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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디스·S&P·피치…신용평가사는 '금융시장 저승사자'

    1929년 미국 뉴욕 주식시장 폭락으로 시작된 세계 대공황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렸습니다. 기업 도산이 속출했고 투자자들은 거액의 손실을 봐야 했죠. 모두가 힘들어하는 시기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급성장한 회사도 있었습니다. 미국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신용평가회사가 그들입니다. 두 회사가 높은 신용등급을 준 기업들은 부도율이 상당히 낮았습니다. 이후 투자 대상의 신용위험을 미리 파악하려는 투자자들이 무디스 등을 찾으면서 신용평가가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채무상환 능력을 평가해 신용등급 매겨신용평가는 국가나 기업의 각종 재무정보를 토대로 빚(채권)을 갚을 능력을 측정하고 이를 등급으로 표현하는 행위입니다. 신용등급이 높다는 것은 빚을 갚을 능력이 크고 투자자가 돈을 떼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미고, 등급이 낮다는 것은 그 반대를 뜻합니다. 신용평가사는 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회사입니다. 신용평가사들은 기업뿐 아니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까지 평가해 신용등급을 매깁니다. 신용등급이 높으면 그만큼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의미여서 국가와 기업은 높은 신용등급을 받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신용평가사들이 ‘갱도 안의 카나리아’ ‘국제금융시장의 저승사자’ 등으로 불리는 이유죠.세계 신용평가 시장은 무디스, S&P, 피치 등 3대 회사가 거의 장악하고 있습니다. 1860년 헨리 바넘 푸어가 설립하고 1842년 스탠더드스태티스틱스와의 합병을 거친 S&P는 초기 미국 철도회사의 재무와 경영정보를 제공하는 업무를 하다가 신용평가까지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무디스는 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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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 빚 많고, 성장률 추락하면 신용등급도 떨어지죠

    여기 A, B 두 나라가 있다고 합시다. A국가의 신용등급은 매우 높고, B국가의 신용등급은 매우 낮습니다. 세계 경제가 갑자기 어려워지자 A, B 두 나라가 각각 국제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려 합니다. 금융시장은 어느 나라에 돈을 더 빌려주려 할까요? A국가입니다. 국가 신용등급은 어느 국가가 더 의리가 있느냐, 어느 국가가 더 양심적인가에 따라 정해지지 않고 오로지 ‘어느 국가가 빚을 더 잘 갚을 능력이 있나’에 따라서 정해집니다.나라별 신용등급은 공신력을 갖춘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정해서 발표한다는 것을 앞면에서 배웠습니다. 그럼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어떤 잣대로 신용등급을 분석하고 결정할까요? 신용등급을 정할 때 어떤 분석 항목을 기준으로 삼는가 하는 겁니다.첫째는 경제성장률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고 계속 추락한다면, 즉 돈을 잘 벌지 못하면 돈을 빌려주려는 시장은 이 나라를 의심할 겁니다. 돈을 빌려줬다가 떼이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거죠. 국가 간 돈 거래 역시 개인 간 돈 거래와 기본적으로 같은 것이죠. 반대로 경제가 꾸준히 견조하게 성장하는 나라, 즉 일을 열심히 하면서 돈을 잘 버는 나라는 돈을 잘 빌릴 수 있습니다. 이런 나라엔 서로 돈을 빌려주려 할 겁니다. 이자와 원금을 잘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경제성장률은 ‘한 나라의 펀더멘털(fundamental)’을 따질 때 꼭 들어가는 항목입니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회복 기미가 없으면,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을 내리려 합니다.둘째는 외환 보유 상태입니다. 나라끼리 무역 등 국제 거래를 할 때 거래 결제는 기본적으로 미국 달러로 이뤄집니다. 일본 엔화, 유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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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은행 역할은 어디까지일까요

