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벤자민 버튼과 피터팬 증후군
사람이 성장하듯 기업도 작은 사업체에서 출발해 대기업으로 성장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현대·SK·LG 등도 처음엔 작은 사업체였지만 대기업으로 성장했지요. 하지만 이러한 기업의 성장 스토리가 최근에는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현상이 나타납니다.벤자민 버튼과 피터팬 증후군
나 다시 돌아갈래
![[테샛 공부합시다] 규모 크다고 규제 늘리면 성장 원하는 기업 없어](https://img.hankyung.com/photo/202504/AA.40124238.1.jpg)
또한 기업 규모를 중소기업으로 계속 유지하려는 경우도 있지요. 매출액이 법으로 정한 기준을 넘어서면 중견기업이 되기에 기업을 쪼개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를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몸은 어른인데 마음은 아직 동화의 세계에 머물러 어른의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심리 상태를 설명할 때 쓰지만,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면 각종 세제 및 보조금 혜택이 끊겨 중소기업으로 남으려는 현상을 설명할 때도 쓰입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으로 회귀하거나 머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장하면 줄어드는 지원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진입하는 순간 각종 페널티가 발생합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진입하는 기업은 세제 혜택은 줄어들고, 규제는 늘어나 충격이 클 것입니다. 앞서 중소기업으로 회귀를 검토한 기업에 이유를 물으니 조세혜택(60.8%)과 중소기업적합업종(14.9%) 혜택을 받기 위함이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기업 규모에 따라 연구개발과 통합투자에 따른 세액 공제율이 중소기업(일반 기준 25%, 10%)에서 대기업(0∼2%, 1%)으로 갈수록 큰 폭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으로 넘어가면 규제가 40여 건에서 120여 건으로 3배 이상 늘어나는 ‘규제 데스 밸리’가 펼쳐집니다. 데스밸리란 신생 기업이 창업 초기 단계에서 사업 지속에 큰 위기를 겪는 시기를 뜻합니다. 1∼2년 차가 된 중견기업들이 다시 중소기업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집중되는 것도 규제 데스 밸리의 영향도 있겠지요. 한경협에 따르면 한국의 대기업 비중은 0.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3위라고 합니다. 주요 국가보다 대기업 비중이 낮은 것도 앞선 요인들이 크겠지요. 한국도 기업 규모에 따른 차별을 없애 글로벌 플레이어가 더 나오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