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세장벽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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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서울 남대문로4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통상추진위원회를 열어 한·미 통상 합의 사항을 점검했다. 양국이 최근 합의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 자료)엔 자동차와 농산물, 디지털,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비관세 조치 완화와 관련된 합의 사항이 담겼다.

-2025년 11월18일자 한국경제신문-

지난 10월 29일 한·미 관세 협상이 최종 타결되면서 올 초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우리 기업을 괴롭히던 불확실성이 조금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기업 사이에선 “관세 문제를 해결한 것은 시작일 뿐 수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장벽’은 더 높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에 우리 정부의 협상 담당자들이 곧바로 비관세조치 완화를 위한 후속 협상에 들어갔는데요, 오늘은 관세만큼이나 국가와 기업의 무역에 영향을 끼치는 ‘(非)비관세장벽’과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기술무역장벽(TBT)’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국제무역에서 관세는 수입품 가격을 올려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전통적 방법입니다. 하지만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고,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상징되는 관세 철폐 흐름이 이어지면서 각국은 관세를 마음대로 올리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러자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새로운 보호장치가 등장했는데, 이것이 바로 비관세장벽입니다.

비관세장벽은 말 그대로 ‘세금은 아니지만 무역을 어렵게 만드는 모든 규제’를 뜻합니다. 종류는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수입 허가제 △엄격한 검역 기준 △기술 기준·인증 △환경·안전 규정 △원산지 표시 의무화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 가운데 기업들이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 기술무역장벽(TBT)입니다. TBT란 “수출하려는 제품이 해외 규정에 맞는 기술·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규칙을 말합니다. 언뜻 보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상적 기준처럼 보이지만, 그 기준을 다른 나라보다 높게 설정하거나 시험 절차를 과도하게 복잡하게 만들면 비관세장벽이 됩니다.

세계 각국은 매년 더 많은 TBT를 쌓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 회원국이 올 들어 3분기까지 통보한 기술규제는 총 3304건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3176건) 대비 4%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치입니다. 가장 많은 TBT를 통보한 국가는 328건을 기록한 미국입니다.

미국은 올해 자동차의 시험 운행 기준과 뒤 범퍼 및 연료탱크 관련 안전 규제를 신설했습니다. 세탁기와 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에너지효율 기준과 시험 절차도 보다 강화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이륜차와 초소형 전기차에 대한 사이버 보안 요건을 신설했습니다. 중국도 생활용품과 소방설비에 대한 안전 규제를 강화했다고 합니다.

해당 품목을 이들 국가에 수출하는 기업은 새로운 기준에 맞추기 위해 새로 시험 절차를 밟거나, 기능이 추가된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엔 비용이 들 수밖에 없고, 한동안은 수출을 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수출량이 많지 않은 기업은 비용을 지불하느니 차라리 수출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TBT를 시행하는 국가는 이를 통해 자국 산업·기업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농축산물을 수입할 때 병해충이나 감염병을 국내에 전파할 위험이 없는지 검사하는 절차인 검역도 대표적 비관세장벽 중 하나입니다. 이 분야에선 한국이 검역 문턱을 높여 해외 농축산물 수입을 막는 대표적 국가로 꼽힙니다.

한 예로 한국 시장에선 수입 사과와 배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과의 경우 1989년 호주가 사과 수출을 신청한 이후 36년이 지나도록 검역 절차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검역 당국은 ‘국민 건강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농업 수출국들은 한국 정부가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비관세장벽을 세우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지난해 사과와 배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정부 내에서도 저렴하지만, 품질은 떨어지지 않는 수입 과일을 다양하게 도입해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최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도 농업생명공학 제품의 규제 승인 절차를 효율화하고 한·미 검역 당국 간 소통 및 협력 강화를 위해 U. S. 데스크를 설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비관세장벽은 관세와 마찬가지로 모두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키고,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복잡한 수입 허가 절차나 까다로운 기술 기준이 해외 기업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국내 소비자는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되지요.

물론 이들 규제를 통해 아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국내 산업이 보호 속에서 성장하거나, 일자리가 유지되면서 경제 전반의 활력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값싼 외국산 제품에 무분별하게 시장을 열어줬다 국내 산업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그렇기에 비관세장벽의 문제는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대응해나가야 합니다. NIE 포인트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자국 산업 보호할 수 있지만 소비자 후생은 감소
1. 비관세장벽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2. 기술무역장벽이 수출을 어렵게 하는 사례를 찾아보자.

3. 비관세장벽의 경제적 영향을 소비자와 경제 전체 측면에서 분석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