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지금도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있습니다. 설악 소공원과 권금성을 오가는 1.1㎞ 길이의 케이블카가 운행 중이죠. 새로 설치될 케이블카는 이것보다 훨씬 길어 3.3㎞나 됩니다. 몸이 불편해 설악을 오르지 못했던, 설악의 아름다운 사계를 볼 수 없었던 사람들도 이제 마음만 먹으면 쉽게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설악 케이블카 설치는 환경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첨예하게 부딪혔던 상징적인 사업이었습니다. 케이블카가 자연환경을 해친다는 시각과 케이블카가 오히려 동식물을 잘 보호한다는 시각이 대립했습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이 달라진 탓에 41년이 흘렀던 겁니다. 오색케이블카가 어떻게 설치될지, 환경을 둘러싼 논쟁점은 어떤 게 있는지 사례를 통해 더 알아봅시다.우리는 오색케이블카 허가하는 데 41년
스위스·독일·오스트리아는 수천 개 운영

오색케이블카는 양양군 쪽 ‘오색약수터~끝청’을 오갑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모습을 바꾸는 설악의 모습을 3.3㎞짜리 케이블카를 타고 감상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군요.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41년간 엎치락뒤치락했습니다. 양양군과 강원도는 1982년 설치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케이블카가 명산인 설악산의 생태계와 자연을 해친다는 환경단체의 반대로 사업은 첫 30년 동안 물밑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양양군은 2012년과 2013년 다시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사업계획은 대청봉 경관 훼손 등의 이유로 다시 좌절됐습니다. 2년 뒤인 2015년 재차 도전해 국립공원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019년 원주지방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 ‘조건부 승인’을 뒤집었습니다. 2020년 양양군은 행정심판으로 맞섰습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한 것은 위법하다”며 양양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021년 원주청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산양 개체수 조사 등 10개 보완요구 사항을 덧붙여 다시 반대했습니다. 환경단체들도 원주청의 편에 섰습니다. 2022년 11월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안에 따라 양양군은 환경영향평가 보완 절차를 진행했고 마침내 지난 2월 27일 자연보호종 서식지 조사 등 몇 가지 조건을 지킨다는 전제하에 승인받았습니다.
![[커버스토리]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41년 머뭇거린 이유](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AA.32807256.1.jpg)
오색케이블카가 설악산 첫 케이블카는 아닙니다. 이미 속초시 설악 소공원에서 권금성까지 올라가는 1.1㎞짜리 설악케이블카가 있답니다.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설악케이블카는 연간 60만 명가량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속초시에 이어 양양군이 숙원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됨에 따라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사 사업도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먼저 인제군과 고성군이 가만히 있지 않을 분위기입니다. 인제군은 3.8㎞짜리 백담사 케이블카 사업을, 고성군은 1.4㎞짜리 신선대 케이블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한라산, 지리산, 가야산, 월악산 등을 끼고 있는 지자체들은 물론이고 부산도 해운대와 이기대를 잇는 4.2㎞짜리 케이블카 사업을 밀어붙이려 합니다. 지역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뭐라도 할 태세입니다. 케이블카 외에 둘레길, 오름길, 출렁다리, 집라인 개발 경쟁도 뜨겁습니다.
이런 경쟁은 국가 간에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국과 베트남은 세계 최장 케이블카 자리를 놓고 경쟁 중입니다. 중국 장자제 톈먼산에는 7.4㎞짜리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습니다. 무려 35분이 걸리는 긴 케이블카입니다. 베트남 푸꾸옥 케이블카 길이도 7.8㎞에 달한다고 합니다. 프랑스 샤모니몽블랑 케이블카는 해발 3842m까지 올라갑니다. 스위스에는 450개, 오스트리아에는 2600개, 알프스를 끼고 있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는 600개의 케이블카가 운행합니다. 경쟁이 치열합니다. 오스트리아의 케이블카 사업은 국내총생산(GDP)의 6%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경제효과를 거두고 있답니다.NIE 포인트1.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어디에 설치되는지 찾아보자.
2. 케이블카가 우리나라 육상, 해상에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자.
3. 오색케이블카가 허가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 늦어진 이유를 토론해보자.생태근본주의 "현대문명이 자연 파괴"
부국환경론 "경제발전이 환경을 보호"

환경을 최우선시하는 것을 우리는 생태근본주의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다시 심층생태주의(Deep Ecology)와 생태중심주의(Ecocentrism)로 나뉩니다. 심층생태주의는 “모든 유기체는 전체 자연을 구성하는 평등한 구성원이므로 동일한 내재적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생태중심주의도 비슷한데, 모든 생물종 같은 집합적 자연과 생태계 같은 전체 자연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주의를 말합니다. 인간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보지 않고 자연 자체를 최고의 가치로 보는 환경론입니다.

반면, 환경개발론자들은 “인간의 경제 성장과 번영 탓에 자연과 생태계가 망가졌다고 보는 것은 허위”라고 맞섭니다. 인간이 80억 명을 자랑하는 지구 지배종(種)으로 번성하긴 했지만,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하기보다 오히려 보호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찰스 디킨스(1812~1870)가 산업혁명이 뱉어내는 산업폐기물과 매연, 썩은 물을 보고 기겁한 것은 이해하지만, 그런 시대는 가고 환경에 투자하고 환경을 관리하는 시대가 됐다”며 “더 많은 사람이 먹을 식량을 더 작은 땅에서 생산하는 기술이 발전했고, 도시에는 더 많은 사람이 살면서도 주변의 산은 더욱 푸르고 강물은 더 맑다”고 반박합니다. 이들은 부국환경론을 앞세웁니다. 경제 성장으로 가난을 타파하는 게 생태계를 보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접근법이라는 겁니다. 세계 10대 숲 파괴 국가 중 라오스와 중앙아프리카 국가 같은 가난한 나라가 대거 포함된 점을 강조합니다. 이들은 “자연을 숭배하고 1만 년 전 유목 생활로 돌아가자고 말하면 대화가 안 된다”며 “부국환경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라고 말합니다.
환경경제학은 여러분이 관심을 가져볼 만한 영역입니다. 환경자원을 어떻게 개발하고 관리하는 게 합리적인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잠깐!!! 환경 쿠즈네츠 곡선
![[커버스토리]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41년 머뭇거린 이유](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AA.32814673.1.jpg)
2. 부국환경론은 어떤 주장을 하는지 찾아보자.
3. 경제 발전과 환경의 상관관계를 주제로 토론해보자.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