    커버스토리양경숙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중앙은행의 정책목표에 ‘고용’을 추가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우리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한국은행법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한은의 양대 책무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고용안정을 더해야 한다는 것이 양 의원의 주장입니다. 지난해부터 중앙은행의 임무에 고용안정을 포함하자는 논의가 본격화하고 관련법이 여러 개 발의됐는데 이번에 양 의원 발의안이 더해지면서 논의가 한층 진전될 전망입니다.서양에서 17세기에 중앙은행이 처음 생겨난 이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화폐를 공급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종이나 금속 쪼가리에 불과한 화폐가 물건을 사거나 상품의 가치를 나타내는 데 쓰일 수 있는 것은 중앙은행이 그 화폐의 사용을 보증하기 때문입니다. 민간 은행이 돈이 필요한 정부에 대출해주면서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특허를 얻은 것이 중앙은행의 시작이지만, 현재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 나라에서 중앙은행은 정부 주도로 만들어져 한 나라에 한 개만 존재합니다.돈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일은 아주 어렵습니다. 돈도 다른 물건과 마찬가지로 흔하면 흔할수록 가치가 떨어집니다. 반대로 너무 적으면 돈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을 치겠죠. 이 때문에 중앙은행은 경기 상황을 잘 관찰하고 경우에 따라 돈을 풀거나 죄거나 해서 경제활동에 꼭 필요한 양의 화폐를 공급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 로비에 ‘물가안정’이라는 네 글자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대리석 현판이 걸려 있는 것은 한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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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은행 역할? 파티가 무르익을 때 펀치볼을 치우는 것"

    “중앙은행의 일은 파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펀치볼(punch bowl)을 치우는 것이다.”1951~1970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지낸 윌리엄 마틴은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펀치볼은 과일주스에 술을 넣은 펀치를 담아두는 대형 음료 그릇으로 파티장에서 흔히 볼 수 있죠. 경제가 활황일 때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도록 기준금리를 올려 돈줄을 죄어야 한다는 명제를 파티장의 펀치볼에 빗대어 설명한 격언입니다. 통화정책의 수립과 집행중앙은행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입니다. 화폐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권한을 부여받은 중앙은행은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돈의 공급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합니다. 경기가 침체국면에 들었을 때는 화폐 공급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고, 활황국면에 접어들면 돈줄을 죄어 경기과열을 억제하는 것이죠. 다시 말해 돈의 가치, 즉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수단은 중앙은행과 민간 금융회사 간 거래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의 결정입니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돈의 공급이 늘어나고 올리면 줄어들죠. 기준금리의 변화는 가계나 기업의 경제활동, 물가, 환율, 주가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대표적 기축통화(국가 간 거래에 통용되는 화폐)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 Fed가 기준금리를 어떻게 결정하느냐는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총재를 포함한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금융통화위원회를 연 8회 열어 기준금리(현재 연 0.5%)를 정하고 있습니다.한은을 포함해 많은 국가에서 통화를 얼마나 공급할지를 정하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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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은행 원조는 17세기 말 영국은행…의회 주도로 탄생

    은행이라는 말에 왜 중앙이라는 단어가 붙었을까요? 이때 중앙은 은행 중의 은행이라는, 즉 으뜸은행을 의미합니다. 은행들의 왕초라는 뜻이지요. 나라마다 왕초 은행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한국은행, 일본에는 일본은행, 영국에는 영국은행(영란은행), 중국에는 인민은행, 유럽연합(EU)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의 이름은 좀 독특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라고 합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흔히 나오는 Fed(Federal Reserve System)입니다. 옛날에는 FRB(Federal Reserve Board of Governors)라고도 불렀으나 지금은 Fed로 통일됐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국가명을 쓰지 않는 게 특이하죠. 독특한 역사에서 유래한 겁니다.우리가 현재 당연시하는 중앙은행은 17세기 말에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근대적 의미에서 중앙은행의 원조는 1694년 탄생한 영국은행(Bank of England)을 꼽습니다. 이전에 네덜란드와 스웨덴에 일종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비셀방크(Wisselbank)’와 ‘릭스방크(Riksbank)’가 있었지만, 중앙은행의 핵심 업무인 화폐 정책과 물가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영국은행은 영국 왕 윌리엄 3세가 프랑스와 전쟁을 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왕이 아니라 영국 의회가 주도해서 만들었죠. 당시 의회가 이 은행에 은행특허를 내줬습니다. 영국은행은 150만파운드를 마련했습니다. 영국 금융시장이 자주 크고작은 공황 상태에 빠지자 역할을 늘렸습니다. 설립된 지 150년가량 지나서야 영국은행은 은행 중의 은행이라는 지위를 받았습니다. 영국 의회는 1844년 은행법을 개정해서 (1)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발권력과 (2)금융 위기 때 은행들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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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재산권 보호의 두 얼굴

