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스펜서《개인 대 국가》
“현재의 진정한 자유주의는 의회에
무제한적인 권위가 있다는 가정을 논박할 것이다”
“무식한 입법이 만들어낸 해악은
무식한 치료로 일어난 것과 비교하면 그 양이 엄청나게 많다”
“공무원 조직은 어느 정도의 성장 단계를 넘어서면 점점 더 억제할 수 없게 된다. 우리가 프랑스 등 대륙국가의 관료제에서 보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 군주에게 무제한 권위가 있다는 가정을 논박하면서 자유주의가 등장한 것처럼, 현재의 진정한 자유주의는 의회에 무제한적인 권위가 있다는 가정을 논박할 것이다.”“현재의 진정한 자유주의는 의회에
무제한적인 권위가 있다는 가정을 논박할 것이다”
“무식한 입법이 만들어낸 해악은
무식한 치료로 일어난 것과 비교하면 그 양이 엄청나게 많다”
허버트 스펜서(1820~1903)는 영국 사회학의 창시자이자 철학자, 자유주의 사상가다. 그가 주창한 사회진화론(사회다윈주의)은 한동안 ‘가난한 사람을 멸시하고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논리’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그의 자유주의 철학은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경쟁과 자유주의를 옹호했기 때문에 반대 진영으로부터 과도하게 비난받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계해야 할 입법만능주의
19세기 영국의 정치·경제·사회상을 담아 1884년 펴낸 《개인 대 국가(The Man versus the State)》는 스펜서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는 이 책에서 “국가의 역할과 간섭이 커질수록 개인 자유는 침해받게 된다”며 ‘작은 정부론’을 폈다. 또 개인의 자유와 책임, 자발적 협동을 강조하면서 과도한 정부 규제의 철폐와 자유무역 확대, 무분별한 복지 축소의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스펜서는 “정부기관이 많아질수록, 시민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고 정부가 자신들을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관념이 더 많이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이 정부 개입에 익숙해지면 바라는 목적을 개인적인 행위나 사적인 조합이 아니라 공공기관을 통해 달성하는 데 더 친숙해질 것”이라며 이를 “노예 상태로 가는 길”이라고 꼬집었다.
스펜서는 정치인과 입법부를 신뢰하지 않았다. 과다한 입법은 개인의 삶과 자유를 침해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무식한 입법이 만들어낸 해악은 무식한 치료로 일어난 것과 비교하면 그 양이 엄청나게 많다”며 잘못된 입법에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법이 한 짓을 보라. 부적절한 과세로 벽돌과 목재 가격을 올려 집 짓는 비용을 늘어나게 했으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나쁜 재료를, 그나마도 충분치 않게 쓸 수밖에 없게 했다. 좋은 품질을 요구하면 가격이 올라 수요와 공급이 차례로 줄어들 것이라는 인식조차 없다.”
시민들이 입법과 행정의 실패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문제에도 경종을 울렸다. “우리는 입법자들이 저지르는 해악에 대한 책임을 아주 너그럽게 평가한다. 입법자들이 잘 모르면서 제정한 법 때문에 재해가 일어난 것에 대해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개인 대 국가》의 부제(副題)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이다. 스펜서는 “상업을 규제하거나 국민을 교육하거나 시민의 자선 활동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지키고 관리하는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스펜서가 말하는 정의는 흔히 거론되는 개념과는 다른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인간의 자연권 보호로 개개인의 권리가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펜서는 “모든 인간은 다른 사람의 동등한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자유가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동등 자유의 법칙(the law of equal freedom)에 따라 시민의 생명권, 신체자유권, 토지사용권, 물질 및 정신의 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비효율은 비대화의 결과물
국가가 관리해야 할 두 번째 정의는 공적(성과)에 따른 분배다. 각 개인은 자신의 행동에서 생겨나는 이익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로, ‘능력에 따른 분배의 불평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펜서는 이것을 국가윤리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가족윤리의 본질은 관용과 자선으로, 국가윤리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어느 한쪽의 윤리가 다른 쪽을 침범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해롭다고 했다. 무엇보다 “가족윤리가 국가윤리 속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며 “그렇게 되면 게으름과 방종이 만연하면서 사회가 퇴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가 온정주의적 정부를 반대한 이유였다.
스펜서는 분업(分業)이론을 토대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권력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업이 가져다주는 이로운 결과 중 하나가 효율성(생산성)의 증대라며, 이는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법칙이라고 했다.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역할을 하다 보면 직무 수행에서 비효율적이 될 뿐만 아니라, 그 본연의 역할마저 해치게 된다”며 정부 역할의 전문화(정부 권력 제한)를 주장했다.
스펜서가 130여 년 전 영국 사회의 문제를 통찰한 《개인 대 국가》는 130여 년이 지난 우리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김수언 한국경제신문 부국장(전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