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여’란 ‘도움이 되도록 이바지함’을 뜻한다. 온난화를 ‘막기 위해’ 어떠한 기여를 했다는 뜻으로 ‘온난화 방지 기여도’라고 하면 말이 된다. ‘온난화 기여도’는 온난화에 끼친 ‘나쁜 영향’의 정도를 말한다.

‘온난화’란 지구 기온이 높아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는 탄소중립 정책 등 갖은 노력을 펼친다. 여기에 결합한 ‘기여’란 ‘도움이 되도록 이바지함’을 뜻한다. “한국문학에 대한 기여가 크다”처럼 쓴다. ‘공헌’과 비슷하다. 수출 기여도니 우승 기여도니 하는 말은 가능해도 ‘온난화 기여’는 자연스럽지 않다. 의미자질이 서로 부정과 긍정으로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온난화를 ‘막기 위해’ 어떠한 기여를 했다는 뜻으로 ‘온난화 방지 기여도’라고 하면 말이 된다. 이에 비해 ‘온난화 기여도’라고 하는 말은 온난화에 끼친 ‘나쁜 영향’의 정도를 말한다. 이는 ‘기여’가 아니라 지구온난화를 불러온 ‘책임’이나 ‘원인’ ‘요인’ ‘영향’에 해당한다. 이런 말을 문맥에 맞게 골라 쓰는 게 ‘기여’보다 실제 의미를 드러내는 데 적절한 표현이다.“범죄도 경력인가”에 대한 의문우리가 쓰는 말 중에는 단어 의미와 그 용법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데서 오는 어색한 표현이 의외로 많다. 요즘 일부 기업에서 직원 채용 때 ‘범죄 경력 자료’니 ‘범죄 경력 조회’니 하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 위법성 여부는 전문가들이 따질 일이고, 우리말 관점에서 ‘범죄 경력’이란 표현은 생뚱맞다.
‘경력’의 사전 풀이는 “지금까지 겪거나 거쳐온 직업이나 학력 따위”다. 한국인의 손으로 펴낸 최초의 국어사전인 <조선어사전>(문세영, 1938년)은 이를 ‘이력’이나 ‘경험’과 같은 말로 풀었다. ‘이력’이란 지금까지 거쳐온 학업, 직업, 경험 등의 내력이다. ‘경험’은 자신이 실제로 해보거나 겪어본 것을 말한다. 이런 의미로 보자면 ‘범죄 경력’은 성립하기 어려운 말이다. 범죄를 ‘경험’하거나 ‘겪어온’ 내력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어 의미와 실제 쓰임새가 어울리지 않고 어색한 것은 그 괴리에서 비롯된다.
굳이 사전 풀이가 아니더라도, 범죄도 경력에 들어가나 하는 의문을 누구나 품을 것이다. “강도 경력이 있다”고는 하지 않는 게 우리말 용법에 대한 상식적 판단이다. 강도 등의 범죄를 ‘전과(前科)’라고 하면 의미가 더 명료해진다. 하지만 이 말이 법률적으로 ‘범죄 경력’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지는 전문적 판단이 필요하다. 가령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과기록’과 ‘범죄경력자료’가 구별되기 때문이다(“전과기록이란 수형인명부, 수형인명표 및 범죄경력자료를 말한다.” 제2조 제7호). 이 밖에 ‘전력(前歷)’은 ‘지내온 날의 경력’을 뜻하는데, 이는 “전력이 드러나다” “전력을 숨기다” 같은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좀 더 중립적 표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