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포트폴리오 이론
지난달 23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로드아일랜드주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미국 주식에 대해 상당히 고평가돼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우·S&P500·나스닥지수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도 동반 하락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주식시장은 고점일까요? 튤립 한 송이=고급 주택 한 채?주식시장뿐 아니라 부동산, 채권, 금과 같은 자산에 대한 고점 논쟁은 역사적으로 늘 반복되어왔습니다. 주가가 장기간 상승하면 투자자들은 낙관론에 빠져 가격이 끝없이 오를 것이라 믿게 되고, 이는 비이성적 과열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공포심이 확산하면 매도세가 커지고, 결국 거품(bubble)이 꺼지며 가격은 급락합니다.

이 극적인 과열과 붕괴의 사례로,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을 들 수 있습니다. 당시 네덜란드는 동인도회사를 통한 대외 확장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개인의 과시 욕구도 커졌습니다. 이때 오스만제국에서 들어온 튤립이 예상치 못한 투기 열풍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튤립에 독특한 무늬가 생기자 사람들이 이를 희귀하게 여기면서 높은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또한 아직 땅속에 묻혀 있는 튤립 구근의 가격을 미리 매겨 사고파는 선물거래와 비슷한 형태도 성행했습니다. 튤립 종류에 따라 계급이 존재했고, ‘셈페르 아우구스투스(황제튤립)’라 불리는 품종은 암스테르담의 고급 주택 한 채 값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튤립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기 시작했고, 1637년 2월 튤립 거래가 활발한 하를렘에서 구매자가 없다는 소식이 퍼졌다. 그 결과 가격은 폭락했고, 버블은 사라졌습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테샛 공부합시다] 수익과 안전성 '두마리 토끼' 잡는 분산투자
튤립 버블에서 보듯, 자산을 한 곳에만 집중하면 가격 하락 시 그 피해도 엄청나게 커집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위험(리스크)을 어떻게 완화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 학자가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사진) 예일대 교수입니다. 그는 노벨경제학상 수상 직후 기자들이 그의 이론을 쉽게 설명해달라고 하자 “달걀을 몽땅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 됩니다. 바구니를 떨어뜨리면 모든 것이 끝장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함축적으로 설명한 것입니다. 이 이론은 1952년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마코위츠의 논문 「포트폴리오의 선택」에서 시작되었고, 이를 발전시켜 대중에게 널리 알린 이가 토빈 교수입니다. 대표적 케인지언인 토빈은 케인스가 화폐수요 이론에서 자산을 예상 이자율에 따라 화폐와 채권 중 하나만 선택한다는 점에 대해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실에서 투자자는 하나의 자산에만 투자하지 않고 예금, 주식, 채권, 금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합니다. 이를 통해 위험은 최소화하고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 포트폴리오 이론의 핵심입니다. 자산 가격을 둘러싼 고점 논쟁이 커질수록 투자자산을 다양화해 위기에 대응하는 것도 투자자가 가져야 할 중요한 투자 지침입니다. 투자에 대한 수익과 손실 모두 투자자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