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위협하는 소행성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소행성 ‘2024 YR4’가 2032년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행히 2월 최고 3.1%까지 상승했던 충돌 확률은 한 달 내 급격히 낮아져 사실상 위험이 해소됐다. 그러나 소행성 충돌이 초래할 피해가 워낙 파괴적이기에 과학자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지구 근접 소행성을 관측하고 있다.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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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충돌은 지구 궤도를 도는 소행성이 지구와 부딪치는 사건이다. 충돌 시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하며, 대규모 파괴를 일으킬 수 있다. 현재 지구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은 베누(Bennu), ‘2024 YR4’ 등이다. 베누는 지름 약 500m의 소행성으로, 2182년 지구와 충돌할 확률 이 약 0.037%로 추정된다. 최근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 소행성 ‘2024 YR4’의 지름은 약 40~100m로 추정된다. 최대 지름인 100m조차 지구 지름의 약 13만분의 1에 불과하다. 크기가 작아 보이지만, 충돌 시 위력은 매우 파괴적이다.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에서 발생한 운석 충돌은 소행성 2024 YR4와 비슷한 크기의 천체가 대기 중에서 폭발한 사건으로, 그 파괴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당시 충돌로 약 2150㎢의 숲이 파괴됐는데, 이는 서울 면적의 약 3.56배에 해당한다. 충돌 여파로 현장에서 15km 떨어진 곳에서는 방목되던 순록 약 1500마리가 폐사했다. 200km 떨어진 곳을 지나던 기차는 궤도를 이탈했으며, 무려 1500km 떨어진 지역의 가정집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이는 소행성 충돌이 단순한 크기 이상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충돌 순간의 피해만이 문제가 아니다. 충돌로 발생한 부유물은 전 지구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수백만 톤의 먼지와 암석 조각이 대기로 방출되는데, 이 부유물이 햇빛을 차단해 지구 표면 온도를 급격히 낮추기 때문이다.

지난 3월 5일,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학연구단은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로 소행성 베누가 지구와 충돌할 경우 발생할 기후변화와 생태계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소행성 충돌로 최대 4억 톤의 먼지가 성층권으로 분출되며, 먼지층은 최대 4년간 지속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햇빛이 차단되면 지구 평균온도는 최대 4℃ 하락하고, 강수량은 15%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대기 중 먼지와 에어로졸이 성층권을 가열시켜 오존층을 최대 32%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오존층 파괴는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UV) 방사량 증가를 초래하며, 생태계와 인간 건강에 피해를 준다. 기후변화는 농작물 생산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며 전 세계적인 식량 부족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동식물이 멸종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소행성 충돌로 지구 환경이 변화해 공룡을 포함한 생물종 75% 이상이 멸종한 사건이 있다. 6600만 년 전, 멕시코 유카탄반도에서 일어난 ‘치크술루브 충돌’이다. 이 충돌로 지름 약 150~200km의 거대한 크레이터가 만들어졌고, 주변 지역은 초토화됐다. 충격으로 인해 수천 m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했으며, 대규모 산불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충돌 후 방출된 먼지와 연기는 햇빛을 차단해 극심한 기후변화를 일으켰고, 이른바 ‘핵겨울(Impact Winter)’이라 불리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산소 부족과 급격한 온도변화로 식물이 대거 죽었으며, 결국 생태계 붕괴와 대규모 멸종이 일어났다.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생물 다양성의 감소를 초래한 사건이었다.

이처럼 소행성 충돌은 단순한 물리적 피해를 넘어 기후변화와 생태계 붕괴를 초래한다. 이에 과학자들은 지구에 근접하는 소행성을 끊임없이 추적하며 충돌을 예방하고 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CNEOS)는 소행성 궤도를 분석하며 충돌 가능성을 평가하고, 유사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소행성 충돌 방어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구에 근접하는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변경시키는 것이다. 2022년 NASA는 ‘다트(DART)’ 임무를 통해 소행성 디모르포스의 궤도를 성공적으로 변경하며 방어 능력을 입증했다. 향후 ‘2024 YR4’가 다시 위협이 될 경우 유사한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소행성 YR4의 충돌 확률은 과학자들의 예상과 달리 현재는 그 위험도가 사실상 0%에 가까운 상태로 평가되고 있다. 베누 충돌 가능성도 극히 낮은 수준이다. 당분간 소행성으로 인한 위험은 해소됐지만, 과학계는 유사한 위협에 대비해 관련 연구와 대응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 기억해주세요
조혜인
과학칼럼니스트
조혜인 과학칼럼니스트
소행성 충돌은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하며 대규모 파괴를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이다. 예를 들어, 지름 500m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경우 최대 4억 톤의 먼지가 성층권으로 방출돼, 태양 빛 차단으로 지구 평균온도가 최대 4℃ 하락하고 강수량이 1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소행성 충돌은 단순한 물리적 피해를 넘어 기후변화와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위협에 대비해 과학자들은 소행성 궤도 분석 등으로 지구 방어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