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주연배우 아이유(왼쪽)와 박보검. 이 작품은 중국에 공식 수출되지 않았지만 현지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한경DB중국이 드라마를 비롯한 해외 콘텐츠에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다. 약 9년 동안 이어져온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을 완화하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중국의 방송·인터넷 감독기관인 국가광파전시총국(광전총국)은 최근 ‘TV 대형화면 콘텐츠를 한층 더 풍부하게 하고 라디오·TV·영상 콘텐츠 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를 발표했다. 우수 해외 프로그램의 도입을 추진하는 한편 관련 제도를 정비해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했다.사드 배치에 보복 … K팝·K드라마 막은 중국한한령(限韓令)이란 한국 콘텐츠에 대한 중국의 암묵적 금지령을 뜻한다. 중국은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배치에 반발해 2016년께부터 한국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의 수입과 배급을 비공식적으로 막아왔다. 중국 내에서 한국 문화 콘텐츠의 정식 유통이 차단된 가운데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폭싹 속았수다’ 등의 작품이 ‘어둠의 경로’를 통해 전파되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한한령 자체를 내린 적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해제를 직접 선언할 가능성은 낮다. 광전총국은 해외 드라마 쿼터(할당량)가 얼마나 될지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전반적으로 ‘규제 완화’라는 방향성은 명확하게 드러나면서 한국과 중국 증시에서 미디어·콘텐츠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중국 본토에서 K팝 걸 그룹과 유명 래퍼의 공연도 잇달아 열릴 전망이다. K팝 걸 그룹 케플러와 ‘고등래퍼 3’ 출신 래퍼 키드밀리 등이 푸저우 공연을 준비 중이다. 업계는 이들 행사가 순탄하게 마무리되면 중국에서 추가적인 한국 가수 공연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꽁꽁 얼어붙어 있던 한국과 중국 간 대중문화 산업 교류 역시 기지개를 켤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조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추진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시 주석은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달라진 중국 당국의 분위기는 올 초부터 감지돼왔다. 지난 3월, 봉준호 감독이 제작한 할리우드 영화 ‘미키 17’을 중국에서 개봉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중국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텐센트 산하 텐센트 뮤직이 SM엔터테인먼트의 2대 주주로 올라서는 등의 변화도 있었다.업계 일각 “또 뒤집힐까 불안하기도 …”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관계자들이 잇달아 한국을 찾아 공연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엔터 시장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그간 중국의 한한령이 명문화되지 않은 비공식 제재였던 만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다시 강화될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지난 5월 지드래곤이 상하이에서 일정을 잡고 포스터까지 공개한 전시회가 실제로는 열리지 않았고, 보이 그룹 이펙스가 공연 소식을 발표했으나 결국 취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