈 버는 재미는 여지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얼굴을 찡그리고 무얼 생각하고, 값싼 담배를 하루에 오십여 대씩이나 연달아 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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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역사》
익숙하지 않은 양옥집 삶창신동 판잣집에 살던 ‘나’는 친구의 소개로 깨끗한 양옥으로 하숙을 옮기게 된다. 신문지로 바른 벽에 ‘창신동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개새끼들이외다’라는 낙서가 적혀 있고 천장의 도배지가 축 늘어져 포물선을 그리고 있는 예전 집과는 비교도 되지 않으리만치 쾌적하고 위생적인 양옥집. 그러나 ‘나’는 좀처럼 새 집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 집의 식구는 주인 영감 부부, 대학강사인 아들과 며느리, 여고생인 딸, 아들 부부의 어린 딸, 그리고 식모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집 식구들의 생활은 몹시 규칙적이다. 아침 여섯 시 기상, 아침 식사 후 출근 또는 등교, 오전 열 시경 주인 노파와 며느리의 미싱 돌리기, 오후 네 시 며느리의 피아노 연주가 차례대로 진행된다. 오후 여섯 시 반까지는 모든 식구가 귀가. 식사 후 잡담을 하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서 공부. 열 시쯤 대청에 나와 물 한 컵씩 마시고 인사하고 잠드는 일과.‘나’는 이런 생활이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서서히 그 빈틈없는 규칙성에 점점 염증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떠나온 창신동을 자꾸 떠올린다. 창신동 집은 형편없이 작았는데 겨우 한두 사람이 들어가 누우면 꽉 차버리는 작은 방이 다섯이나 되었다. 주인 식구, 영자라는 창녀, 절름발이 사내 부녀, 사십대 막벌이 노동자 서씨, 그리고 ‘나’가 그 방들을 하나씩 차지하였다. 영자는 ‘나’에게 유명 성명철학관에 같이 가자고 조르기도 하고 급전도 빌려주는 등 맘씨 좋은 여성이다. 절름발이 사내는 교육을 한답시고 매일 밤 어린 딸에게 매섭게 매질을 하는데 딸이 몹시 앓자 안절부절못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