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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제국·16세기 스페인·짐바브웨, 모두 인플레로 파탄

    정부가 쓸 돈을 더 마련하려고 세금을 올리면 대부분의 사람은 화를 냅니다. 정부가 세금을 많이 떼갈수록 쓸 돈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부는 새로운 방법을 씁니다. 이 방법은 세금을 올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사람들의 화를 당장 돋구진 않습니다. 정부가 돈을 많이 찍어내 쓰는 방법, 즉 인플레이션 수법입니다. 토머스 소웰이라는 경제학자는 《베이직 이코노믹스》라는 책에서 “인플레이션은 보이지 않는 세금”이라고 썼습니다. 세상의 모든 정부는 늘 쓸 돈이 적다고 말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유사 이래로 그랬습니다. 정치와 권력이 타락한 나라는 멋대로 돈을 찍어내 썼고, 그러다가 망했습니다. 역사에 기록된 인플레이션 사례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 그리스-로마의 인플레이션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재위 BC 336~BC 323)이 그리스·페르시아·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다는 영웅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진진합니다. 그러나 경제학적 관점 즉, 인플레이션 관점에서 보면 실패한 대왕입니다. 그는 정복 전쟁을 통해 많은 보물을 노획했습니다. 금을 비롯해 값나가는 물건들이 일시에 그리스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그리스에 돈이 넘쳐난 것이죠. 그러자 그리스 물가가 폭등했습니다. 인플레이션 현상 즉, 생산능력보다 돈의 공급이 많아서 돈의 가치가 폭락한 겁니다. 물가 폭등으로 그리스는 대혼란에 빠졌더랬습니다. 로마가 망한 이유 중 하나로 경제학자들은 ‘화폐 타락(돈을 많이 발행)’을 듭니다. 코모두스 황제는 은화(銀貨)에 철을 섞은 ‘나쁜 돈(惡貨)’을 마구 만들어 썼습니다. 네로 황제는 금 성분이 하나도 없는 도금 화폐를 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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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환수단,가치 척도·저장…비트코인도 '화폐 3대 기능' 있나

    화폐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고팔도록 이어주는(교환의 매개 기능) 역할을 한다. 상품의 가치를 나타내기(가치의 척도 기능)도 하고 화폐 그 자체로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고(가치의 저장 기능) 있기도 한다. 이를 화폐의 3대 기능이라고 한다. 물품값 지급이나 결제도 화폐의 중요한 기능이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혹은 가상화폐)가 세상에 나온 지 13년이 됐지만 여전히 이들이 화폐인지를 놓고는 논란이 분분하다. 교환의 매개 기능을 하는가우리 주변에는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가게가 별로 없다. 어느 피자집이 비트코인을 받기로 했다는 소식이 색다른 뉴스로 거론되기도 한다. 코인맵 등 비트코인 가맹점을 보여주는 앱도 있지만 실제 사용 가능한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암호화폐 가맹점 정보를 담은 상당수 앱들은 지금 작동하지 않는다. 사실상 교환의 매개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그러나 글로벌 핀테크 업체인 페이팔이 올해부터 전 세계 2600만 가맹점에서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하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페이코인이라는 암호화폐를 국내에 유통 중인 다날은 지난해 10월 기준 6만 개 이상의 가맹점을 확보했고, 글로벌 결제업체인 유니온페이와 손잡고 전 세계 3000만 가맹점에서 사용토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쓸 수 있는 곳이 앞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가치의 저장 기능을 하는가비트코인이 디지털 화폐 대신 디지털 자산으로 그 정체를 변신했다는 주장도 있다. 교환의 매개가 아니라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 재조명받고 있다는 것. 채굴 과정의 어려움과 희소성을 내세워 ‘디지털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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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의 은(銀) 탄환' 코로나 백신 개발…'팬데믹 탈출' 인류의 반격이 시작됐다

    ‘마법의 은(銀) 탄환(magic silver bullet).’콜레라 백신이나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처럼 인류를 괴롭혀온 질병을 예방·치료하는 물질을 의료계에서는 ‘마법의 은 탄환’이라고 부른다. 전설 속 늑대인간이나 흡혈귀를 물리칠 때 쓰는 무기에서 유래한 단어로 한 방이면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지난해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서는 백신이 지난달 긴급 승인되고 접종이 이뤄지면서, 올해 이들 백신이 ‘마법의 은 탄환’으로 작용하리라는 희망이 움트고 있다.코로나19 발병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날은 2019년 12월 31일.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달 8일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영국에서 처음 접종됐다. 이후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른 제약업체의 백신도 긴급 사용 승인이 이뤄져 현재 세계 40여 개국에서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다음달 국내에서 위탁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 명분을 포함해 올해 5600만 명분의 백신을 도입할 예정이다.지난 14일 기준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9226만4451명, 누적 사망자는 197만6110명으로 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백신으로 인류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처음 발병한 중국이 유전자정보를 서둘러 해독해 전 세계에 공개하고 많은 국가들이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91개 국가의 인구 중 20%의 취약계층에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국제프로젝트 ‘코박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참여하는 등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가 이뤄지고 있어서다.인구의 70% 이상이 백신을 맞아 &l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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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RNA·바이럭스벡터 방식…백신도 종류가 다양하네

