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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 수교 30년, 교역 47배, 투자1788배 늘어…중국 급성장, 반도체·휴대폰 기술 한국 위협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이후 두 나라는 서로 덕을 봤습니다.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유리했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몇 가지 수치를 봅시다. 두 나라 교역량 급증2021년 우리나라는 중국에 1629억10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습니다. 중국에서 수입한 규모는 1386억3000만달러어치였습니다. 수출과 수입을 합친 교역액은 3015억4000만달러에 달했습니다. 어느 정도인지 잘 와닿지 않을 겁니다. 30년 전인 1992년 수치를 볼까요? 당시 양국의 교역액은 겨우 63억8000만달러였습니다. 무려 47배로 커졌습니다.한국은 중국이라는 시장을 일찌감치 잘 개척했다고 평가할 만합니다. 교역액만 놓고 보면 중국은 이제 한국의 최대 시장입니다. 두 번째인 미국(1691억2000만달러), 세 번째인 일본(847억달러)보다 훨씬 많을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큽니다.중국이 차지하는 교역액 비중을 볼까요? 지난해 한국 전체의 교역액은 1조2596억달러였습니다.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액이 3015억3000만달러라고 했으니까 중국 비중은 23.9%에 달하는 셈입니다. 1992년엔 4%에 불과했습니다. 중국 비중은 1992년 미국, 일본, 홍콩, 독일에 이어 5위였는데 2004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1위 국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적자로 반전한 무역서해를 오간 투자도 많이 증가했습니다. 1992년 한국은 중국에 1억3800만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지난해엔 66억7900만달러였습니다. 48배나 증가했습니다. 1992년 중국이 한국에 투자한 건수와 금액은 6건, 105만6000달러였습니다. 작년엔 686건, 18억8824만달러로 늘어났습니다. 중국의 한국 투자는 건수로는 114배, 금액으로는 1788배로 커졌죠.수교 30년 중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최근 나타나기 시작한 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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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 수교 30년'…가깝고도 먼 이웃

    1992년 8월 24일 대한민국은 중화인민공화국과 정식으로 외교 관계를 맺었습니다. 벌써 30년이 됐군요. 지난주 언론들은 ‘한·중 수교(修交) 30년’을 분석하고 두 나라의 미래 관계를 전망하는 기사를 잇달아 냈습니다.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정치적으로 먼 나라였습니다. 당시 중국은 소련(지금의 러시아)을 정점으로 한 공산 진영에 속했고, 한국은 미국을 필두로 한 자유 진영에 속했기 때문에 서로 대립했습니다. 1950년 발발한 6·25전쟁은 두 나라를 결정적으로 갈라놓았죠. 중국이 전쟁을 일으킨 북한 편에 섰으니까요.1980년대를 지나면서 두 나라가 가까워질 수 있는 국제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공산주의와 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 전쟁에서 자유주의가 승리를 거두면서 세계 각국은 개혁개방과 경제번영을 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 9월 한국은 소련과 외교 관계를 텄습니다. 이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죠.중국 역시 개혁개방을 추진했습니다.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중국엔 좋은 ‘롤 모델’이 있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한국이었죠. 중국은 한국과 친하게 지내야 했습니다. 한국 역시 큰 시장이 될 중국과 사귀어야 했죠. 그것이 수교로 나타난 겁니다. ‘30년 수교 필름’을 되돌려 봅시다. 촤르르르~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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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파를 배우면 경제학이 재미있다

    경제학(Economics)이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크세노폰(Xenophon)이 쓴 《오이코노미코스(Oikonomikos)》에서 왔다고 합니다. 집을 뜻하는 오이코스(oikos), 관리를 의미하는 노미코스(nomikos)가 합해져 탄생한 용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살림살이’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오이코노미코스’가 가정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기업과 국가의 경제 활동을 다루는 경제학으로 진화한 것이죠.경제학은 미시(개인·가정·기업)와 거시(국가·국제)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가, 어떻게 하면 경제 주체들이 더 잘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때문에 경제학자마다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경제철학과 사상, 이론 면에서 비슷한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학파(學派)나 주의자(主義者)로 뭉치게 됩니다. 고전학파, 신고전학파, 한계효용학파, 케인스학파, 오스트리아학파, 시카고학파, 중농주의자, 중상주의자, 공산주의자, 통화주의자, 공공선택론자 같은 것들이죠. 이들은 학문적으로 서로 논쟁합니다. 이를 통해 경제이론은 다양화합니다. 주요 경제학파와 경제학자를 따라가 봅시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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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 역사에 등장하는 '스타 경제학자'들 케네·애덤 스미스·리카도·케인스·하이에크

