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커버스토리

    '잘하는 것 나눠하면 이득' 비교우위론…자유무역이 '윈윈 전략'임을 입증하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론자들은 “작은 나라인 한국이 큰 나라인 미국과 자유무역을 하면 미국의 속국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떤 경제학자는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을 ‘헤비급 권투선수(미국)와 경량급 권투선수(한국)가 싸우는 격”이라며 한·미 FTA를 반대했습니다.반대론자들의 주장은 매우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1772~1823)는 자유무역은 당사국 모두에 이로운 ‘윈윈’ 거래임을 이론으로 증명했습니다. 그 유명한 ‘비교우위론’입니다. 비교우위론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한·미 FTA를 ‘헤비급 vs 경량급 권투 대결’로 비유하는 오류를 범합니다. #비교우위론 vs 절대우위론비교우위론은 서로가 상대적으로 잘하는 것을 전문화한 뒤 교환하면 모두가 이익을 본다는 겁니다. A국은 전기차와 모자를 모두 잘 만든다고 가정합시다. B국은 둘 다 A국보다 못 만들지만 모자를 상대적으로 잘 만듭니다. A국은 B국보다 절대적 우위에 있습니다. 비교우위론은 이런 상태에서도 두 나라가 분업해 교환하면 모두 이익을 본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A국은 모자를 만드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부가가치가 더 높은 전기차를 만드는 게 낫죠. 그 대신 B국에 모자 생산을 맡겨서 수입하는 거예요. A국과 B국 모두 윈윈인 거래죠. A국을 미국, B국을 한국이라고 해봅시다. 미국은 자국이 상대적으로 더 잘하는 것을 하고, 한국은 한국이 잘하는 것을 해서 교환하면 둘 다 이득입니다. 나중에 한국도 발전해 전기차를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비교우위론은 이런 것입니다. 이 이론이 생길 때 영국과 프랑스가 비교 대상

  • 커버스토리

    대통령도 잘못하면 처벌·심판 받게 해…왕처럼 '절대 권력' 가질 수 없게 했죠

    인류 최초로 대통령제를 만들어낸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오한 철학과 사상을 대통령제에 담았습니다. 이런 정신을 우리는 근대민주주의 정신 또는 미국 민주주의 정신이라고 부릅니다.대통령제에 들어 있는 근대 정신을 알아봅시다. 첫째, 군주제를 부정했습니다. 미국이 독립하기 이전에 세계는 거의 모두 군주제 아래 있었습니다. 군주제 세상은 ‘국왕이 원하는 한(during the king’s pleasure)’이라는 원칙으로 작동됐습니다. 왕의 권력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기에 왕이 국가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습니다. 국왕의 뜻대로 법이 제정되고, 관리가 임명되고, 재판이 이뤄졌습니다. 왕이 원하면 정복 전쟁도 해야 했습니다. 국왕이 인정하는 종교만 믿어야 했죠. 이런 군주제 아래에서 주권자는 왕 한 사람뿐입니다. 나머지는 그의 신민이죠. 이런 권력은 왕이 죽을 때까지 유지됐으며 혈통으로 세습됐습니다. 좋은 왕이든 나쁜 왕이든 말이죠. 미국 대통령제는 이런 구체제와 완전히 결별하는 것이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시각에서 보면 미국식 민주주의는 급진적인 것이었죠.둘째, 미국 사상가들은 그래서 ‘국왕이 원하는 한’을 ‘적법 행위를 하는 한(during good behavior)’으로 대체했습니다. 통치자도 적법 행위를 하지 않으면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겁니다. 왕처럼 법 위에서 군림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죠. 이것은 천동설이 지동설을 만난 것만큼이나 충격적인 전환이었어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모두 혁명가라고 해야겠습니다. 영국 정부는 이들을 반역자로 찍었죠.셋째, 미국 민주주의는 대통령이라는 통치자를 선거로 뽑도록 했습니