    [A 학생] 코로나바이러스 백신(vaccine) 특허권은 인류의 건강을 위해 중지되고 제조 기술은 공유돼야 합니다.[B 학생] 아니죠. 특허가 인정돼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혁신에 투자하려는 개인과 기업이 생겨나는 것이죠.“백신 특허는 세계인 모두가 이용해야 하는 공공재”라는 A의 의견과 “특허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누가 자기의 노력과 자본을 들이려고 하겠는가”라는 B의 의견 중 어느 쪽에 마음이 끌리나요?최근 코로나19 백신 제조기술을 세계가 공유하자(특허 유예)는 목소리가 미국에서 나오면서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 논란에 불을 붙이자마자 세계 여론은 둘로 나뉘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세계 경제와 삶에 중대한 타격을 주는 질병이므로, 피해 최소화를 위해 백신 제조기술을 공유하자는 의견에 세계 여론은 기우는 듯합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 러시아, 중국이 당장 찬성하고 나섰습니다. 특허 공유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나라는 독일입니다. “특허를 인정하지 않으면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독일의 주장에 알 만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가세했습니다.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지식재산권(특허권, 저작권, 상표권)을 둘러싼 이 같은 논쟁은 매우 오래된 것입니다. ‘특허의 두 얼굴 논쟁’ ‘지식재산권과 정의의 문제’라는 것인데요. 즉 권리 보장은 혁신의 원동력이라는 견해와 독점화로 인한 정의 훼손이라는 견해의 대립이죠.과거 특허권은 왕이 수여하는 특별한 권리였습니다. 왕이 주지 않으면 누구도 특허권을 갖지 못했습니다. 저작권,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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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위해 백신기술 공개 vs 특허권 없다면 누가 개발하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특허를 유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특허를 유보할 수 있다”는 말은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의 권리를 일시 정지해서 세계가 제조 기술을 공유하자는 말과 같습니다. 백신을 각국이 만들어 쓰자는 것이지요. 그러자 세계가 둘로 나뉘었습니다. 바이든 의견에 찬성한 라인(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중국)과 반대한 라인(독일과 영국, 제약사, 대기업 CEO들)이죠. 어느 쪽이 정의인가요? 이 논쟁은 백신 이슈에만 국한돼 있지 않습니다. 숱한 논쟁들이 ‘정의 문제’에 갇혀서 우리의 생각을 어렵게 만듭니다. 백신은 의료 문제 vs 특허 없으면 누가 만드나‘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지난해, 인류는 백신을 찾느라 아우성이었습니다. 제약사들은 원래 백신을 잘 만들지 않습니다. 투자비는 막대한 반면 성공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죠.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개발에 어느 정도 성공한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바이러스는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변종으로 변이하죠. 방금 만든 백신은 헛고생이 되고 맙니다. 독감 예방주사를 계절에 따라 맞습니다만, 그 주사가 반드시 효과를 낸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바이러스 변이 때문입니다.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인류의 대응은 조금 예외적이었습니다. 갑작스럽고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팬데믹에 제약사들은 기존 노선에서 이탈해서 개발에 나섰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개발할 수 있으면 ‘대박 찬스’가 있었던 거죠. ‘대박 찬스’가 없었다면? 제약사들은 아마 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정부가 예산을 댈 터이니 무조건 만들라고 긴급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만, 가능성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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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허 기원은 15세기 베니스…영국 산업혁명 원동력도 특허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지식은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죠.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지식은 법령을 통해 보호받고 있습니다. 사유재산권이 확립되면서 사회와 경제가 발전했듯이 누군가의 지적 창작물을 보호해야 더 활발한 지식 활동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보통 이를 특허로 이해합니다만, 포괄적인 개념이 지식재산권(知識財産權·intellectual property right)입니다. 특허는 20년, 저작권은 70년 보호지식재산은 ‘인간의 창조적 활동 또는 경험 등에 의하여 창출되거나 발견된 지식·정보·기술, 사상이나 감정의 표현, 영업이나 물건의 표시, 생물의 품종이나 유전자원, 그밖에 무형적인 것으로서 재산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으로 정의됩니다. 한마디로 인간의 지적 활동으로 발생하는 일체의 재산권을 의미하죠. 지식재산권은 크게 산업 활동에서 만들어진 지적 창작물인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과 같은 산업재산권(industrial property)과 문화 예술의 창작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호하는 저작권(copyright)으로 구분됩니다. 이밖에 반도체 배치설계,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처럼 경제·사회·문화의 변화나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생겨난 지식을 따로 분류하여 ‘신지식 재산권’이라고 합니다.지식재산권은 법령에서 보호하는 ‘존속기간’이 각각 다릅니다. 우리의 경우 특허는 등록일 기준으로 20년, 디자인도 20년까지 보호해주지만 실용적으로 조금 발전시킨 수준을 의미하는 실용신안은 10년만 보호해주죠. 삼성전자 갤럭시 등 상표권은 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