    신종 전염병이 발병한 지 1년여 만에 그에 맞서는 백신이 개발된 것은 세계 의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심각하고 백신 개발에 전 세계 인력과 자본이 집중 투입됐다는 의미다. 코로나19와 인류 사이의 전쟁일 뿐 아니라 백신 개발과 접종을 둘러싼 국가 간, 제약사 간 글로벌 경쟁이 여전히 뜨거운 이유이기도 하다. 백신 개발 선점 경쟁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지난달 8일 영국에서 처음 접종됐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한 것으로 추정되는 2019년 11월 17일 이후 1년여 만이다. 중국 푸단대 연구진이 코로나19의 유전정보(염기서열)를 공개한 지난해 1월 10일 이후 200여 개 글로벌 제약사가 백신 개발에 나서 현재 화이자, 모더나(미국), 아스트라제네카(스웨덴·영국 합작기업) 등 제약업체들이 영국 등에서 사용 허가를 받았다. 우리나라는 이들과 얀센(벨기에)의 백신까지 포함해 네 가지 백신을 도입하기로 했다.백신은 실제 병원체보다 독성이 약하거나 병원체와 비슷한 물질을 몸속에 넣어 싸워보게 한 뒤 대응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그러나 화이자와 모더나가 처음 개발한 ‘리보핵산(mRNA) 백신’은 약화시킨 바이러스를 몸속에 넣는 게 아니라 mRNA(메신저 RNA)를 이용해 코로나19와 같은 표면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를 전달한다. 그러면 체내 면역세포가 여기에 대응할 항체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이 개발한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몸속에서 증식하지 않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다른 바이러스(아데노바이러스)에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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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시황도, 아킬레스 어머니도 '완전한 백신'을 찾았던 걸까

    우리 몸은 다양한 면역 체계를 가지고 있다. 수십억 년의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쌓은 탑이다. 외부 물질에 위협당하면 우리 몸은 적절한 방어 체계를 세우면서 응전해왔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가 말한 ‘도전과 응전’이다. 우리의 도전자들도 만만치 않았다. 새로운 무기로 끊임없이 공격해왔다.지난 1년간 지구촌을 공격한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는 우리 몸이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자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당했다’. 인류는 지금 새로운 체계를 갖추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결과물이다. (1) 아킬레스가 완벽한 면역을 가졌다면백신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됐다. 한 번 맞으면 모든 면역 체계를 갖추게 해주는 물질은 없을까? 신화에서, 실제 역사에서 불로장생의 물질을 찾았던 이야기는 많다. 중국 진시황제가 원했던 불로초도 ‘완전한 백신’이 아니었을까?신화는 원조 백신의 단서를 제공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쟁영웅 아킬레스는 죽지 않는 ‘면역의 전사’였다. 아킬레스의 어머니는 갓난아이 아킬레스를 스틱스 강에 담갔다가 꺼냈다. 스틱스 강물은 일종의 백신이었던 셈이다. 아뿔싸! 아기를 물에 담글 때 엄마는 아이의 발목을 잡았고 이 발목은 스틱스 강물에 젖지 않았다. 모든 전쟁에서 이기던 아킬레스는 그만 발목에 화살을 맞아 죽었다. 완벽한 면역은 없다는 암시 아닐까? (2) 백신의 기원 - 천연두와 제너백신은 진화를 통한 면역 체계와 달리 인공적이다. 바이러스나 세균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의약품이라는 의미다. 백신이라는 말 자체도 최근에 생겼다. 200여 년 전인 177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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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의 꽃' 주식시장이 궁금하세요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 1930~)은 열한 살 때 처음 주식을 샀습니다. 이런저런 일을 해서 모은 돈으로 소년 버핏이 산 주식은 '시티 서비스(Cities Service)' 6주 였어요. 전 재산 38달러를 몽땅 쏟아부었다고 합니다. 소년은 주가가 27달러까지 떨어지자 울었어요. 버핏은 주가가 40달러로 오르자 "또 떨어질지 모른닥"고 생각해 몽땅 팔아버렸어요. 첫 투자에서 2달러를 벌었죠. 소년은 곧 우울해졌습니다. 팔아버린 주식의 가격이 금세 200달러까지 올라버린 것이었죠. 버핏은 훗날 미국 최고의 부자가 된 뒤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투자에는 인내가 필요한 것이구나. 장기 투자의 중요성을 그때 알았어요."독자 여러분은 주변에서 "나, 열한 살 때 처음 직접 주식을 샀어"라고 말하는 친구를 만나본 적이 있습니까? 거의 없을 것입니다.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부모님이 주식을 사서 나에게 선물해주셨다"는 이야기도 한국에선 들어본 적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주식을 대하는 미국과 한국 청소년들의 자세는 어릴 때부터 이렇게 갈립니다. 미국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주식과 주식시장, 기업, 기업가치 이런 말에 자주 노출되는 경제금융 교육을 받습니다. 주식을 가까이 한 아이들은 커서도 주식을 저축과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미국인 중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전체의 55~62%에 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주식 보유자가 10명 중 1명에 불과하고, 그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인 한국과는 주식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다릅니다.주식은 기업이 자신의 상태를 표시하는 증명서(유가증권)입니다. 주가는 그 상태를 숫자로 나타내 줍니다. 원칙적으로 기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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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총액은 기업의 가치…경기·실적 파악은 주식투자 기초