  • 커버스토리

    1789년 등장한 '세습되지 않는 권력'…세계 첫 대통령은 미국의 조지 워싱턴

    인류 최초의 대통령은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조지 워싱턴(1732~1799)입니다. 미국·영국 간 독립전쟁을 미국의 승리로 이끈 인물이죠. 1789년 4월 30일 그는 미국 뉴욕 임시정부청사 페더럴홀에서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했습니다. 그는 오른손을 성경 위에 올려놓고 ‘대통령직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미국의 헌법과 국민의 권리를 수호할 것’을 맹세했습니다. 대통령이 선서하는 전통은 이때 처음 생겼습니다.미국에서 대통령이 최고 통치자 명칭이자 지위가 된 과정은 험난했습니다. 대통령의 역사를 알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미국 독립사를 압축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17세기 초 영국인들은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 쪽으로 들어왔습니다. 상인과 모험가 그리고 종교 탄압을 피해 바다를 건넌 사람들이었죠. 영국 군대도 물론 들어왔어요. 해외 식민지 개척 시대였으니까요. 정착민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절대권력인 왕과 귀족을 싫어하고, 종교의 자유(첨교도)와 새로운 기회를 원했습니다.‘해가 지지 않는 제국’ 영국의 힘에 눌려 있던 식민지인들은 18세기에 들어서면서 불만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이 식민지에서 세금을 너무 많이 걷어 갔거든요. 설탕조례, 인지조례 같은 조세법이 정착민들을 괴롭혔죠. 영국 정부가 차(tea) 판매독점권을 동인도회사에 주자 거래를 못하게 된 사람들은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1773년 보스턴에서 일이 터졌습니다. 식민지인들은 항구에 정박해 있던 영국 상선에서 차 340상자를 꺼내 바다에 버렸습니다. 1800만 잔의 차를 만들 수 있는 양이었다고 합니다. 1775년 영국군과 식민지 민병대 사이에서 전쟁이 났습니다. 민병대를 이끈 사람이 바로 조

  • 커버스토리

    King 아닌 President…'국가원수' 대통령은 누구인가?

    한국은 대통령제를 정부 형태로 취하고 있습니다. 1960~1961년 잠시 내각제를 한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제를 하고 있어요.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인정받은 국민의 대표이며 대외적으로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원수입니다. 우리나라는 1948년 건국 이후 지금까지 13명, 1~20대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최근 선거에서 승리한 윤석열 당선인은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합니다.대통령은 우리에게 여러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존경의 대상, 희화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불행한 권력자’의 이미지로 비치기도 합니다. 아픈 역사 때문인지 대통령제 자체에 대한 평가도 극과 극으로 엇갈립니다. 다시 내각제를 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1789년 3월 미국에서 대통령제가 인류 역사에 처음 등장했을 때 그것은 혁명적인 발명품이었습니다. ‘왕’을 혈통이나 세습이 아니라 국민이 선거로 뽑는다는 발상은 너무도 급진적이었습니다. 대통령제는 왜,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역사를 알면 대통령제가 얼마나 심오한 철학과 사상을 담은 인류 문명의 유산인지를 알게 될 겁니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 커버스토리

    물건을 맞바꾸는 물물교환으로 시작된 유통…슈퍼마켓→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으로 진화

    바꿔 먹기, 즉 물물교환은 인류가 발견한 최초의 유통 방법이었을 겁니다. 물고기 열 마리와 꿩 한 마리를 바꾸자, 뭐 이런 식이었죠. 조상들은 아마도 만나는 장소를 정하게 됐을 겁니다. 시간도 얼추 맞췄겠지요. “해가 중천에 떴을 때, 강가에서 만나자.” 물물교환하는 부족이 늘었을 것이고, 그러다가 작은 시장이 부족 마을 인근에 세워졌겠죠. 교환하려는 사람과 물품이 더 늘었습니다. 물물교환이 시작된 이후 화폐가 생겨서 교환과 거래가 쉬워졌습니다. 유통은 화폐를 만나면서 혁명을 이뤘습니다. 거래자들은 무거운 과일과 돼지, 소, 곡식 등을 직접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됐습니다.시간이 흘러 한반도에 상설시장이 생겼습니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는 숭례문 주변에 ‘시전행랑(市廛行廊)’을 설치했습니다. 당시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시장 다툼이 있었습니다. 육의전이라는 시전상인에게만 물건을 팔 수 있는 권리(금난전권)를 부여했죠. 정조는 18세기 후반께 금난전권을 폐지하고 유통산업을 모든 이에게 개방했죠. 남대문시장은 1897년 근대적 상설시장으로 재탄생했지요.오늘날 두산그룹의 창업자 박승직 옹은 쌀과 종이를 한양에서 해남땅까지 가져다 팔면서 돈을 벌었습니다. 이를 발판으로 두산은 유통업계 강자가 됐으며 이후 중공업 부문을 강화해 오늘날 모습을 갖췄죠.동네 가게는 슈퍼마켓이라는 것으로 진화했습니다. 1970년대 초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한남슈퍼가 생겼는데, 슈퍼마켓의 효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네 가게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제품이 더 낮은 가격에 팔렸죠. 슈퍼마켓이 남긴 유통 업적은 체인화했다는 겁니다. 기업화, 대형화의 조짐이 본격

  • 커버스토리

    대형마트 영업제한 10년…유통은 어떻게 진화했나?

