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위
우리는 패턴이 없는 곳에서도 패턴을 보고, 우연 속에서도 의미를 찾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인간의 약점이 아니라 특징일지도 모릅니다. 패턴을 찾으려는 능력 덕분에 우리는 위험을 피하고, 농사를 성공시키고, 과학을 만들며 세상을 이해해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패턴이 없는 곳에서도 패턴을 보고, 우연 속에서도 의미를 찾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인간의 약점이 아니라 특징일지도 모릅니다. 패턴을 찾으려는 능력 덕분에 우리는 위험을 피하고, 농사를 성공시키고, 과학을 만들며 세상을 이해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앞앞앞앞앞’을 특별하게 여길까요? 사람은 ‘무작위’를 떠올릴 때 보통 잘 섞인 상태를 상상합니다. ‘앞뒤앞뒤뒤앞’ ‘뒤뒤앞뒤뒤앞뒤앞’ 같은 결과가 더 자연스럽다고 느낍니다. 반면 같은 결과가 계속 이어지면 어딘가 조작된 느낌을 받죠. 하지만 실제 무작위에서는 특별한 일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습니다.
흥미롭게도 인간은 무작위를 잘 만들지 못합니다. 사람에게 동전을 던진 것처럼 보이게 앞과 뒤를 적어보라고 하면 대부분 ‘앞뒤앞뒤뒤앞앞뒤’처럼 씁니다. 무작위를 만들기 위해 연속된 결과를 피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 동전을 던지면 연속은 생각보다 자주 등장합니다. 우리가 만든 무작위는 오히려 덜 무작위인 셈입니다.
애플이 음악 플레이어인 아이팟에 처음 셔플(shuffle) 기능을 추가했을 때 일입니다. 노래의 순서를 무작위로 재생하는 이 기능은 예상치 못한 문제를 낳았습니다. 사용자들이 “같은 가수 노래가 계속 나온다”로 불평하기 시작한 것이죠. 사실 이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진짜 무작위라면 같은 가수의 노래가 연속으로 나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것을 무작위처럼 느끼지 않았습니다. 애플은 결국 알고리즘을 수정했습니다. 같은 가수의 노래가 너무 연속해 나오지 않도록 조정한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은 진짜 무작위가 아니라,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무작위였습니다. 우리는 실제 무작위보다 ‘무작위처럼 보이는 것’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셈입니다. 난수표와 컴퓨터의 활용놀랍게도 대부분의 컴퓨터는 진짜 무작위를 만들지 않습니다. 컴퓨터는 매우 규칙적인 기계여서 같은 계산을 하면 항상 동일한 결과가 나옵니다. 그래서 컴퓨터가 사용하는 것은 보통 의사난수(pseudorandom)입니다. 어떤 공식에 따라 숫자를 계속 생성하는 방식이죠. 이는 한 숫자를 시작점으로 정하고 간단한 계산을 반복하면 숫자가 자동으로 바뀌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완전히 무작위처럼 보이지만, 사실 정해진 규칙에 따른 것입니다. 시작 숫자를 알면 뒤에 나올 숫자들도 계산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기 전에는 연구자들이 무작위를 만들기 위해 난수표(random number table)를 사용했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1955년 미국 랜드연구소가 만든 난수표로, 무려 100만 개의 무작위 숫자가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통계학자들은 임의의 페이지를 펼쳐 숫자를 선택해 실험이나 표본 추출에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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