    경제학 역사에 등장한 ‘스타 경제학자’는 많습니다. 사람이 먹고사는 문제, 국가가 부강해지는 문제를 이론적으로 밝히고, 미래 번영의 길을 찾아보려 했던 사람들이죠. 17세기 프랑스 재상 장 바티스트 콜베르를 먼저 소개합니다. 그는 중상주의자였습니다. 국가가 부강해지려면 많이 수출하고 덜 수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오늘날로 말하면 보호무역주의입니다. 콜베르의 정책은 처음에 성공했지만, 곧 다른 나라들도 따라 했어요. 서로 수출만 많이 하려 했으니 뭐가 잘됐겠어요! 극장에서 한 사람이 일어나면 다른 사람도 일어나게 돼 모두가 영화를 즐기지 못하는 것과 같았죠.콜베르에 반대한 사람이 프랑수아 케네입니다. 중상주의로 프랑스 경제가 피폐해지자 케네는 중농주의를 주창했습니다. 케네가 말한 중농주의는 농업만을 중시한다는 걸 의미하진 않습니다. 농업처럼 자연스럽게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케네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 불필요할 뿐 아니라, 경제를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으로 만든다고 했죠. ‘자연의 경제’ ‘자연주의’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케네는 1758년 ‘경제표’를 만드는 공을 세웠습니다. 경제표는 국민소득의 순환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처음이었죠. 국민소득 순환 과정은 생산-분배-소비의 흐름을 말합니다.고전학파의 스타,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각자가 자기 좋은 대로 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다’는 ‘자유방임주의’와 ‘보이지 않는 손’을 이론화했습니다. 케네도 정부 간섭 축소와 같은 자유방임주의를 했지만 애덤 스미스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공업,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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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학파·케인스학파·오스트리아학파…경제 성장을 달성하는 방법·철학이 다르죠

    경제학자들은 경제학파를 나눌 때 출발점을 18세기 고전학파로 삼습니다. 비록 경제학(economics)이라는 말이 고대 그리스 철학자 크세노폰의 ‘오이코노미코스(Oikonomikos: 가정 살림 관리)’에서 오긴 했지만, 거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진 않죠. 그 시대엔 경제학 같은 사회과학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대의 대철학자였던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조차 경제학에 대해 언급한 게 거의 없죠.교회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 중세 봉건시대에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인간과 사회가 교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획일적인 체제였고, 소위 물질세계를 소홀히 다뤘기 때문에 소유, 생산, 상업을 기반으로 한 경제는 매우 낮은 단계에 머물렀더랍니다.르네상스 시대(15세기 중반~17세기 초)를 지나고 새로운 패러다임(인식 틀)이 생기면서 경제학은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17세기 후반 계몽주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말하는 사회계약설이 등장했고, 신(神)을 넘어 인간과 이성을 존중하는 인본주의가 생겼고, 실험과 이론을 중시하는 과학이 꽃피면서 철학자와 사상가들은 삶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죠.18세기 우리는 고전학파를 만나게 됩니다. 1790년대부터 187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린 학파입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입니다. 산업혁명으로 생산·거래·인구·국부(國富)가 증가하자, 고전학파는 이유를 설명해야 했습니다. 고전학파는 “재화의 가치는 생산에 투입된 노동량에 비례한다”고 봤습니다. 노동가치설이라는 거죠. 고전학파는 인구 증가를 위험 요소로 봤어요.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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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예측은 왜 틀릴까?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가 경제를 관리 조정하는 기획재정부는 2019년 말 ‘2020년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발표했어요. 한은과 KDI는 “경제가 전년에 비해 2.3% 성장할 것”이라고 했고, 기재부는 “2.6%는 될 것”이라고 낙관했었죠.그런데 말입니다~. 2020년이 열리자마자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습니다. 그해 경제성장률은 2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0.9%)을 하고 말았습니다. 두 달 앞도 내다보지 못한 예측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됐습니다. 한국의 예측만 틀렸던 것은 아닙니다. 저명한 경제학자, 세계 각국 중앙은행, 국제기구들의 전망도 폐기됐습니다.처참한 경제 예측 실패는 이전에도 많았습니다. 1920년대 미국 대공황, 1970년대 석유파동, 1990년대와 2008년의 금융위기를 내다본 전문가는 거의 없었습니다. 가장 최근 사례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의 “나는 틀렸다”일 겁니다. 그는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가 혼쭐이 났습니다.부동산 예측, 주식시장 예측, 세계 경제 예측은 과연 별자리를 보고 길흉화복을 짐작하는 점(占)과 다를까요? 경제 예측은 왜 잘 맞지 않을까요? 무엇이 경제 예측을 틀리게 만들까요? 그렇다고 경제학자와 경제 예측이 필요없는 것일까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습니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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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주식·세계경제 예측은 오류의 역사…기업가들의 '촉'이 더 정확할 때가 많아요

