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매몰비용
거리를 걷다 보면 인형 뽑기 가게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몇천 원을 결제합니다. 하지만 실패가 반복되면서 승부욕이 생깁니다. “하나는 꼭 뽑아야겠다”는 생각에 계속 돈을 쓰게 됩니다. 인형을 뽑으면 다행이지만, 결국 뽑지 못하면 몇만 원으로 불어난 지출에 속이 쓰립니다. 쏟아부은 돈이 얼만데…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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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서는 인간이 합리적으로 선택한다고 가정합니다. 하지만 실제 인간의 선택이 항상 합리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이와 같은 행동의 원인을 매몰비용(sunk cost)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매몰비용이란 한번 지불하고 나면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뜻합니다.

‘sunk’ 역시 물속에 가라앉아 다시 회수하기 어렵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합리적 선택을 위해 매몰비용을 의사결정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미 회수할 수 없는 비용 때문에 추가로 투자하는 것은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매몰비용에 집착한 투자로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 역사적 사례도 있습니다. 1976년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당시 콩코드는 미국의 보잉 여객기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이동시간을 단축한다는 목표로 개발됐습니다. 첫 상업 비행에도 성공했지만, 막대한 연료 소모와 비싼 요금, 심한 소음 등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졌지만, 두 국가는 이미 투입한 막대한 비용이 아깝다는 이유로 개발과 운항을 지속했습니다. 결국 2000년 발생한 추락 사고를 끝으로 콩코드 여객기는 운항을 멈췄습니다. 이처럼 매몰비용에 집착해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현상을 가리켜 ‘콩코드의 오류’라고 부릅니다. 손실을 더 크게 느끼기에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토록 매몰비용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손실 회피 성향’으로 설명합니다. 심리학자 에이머스 트베르스키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은 사람들이 같은 금액의 이익보다 손실에서 더 큰 심리적 고통을 느낀다고 봤습니다.

실제로도 그럴까요? 최근 많은 관심을 받는 주식시장을 생각해봅시다. 만약 당신이 유망하다고 생각한 기업의 주식에 투자했다고 합시다. 하지만 실적도 좋지 못하고 시장에서도 앞으로의 사업성에 비관적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미래 편익과 비용을 생각하면 이미 투자한 돈이 아깝더라도 손실을 감수하고 매도해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손실에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이미 투자한 원금인 매몰비용에 집착합니다. ‘원금까지는 주가가 도달해야 팔지’라는 생각에 계속 보유하지만, 투자자의 손실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합니다. 그때마다 매몰비용에 얽매이기보다 미래의 편익과 비용을 고려한 합리적 선택이 필요합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