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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전희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그래픽=전희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올해 나라 밖 최대 뉴스가 미국·이란 전쟁이라면, 국내에선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과 회사 노동조합의 대규모 성과급 요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낸다면 직원들에게 임금 외에 특별 성과급을 풍성하게 주는 게 맞겠죠. 그런데 이익 규모가 한 해에 무려 3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노조가 이익의 15% 지급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노조는 연봉의 50%로 제한된 성과급 상한선도 폐지해야 한다고 회사를 압박했습니다.

문제는 금액 자체가 상상을 초월할 뿐 아니라,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협력 업체 직원과 일반 국민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도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오는 21일로 예고된 파업은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노조도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 차질에 따른 회사 손실이 3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삼성전자의 1·2차 협력사만 1700개가 넘습니다. 이들 업체는 성과급은커녕 일감 부족으로 경영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수출이 수백억 달러 줄고, 정부의 세수도 수십조원 감소하게 됩니다. 삼성전자의 고객사 신뢰 하락, 거래선 이탈, 공급망 재편 압력에 따른 피해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한국 경제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죠.

이번 논란은 앞으로 두고두고 논쟁거리가 될 것입니다. 핵심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의 정당한 주인은 누구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상식적으로 기업의 주인은 주주입니다. 그러나 기업 활동에는 노동자도 중요한 축으로 참여하고, 협력업체와 공급망, 정부의 각종 지원 역시 기업의 이익 창출에 기여합니다.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은 기업의 성과가 이들 이해관계자에게 어떻게 귀속돼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3면에서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위험은 누가 지고 성과는 누가 갖나
주주·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충돌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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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는 순수 경제 연구 측면에서 보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게티는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 주요국의 200여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본·소득비율(Capital to Income Ratio)이 장기적으로 높아져 왔다고 2013년 발간한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주장했습니다.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자본의 축적이 더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는 뜻입니다. 이를 두고 자본가의 부(富)가 훨씬 크게 늘어났다며 ‘부의 불평등’ 심화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낮아진 노동소득분배율

국내총생산은 크게 임금·성과급 등 근로자 몫인 노동소득, 이윤·배당·이자 등으로 주주 및 자본가들에게 돌아가는 자본소득으로 나뉩니다. 국제노동기구(ILO) 등의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선진국 전반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떨어져 왔습니다. 이유로는 △기술 진보와 자동화로 인한 노동 대체 △글로벌화로 인한 노동 협상력 약화 △노조 조직률 하락 등이 꼽힙니다.

올해 삼성전자의 이익이 300조원까지 늘어날 경우 주주 배당액은 60조~70조원에 달할 전망인데, 직원 성과급은 제한되는 구조라면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는 한쪽 측면만 본 겁니다. 반도체는 대표적 자본집약적인 산업이어서 수십조 원의 설비투자를 끊임없이 요구합니다. 이런 자본 투입이 경기가 나빠질 땐 고스란히 손실로 누적됩니다. 반도체 업황이 침체된 2023년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만 15조원의 적자를 냈어요. 그런데도 그해 회사는 81조원을 과감하게 투자했습니다. 호황기의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큰 것은 이런 위험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큽니다. 경제학에선 이를 ‘자본의 위험 프리미엄(Risk Premium)’이라고 설명합니다.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 노동자에게 호황기 이익을 과도하게 나누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론도 여기서 나옵니다.

책임 없이 성과급만 요구할 수 있나

회사의 주인은 뭐니 뭐니 해도 주주입니다. 이런 주주는 제쳐 두고 이익의 15%를 먼저 직원에게 떼어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일종의 선(先) 배당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 제공에 대해 정기적으로 임금을 받지만, 경영 실패에 따른 손실을 주주처럼 직접 부담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익이 날 때만 일정 몫을 요구하는 방식은 책임과 보상의 균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노조 요구가 정당성 여부를 떠나 과도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도 성과 보상 못지않게 회사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한국 경제에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성과급 15% 지급’을 못 박는 것은 기업의 미래를 생각지 않는 ‘성과급 한탕주의’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국가 기간산업을 책임지는 기업의 구성원들이 자기 몫 챙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이해

단순 찬반을 넘어 기업의 성과가 주주와 정규직 노동자뿐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 기업, 지역사회, 산업생태계로도 흘러가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바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에 뿌리를 두고 있는 생각입니다. 이와 대비되는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는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주주를 위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란 입장입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주주자본주의를 넘어선 연대와 포용 정신의 산물인 셈입니다. 기업은 분명 주주뿐 아니라 직원과 고객, 공급망,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가치를 창출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직원들 역시 중요한 이해관계자입니다.

그러나 이런 철학에도 넘어선 안 될 선이 있습니다. 협력업체 직원들, 즉 공급망 안의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일감에 놓여 있는데, 본사 직원들만 수십조원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한다면 그것을 정의로운 분배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반도체 사업부가 아닌 다른 부문 직원들의 박탈감을 증폭시키고, 노노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같은 국가 대표 기업은 나라의 세금 지원, 산업클러스터 인프라, 연기금과 같은 국민적 투자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이익을 곧바로 사회에 돌려놓으라는 식의 주장은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 논의는 전문가 검토와 정교한 제도 설계,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올해 300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 법인세로 75조원가량을 내게 됩니다. 기업 성과의 배분 문제는 감정적 구호가 아니라 책임, 위험, 기여, 지속 가능성을 함께 따져보며 논의해야 합니다.NIE포인트1. 삼성전자 노조의 주장에 대해 친구들과 찬반 토론을 벌여보자.

2. 주주자본주의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비교해 공부하자.

3. ‘국민배당금’의 필요성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