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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김하경 한국경제신문 기자
그래픽=김하경 한국경제신문 기자
최근 중국에서 열린 ‘로봇 올림픽’이 큰 화제였습니다. 사람처럼 머리와 팔, 다리를 가져 ‘휴머노이드(humanoid)’라 부르는 로봇들이 운동회를 연 겁니다. 격투기 시합에 참가한 로봇은 훅에 어퍼컷, 니킥까지 날리며 흡사 사람을 방불케 했지요. 이들은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체화 지능(embodied intelligence)’을 갖췄습니다. 축구 경기에선 같은 팀 선수끼리 협력하고 상대 팀과는 경쟁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하네요.

한편 현대차그룹 계열 로봇 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홈페이지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최신 영상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람이 작업을 방해해도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며 공구 통을 정리하는 아틀라스의 모습을 선보였죠. 현대차는 오는 10월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생산 공정에 아틀라스를 시범 투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마침 우리나라 정부도 경제성장 전략을 발표하며 앞으로 5년 내 ‘휴머노이드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전략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생활 현장에서 인간의 삶을 돕고, 생산 현장에서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옵니다. 이런 기능의 로봇이 상용화하는 원년이 바로 올해라고 합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왜 ‘로봇의 미래’라고 부르는지,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AI 두뇌 얻게 된 휴머노이드 로봇
인간 뛰어넘는 '싱귤래리티' 올 수도
중국에서 열린 ‘로봇올림픽’에서 로봇들이 격투기 경기를 하고 있다.  중국 CCTV 방송 캡처
중국에서 열린 ‘로봇올림픽’에서 로봇들이 격투기 경기를 하고 있다. 중국 CCTV 방송 캡처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이란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힌트는 휴머노이드라는 말에 있습니다. 이는 ‘사람(human)’과 ‘닮았다(oid)’라는 단어의 합성어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란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지닌 로봇을 말하는 겁니다. 여러분,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android)를 아시죠? 삼성 갤럭시 등 휴대폰에선 작은 로봇 모양의 아이콘으로 이미지화되어 있습니다. 이것 또한 사람과 비슷하게 행동하는 로봇을 뜻합니다. 그리스어로 ‘안드로(andro)’는 남자 또는 인간을 가리킵니다.

‘피지컬 AI’가 곧 휴머노이드

그렇다면 중국의 로봇 올림픽에 나온 다소 우스꽝스러운 로봇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전부일까요? 더 세련된 휴머노이드이자, 일상에서 우리 삶을 도와주는 휴머노이드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미국 로봇 업체 ‘피규어(Figure) AI’사의 홈페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여기엔 로봇이 공장 조립라인에 서서 일을 하고, 집에서 화분에 물을 주거나 음료를 따르는 영상이 있어요. 마치 사람처럼 수건을 가지런히 접어 수납하는 영상도 나옵니다.

피규어의 시연 영상을 보면 단순한 작업 로봇 그 이상이란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로봇은 사람과 의사소통까지 할 수 있어요. 사람이 먹을 것을 달라고 하니까 사과를 건네주고, “왜 사과를 주냐”고 물어보면 식탁 위에 있는 유일한 음식이라서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자신이 직접 주변을 둘러보고 상황을 판단해 사람과 소통을 하는 거죠.

이를 가능하게 만든 원천은 무엇일까요? 바로 인공지능(AI)입니다. 생성형 AI로 발전한 AI를 휴머노이드 로봇에 두뇌처럼 장착한 겁니다. 고철 덩어리 같던 로봇에 비로소 휴머노이드란 수식어를 붙여줄 수 있게 된 거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말한 ‘피지컬(physical) AI’(물리적 형태를 갖춘 AI)가 바로 휴머노이드 로봇인 셈입니다. 생성형 AI 입장에선 컴퓨터 속에 갇혀 있다가 로봇이란 몸을 입고 물리적 생명을 얻게 됐습니다. 휴머노이드를 만난 AI를 ‘체화(體化, embodied) 지능’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로봇의 미래’가 현실로

AI를 두뇌로 얻은 로봇은 이전에 비해 훨씬 광범위한 활동을 합니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만큼 특정 목적의 단순 작업에 국한되지 않지요. 이젠 사람이 명령을 내리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그 명령을 최종적으로 완수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구나 자전거 같은 물품을 조립하는 작업을 생각해봅시다. AI는 조립 방법을 가르쳐 주기만 하지, 실제 조립은 사람이 해야 합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은 다릅니다. 자신이 직접 조립 방법을 찾아 일부 시행착오를 거치거나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립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 함께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요. 공장에서 인간 옆에 서서 도움을 줄 수 있고, 주방에서 주부를 도와 요리를 할 수 있겠죠. 그래서 로봇의 가장 발전된 형태, ‘로봇의 미래’를 휴머노이드 로봇이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로봇 산업에도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싱귤래리티란 기술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고 거대해 인류의 삶이 완전히 바뀌는 시점을 의미합니다. 양적 팽창을 지속하다가 드디어 질적 도약을 하는 때를 말하는 거죠.

