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요즘처럼 민주주의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게 나온 때도 없는 듯합니다. 1789년 미국이 인류 문명 최초로 근대 성문헌법을 발효한 이후 민주주의는 성장을 거듭했습니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민주주의가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겁니다. 한스 헤르만 호페가 쓴 <민주주의는 실패한 신인가>,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공동으로 집필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제이슨 브레넌이 펴낸 는 이런 민주주의 사정을 고민한 대표적 책입니다.235년의 역사를 지닌 근대 민주주의는 어떤 질병에 시달리고 있을까요? 질문에 답하려면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는 대중이 정치에 참여하면 안 된다고 봤습니다. 대중 속에는 범죄자, 사기꾼, 술주정뱅이, 문맹자, 선동에 잘 넘어가는 청년들이 섞여 있는데 어떻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느냐고 꾸짖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오늘날로 말하면 ‘극혐 발언’ 때문에 재판을 받았고 결국 독배를 마셨습니다.
이후 문명은 우여곡절을 거친 뒤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는 대의민주정으로 진화했지만, 오늘날의 민주주의도 소크라테스의 고민에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민주정이 신성한 것으로 받드는 선거는 한 표라도 더 많이 얻는 사람이 전부를 갖는 의사결정 구조입니다. ‘승자 독식(winner-takes-it-all)’ 게임입니다.
이런 권력 결정 구조는 선거 후보와 정당을 극한으로 몰고 갑니다.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경쟁은 종종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필수조건인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 규범을 무너뜨립니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이 점을 고민합니다. 우리나라 정치 현주소를 봐도 당장 알 수 있습니다. 관용과 자제는 설 땅을 잃은 듯합니다. 선거에서 이긴 자는 관용보다 상대를 부수려 하고, 선거에서 진 자는 패배를 인정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자제력을 발휘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두 세력은 서로 공존 상대가 아니고 무찔러야 할 대상으로만 봅니다.
선거가 타락과 부패로 얼룩지기도 합니다. 후보들은 말도 안 되는 공약을 쏟아 놓습니다. “공짜로 다 해주겠다” “국민이 원하면 다 준다”는 공약이 홍수를 이룹니다. 미래 세대들이 짊어지게 될 빚더미를 생각지도 않습니다. “내가 갚을 빚이 아니다”는 식이죠. 인기영합주의를 뜻하는 포퓰리즘으로 망가진 민주주의 국가도 많습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가르고, 갑과 을로 가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갈라치기는 방법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내 편만 국민”이라는 선동도 나타납니다.
민주주의의 타락상을 소유권 문제로 본 학자가 한스 헤르만 호페입니다. 민주주의는 국민 모두가 주권 즉, 소유권을 가진 체제입니다. 호페는 이것을 민주주의의 약점으로 봤습니다. “모두의 것은 아무의 것도 아니다(Everybody’s is nobody’s)”가 되면 그것은 황폐화된다고 그는 설명합니다. 공유지의 비극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타난다는 거죠. 소유권이 없는 목초지의 경우, 아무나 소를 몰고 와서 풀을 먹이기 때문에 금방 황폐화된다는 게 공유지의 비극입니다. 나라를 가꿀 생각을 덜 한다는 겁니다.
호페는 군주정과 대비시킵니다. 군주정은 군주 1인이 국가 소유권을 가진 체제인데 이런 군주가 자기 나라를 다른 나라보다 좋게 만들 인센티브를 더 느낀다는 것이죠. 동의하십니까? 영국 국민의 인기가 높았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직접 통치했다면 지금의 영국은 더 나아졌을까요? 국가의 지속 가능성보다 당장의 선거에서 이기려는 민주정이 과연 군주정보다 나을까라고 호페는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들은 안녕하지 않습니다. 시끄럽고 복잡합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것이 민주정의 본질이라고 했습니다만, 민주정이 지속가능한 정치체제인지를 따져보는 학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군주정이 답인 것은 물론 아닙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망을 계기로 한번 생각해보는 군주정, 민주정입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1. 근대민주주의가 미국에서 비롯됐다는 말의 의미를 알아보자.
2. 선거는 승자독식 게임이어서 위험하다는 지적에 대해 토론해보자.
3. 민주정과 군주정의 장단점을 비교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