    ▷선생님=우리 반의 고수가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개최한 ‘고교생 모의주식투자대회’에서 우승했어요. 그래서 오늘은 주식시장에 대해 알아봅시다. 우선 주식시장이 무엇일까요.▷현명한=주식시장은 기업이 발행한 주식이 거래되는 시장입니다. 기업은 주식을 발행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얻고 투자자는 주식을 사는 방법으로 기업에 투자한 뒤 배당수익을 얻거나 보유 주식을 더 비싼 가격으로 되팔아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선생님=역시 전교 1등 답게 명한이가 잘 설명해줬어요. 주식회사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간접금융) 자체적으로 발행한 증권으로 자금을 모아(직접금융) 사업을 벌입니다. 증권은 주식과 채권으로 나뉘는데 주식은 보유 비율 만큼 기업을 소유하는 것이고, 채권은 일정 기간(만기) 이후에 원금과 이자를 받는 증서입니다. 주식은 만기가 따로 없고 회사가 영업을 잘해서 순이익을 내면 배당금을 받지만 적자가 나면 배당을 받지 못하죠. 그래서 기업이 잘하면 그 기업의 주당 주식 가격인 주가가 오르고 반대면 떨어지죠. 주식시장을 통해서 기업가는 쉽게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는 적은 위험으로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을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신중한=선생님, 주식 투자를 해서 손실을 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기업이 망하거나 주가가 내가 산 가격보다 떨어질 수도 있고….▷선생님=중한이 말이 맞아요. 주가는 한 기업의 가치를 반영한다고 하죠. 기업들의 주식이 거래되는 주식시장은 그래서 한 나라의 경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나라의 증권거래소인 한국거래소(KRX: Korea Exchange)에서는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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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투자의 기원? 네덜란드 해상무역 선단에서 시작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선뜻 맡기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껴서 모은 돈이라면 더하겠지요. 그런데 17세기 초 생판 남한테 기꺼이 돈을 맡기려는 사람들이 등장했습니다. 돈을 맡긴 사람이 받은 것이라곤 ‘종이’ 한 장이 전부였습니다. ‘나는 당신을 믿는다’는 거지요. 1602년 네덜란드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일찌감치 묘한 비즈니스에 눈을 떴습니다. ‘내가 인도에 가서 후추, 정향, 육두구 등 향신료를 싼값에 사와서 높은 가격에 판 뒤 몇 배로 돌려주겠으니 지금 나에게 투자하라.’ 듣기에 따라서는 사기 같은 비즈니스였습니다. 향신료는 고기를 덜 부패하게 하고, 오래 저장할 수 있게 하고, 요리할 때 향을 좋게 하기 때문에 금처럼 비쌌습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발행한 ‘종이’인도로 가는 바닷길은 국가의 힘과 힘이 부딪히는 전쟁터였습니다. 당대 해양 강국인 포르투갈, 스페인은 네덜란드와 영국이 항로에 들어오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겼습니다. 바다 위에서 향신료를 실은 배를 서로 약탈하기도 했습니다. 인구가 적었고, 국력이 약했던 네덜란드는 인도 비즈니스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대규모 선단을 꾸려야 했습니다. 작은 선단들을 모아서 만든 게 바로바로 동인도회사입니다. 문제는 자본, 즉 자금력이었습니다. 동인도회사는 약탈보다 자유로운 시장기법을 추구했습니다. 동인도회사가 내건 마케팅 포인트는 이랬습니다. ‘계급과 상관없이 투자할 수 있다.’ 귀족집 하인들, 생선가게 아저씨, 인부, 상인 등 수많은 사람이 돈을 투자하고 ‘종이(증서)’를 받았습니다. 사람들의 이기심과 탐욕이 묘한 신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