    “내 인플레이션 예측은 틀렸다(I was wrong about inflation).” 뉴욕타임스에 이 같은 제목의 기고문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다. 세계적 석학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자신의 주장이 틀렸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크루그먼 교수는 기고문에서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책으로 마련한 1조9000억달러(약 2498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자신의 예측이 틀렸다고 썼다. 당시 그는 대규모 재정지출에도 물가가 크게 뛰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계는 소비보다 저축할 가능성이 높고,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재원을 점진적으로 사용해 시중 통화량이 급증하지 않을 것이란 게 이유였다.그러나 미국은 지금 41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9.1% 급등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과거의 경제 모델들이 들어맞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과거 모델을 적용했다”며 “하지만 코로나19가 만든 새로운 세상에서는 안전한 예측이 아니었다”고 시인했다.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지난달 CNN과의 인터뷰에서 “에너지와 식품 가격 상승, 공급망 병목 현상 등으로 경제가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았다”며 “인플레이션 향방에 대한 나의 과거 예측은 틀렸다”고 말했다.<한국경제신문 7월 23일자>위 제시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예측이 틀렸다’ ‘코로나19가 변수였다’ ‘예기치 못한 충격’입니다. ‘폴 크루그먼의 반성문’으로 알려진 이 작은 글 안에는 경제 예측이 왜 어려운지, 왜 자주 틀리는지가 잘 드러납니다. 노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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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는 인간의 심리·행동으로 엮인 복잡계 'Cetris paribus' 전제로 예측 땐 틀리죠

    호모 사피엔스(지혜 있는 사람)는 그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도 미래를 점치고 싶어 하는 종(種)입니다. 앞을 내다보는 카산드라 이야기, 미래를 다룬 공상과학 영화, 시장을 예측하는 경제 채널이 인기를 끄는 이유죠. 사피엔스 종의 특성상 예측 시장, 전망 시장은 영원할 듯합니다. 대부분 틀릴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죠.경제 예측은 왜 틀릴까요?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왜 틀릴 수밖에 없을까요? 가장 확실한 답은 경제가 복잡계이기 때문입니다. 경제는 수학 문제(x가 4일 때 x+y=10. y 값은 6)도 아니고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서 결국 비를 불러오는(?) 원시 제사장도 아닙니다. 수많은 경제학자와 경제연구소들이 부동산, 주식, 환율, 금리, 무역, 국내 경제, 세계 경제를 예측하지만 맞힐 확률은 매우 낮은 거죠. 몇 가지 이유를 더 살펴봅시다.첫째, 경제학은 인간행동(미제스의 인간행동론 참조)을 다룹니다. 행동 주체인 개인들의 변덕은 죽 끓듯 합니다. 심리와 행동이 시시때때로 변한다는 것이죠. 정태적이 아니라 동태적이라는 뜻입니다. 그들이 79억 명입니다. 개인들을 자극하는 외부 변수 역시 무한하게 존재합니다. 수많은 변수는 부동산, 주식, 환율, 금리, 무역, 경제 패턴을 돌변하게 만듭니다.둘째, 경제학의 분석은 공통된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여러분이 경제학을 공부할 때마다 만나는 용어. 바로 라틴어 ‘세트리스 파리부스(cetris paribus)’입니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뜻이죠. 19세기 영국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이 널리 퍼뜨린 이 전제가 없다면 많은 이론이 성립하지 않을 겁니다. 인간행동과 경제는 살아 움직이는 것인데 이런 전제 아래에서 분석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