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첩(大捷)’은 ‘대승(大勝)’을 뜻한다. 순우리말로 풀면 ‘크게 이김’이다. 이미 싸움이 끝난 뒤에 쓰는 말이다. 말을 정확히 쓰지 않고 대충 왜곡해 사용하면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사고(思考) 체계도 함께 비틀어진다.

‘첩(捷)’은 ‘빠를 첩, 이길 첩’으로 쓰이는 글자다. 우리말 ‘첩경’(捷徑, 지름길), ‘민첩하다’(敏捷, 재빠르고 날래다) 등에 이 ‘첩’ 자가 들어 있다. ‘이길 첩’으로 쓰인 말로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대첩’ 정도다. ‘첩’과 ‘승(勝)’은 같은 글자다. 하지만 현대 국어에서는 ‘승’에 밀려 ‘첩’이 들어간 말은 ‘~대첩’ 이외에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는다. 그저 국어사전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가령 ‘전첩국(戰捷國)’이라 하면 전쟁에서 이긴 나라를 뜻하는데, ‘전승국/승전국’과 같은 말이다. ‘첩보(捷報)’란 싸움이나 경기에 이겼다는 소식, 즉 ‘승보(勝報)’를 말한다.
그러다 보니 ‘대첩’의 뜻을 정확히 모른 채 이 말을 마치 ‘대전(大戰, 큰 싸움)’이나 ‘대전(對戰, 맞서 싸움)’ ‘대결(對決)’ 정도로 잘못 알고 쓰는 듯하다. ‘대첩’은 싸움이 벌어지기 전에 쓰는 말이 아니다. ‘(싸움에서) 크게 이김’을 뜻하는 말이다. 말을 정확히 쓰지 않고 대충 왜곡해 사용하면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사고(思考) 체계도 함께 비틀어진다. 입도선매는 ‘미리 팖’? ‘미리 삼’?인공지능(AI)은 이제 차세대 성장동력의 맨 앞에 자리 잡았다. 전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AI 인재 확보에 앞다퉈 나선다. “AI 인재 입도선매 나선 엔비디아 … 대만에 글로벌 R&D본부 설립.” 지난 5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 발언을 언론이 비중 있게 전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AI 인재를 ‘입도선매’, 즉 미리 확보한다는 것이다.
우리말에 ‘입도선매(立稻先賣)’라는 게 있다. 국어사전에서는 이 말을 “아직 논에서 자라고 있는 벼를 미리 돈을 받고 팖”으로 설명한다. 이 풀이는 입도선매하는 주체가 ‘파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한자 ‘매(賣)’ 자가 ‘판다’는 뜻이다. 그러니 사전 풀이(‘미리 팖’)와 요즘 쓰는 입도선매의 의미(‘미리 삼’)는 전혀 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