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하다’는 ‘아주 크고 훌륭하다/대단하다’란 뜻으로 쓸 때 자연스럽다. “작다/좁다/약하다/가늘다/줄다/적다/짧다/가볍다/정밀하다” 같은 말과는 함께 쓰기에 적절치 않다. 의미영역이 서로 반대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굉장(宏壯)히’는 ‘아주 크고 훌륭하게, 보통 이상으로 대단하게’라는 뜻으로 쓰는 부사다. 이 말의 원래 쓰임새는 어근인 ‘굉(宏, 크다/넓다)’과 ‘장(壯, 씩씩하다/굳세다)’에서 나왔다. 특히 ‘장(壯)’ 자는 ‘나뭇조각 장(爿)’과 ‘선비 사(士)’가 결합한 모습인데, 이는 예부터 굳세고 씩씩한 남자를 가리켰다. 나이로 치면 30세 이후의 남자다. 지금도 ‘장년(壯年)’을 ‘서른에서 마흔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을 가리키는 것은 이 말이 거기서 연유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일생 중 가장 기운이 왕성하고 활동이 활발한 때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굉장하다’는 본래 ‘넓고 크고 굳세고 웅장하다’라는 의미로 그 쓰임새가 제한적이었다. ‘양(+)의 의미자질’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잔치가 굉장하다” “새로 지은 집이 굉장하다” “이번 산불은 굉장해”라고 말할 때 어감이 딱 맞다. 여기서 의미가 좀 더 넓어져 ‘아주 크고 훌륭하다, 대단하다’라는 개념이 나왔다. “그는 능력이 굉장하다” “그것을 하려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해” 같은 게 그 용례다. 따라서 규모나 성질 면에서 크고 넓고 무겁고 많고 높고 거칠고… 한마디로 엄청날 때 ‘굉장하다’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작다/좁다/기쁘다’와 잘 안 어울려요즘은 이 말을 상당히 폭넓게 쓴다. “굉장히 기쁘다/슬프다/예쁘다/좋다/나쁘다/귀엽다.” 이런 내적 감성을 드러내는 말은 의미자질이 음(-)에 해당한다. 그래서 원래 ‘굉장’의 기본의미인 ‘크고 넓고 씩씩하다’, 즉 외적 양(+)의 의미자질과 어울리지 않는다. 심지어 “이곳은 편히 쉬기엔 굉장히 좁다” 같은 말도 한다. ‘굉장하다’와 ‘좁다’는 의미자질이 정반대라 어색하고 이상하다. 마치 “역동적인 온화함”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모순적 표현이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굉장’의 용법 중 하나로 “굉장한 미인”을 올려놓아 이 말의 용법 확장이 상당히 진행되었음을 보여준다. 하긴 “너무 예쁘다/좋다”처럼 긍정 형용사와는 어울리지 않던 ‘너무’(“아주 예쁘다/좋다”가 원래 바른 용법)도 이젠 문법적으로 허용됐으니 ‘굉장히 예쁘다’도 의미확대를 이루면 못 쓸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한글학회에서 1957년에 완간한 <조선말 큰사전>은 ‘굉장하다’를 “크고 훌륭하다”로 풀이했다. 이는 일제강점기에 나온 문세영의 <조선어사전>(1938년, 한국어로 된 최초의 국어사전) 풀이를 이어온 것이다. 그러다 1982년 민중서림의 <국어대사전>에서 “굉장한 인파/굉장한 미인” 같은 용례를 올렸다. 사람의 미모를 나타내면서 ‘굉장하다’는 표현을 쓴 데서 이때 이미 의미확대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굉장하다’는 “굉장한 건물” “힘이 굉장하다” “굉장히 더운 날씨”처럼 ‘아주 크고 훌륭하다/대단하다’란 뜻으로 쓸 때 자연스럽다. 1980년대 후반에 나온 <새우리말 큰사전>(삼성출판사)과 1990년대 <표준국어대사전>, <금성판 국어대사전> 등이 모두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