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커버스토리
금리·환율 제시문이 수능 국어에 나온다면…두 지표와 경제상황 연결 짓는 문해력 필요
미국 중앙은행(Fed)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 결행에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1400원은 물론이고 장중 1410원대까지 속절없이 무너졌다. 1400원대 진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6개월 만의 일이다. ‘물가 상승률 2%’를 확신할 때까지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한마디에 한국 금융시장이 다시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다. (중략)원화 가치의 가파른 하락도 그렇지만 외환·통화당국의 강력한 구두 개입이 전혀 약발을 받지 못한 것은 우려스럽다. 1400원 저지선이 힘없이 뚫리자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원화 가치는 속절없이 주저앉았다. 각종 경제·투자지표도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7거래일 동안 117포인트 급락했고, 국채(3년물) 금리도 11년여 만에 연 4%대를 뚫었다. (중략)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연체율이 1.8%포인트 치솟는 취약 자영업자들의 고통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중략)지금 우리 경제는 시계 제로 상황이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6개월 연속 부진해 무역적자가 300억달러에 육박한 상황이라 조그마한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만큼 실물경제도 취약하다.<한국경제신문 사설>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비문학 지문으로 윗글이 제시됐다고 합시다. 생소한 단어와 문장, 문맥에 여러분은 꽤 당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쫄지 마세요. 수능은 사전 지식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제시문을 잘 읽으면 문제를 오히려 쉽게 풀 수 있습니다.제시문의 주제는 환율·금리의 변동과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입니다. 글 순서대로 분석해봅시다. 미국 중앙은행(Fe
-
커버스토리
외식할지, 돈을 빌릴지, 새 사업 할지 정할 때 금리·환율이 움직이면 우리 마음도 흔들려요
경제 주체(가계·기업·정부)들은 금리와 환율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금리와 환율이 적정선에서 무난하게 움직이면, 경제 주체들은 투자, 무역, 경제정책과 관련한 의사 결정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금리와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면, 의사 결정을 쉽게 하기 어렵습니다. 위험과 불확실성이 경제 주체들을 고민하게 만들죠.금리는 모든 경제 활동의 기본 변수입니다. 예를 들어 금리가 낮으면 돈을 빌려서 새로운 사업을 하려 하고, 금리가 높으면 돈을 빌리는 데 부담을 느끼고 새 사업을 주저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거죠.최근 우리나라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상승하기 때문인데요.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모든 금리의 어머니 격입니다. 기준금리가 정해지면 그 위에 다양한 금리가 붙어서 대출·예금금리가 됩니다.한국은행은 1월, 4월, 5월, 7월, 8월에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연 1.25%로 시작했던 올해 기준금리는 연 2.5%까지 높아졌습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인플레이션, 즉 물가 잡기입니다. 우리가 먹고 쓰는 상품의 가격이 지속해서 오르는 상태를 뜻하는 인플레이션은 가정과 기업을 어렵게 만듭니다. 물가가 너무 오르면 사람들은 소비를 줄입니다. 그러면 동네 가게와 기업들의 장사가 얼어붙습니다. 물론 기준금리를 내리는 경우도 있지요. 소비가 너무 줄어서, 기업 활동이 나빠졌을 때 금리를 낮춰서 소비와 투자를 자극합니다.한은이 금리를 올린 두 번째 이유는 미국 금리 때문입니다. 미국은 8~9%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많이 올렸습니다. 지금 미국 기준금리는
-
커버스토리
포퓰리즘·편가르기·부패로 얼룩진 민주정…'공유지의 비극'이란 측면에서 분석해보면
