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효과? 노동시장 구조에 달렸어요
최저임금의 효과? 노동시장 구조에 달렸어요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시간당 380원(3.7%) 오른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2023년(5.0%) 이후 1~2%대에 그친 최저임금 인상률이 4년 만에 3%대를 넘어섰다. 고물가와 소비 침체 등으로 한계 상황에 직면한 소상공인의 경영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26년 7월 15일 자 한국경제신문-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기사는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줘야 하는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인건비를 감당하기 버거운 기업이 휘청이고, 결국 고용도 위축된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선 “오히려 임금과 고용이 늘어날 수도 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업종에 따라 달리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오늘은 최저임금과 일자리의 복잡한 상관관계를 알아보겠습니다.

노동시장에서 임금은 노동의 가격입니다. 기업은 노동을 ‘구매’하는 수요자이고, 근로자는 노동을 ‘판매’하는 공급자입니다. 아무런 규제가 없다면 노동시장에서도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임금과 고용이 결정됩니다.

그런데 정부는 해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합니다. 기업이 시장의 균형 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주도록 강제하는 것입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구직자는 늘어나지만, 기업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직원을 덜 뽑습니다. 노동 공급은 늘고 노동 수요는 줄면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최저임금이 실업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을 올리면 항상 일자리가 줄고 실업자가 늘어날까요? 근로자를 뽑는 기업이 단 한 곳인 경우를 가정해봅시다. 대형 공장 하나만 있는 지역이나, 특정 업종에서 소수 기업이 근로자를 대부분 채용하는 상황이 대표적입니다. 이때엔 독점기업이 상품 가격을 좌우하는 것처럼, 노동 수요를 독점하는 기업이 임금을 시장균형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일하려는 사람도 줄어들고, 기업 역시 충분한 인력을 고용하지 않게 됩니다. 즉 임금도 낮고 고용도 적은 상태가 만들어집니다. 이 상황에선 정부가 적절한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기업도 고용을 늘릴 수 있습니다. 즉 최저임금이 임금과 고용을 함께 늘리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기존 경제학의 통념을 뒤집는 이 가설엔 노벨경제학상도 주어졌습니다. 미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카드와 앨런 크루거는 1992년 미국 뉴저지가 최저임금을 인상했을 때 패스트푸드점의 고용 변화를 조사했습니다. 기존 이론이라면 고용이 감소해야 했지만, 실제로는 큰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고용이 늘어난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경제학에서 이 연구는 최저임금이 반드시 일자리를 줄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됩니다. 데이비드 카드는 노동시장 연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물론 현실에선 반대로 근로자가 강한 협상력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동조합입니다. 노동조합은 개별 근로자가 아니라 여러 근로자가 함께 임금과 근로조건을 협상하기 때문에 경제학에서는 ‘노동 공급의 독점’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임금을 시장균형보다 높게 끌어올릴 수 있는 산업에서는 최저임금제가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습니다. 실제 임금이 이미 법정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결국 최저임금의 효과는 노동시장의 구조에 따라 달라집니다. 기업이 임금 결정력을 가진 시장에서는 적절한 최저임금이 임금과 고용을 함께 늘릴 수도 있지만, 근로자 측의 협상력이 충분하거나 경쟁적인 노동시장에서는 최저임금의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의 효과를 하나의 이론으로 단정하기보다 시장 구조와 산업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최저임금 논쟁이 매년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매년 결정할 때 노동계와 경영계는 물론 사회 각 분야가 첨예하게 맞서는 이유도 이처럼 서로 다른 입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광식 한국경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