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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은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그래픽=이은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정부가 급등하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3주 전 ‘10·15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시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이라는 3중 그물망으로 묶는 초강력 규제책입니다. 그간 규제 지역에서 15억원 넘는 집을 살 때 은행에서 6억원을 빌릴 수 있었는데, 이를 4억원으로 크게 줄이는 등 대출 규제도 강화했습니다.

국내 주택시장은 최근 과열 양상입니다. 작년 이후 서울·수도권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10~15% 올랐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 들어서만 4.6% 상승했어요. 비상한 시국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주택 실수요자나 전문가들은 비판을 쏟아냅니다. 대출을 옥죄는 바람에 정작 집이 필요한 사람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현금 부자만 득을 보게 생겼다는 겁니다. 전세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면 전세금 급등은 물론, 셋집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할 수 있습니다.

차분하게 따져봅시다. 집을 사고팔 때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거래허가는 사유재산권, 계약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합니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데 말이죠. 이런 강력한 규제책을 경기도까지 적용하는 것이 과연 합당할까요? 시장 기능에 제약을 가하는 정부의 직접 개입은 항상 뒤탈을 부릅니다. 10·15 부동산 대책이 경제이론에 맞는 정책인지, 정부의 시장개입은 어디까지 선(善)인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사유 재산권 제한하는 토허제…논란 여전
국익 핑계로 시장개입 늘리는 글로벌 사회
정부는 지난달 15일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는 부동산 규제정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달 15일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는 부동산 규제정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토지거래허가제는 국내에서 시행하는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라 볼 수 있습니다. 사적(私的)인 거래인데도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론 자금 마련 계획, 토지이용 계획 등의 서류를 제출하고 허가를 기다려야 합니다. 거래하는 사람 입장에선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개인의 재산권(처분권)과 거주·이전의 자유 등 헌법상 권리에 상당한 제약을 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단체 등에선 ‘경제 계엄령’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공공복리 vs. 시장 왜곡

이와 관련된 위헌 논란이 과거에 있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토지 소유자의 거래와 처분 행위를 직접 제한해 헌법 제23조(재산권 보장), 제119조(자유·창의 존중 경제질서), 제14조(거주·이전의 자유)와 상충된다는 문제 제기였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토지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로 1989년과 1997년 두 차례에 걸쳐 토허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판결 내용을 보면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유재산제도의 부정이 아니라 그 제한의 한 형태고, 토지의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다” “토지는 특별한 사회적 기능과 공공성이 있으므로, 헌법상 공공복리에 맞는 범위에서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와 달리 위헌이라는 소수의견도 나왔습니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재산권 보장과 정당한 보상의 원칙, 계약 자유의 원칙 등을 감안할 때 토허제는 과도한 제한이란 것이죠. 경제 전문가 사이에선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라면 명확한 정책 목표와 타깃, 최소한의 사용 원칙, 임시로 시행하는 점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조치가 지나치게 확대되면 시장 기능이 크게 왜곡돼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벌어진다는 것이죠.

불안해진 세계…민간 통제 움직임

우리나라와 경우는 다르지만, 지금 세계에선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정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이 대표적입니다. 미국 정부는 관세 인상을 통한 보호무역주의 추진, 반도체·첨단산업에 대한 직접투자와 개입, 그리고 대규모 보조금 지급 정책을 펴고 있어요. 심지어 민간 기업의 지분을 취득해 사실상 국영기업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기업 인텔의 지분 10%를 미국 정부가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된 것은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민간 기업의 수익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 AMD 등 주요 반도체 회사들이 중국에서 얻는 수익 중 15%를 가져가고, 희토류 등 전략 물자와 관련된 기업에도 직접 투자한다고 합니다.

중국은 물론이고 유럽연합(EU)과 일본 정부도 비슷한 흐름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와 독일 정부, EU 집행부는 에너지·방위산업 등에 대규모 지원을 하고, 안보와 국민 경제 보호 차원에서 시장을 직접 통제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어요. 일본도 반도체 및 소재 관련 첨단산업에 정부 예산을 직접 투입하고, 외국인투자 제한과 토지 소유 규제 확대 등 시장개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 정부는 왜 민간 기업의 경영과 시장 자율에 깊숙이 개입할까요? 바로 국가안보와 제조업 공급망이 예전만큼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자유주의 서방 진영은 미국이 경제적으로 맏형 역할을 하고, 어느 정도 무역장벽을 낮춰 함께 번영하는 세계를 지향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자기 나라 국익을 가장 우선시하고 자유·인권·법치 등 공통의 가치를 가진 나라들과의 협력은 뒷전이 됐습니다. 자기 나라의 전략 산업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그런 가치가 의미가 없다는 얘기처럼 들립니다.