요즘처럼 민주주의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게 나온 때도 없는 듯합니다. 1789년 미국이 인류 문명 최초로 근대 성문헌법을 발효한 이후 민주주의는 성장을 거듭했습니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민주주의가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겁니다. 한스 헤르만 호페가 쓴 <민주주의는 실패한 신인가>,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공동으로 집필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제이슨 브레넌이 펴낸 는 이런 민주주의 사정을 고민한 대표적 책입니다.235년의 역사를 지닌 근대 민주주의는 어떤 질병에 시달리고 있을까요? 질문에 답하려면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는 대중이 정치에 참여하면 안 된다고 봤습니다. 대중 속에는 범죄자, 사기꾼, 술주정뱅이, 문맹자, 선동에 잘 넘어가는 청년들이 섞여 있는데 어떻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느냐고 꾸짖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오늘날로 말하면 ‘극혐 발언’ 때문에 재판을 받았고 결국 독배를 마셨습니다.이후 문명은 우여곡절을 거친 뒤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는 대의민주정으로 진화했지만, 오늘날의 민주주의도 소크라테스의 고민에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민주정이 신성한 것으로 받드는 선거는 한 표라도 더 많이 얻는 사람이 전부를 갖는 의사결정 구조입니다. ‘승자 독식(winner-takes-it-all)’ 게임입니다.이런 권력 결정 구조는 선거 후보와 정당을 극한으로 몰고 갑니다.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경쟁은 종종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필수조건인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 규범을 무너뜨립니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이 점을 고민합니다. 우리나라 정치 현주소를 봐도 당장
-
커버스토리
인류 정치는 권력 나누고 제한해온 역사였죠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알고 있는 데모크라시(Democracy)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됐습니다. 데모크라시라는 말이 그리스어 ‘데모크라토스(demokratos)’에서 왔다는 게 정설이죠. ‘데모(demo)는 국민을, ‘크라토스(kratos)’는 권력을 뜻한다고 합니다.그런데 왕의 지배를 군주정(monarchy), 여러 명의 지배를 과두정(oligarchy), 지배자가 없는 것을 무정부(anarchy)라고 부르는데 왜 민주주의를 디마키(demarchy)가 아니라 데모크라시로 부르게 됐을까요? 당시 마을 수장의 사무실을 지칭하는 말이 디마키였기 때문에 아키(archy)를 붙이지 않고 크라시(cracy)를 붙였다고 합니다.민주정은 그리스 도시국가(polis) 중 아테네에서 발달했습니다. 당시 도시국가들은 다양한 지배체제를 갖추고 있었는데 아테네는 공동체의 필요성 때문에 귀족에게만 권력을 부여했던 다른 폴리스와 달리 일반 시민에도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부여했습니다. 시민들의 도움과 참여가 절실했던 모양입니다.아테네 민주정은 직접민주정이었습니다. 현대 민주정이 대부분 간접민주정인 점과 다르죠. 직접민주정은 시민들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합니다. 현대식으로 표현하면 모두가 아침에 일어나 노트북을 열고 상정된 안건에 일일이 투표합니다. 지식수준이 천차만별인 구성원들이 외교·금융·정치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직접 투표로 국가진로를 결정하는 겁니다. 하루종일 투표해야 할 수도 있죠.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사람들이 매일 이런다면 정말 골치 아플 겁니다. 인구 규모가 5000만 명, 1억 명, 10억 명인 나라라면 어떨까요? 이해관계가 얽힌 법을 만들어야 할 경우 사정은 더 복잡해질 겁니다.그래서 오늘날과 같은 거대사
-
커버스토리
영국 엘리자베스 2세 별세 군주정·민주정은 무엇인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이 지난 19일 치러졌습니다. 여왕의 뒤를 이어 장남인 찰스 왕세자가 왕으로 등극했습니다. 찰스 3세입니다. 영국은 입헌군주정을 하는 나라입니다. 헌법으로 왕의 권력을 제한하는 나라라는 뜻입니다. “왕은 군림하지만 통치하지 않는다”는 거죠. 현실정치는 의회, 내각, 수상이 맡아 합니다.70년 만에 왕이 교체된 영국에선 요즘 군주정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여왕, 왕, 왕자, 공주 이야기가 21세기 자유민주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대론과 “군주정은 영국을 상징하는 전통이고 왕이 국민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속돼야 한다”는 찬성론이 맞서고 있답니다.크게 보면 인류의 정치 체제는 절대 군주정, 입헌 군주정, 대의 민주정으로 변해 왔습니다. 절대 군주정은 왕이 절대 권력을 갖는 체제, 입헌 군주정은 왕의 권력을 헌법으로 제한하는 체제, 대의 민주정은 주권자인 국민이 통치자를 뽑는 체제를 의미합니다.요즘 정치학계에선 군주정 논란에 못지않게 민주정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민주정이 극한 대립, 혼탁과 부패, 고비용 정치로 흐르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에 군주정과 민주정을 공부해봅시다. 생각할 만한 포인트가 의외로 많답니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
커버스토리
늘어나는 세금 이대로 괜찮나
