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역의 예측 가능성과 규범성을 되살리려면 상소 위원 임명 절차의 개혁이 시급하다. 현재의 전원 합의제 대신 다수결 혹은 일정 비율 이상의 찬성으로 임명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생글기자 코너] WTO 상소기구 마비와 무역 질서 붕괴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세계경제의 45%를 차지하는 두 나라의 충돌은 국제 무역 질서를 흔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것이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의 마비다.

WTO는 1995년 설립 이후 회원국 간 무역 갈등을 중재해왔다. 분쟁 해결 패널과 상소기구를 통해 법적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2019년 12월 미국의 반대로 상소 위원이 단 한 명만 남게 되면서 사실상 기능을 멈췄다.

미국은 상소기구가 90일 내 판정 규정을 어기고, 필요 이상의 자문적 판단을 내리며, 선례를 고착화해 새로운 의무를 만든다는 이유로 위원 선임에 반대하고 있다. 그 결과 WTO는 최종 판결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패널 판정에 불복한 국가들은 상소만 제기한 채 판정이 미뤄지고 있다. 이 같은 공백은 국제사회의 무정부성을 심화시켰다. 미국은 WTO가 불법으로 판정한 관세를 계속 유지했고, 중국도 이에 맞서 보복관세를 이어갔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53개국은 2020년 MPIA(다자간 임시 상소 중재 약정)를 출범해 상소기구의 절차를 대체했으나, 미국·한국·인도 등 주요 무역국이 참여하지 않아 실효성은 낮다. 결국 국제무역의 예측 가능성과 규범성을 되살리려면 상소 위원 임명 절차의 개혁이 시급하다. 현재의 전원 합의제 대신 다수결 혹은 일정 비율 이상의 찬성으로 임명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이 지적한 심리 기한 위반과 판단 범위 과잉 등의 문제를 보완해 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조승민 생글기자(세종국제고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