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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하경 한국경제신문 기자
그래픽=김하경 한국경제신문 기자
영화 <아바타>는 민간 우주 기업이 한 행성을 침략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영화 속 지구는 에너지자원이 고갈되며 위기를 맞고 있었죠. 이 기업은 단순한 우주 탐사나 과학 연구가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에너지원의 채굴, 이를 통한 막대한 수익 획득과 주주 배당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행성에 살고 있는 원주민 나비족의 삶과 생태계는 그들의 고려 사항에는 없었습니다.

영화 첫 편이 나온 지 17년이 흐른 지금, 민간 우주 기업 시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주 탐사 및 개발 기업 스페이스X는 오는 12일 역사상 최대 규모로 증시에 상장(기업공개)될 예정입니다. 기업가치가 1조 5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000조 원이 넘습니다. 그 돈으로 지구인의 ‘화성 이주’를 추진하고, 지구 저궤도를 수천 개의 통신위성으로 뒤덮고, 더 나아가 소행성의 광물을 캐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근대 식민지 개발 경쟁 때처럼 우주가 미지의 신대륙으로 떠오르고 있는 겁니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는 스타링크 위성은 현재 7000기가 넘습니다. 이들 위성이 줄지어 날아가며 발하는 빛은 한 편의 ‘우주 쇼’입니다. 하지만 위성이 많아질수록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우주 쓰레기도 급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케슬러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우주를 주인 없는 ‘무주공산’으로 놔두었다가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우주는 과연 누구의 것일까요, 아니면 누구의 것이어야 할까요?

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우주 인터넷, 위치정보시스템(GPS), 기상위성, 군사통신까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독차지하는 것은 ‘우주 자원의 사유화’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기술 진보가 빨라지고 인간의 삶은 더 편리해지겠지만 새로운 형태의 ‘지배’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는 ‘기술 진보가 과연 공공의 이익을 증진할까’라는 물음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대입 논술과 면접에서 충분히 다룰 만한 주제입니다. 3면에서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국가에서 민간으로…막 오른 '뉴스페이스' 시대
문명의 무한 확장, 기술자본의 독점은 경계해야
연합뉴스
연합뉴스
지금은 뉴스페이스(New Space)의 시대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으로 대표되던 국가 주도 우주 개발의 무게중심이 민간 기업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습니다. 과거 우주 개발이 국가 안보와 체제 경쟁의 상징이었다면, 이제 우주는 통신·데이터·자원·국방이 맞물린 거대한 산업 무대로 변모하고 있죠. 우주 개발의 중심축이 ‘국가의 전략’에서 ‘시장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뉴스페이스는 시대의 요구

우주 개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체제 경쟁이 벌어지면서 본격화했습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 공산주의 진영이 붕괴하면서 군사적 목적의 우주 개발이 동력을 잃었습니다. 국가적 차원의 자원 투입도 크게 줄었죠. NASA의 한 해 예산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24 회계연도에 272억 달러이던 NASA의 예산은 올해 244억 달러(약 36조7200억원)로 감소했어요. 발사체 한 번 쏘는 데 2조원 넘게 드는 걸 고려하면 이는 많은 돈이 아닙니다. 당연히 민간의 자본과 기술이 더 필요해졌습니다.

정부 조직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민간의 과감한 투자와 도전 정신도 뉴스페이스 시대를 앞당겼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2017년 재사용 로켓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 기술로 우주선 발사 비용이 지난 10년간 90% 이상 줄었죠. 나아가 1단 로켓과 2단 우주선 전체를 완전 재사용하는 기술, 우주를 오가는 여객기라 할 수 있는 스타십 개발에도 노력 중입니다. 지난 4월 NASA의 아르테미스 2호가 무려 45년 만에 달 궤도를 돌아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는데요, 뉴스페이스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우주산업 생태계 폭발시킬 계기

스페이스X의 증시 상장은 역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20세기의 석유(아람코), 21세기 초의 기술기업(페이스북·알리바바 등)에 이어 우주 기업이 자본시장의 새 축으로 떠올랐다는 의미입니다.

스페이스X가 상장을 통해 끌어모을 자금은 우주 개발을 한 차원 전진시키는 데 쓰입니다. 화성 유인 탐사를 실제 사업 계획서에 올릴 수 있게 되죠.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 건립의 자금으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이는 우주산업 전체의 투자 생태계를 폭발적으로 확대할 겁니다. 벌써부터 스페이스X의 독점을 막으려는 대항마 그룹(아마존 카이퍼, 원웹, AST 스페이스모바일 등)이 저궤도 위성 연합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인류 문명에 기여하려면 …

이 과정에서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우주와 통신산업을 독점하는 문제는 주목해볼 만합니다. 머스크는 일반 주식보다 10배 많은 의결권을 지닌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해 스페이스X 의결권의 최대 85%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합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전기차·AI·인터넷에 우주산업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기술·자본 생태계가 머스크의 지배력 아래 놓이는 셈입니다.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합니다. 재사용 로켓 개발이나 대량 위성 제조 등은 후발주자가 10년 안엔 꿈도 못 꿀 기술입니다. 위성통신망은 구축 비용이 워낙 커서 자연독점의 성격을 갖기도 합니다. 초기에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며 시장을 선점한 자가 지배력을 키울 수밖에 없죠.

그렇다고 비판의 여지가 없는 건 아닙니다. 첫째, 우주라는 공유지의 사유화 문제입니다. 지구 저궤도는 인류의 자산인데, 스타링크 위성들이 이 저궤도를 포화 상태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둘째, 국가주권에 대한 위협 가능성입니다. 한 기업이 전 세계 인터넷 인프라와 군사 통신을 동시에 장악하는 상황은 국가주권의 개념을 흔듭니다. 스타링크의 군사 버전인 스타실드는 우크라이나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죠. 우주 통신 인프라가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셋째, 민주적 통제의 어려움입니다. 스타십이 화성을 식민화하고 소행성 자원을 채굴할 때, 그 의사결정과 이익 배분을 누가 어떻게 감시할 수 있을까요? 1967년 발효된 유엔의 외기권조약(Outer Space Treaty)만으로는 민간 기업의 우주 독점을 규율하기 어렵습니다.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는 한 기업의 단순 상장 문제를 뛰어넘습니다. 우주 개발과 인류 문명의 확장이라는 꿈이 소수의 기업 주주만이 아닌, 인류 전체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머스크의 선구적 도전을 존중하면서도 우주 공간의 민주적 거버넌스를 설계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NIE 포인트1. 뉴스페이스의 특징을 정리해보자.

2. 우주 개발에 관한 유엔 협약 등을 찾아보자.

3. 우리나라 기업이 우주 개발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