물론 이런 정책 방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민간의 창의와 기업가 정신은 그 속에서 점점 쪼그라들 수밖에 없습니다. 바람직한 역사의 흐름이라 보기는 어렵겠죠? NIE 포인트 1. 토지거래허가제의 문제점을 “벼룩 잡으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에 비유할 수 있을까?

2. 시장과 민간 기업을 통제 및 규제하면 경제가 활력 있게 움직일 수 있을까?

3. 국익 우선, 각자도생의 세계적 흐름이 자유시장경제에도 해악이 될까? 규제 일변도 정책, 불행한 결과 몰고 와
시장실패 대응하려다 정부실패 부르죠
이재명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둔 지난달 1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단지 모습.  한경DB
이재명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둔 지난달 1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단지 모습. 한경DB
이번에는 전통 경제이론으로 부동산 규제 정책의 원인과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시장실패(market failure)’,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의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부동산 분야의 시장실패 때문에 정부의 규제와 개입이 동원되지만, 문제는 오히려 악화하고 비효율은 늘어나는 정부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정부실패의 메커니즘

시장실패란 시장의 수요와 공급, 가격 형성 기능만으로 사회 전체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자원배분이 이뤄지지 못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원인으로 외부효과, 공공재, 불완전경쟁, 정보 비대칭 등이 있습니다.

외부효과(externality)는 어떤 사람의 생산이나 소비활동이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그 영향이 시장 거래나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상황을 뜻합니다. 시장에 반영되지 않는 외부의 효과라는 얘기죠. 과도한 투기 행위와 부동산 가격 급등이 무주택자와 젊은 세대의 주거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게 부동산 분야의 대표적 외부효과입니다. 이에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는 강도 높은 규제에 나서지만, 그 외의 지역으로 집값 급등세가 옮겨붙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토허제로 인해 부동산 매물이 줄어 주택 실수요자는 집을 사기 힘들어집니다.

주택 건설에 들어가는 원가와 관련한 주택 공급자와 수요자 간 정보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도 시장실패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정부는 아파트 분양가가 가파르게 치솟아 문제라고 여기며 분양가상한제라는 규제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민간기업의 수익성을 쪼그라들게 하고, 주택공급 위축을 가져오는 점입니다. 그러면 수년이 지난 뒤 아파트 수요만큼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분양가가 다시 치솟는 정부실패가 생겨날 수 있죠. 주택 투기수요를 막는다며 은행 대출 등을 규제하면 집을 못 사는 사람들이 전세시장에 몰려 전세금이 급등할 위험도 충분합니다.

이 모든 게 정부실패입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오히려 시장 기능을 왜곡시키고, 향후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며, 종국에는 주택공급 부족으로 다시 시장 과열을 몰고 오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국민이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르기 어렵습니다.

과격한 가격 통제의 결말

정부의 직접적 시장 통제는 장기적·구조적으로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이는 ‘정책 무력성 명제(Policy Ineffectiveness Proposition)’로 설명됩니다. 즉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은 합리적 기대에 기초해 정부 정책에 대응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예상될 경우, 투자자나 실수요자를 가리지 않고 미리 집을 사고팔거나, 규제 지역 밖의 주택을 매매하게 됩니다. 적절한 주택공급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수년 뒤 다시 집값이 뛸 것으로 보고 주택수요를 줄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경제사에서도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의 부작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 예가 1971년 미국의 ‘임금·물가 동결’ 정책입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전쟁과 복지 확대로 재정적자가 심했습니다. 또 오일쇼크로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이었어요. 이에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은 임금과 물가를 동결하는 강력한 가격통제 정책을 폈습니다. 초기엔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지만, 이런 통제를 조금 풀자 물가는 다시 급등했습니다. 임금동결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을 버티기 힘들었던 기업은 생산량을 줄여야 했고, 생필품 공급 부족 문제가 생겼습니다. 또 공장가동률을 떨어트리자 실업률은 높아졌습니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말았습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런 점을 경계하며 정책의 강도와 시장개입 범위를 고민해야 합니다.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과도한 통제와 개입은 불행한 결과를 낳기 마련입니다. NIE 포인트1. 외부효과에 따른 시장실패를 해결하는 경제적 방법을 공부해보자.

2. 가격통제의 부작용을 볼 수 있는 사례를 더 찾아보자.

3. 정책 무력성 명제의 의미를 좀 더 풍부하게 알아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