예를 들어, AI의 싱귤래리티란 AI가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류의 지능을 초월하고 스스로 진화해가는 때를 뜻합니다. 범용인공지능 (AGI)이라고 불리는 기술 수준이 AI에겐 싱귤래리티라고 볼 수 있어요. 이 용어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2005년에 저술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언급하며 인류 사회에 2045년 특이점이 올 것이라고 예측해 유명해졌습니다. 만약 특이점이 도래한다면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지능만 능가할 것인지, 아니면 감정까지 갖춘 로봇으로 발전할지 정말 궁금합니다. NIE 포인트 1. 중국의 로봇 올림픽 영상을 찾아보고 느낀 점을 친구들과 공유해보자.

2. 젠슨 황이 말한 ‘피지컬 AI’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자.

3. 로봇 산업의 싱귤래리티에 AGI(범용 인공지능)가 어떤 역할을 할지 생각해보자. 로봇 대량 투입되는 내년이 '상용화 원년'
인간 일자리 '위기'…보호장치 마련 '숙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로봇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작업 보조 모습. 보스턴다이내믹스 유튜브 캡처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로봇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작업 보조 모습. 보스턴다이내믹스 유튜브 캡처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공지능(AI)과는 어떤 점에서 차이를 보일까요? 휴머노이드 로봇은 물리적인 세상 속에서 실제 동작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AI와는 조금 다른 기술적 기반을 지닙니다.

거대행동모델(LBM)로 학습

생성형 AI는 이른바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을 통해 학습합니다. AI가 책, 뉴스, 블로그 등 방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한 뒤, 문장 생성과 번역, 질의응답 등 다양하고 복잡한 언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LLM이 돕는 겁니다. 그런데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처럼 시각, 촉각 등의 자극에 먼저 반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카메라 렌즈로 바라본 사람의 일상,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유튜브 영상 등을 추가적인 학습 재료로 삼습니다. 이런 학습방식을 LLM에 빗대어 ‘거대행동모델(Large Behavior Model, LBM)’이라 부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LBM을 통해 사람의 언어와 행동을 이해(학습)한 뒤,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단계로 나아갑니다. 또 로봇 간에 협업을 하고, 문제나 오류가 있으면 수정하는 단계로 발전합니다.

‘아틀라스’ ‘옵티머스’ 활약 본격화

그렇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이 생활 현장에서 인간의 삶을 돕고, 생산 현장에서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때는 과연 언제쯤일까요?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술 수준과 산업 동향을 감안하면 내년 정도가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내년쯤이면 중국과 미국·일본·우리나라 등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규모로 생산되고, 제조업 공장이나 물류센터 및 서비스업 현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본격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테슬라의 ‘옵티머스’도 올해부터 실제 공장의 조립·물류 작업 등에 시범 투입될 예정입니다. 2027~2030년엔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량이 연간 수십만 대를 넘어서고, 의료·간호·교육 등 전문 분야는 물론 가정용 서비스에도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2030년 이후로는 자동화가 가능한 저숙련 직무의 70~90%를 이들 로봇이 맡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봅니다.

로봇세(稅) 도입 논란 불보듯

남는 문제는 일자리를 로봇에게 뺏긴 사람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조성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근로자처럼 휴일, 휴식 시간, 최저생계 보장 등이 필요 없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에서 월등히 사람을 앞섭니다. 근로자의 교섭권을 넓혀주고 경영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일명 노란봉투법)이 우리나라에서 큰 논란을 빚고 있는데요, 사용자 입장에선 로봇을 쓰면 이런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근로자는 산업현장에서 밀려나더라도 로봇의 존재로 인해 경제 시스템과 산업활동의 타격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나라 전체의 총생산량이 유지된다면 국민 개개인에게 일종의 기본소득(basic income)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옵니다.

문제는 재원 조달입니다. 이와 관련해 일자리를 뺏는 로봇, 정확하게 말하면 사람 대신 로봇을 투입하는 기업에 세금을 물리는 것이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라는 논의가 많습니다. 일명 ‘로봇세(robot tax)’죠. 여기서 얻는 세수로 기본소득 등 사회비용을 충당하고, 노동시장 충격을 완화하자는 아이디어입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이런 입장은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는다는 극단적 관점부터 경계합니다. 또 로봇세 부과가 기업의 혁신 분위기를 꺾어놓을 위험성도 지적합니다. 인간과 로봇이 서로 협업하는 과정에서 직무가 융합되는 등 새로운 근로 형태와 산업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합니다. 노동시장이 어떻게 변화해갈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지금의 논의는 로봇세에 머물러 있어도 변화하는 노동시장의 미래 속에서 더 좋은 대안을 찾아야 할 겁니다. NIE 포인트 1. LLM과 LBM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공부해보자.

2. 글로벌 기업들의 휴머노이드 생산과 활용 일정을 알아보자.

3.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상화하는 시대가 되면 인간의 행복이 증진될까?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