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본량 늘릴수록 한계생산 감소
맬서스 등 지속적 성장 어렵다고 주장

개발도상국보다 성장률 높은 선진국
AI 같은 기술 혁신으로 생산성 향상
기업친화적 정책도 경제성장에 기여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8%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전망치를 높이는 추세지만 1%를 크게 넘지 않는다. 주요 경제 연구 기관은 0%대 성장률이 굳어질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내다본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지만 가라앉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 문제다. 저성장은 숙명과도 같은 것일까.성장이 없던 시대의 성장
[경제야 놀자] 수확 체감이 지배하는 경제…저성장은 숙명?
오늘날 세계가 경험하는 경제성장은 인류 역사를 놓고 보면 예외적인 일이다. 경제사학자 앵거스 매디슨 연구에 따르면 1500년부터 1820년까지 서유럽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0.14% 증가했다. 1785~1820년 영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5%였다. 산업혁명의 결과가 겨우 그 정도였다.

이렇게 경제가 발전하지 않던 시대의 경제성장을 잘 설명한 사람이 토머스 맬서스(1766~1834)였다. 맬서스는 생산요소는 노동뿐이고 생산물은 식량밖에 없는 경제를 가정했다. 노동 투입을 늘릴수록 식량 생산은 증가한다. 그러나 노동 한 단위를 투입할 때 추가로 늘어나는 식량 생산량, 즉 한계 생산량은 점차 줄어든다. 한정된 경작지에 농부만 더 집어넣는다고 해서 작물 생산이 충분히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이런 상태로 인구가 계속 증가하다 보면 식량 생산량이 전체 인구를 먹여 살리기에 부족해지는 시점이 온다. 그 결과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기고 인구가 줄어든다. 결국 한 나라의 경제 규모와 1인당 생산량은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이란 없는 셈이다. 현대인은 맬서스가 틀렸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그가 죽고 10여 년 뒤 아일랜드 대기근(1845~1852년)이 일어났다. 맬서스의 우울한 예측은 당대에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이유맬서스가 놓친 것은 자본과 기술의 역할이었다. 동일한 땅에서 같은 수의 농부가 일하더라도 더 좋은 농기계(자본)를 활용하고 더 효율적인 농법(기술)을 적용하면 수확량을 늘릴 수 있다. 그중에서도 자본 역할을 강조해 경제성장을 설명한 경제학자가 198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솔로다. 생산요소로서 자본은 생산에 활용되는 기계와 설비, 건물 등을 말한다. 솔로는 자본을 투입하면 근로자의 생산성이 향상돼 1인당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솔로도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본에도 노동과 마찬가지로 한계생산 체감(수확 체감)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계가 한 대뿐이던 공장에 한 대를 더 들여놓으면 근로자 한 명이 기계 두 대를 관리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기계 가동률이 전보다 낮아져 기계 한 대당 생산량은 감소한다.

솔로의 이론은 개발도상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발전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을 잘 설명한다. 경제 발전 초기 단계에는 자본 투입을 늘려 고성장을 달성하지만 중진국 단계를 넘어서면 자본의 한계생산이 감소해 경제성장이 정체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선진국이 개도국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사례도 많다. 솔로의 이론은 선진국의 경제성장을 설명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선진국 경제가 성장하는 방법노동과 자본 모두 한계생산 체감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면 선진국의 경제성장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로머는 그 해답을 기술 혁신에서 찾았다.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이 계속 나오면서 노동과 자본 생산성이 꾸준히 향상했다는 것이다. 로머는 기술 혁신을 통해 수확 체감이 아니라 수확 체증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 같은 이론은 크게 두 가지 함의를 지닌다. 우선 선진국에서도 빠른 경제성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술 수준이 높고 고급 인력이 많은 선진국은 기술 혁신이 일어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또 하나는 정부가 경제성장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개발 투자와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이 경제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은 경제 규모가 한국의 15배인데도 한국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한다. 아일랜드는 기업 친화적 정책으로 1인당 GDP 10만달러를 달성했다. 저성장이 정해진 미래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1. 경제성장에서 맬서스가 놓친 요인은?

2.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에 대해 알아보자.

3. 노동과 자본이 한계생산 체감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면 선진국의 경제성장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