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사막화
지구 생물의 80%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다. 고래와 물고기, 해파리, 해초, 플랑크톤 등 수많은 생명체가 바닷속에 터를 잡아 살아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산호초는 해양생물이 많이 모여 산다. 이곳에 서식하는 물고기 종류만 해도 1500종에 이른다. 그런데 최근 해양생물들이 산호초를 떠나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어떻게 된 일일까?

문제는 산호가 예민한 편이라는 점이다. 수온, 산성도, 탁도 등 주변 환경이 바뀌면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바닷물의 온도가 1~2℃만 높아져도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염도가 높아지고 산성화가 심해지자 결단을 내린다. 공생하던 조류를 몸 밖으로 내보내기로!
사실 산호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해양 무척추동물이다. ‘조잔텔라(zooxanthellae)’라는 조류와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간다. 조류는 광합성을 해서 에너지를 만들고, 이걸 산호에게 나눠준다. 그 대신 산호는 조류들이 살 수 있는 집과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내어준다. 공생하는 조류의 색에 따라 산호의 색도 노란색, 갈색, 초록색 등 다양한 색을 띤다. 이렇게 서로 상부상조하며 살아가는 관계를 ‘공생’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로 인해 조류를 내보낸 산호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럼 산호의 화려한 색도 함께 잃으며 반투명한 상태가 되고, 그 안에 있던 석회질 골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 눈에는 흰색으로 보이는데, 이를 ‘백화현상’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계속 받으면 백화현상도 길어지고, 에너지를 충분히 얻지 못한 산호는 결국 조직이 손상되어 서서히 죽어간다. 죽은 산호는 살아 있는 조직 없이 석회 골격만 남는다. 조류가 떠나버린 뒤 여러 해양생물까지 사라지며 텅 빈 집이 돼 버린다. 바닷속 북적대던 최고의 서식지는 결국 생명력을 잃은 ‘하얀 사막’으로 변한다. 이를 ‘바다 사막화’라고 한다.
이런 바다 사막화 현상은 전 세계 바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국제 산호초 이니셔티브(ICRI)는 전 세계 바닷속 산호초의 84%가 백화현상을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 지구적 백화현상’이라고 표현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며, 이 정도의 대규모 현상은 지난 30년 동안 바닷속을 관측하기 시작한 뒤 네 번째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나섰다. 대표적인 방법은 산호초를 바다에 직접 심는 것이다. 산호가 스스로 다시 살아나지 못하는 곳에 건강한 산호를 심어 산호초를 복원하는 방법이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 대학교 연구팀은 산호알이 수정되어 유충이 되는 시기에 맞춰 유충을 채집하고, 이를 실험실에서 키웠다. 실험실에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산호 유충을 건강하게 길렀고, 이후 바닷물이 담긴 수조에 담가 적응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이렇게 기른 산호 유충 1000여 마리를 올해 플로리다 지역의 바다에 심었다. 연구진은 “비록 살아남는 산호가 1%밖에 안 되더라도, 그 하나가 다시 번식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산호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하는 과학자도 있다. 영국 국립해양학센터가 주도하는 EXPAND 프로젝트는 바닷속에 사는 미생물에 주목했다. 미생물은 공기 중의 질소를 바닷속 생물들이 쓸 수 있도록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미생물들이 바다의 영양분 순환을 잘 조절해주면 바다가 안정적인 환경이 되고, 산호가 건강하게 적응하며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연구진은 해양 미생물들의 활동을 1년 내내 관찰하면서 바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바닷속 생물의 성장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등 바다 전체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찾을 예정이다. √ 기억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