    2012년 3월 시행된 대형마트 영업 제한(월 2회 휴업 의무화) 규제. 벌써 10년이 됐군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한다는 유통산업발전법은 과연 전통시장과 골목 상점들을 발전시켰을까요? 아니면 한창 커가던 대형마트의 성장판만 닫아버린 것일까요?요즘 대형마트들은 울상입니다. 전통시장에 치이고 쿠팡·배달의민족 같은 모바일 쇼핑에 눌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대형마트들은 새로 매장을 내려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존 매장도 닫으려고 합니다. 10년 사이에 소비와 유통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확 변해버렸습니다.영업 제한보다 2년 더 일찍 도입된 출점 제한 조치도 우습게 되긴 마찬가지입니다. ‘유발법’은 2010년 역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장 반경 1㎞ 안에 3000㎡ 이상 크기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새로 들어서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제 질문을 해볼 때입니다. 온갖 종류의 모바일 쇼핑이 유통 시장을 휩쓸고 있는 시대에 이런 규제가 필요한 것일까요? 같은 논리라면 소비 비중의 50%를 넘어선 모바일 쇼핑을 규제해야 하지 않을까요? ‘유통 진화사, 물물교환에서 쿠팡까지’를 공부해봅시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 커버스토리

    매출·고용 인원 모두 앞선 쿠팡…대형마트들 "왜 우릴 규제하죠?"

    대형마트(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들은 2012년 3월부터 한 달에 두 번 문을 닫아왔습니다. 10년 됐지요. 의무휴업제는 대형마트로 빨려 들어가는 소비를 동네 상권과 전통시장으로 유도하자는 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의도는 좋았습니다. 대형마트가 두 번 문을 닫으면 동네 상권과 전통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상생 경제’ ‘동반 성장’ 아이디어에서 비롯됐죠. 이제 결산을 해볼 때가 됐습니다.학계에서 대형마트 영업제한 이후 10년간의 변화를 분석하는 보고서가 많이 나왔습니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이 골목 상권과 전통시장을 살렸다는 유의미한 결과는 없었습니다. 대형마트가 폐점하면 인접 상권이 침체되는 역효과를 냈다는 겁니다. 2020년 조춘한 경기과학대 교수가 발표한 ‘대형유통시설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이 점을 잘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2018년 이마트 인천 부평점이 폐점한 이후 인근 슈퍼마켓 등의 매출은 10% 이상 감소했다는군요. 대형마트가 없어지면 고객들은 동네 상권을 찾기보다 대형마트가 있는 인근 상권으로 빠져나갔다는 겁니다.통계청 분석도 있습니다. 2012년부터 2019년 사이 소상공인의 매출과 시장 점유율은 각각 6.1%, 11.4% 줄었습니다. 소비자들의 호응도 적었습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무휴업제로 대형마트에 못 갈 경우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소비자는 8.3%에 불과했습니다. 그 대신 ‘대형마트 영업일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28.1%)는 응답이 많았습니다.영업제한 여파로 대형마트 수가 줄었습니다. 2019년 전국적으로 406개였던 대형마트는 작년 말 현재 384개로 감소했

  • 커버스토리

    경제는 평화를 사랑해…전쟁은 번영의 적이죠

    경제는 평화를 좋아합니다. 평화롭고 전쟁이 없는 곳에서 경제는 잘 성장합니다. 이것은 경제가 지닌 기본적인 속성에서 비롯됩니다. 경제는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다양한 생필품과 물건을 만들고, 서로의 필요에 따라 교환과 거래를 하고, 그것으로 삶을 영위하는 모든 활동을 말합니다. 이런 활동은 평화로운 곳에서 잘 이뤄질 겁니다.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빗발치고, 사람이 죽는 곳에선 어떨까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전시 상태인데 누가 제조, 거래, 결제하려고 하겠습니까? 그런데도 인류는 부족 전쟁, 종교 전쟁, 국가 전쟁을 끝없이 해왔습니다. 전쟁이 남긴 비극적 경험은 인류 평화를 촉구하지만, 《전쟁론》을 쓴 클라우제비츠가 말했듯이, 국가들은 다양한 정치적 목적으로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전쟁 규모에 따라 한 나라, 혹은 세계 경제가 요동쳐 왔습니다. 나라가 멸망하기도 했고, 세계 경제 패권이 이동하기도 했습니다.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구촌 경제가 출렁이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경제 제재로 큰 타격을 받을 조짐입니다. 전쟁과 경제, 그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