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선착순 파격가’, ‘할인 분양’….대구 도심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 현수막 문구다. 대구에는 미분양 주택이 9177가구가 있다. 특히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통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3252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 강남은 아파트값이 오른다지만 여기선 딴 세상 얘기”라며 “가격이 떨어져도 거래가 끊겨 사무실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준공 후 미분양 1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미분양이란 일반인을 대상으로 아파트를 분양했지만 팔리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 중 하나다. 미분양 물량은 여러 이유로 생길 수 있다. 청약 신청에 오류가 있어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당첨되고 돈을 내지 못해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가 있다. 부동산시장이 활황이면 이런 미분양은 금방 소진되지만 시장이 침체됐을 때는 잘 해소되지 않고 쌓인다. 통상 정부는 전국 미분양 주택이 6만 가구를 넘어서면 위험 수위로 본다.
분양을 마치고 집을 다 지었는데도 주인을 찾지 못하면 ‘준공 후 미분양’이 된다. 악성 미분양이 쌓이면 아파트 사업을 추진한 건설사에는 타격이 크다. 분양 수익이 들어오지 않을 뿐 아니라 미분양 물량을 직접 보유한 채 중과세 부담까지 떠안느라 자금난이 가중된다. 건설사들이 준공 후 미분양을 악성 미분양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920가구. 이 중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5117가구다. 한 달 전에 비해 5.9% 늘면서 1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에 4574가구, 지방에 2만543가구가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대구에 이어 경남(3026가구), 경북(2715가구), 부산(2438가구) 순으로 많다.
업계 관계자는 “악성 미분양 10채 중 8채가 지방에 쌓여 있다”며 “지역 중견·중소 건설업체들이 느끼는 자금 압박은 한계 수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종합 건설업체 213곳이 폐업을 신고했다. 하도급을 맡는 전문 건설업체의 폐업 신고는 같은 기간 989건에 달했다. 건설사 ‘보릿고개’…하루 10곳꼴로 폐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