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그래픽=이은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그래픽=이은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스마트폰 없는 일상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본인 인증, 은행 및 금융투자 업무, 각종 결제와 온라인 구매는 기본이죠. 어른들도 숏폼과 같은 짧은 영상을 스마트폰을 이용해 재미있게 봅니다. 그런데 청소년은 스마트폰에 코 박고 산다고 할 정도로 푹 빠져 있습니다. 등교 뒤에도 스마트폰에 중독된 듯한 청소년의 모습은 걱정을 낳는 게 사실입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학교 안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법률 등으로 금지하는 ‘스마트폰 프리존(Free Zone)’이 확산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2024년 말 유네스코 통계를 보면 세계 40%의 나라에서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대표적입니다. 2018년 유치원 및 초·중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었어요. 지금은 200여 개 중학교에서 등교 때 스마트폰을 수거하는 ‘디지털 브레이크(멈춤)’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교육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허용했다가 작년 9월부터는 이마저 금지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작년 말 기준 35개 주(州)가 학교 내 스마트폰 규제 법안 또는 정책을 실행했거나 제안 중입니다. 텍사스주는 지난해 9월부터 학교에서 첫 수업 시작 종이 울린 후 마지막 수업 종료 종이 울릴 때까지 학생들의 개인 통신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벨 투 벨(Bell-to-Bell)’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올 3월부터 시행된 개정 초·중등교육법에는 학교장과 교사가 학생의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이 담겼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제한 기준과 방법, 기기 유형 등은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죠.

이런 흐름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각종 디지털기기와의 연결을 끊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심신을 회복하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디지털 해독)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초연결 시대에 스마트폰 수거와 같은 일률적 규제가 실제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3면에서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인적자본 위기, 디지털 격차 부르는 스마트폰 중독
절제와 규제 사이…청소년의 디지털 자생력 키워야
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세계적으로 청소년 대상 ‘디지털 디톡스’ 열풍이 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학교 내 스마트폰 이용은 청소년의 학습 집중도를 심각하게 떨어뜨립니다. 예를 들어, 수업 중간의 쉬는 시간에 청소년이 소셜미디어에 빠져든다고 생각해봅시다. 숏폼 영상 한 편 시청으로 끝나지 않겠죠? 이들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뇌 속 쾌락을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자극합니다. 흥분된 상태에서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청소년의 뇌는 팝콘 맛처럼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절제하고자 하는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얘기죠.

스마트폰 절제력이 계층이동 결정

시야를 사회 전체로 넓혀봅시다. 청소년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사회 전체의 비용을 증대시킵니다. 첫 번째는 미래 인적자본(Human Capital)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청소년이 스마트폰과 디지털 중독으로 책 읽기를 게을리한다면 문해력 저하는 불가피합니다. 앞서 말한 집중력 부족도 만성화하고 있습니다. 많이 읽고 생각하며 두뇌 활동을 왕성히 해야 할 청소년기를 디지털 자극에 빼앗긴다면 우리 사회의 인적자본 수준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적자본의 질이 떨어지면 생산성도 같이 하락합니다.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같은 단위를 생산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 더 커지게 됩니다.

정신건강 악화와 이에 따른 의료비 증가 문제도 있습니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3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청소년은 우울·불안·수면 부족 등의 증상을 포함한 정신건강 악화 위험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두 배 높습니다. 거북목·손목터널 증후군 등 근골격계 질환과 시력 저하 등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가뜩이나 재정수지가 악화하는 국민건강보험에도 부담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의미의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를 만들어냅니다. 전통적 의미의 디지털 격차는 잘 사는 집의 아이는 PC, 노트북, 태블릿 PC, 고성능 스마트폰을 모두 갖추고 학습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반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의 아이는 이런 기회를 갖지 못하면서 벌어지는 격차를 말합니다. 그런데 디지털 중독이 우려되는 시대엔 의미가 조금 달라집니다. 잘 사는 집 부모는 자녀의 디지털기기 사용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스스로 절제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교육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가정의 아이는 부모의 이런 돌봄과 관리의 기회가 적어 디지털 중독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새로운 디지털 격차는 계층 상승 사다리를 없애버리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초연결 시대의 교육은 어디로?

디지털 중독이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면 학교 내 스마트폰 금지와 같은 직접 규제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유럽의 전문가들은 과거 미성년자에 대한 담배 및 주류 판매 금지와 동일한 관점에서 디지털 중독 문제를 바라봅니다. 청소년은 자기 절제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환경 자체를 통제해야 한다는 겁니다. 영국의 한 연구에서는 자기조절이 어려운 저성취 학생일수록 스마트폰 금지 효과가 컸습니다. 민간 기업의 자정 노력과 시장 자율 규제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봅니다.

반면 스마트폰을 빼앗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습니다. 단순 금지의 경우 위험을 차단할 뿐, 위험을 다루는 법은 가르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입니다. 특히 학교는 스스로 절제하는 방법과 기술 사용법을 가르쳐야 할 기관인데, 단순 금지는 이런 학교의 교육적 역할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합니다.

물론 절충할 여지가 없지 않습니다. 전면 금지가 아니라 ‘수업 중 원칙적 금지’ ‘쉬는 시간, 특정 활동 때 제한적 허용’처럼 상황별로 달리 적용하는 방식이 학생의 수용성과 제도의 실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습니다. 자기 절제력과 비판적 미디어 이해력을 기르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관련 학칙을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듣고 협의하는 절차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금지냐, 교육이냐’라는 이분법적 판단에서 벗어나 단기적으로는 ‘주의력·학습권 보호를 위한 제한적 금지’, 장기적으로는 ‘자기 조절력을 기르는 리터러시 교육과 플랫폼 규제’를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3월 시행에 들어간 개정 초·중등교육법이 형사처벌 없이 학칙에 세부 사항을 위임한 것은 이런 절충적 성격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NIE 포인트 1. 디지털 디톡스의 개념과 문제의식을 살펴보자.

2. 디지털 중독과 디지털 격차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자.

3.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으로 절제력을 키울 수 있을까?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