국가를 운영하는 데도 돈이 듭니다. 정부가 국방과 치안을 유지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도로를 깔고 강과 하천을 정비하려면 예산이 필요하고, 교육과 복지정책을 시행하려면 재정이 필요한 거죠.정부는 노동을 제공해 돈을 버는 가정, 생산 활동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기업과 달리 돈을 벌어서 쓰지 못합니다. 세 가지 방법으로 쓸 돈을 마련하는데요.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걷고, 모자란 돈을 빌리고, 급하면 화폐를 더 찍어내는 거죠. 원칙적으로 정부는 거둔 세금(세입)만큼 돈을 쓰는 게(세출) 좋습니다. 소득 범위 안에서 소비를 하는 가정이 모범적이듯이 말이죠.유감스럽게도 모든 정부는 돈을 많이 쓰려 합니다. 유사 이래로 모든 권력이 그랬어요. 고대엔 왕과 황제가, 중세엔 교회가, 근현대엔 정부가 그런 권력이죠. 난로와 유리창 개수에 따라 세금이 부과된 적도 있고, 수염을 길렀다고 세금이 붙기도 했죠. 요즘엔 담배를 피운다고, 자동차를 산다고, 재산을 물려준다고, 집값이 오른다고 세금을 물립니다. 내년 예산액이 639조원으로 늘어나 1인당 부담액이 1356만원에 달할 정도입니다.세금은 공동체를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하지만, 너무 많으면 문제를 일으킵니다. 많은 세금 때문에 경제가 흔들리고, 정권이 교체되고, 혁명이 일어나고, 전쟁이 발발하기도 했습니다. 인류 문명과 함께 시작된 세금. 그 이야기는 흥미진진합니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
커버스토리
인류 문명과 함께 세금 역사는 시작됐어요, 난로세·인지세…세금 탓에 혁명도 발생했죠
세금은 언제 시작됐을까요? 세금의 역사를 다룬 많은 책은 ‘인류 문명이 진흙 표면에 문자를 새기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기록한 것이 세금이었다’고 쓰고 있습니다. 수메르인이 남긴 점토판에 세금(공물) 기록이 있답니다. 고대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때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된 로제타 비석에는 ‘이집트에 부과된 수입과 세금을 전액 또는 일부 감면해주어 백성이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는 글이 있습니다.세금 이야기는 로제타 비석에 새겨진 글처럼 늘 그렇게 낭만적이진 않습니다. 권력자들은 언제나 세금을 많이 징수하려고 했고, 백성들은 수탈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가거나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17세기 영국인을 괴롭힌 세금은 난로세였습니다. 화덕, 난로, 벽난로를 가진 고급집에 부과된 세금이었죠. 영국인들은 프랑스에서 기원한 이 세금을 증오했고, 이것이 1688년 명예혁명을 일으킨 요인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혁명 직후 이 세금은 폐지됐습니다.난로세가 없어지자 1696년 새로운 세금이 만들어졌습니다. 창문 개수에 따라 세금을 물리는 창문세였죠. 징수원들은 집을 지나가면서 창문 수를 셌습니다. 세금 액수가 더 늘어나자 시민들은 창문을 없애거나 창문 없는 집을 지었습니다. 햇빛이 들지 않고, 공기가 순환되지 않자 병드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창문세는 ‘햇빛 도둑(Daylight Robbery)’이라고 불렸답니다. 1746년 유리세(tax on glass)가 신설되자 당시 의학잡지 랜싯은 ‘빛에 과세하는 미친 세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러시아 표트르 대제는 귀족들에게 수염세를 물리기도 했죠.미국이 독립전쟁을 일으킨 원인에도 세금 민심이 숨어 있습니다. 영국 왕
-
커버스토리
2023년 예산 639조원…세금으로 감당해요, 국세·지방세, 직접세·간접세…세금은 복잡해
정부는 1년 동안 쓸 예산안을 짜서 의회에 제출합니다. 의회는 예산안을 검토해 동의 여부를 결정합니다. 행정부가 나라 살림을 계획하고 쓰지만, 의회가 그것을 살펴보고 조정한 뒤 통과시켜주는 거죠. 견제와 균형 메커니즘이 예산에도 작동한답니다.나라 살림을 짜는 기획재정부는 2023년 예산액을 639조원으로 잡았습니다. 예산으로 쓸 재원, 즉 돈은 세금으로 마련됩니다. 대한민국 납세자들로부터 세금을 거둬 나라 살림에 쓴다는 뜻이죠. 기본적으론 ‘세입=세출’ 구조입니다. ‘거둔 세금과 쓰는 돈은 같아야 한다’는 거죠.세금은 유용한 데 많이 쓰입니다. 내년 예산안을 보면 보건·복지·고용에 226조원이 들어가고, 나라를 지키는 국방에 57조1000억원이 쓰이고, 도로·교통 등 사회간접자본에 25조원, 교육에 14조원이 투입됩니다. 문화·체육·관광 분야로도 9조원가량이 들어갑니다. 세금은 마치 몸속의 피처럼 곳곳으로 흘러다니며 나라 살림을 떠받칩니다.내친김에 세금 구분표를 한번 살펴봅시다. 세금은 크게 국세와 지방세로 나뉩니다. 국세는 중앙정부가 거둬 나라 전체를 위해 쓰는 세금이고 지방세는 지방정부, 즉 도·시·군이 거둬 자체적으로 쓰는 세금을 말합니다. 총조세 중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약 75 대 25입니다.국세는 내국세와 관세로 구성됩니다. 내국세가 조금 복잡한데요. 내국세는 보통세와 목적세로 다시 나뉩니다. 목적세는 특수 목적에 맞춰 쓰는 세금을 말합니다. 교육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농어촌특별세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보통세는 직접세와 간접세로 다시 갈라집니다. 직접세는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